파국으로 치닫던 제주도정과 의회의 예산정국이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해 말부터 ‘예산전쟁’ 홍역을 앓던 제주도와 의회가 추가경정예산을 조속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더불어 공항 인프라 확충 등 현안에 집중한 정책협의회를 가동, 공동으로 예산개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구성지 도의회 의장은 1일 오후 2시 도청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구 의장은 이날 “설 연휴 도민들의 민심을 확인했다”며 “도에서 제출한 추경예산안을 증액 없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관련 쟁점들은 도와 의회가 공동 예산개혁의 주체가 돼 협의하겠다”며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예산제도의 개선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와 구 의장은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연말부터 이어져온 예산 갈등으로 도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편을 끼쳐 드린데 대하여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제주도와 도의회는 지난 설 연휴 기간 시급한 민생예산을 하루 빨리 처리하고 도정 현안에 매진하라는 도민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주도와 도의회는 제주도에서 편성 제출한 추경예산을 도의회에서 조속히 심사하여 원만히 처리키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어 “제주도는 도의원의 지역주민 대변 기능을 존중하고, 도의회는 예산편성의 기준과 절차를 존중하면서, 상호간의 협의 하에 불합리한 관행이 타파될 수 있도록 협치의 정신으로 공동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두 사람은 앞으로 정책협의회를 열고 공항 인프라 확충 등 도정 현안에 머리를 맞대겠다고 약속했다.
도와 의회 간 예산을 둘러싼 파국은 제주도의회가 지난해 12월 제주도가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을 부결 처리하면서 촉발됐다.
이어 12월 말엔 원 도정이 ‘의원 재량사업비 20억 요구’를 폭로, 도와 의회 간 성명 난타전으로 치달았다.
도의회가 결국 지난해 12월29일 열린 제325회 임시회에서 사상최대 규모인 1682억원을 삭감한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흡사 ‘예산전쟁’으로 비화됐다.
당장 사회복지단체 인건비와 각종 단체 경상비까지 집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아 일부 단체는 도의회를 찾아 항의를 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응급복구 민생예산’이란 이유로 지난 2월 1634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의회에 다시 제출, 의회의 처리시점이 관심사였다.
도의회는 2~13일 열리는 제328회 임시회에서 추경예산을 처리할 예정이다. 사실상 삭감된 새해예산의 재심사나 다름 없는 추경예산안의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한편 도의회가 의회 사무처장 인사에 반발, 제기한 '인사발령 무효확인 등의 소송'과 관련 원희룡 지사는 "사무처장을 임용하는 과정에서 의장의 추천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선화 의회 운영위원장은 “소송 취하 여부에 대한 전체 의원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장엔 도정에서 원 지사와 박정하 정무부지사, 김용구 특별자치행정국장. 이승찬 예산담당관이 참석했다. 의회에선 구 의장과 이선화 의회운영위원장, 강연호 새누리 원내대표, 위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등이 배석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