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주택 매매 소비심리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여전히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2.0으로 지난 1월(94.8)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매매 심리가 하락한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 95∼115 미만이면 '보합 국면',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구분된다. 전국적으로는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서울은 124.7로 1월보다 14.3포인트 급등하며 5개월 만에 다시 '상승 국면'으로 전환됐다. 경기(109.5), 인천(111.2) 역시 두 달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제주는 수도권과 다른 분위기 속에 여전히 매수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전국에서 하락 국면을 보인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세종(105.7→105.1), 충북(108.6→108.2)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울산(113.2), 대전(99.8) 등은 소비심리가 크게 올라갔고, 지방 전체 주택 매매 심리지수도 102.4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주는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이는 경기 침체와 관광산업 위축, 고금리 기조에 따른 대출 부담, 매수 심리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제주도내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일부 수도권에서는 규제 완화나 투자 심리 회복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제주는 여전히 고금리·경기 침체라는 이중고에 빠져 매수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특히 내수 경기 회복과 맞물려야 주택시장 분위기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월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9.1로 1월보다 6.1포인트 상승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도 101.2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과거와 오늘을 조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곳곳의 발자취입니다. 21세기인 지금과 1970.80년대의 풍경이 대조됩니다. 그동안 제주는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제주도청의 기록자료를 매주 1~2회에 걸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편집자 주
재외동포청이 모국과 제주 발전에 기여한 재일동포 기업인 고(故) 김평진 씨를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했다. 재외동포청은 대한민국 발전 또는 거주국 내 한인 위상 제고에 기여한 동포를 발굴해 알리는 '이달의 재외동포'의 첫번째 주인공으로 모국과 제주 발전을 이끈 재일동포 기업인 김평진(1926∼2007)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동포청은 앞으로 매달 대한민국 발전 또는 거주국 내 한인 위상 제고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해 발표한다. 광복 이전 독립운동 시기부터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경제, 문화, 사회, 과학 등 각 분야에서 모국과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재외동포의 활동을 알려 국민에게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의 자산'임을 인식시키자는 취지다. '이달의 재외동포'는 전 세계 동포단체의 추천과 언론, 교육, 경제 등 각 분야 민간 전문가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재외동포정책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제주 출신으로 도쿄에서 요식업·유기업·부동산 등으로 자수성가한 김평진은 1962년 재일제주개발협회장에 오른 뒤 재일동포 경제·문화인을 주축으로 한 제주 향토방문단을 파견했고, 제주도 농수산 부문 개발을 위한 기술 연수생을 일본으로 초청해 선진 농업 기술을 익히게 했다. 당시 방문단을 이끌고 서울에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만난 그는 박 의장으로부터 "제주도에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만한 호텔이 없다"며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관광호텔 건축을 요청받자 즉석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제주 첫 관광호텔인 제주관광호텔을 지은 데 이어 서귀포관광호텔과 허니문하우스(파라다이스호텔 전신) 등도 잇따라 건립하면서 제주도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허니문하우스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겨울 별장으로 사용된 건물이기도 하다. 또 첫 고향방문단 때 일본 감귤 묘목 500그루를 가져와 서귀포농업고와 제주대 농학부 농장에 식수했다. 이를 계기로 재일동포의 감귤 묘목 보내기 운동이 시작돼 오늘날 제주도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교육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66년 경영난으로 폐교 위기에 처해 있던 제주여자학원(제주여중·제주여고)을 인수해 여성 교육 발전에 힘썼다. 학교를 넓은 곳으로 이전해 1만3000여평의 부지에 체육관을 별도로 짓고, 신축 교사 실내에 화장실도 구비했다. 당시에는 선구적인 근대 설비로 제주 사회의 선망의 대상이 됐고, 지속적인 지원으로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또 1977년에는 제주신문사(현 제주일보) 회장으로 취임해 제주도 언론 환경 개선에도 앞장섰다. 신문사를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언론기관으로 발전시켰다. 