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엄마 손에 이끌려 한 개인 병원에 온 엘렌(릴리 콜린스)은 새로운 의사 윌리엄 베컴 박사(키아누 리브스)와 면담을 하지만 여기라고 별거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신체검사를 하는데 엘렌의 몸은 뼈에 가죽만 씌운 듯이 앙상하고, 생리한 지도 꽤 됐다고 한다. 소매를 걷어보니 팔에는 여성임에도 털이 많이 나 있다. 엘렌은 “털 난 여성도 꽤 있잖아요”하면서 자기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대꾸하며 베컴 박사에게 쏘아댄다. 그러자 박사는 “물론 그렇지. 하지만 네가 몸에 털이 많이 난 것은 지방이 없어서 체온을 높이려는 신체 현상이란다"하면서도 더 말을 잇지 않는다. 이런 환자들을 많이 겪어봤듯이 설명을 해도 안 먹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 ‘투 더 본(To The Bone, 2017)’은 이렇게 전개된다. 섭식장애를 가진 7명의 젊은이들과 그 부모, 그리고 다소 독특한 치료법을 사용하는 베컴 박사..... 영화는 이들을 중심으로 섭식장애가 어떤 건지, 그 괴로움, 쉽게 치료되지 않는 이유까지 보여주며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쟁을 시작한다. 영어 제목 ‘To the bone’은 해석하면 ‘뼈를 위하여’가 된다.
지난번에 본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가 전형적인 우울증 이야기라면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는 우을증의 좀 독특한 증상을 다룬다. 부인을 잃은 상실감으로 우울증에 빠지고 괴이한 행동을 보여주는 ‘데몰리션(Demolition, 2015)’은 또 다른 느낌이다. 투자 분석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데이비스 C. 미첼(제이크 질렌할)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자신은 무사했지만 부인 줄리아(헤더 린드)는 사망하고 만다. 부인이 죽었다는 통보를 받은 병원에서 자동판매기가 고장으로 돈만 먹고 초콜릿이 안 나오자 항의를 해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부인의 장례식 날에는 차분해지든지, 부인을 회상하든지 해야 하는데, 자동판매기 회사에 항의 편지를 써서 부친다. 이러는 자기도 이상하다고 생각된다. 왜 슬프지 않지? 해체하고 분해하려는 주인공의 심리 장례식 다음 날에는 휴식도 갖지 않고 여느 때와 같이 5시 30분에 일어나 기차를 타고 출근해서 직원들이 놀란다. 사무실 컴퓨터도 분해해서 부품별로 가지런히 놔두는 것도 모자라 회사 화장실의 칸막이들을 전부 해체해버린다. 집에서는 고장난 냉장고는 도대체 뭐가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겠다고 분해해버리고, 카푸치노 기계도 분해하고..... 길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My S.O. has got depression [ツレがうつになりまして], 2011) 영화는 제목처럼 우울하기 보다는 반대로 밝고 사랑스러운 내용들로 차 있다. 바로 그것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내용인 듯 하다. ‘우울증이라고 반드시 우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계 컴퓨터 회사에 다니는 타카자키 미키오(사카이 마사토)는 신혼 5년차의 건실한 남자이다.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서는 매일 아침 식사도 준비하고, 자기가 먹을 도시락은 요일마다 늘 다른 반찬을 싼다. 그렇게 꼼꼼해도 아침마다 삐진 머리카락은 어쩔 수 없어서 부인이 출근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머리카락을 눌러준다. 매일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전철을 타고 스트레스 받는 회사를 다니더라도 부부는 알콩달콩 정답게 살고 있다. 부인 타카자키 하루코(미야자키 아오이)는 만화를 그린다. 남편이 만화가로 성공할 거라는 희망과는 다르게 인기가 없는 만화는 연재하다가 일찍 종결됐다.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는 이구아나(이름도 ‘이구’이다)와 놀던지 머리를 쥐어짜면서 만화를 그리는 게 하루 일과이다. 하루코는 남편을 부를 때 ‘츠레’라고 한다. 정겨움의 표시인데, 우리 정서로 보면 ‘자기’나…
무의식의 세계를 깨운 프로이트가 나타나기 전까지 최면요법이 정신의학의 세계에서 최강자였다. 많은 정신질환들을 치료하려고 사용했다. 하지만 너무 강력해서 대상자에게 잘못된 기억을 심어줄 수도 있는 등 부작용이 있어서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보여주는 영화를 소개한다. 홀연히 마을에 나타난 사나이 한 남자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숲 속에서 내려오고 있다. 시내로 들어서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더니 육교와 지하 터널을 지나간다. 멀쩡했던 전등들은 갑자기 깜빡거리는데, 뭔가 이상한 사람인 듯한 느낌을 준다. 장면이 바뀌면서 폴란드 바르샤바의 어느 사무실, 입국 심사를 하는 공무원이 그의 출생지가 우크라이나의 프리피야티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체르노빌을 언급한다. 체르노빌은 1986년 4월 26일 원자로 폭발사고가 났던 곳이고, 프리피야티는 그 근처로서 원자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집단 거주하던 곳이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7년 전, 같은 날짜에 이 남자가 태어났다. 둘의 잠시 눈이 마주치더니 이 남자는 그 공무원의 뒤로 가서 머리를 감싸 쥐더니 나직이 읊조린다. “검은 시냇물이 발밑에서 흐르다가 내 손을 타고 들어옵니다.” 사무실을
해리성 장애란 정신 질환은 전혀 다른 인격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에는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조현병의 하나로만 여겼다. 크게 해리성 기억상실, 해리성 정체성 장애, 이인증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 앞 두 가지를 다룬 영화를 살펴보자. 1957년 제작한 ‘이브의 세 얼굴(The Three Faces of Eve)’은 관련 영화로 아직까지 여기에 견줄 작품이 없을 정도로 내용을 잘 살렸고, 1인 다역을 해낸 주인공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영화는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에 사는 한 가정주부 이야기를 각색했다고 한다. 1951년 어느 날, 정신의학과 외래 진료실에 한 부부가 찾아온다. 남편 말에 의하면 부인이 요즘 부쩍 사치가 늘고, 비싼 구두나 의상을 사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는 것이다. 이브 화이트(조앤 우드워드)라는 이름의 부인은 차분하고 순종적인 전업주부이다. 의사가 몇 가지 질문을 할 때 화이트 부인은 평소에는 괜찮다가 두통이 심하면서 갑자기 발작(기억상실을 발작이라고 말함)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억이 돌아왔을 때는 변한 상황을 전혀 기억할 수가 없다고 한다. 진료를 담당한 커티스 루터 박사(리 J. 콥)는 처음에
4, 50대 장년들에게는 어릴적 전설의 만화영화가 있다. 바로 일본 만화영화 ‘마징가 Z’이다. 악전고투 속에서도 악의 무리와 싸워 항상 이기면서 세계평화를 지킨다는, 동심을 감동시켰던 영화. 하지만 이런 영화에는 반드시 상대방인 악당이 있어야 하는데 그가 바로 아수라 백작이다. 한 얼굴에 두 모습을 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내고 성격도 다르다. 실제하지 않는 인격이지만 1970년대 당시에 이런 설정을 했다는 게 놀랍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1957년 제작한 이브의 세 얼굴(The Three Faces of Eve)이다. 관련 영화로 아직까지 여기에 견줄 작품이 없을 정도로 내용을 잘 살렸고, 1인 다역을 해낸 주인공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영화는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에 사는 한 가정주부 이야기를 각색했다. 평소와 다른 인격의 아내 1951년 어느 날, 정신의학과 외래 진료실에 한 부부가 찾아온다. 남편 말에 의하면 부인이 요즘 부쩍 사치가 늘고, 비싼 구두나 의상을 사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는 것이다. 이브 화이트(조앤 우드워드)라는 이름의 부인은 차분하고 순종적인 전업주부이다. 의사가 몇 가지 질문을 할 때 화이트 부인은 평소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초창기 작품인 ‘인썸니아(Insomnia, 2002)’는 알 파치노가 경험 많은 형사 윌 도너로 나오는 영화이다. 그는 수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내사과의 조사를 받던 중 알래스카에서 케이 코넬이라는 17세 소녀의 살인사건 수사 의뢰를 받고 도망치듯 떠난 것이다. LA 경찰청에서도 경험 많고 실력 있다는 얘기를 듣던 그는 동료 햅(마틴 도노반) 형사를 데리고 알래스카에 도착한다. 죽은 케이 주변을 조사하면서 그가 다니던 학교로 가자고 하자, 현지 경찰들이 웃는다. “지금 밤 10시예요.” 알래스카의 백야 현상 때문에 낮처럼 밝았던 것. 몇 달 동안 이대로 지속된다고 한다. 두 명의 파견 형사와 현지 경찰들이 탐문 수사를 벌이면서 숲속에서 용의자로 보이는 놈을 쫓고 있는데, 안개가 너무 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윌은 바로 앞에 용의자의 모습이 보이자 총을 겨누고 쐈지만, 쓰러져 있던 건 동료 형사 햅이었다. 경찰서로 돌아가서는 용의자가 햅을 쏘고 도망갔다고 속이고, 부검실을 찾아가서 햅의 몸속에 있는 총알과 자기가 찾아낸 용의자의 총알을 바꿔치기 한다. 그는 호텔 숙소로 돌아오지만 백야 현상 때문인지, 죄책감 때문인지…
1954년 어느 날, 연방 보안관인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또 다른 형사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보스턴을 출발해서 인근 섬으로 향하고 있다. 셔터 아일랜드라는 섬에 고립된 정신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사라졌다는 제보 때문이다. 안개를 뚫고 도착한 둘은 그곳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을 둘러본다. 넓은 정원에서는 산책하는 환자들이 여기저기 보이는데 테디를 보고 모두 아는 척을 하는 게 느낌이 좀 안 좋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2010)’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 병원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독립된 몇 개의 병동으로 구분하고, 가장 심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성처럼 되어 있는 특수 병동에 있게 된다. 어린 자녀 셋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여기에 들어온 레이첼 솔란도라는 여인이 특수 병동에 있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테디 일행은 경찰과 병원 책임자 코리 박사(벤 킹슬리)로부터 레이첼이라는 여인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지냈던 특수 병동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곳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레이첼 솔라도는 퇴역군인의 부인으로 1952년 어느 날, 어린아이들 셋을 연못에 빠뜨려 죽인 사건으로 재판을 받
마차를 타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는 한 여인. 그의 이름은 사비나 슈필라인(키이라 나이틀리). 원래는 러시아 부유한 집의 5남매 중 첫째인데, 아끼던 여동생이 장티푸스로 죽자 그 때부터 정신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요양 겸 치료를 받으러 스위스로 와 있는 동안 발작이 심해져서 급히 취리히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당대에도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마이클 패스벤더)의 상담을 받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심한 틱(Tics) 증상이나 조울증(양극성 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의사들은 히스테리성 발작이라고 한다. 그 당시만 해도 정신의학이 발달하지 못해서 여성들에서 나타나는 여러 정신병 상황들을 거의 히스테리라고 불렀다. 히스테리는 자궁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나왔고, 자궁이 없어서, 혹은 자궁 문제로 병이 생겼다고 해서 ‘히스테리아’라는 명칭을 붙였다. 참 무지한 명칭이다. 슈필라인은 여러 번 상담을 하다 보니 어렸을 적 아버지에 의한 성학대가 중요한 심리적 원인이었다. 이러한 발작뿐만 아니라 이상한 성욕까지 나타나서 주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프로이트, 융, 슈필라인 시간이 지나면서 융에 의해 슈필라인은 많이 좋아졌으나, 둘은 의사-환자
어두운 밤, 눈 내리는 뉴욕의 도시 외곽길을 가족을 태우고 운전하던 애나 폭스(에이미 아담스)는 잠시 한눈을 팔다가 차가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겪는다. 자신은 겨우 살아났지만 남편과 아들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만다. 이후 애나는 죄책감에 광장공포증과 우울증이 생겼고, 집밖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거실도 늘 어둡게 하고 산다. 소아정신과 의사이면서 애나 자신도 가끔씩 찾아오는 정신과 의사로부터 상담을 받는다. ‘우먼 인 윈도(The Woman In The Window, 2020)’ 이야기이다. 애나는 10개월 넘게 집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나쁜 버릇이 생겼다. 주변 집들을 훔쳐보는 것이다. 길 건너 집으로 러셀 가족이 이사를 오고, 그 집의 부인 제인 러셀(줄리안 무어)과 그의 아들 이든이 차례로 자신을 방문하면서 친해지게 되지만, 남편인 엘리스테어 러셀(게리 올드만)은 왠지 마음에 안 든다. 일어나지 않은 살인사건을 목격한 여인 그러던 어느 날 찾아왔던 제인이 배에 칼을 맞고 죽는 장면을 창문 너머로 보게 되어 신고하지만, 형사와 함께 찾아왔을 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살인범은 남편 엘리스테어일까, 아니면 지하에 세 들어 사는 데이
대규모 장례식이 진행되는 광장에서 군중들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매드 위민스 볼(The mad women's ball [Le Ball des Folles], 2021)’ 영화는 시작한다. 빅토르 위고의 장례식이었고, 나라에서 국장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으니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귀족 집안의 큰 딸인 외제니 클레리(루 드 라주)는 영혼들과 대화를 하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죽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40년 전 잃어버린 할머니의 약혼 선물인 목걸이를 찾게 해주질 않나..... 외제니의 자유로움을 억압하려는 아버지 몰래 하층민들이 다니는 몽마르뜨르(거기가 하층민들이 다니는 곳?) 어느 찻집에 가서 책을 읽다가 에르네스트라는 시인을 만나서 ‘영혼의 서’라는 시집 한 권을 얻는다. “내 육체를 본 게 아니라면 당신은 내 영혼을 본 거예요” 에르네스트의 이 한 마디에 체한 가슴이 뚫린 듯, 한 대 맞은 듯한 외제니. 그렇지만 외제니는 미쳤다는 판단 아래 파리의 ‘살페트리에르’ 병원으로 강제로 끌려가게 된다. 거기에서 루이즈라는 환자의 옆 침대에 있게 되며 둘은 친해진다. 루이즈는 히스테리라는 병을 앓으며 자주 발작을 일으켜서 병원으로 오게 된 여인이다. 이 병원에
영화 초반에 케네디 대통령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는 것으로 봐서 영화는 베트남 전쟁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저격당하던 시점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비슷한 시기와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야기가 정신병원 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수용되어져 있는 사람들에 대한 몰이해와 반인권..... 여기에서는 ‘하이드로테라피 치료(수치료)’라는 요법도 시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을 발가벗기고, 6~8시간 동안 얼음 욕조에 가두는 무자비한 시술로, 쉽게 말하면 정신 차리게 하는 방법이다.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 1999)’ 영화의 이야기이다. 붙들려오게 된 정신병원 작가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던 18살 수잔나 케이슨(위노나 라이더)은 학교에서나, 밖에서나 이해 못할 행동들을 해서 어른들을 힘들게 한다. 보드카 한 병에 아스피린 한 통을 탈탈 털어먹고 나서 잠들었는데, 자살을 하려 했다고 클레이무어라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우울증과 자살 시도로 들어왔지만, 의사와 상담하면서는 ‘경계성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라는 진단을 받는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