제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1982년에는 재일한국인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한일 간 경제 협력 관계 강화에 기여했고, 88서울올림픽 지원금 모금에도 앞장섰다. 또 재일한국교육재단 고문으로 재일 한인 2세의 모국 방문 기회를 제공해 국가관과 역사·발전상을 가르쳤다. 이 밖에도 제주 고교축구 선발팀을 일본으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고, 제주도 종합경기장과 애향운동장 건설 과정에서도 큰 기부를 통해 전국소년체육대회 개최를 이끌었다. 이러한 공헌을 높이 평가해 우리 정부는 1968년 국민훈장 동백장, 1981년 국민훈장 모란장, 198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을 수여한 바 있다. 이상덕 청장은 "재외동포는 일제강점기 해외에서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해방 후 조국 근대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 등에 있어 막중한 역할을 했다"며 "이달의 재외동포 선정을 통해 그들의 공로를 널리 알려 모국과 동포사회 간 유대감을 높이고, 재외동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대표 봄 축제인 2025 제주들불축제가 강풍과 비로 결국 전면 취소됐다. 하지만 이미 사전에 예고된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강행했던 제주도와 제주시의 결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15일 오전 9시 50분, 기상 악화로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주들불축제 2~3일차 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시는 "축제 안전관리 계획에 따라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일 때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강풍으로 무대와 천막, 집기류 등 각종 시설물이 파손돼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기상청의 강풍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와 시가 일정을 강행한 점에 대해 '안전보다 축제 강행이 우선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제주지방기상청은 축제가 열릴 15일 제주에 강한 비바람이 예상된다고 예보한 바 있다. 이날 제주에는 순간풍속 초속 24.8m의 강풍이 불었고, 북부·동부·북부중산간에는 강풍경보, 그 외 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실제로 도심 곳곳에서 신호등이 꺾이는 등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새별오름 축제장 역시 아수라장이 됐다. 체험 부스와 판매장으로 사용하던 천막 수십 동이 강풍에 무너져 내렸고, 행사 물품과 집기류가 날아가 흩어지는 등 정상적인 행사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락했다. 강풍으로 성인조차 걷기 힘든 상황에서 관람객과 참가자의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받았다. 이번 들불축제는 불을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첫 축제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제주시 측은 축제 하루 전 "비가 와도 디지털로 진행하니 문제없다"며 예정대로 강행 방침을 고수했었다. 시는 "불을 쓰지 않는 디지털 전환으로 비가 내려도 행사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정작 강풍에 천막과 무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근본적 안전 문제는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행사 취소 직전까지도 시는 "상황을 보면서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행사장 곳곳이 강풍으로 파손되고 무너진 뒤에야 전면 취소를 발표했다. 올해 들불축제는 '우리, 희망을 피우다'를 주제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개막식 하루만 진행되고 모든 주요 행사는 무산됐다. 특히 15일 예정된 디지털 달집 점화, 오름 불놓기 대신 마련된 '디지털 오름 향연', 피날레 콘서트 등 핵심 프로그램이 모두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14일 개막식에서는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축하 공연과 함께 디지털 불꽃 퍼포먼스, 미디어 아트쇼가 무사히 진행됐다. 하지만 축제 대미를 장식할 주요 행사들이 사라지며 관광객과 시민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미 충분히 예고된 강풍을 무시한 채 축제를 강행한 행정의 무리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상 예보가 며칠 전부터 지속적으로 강한 비바람을 경고했는데도, 시는 '디지털로 하니 문제없다'며 안이하게 접근했다"며 "결국 현장에서 천막이 날아가고, 사람도 걷기 힘든 상황까지 가서야 취소를 결정한 것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은 행정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시 관계자는 "남은 일정 중 16일 예정이던 '새봄, 새희망 묘목 나눠주기' 행사는 오는 22일 오전 10시 제주시 시민복지타운으로 장소와 날짜를 변경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들불축제 사태를 계기로 도의 행사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행정당국이 예상 가능한 기상 악화 속에서도 축제를 강행했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향후 대규모 행사의 안전관리 지침 강화가 요구된다. 제주시는 "현재 축제장 시설물 안전 점검과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던 만큼 시민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대가 친환경 캠퍼스를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 실천을 확산하기 위해 학생 중심의 '그린캠퍼스 서포터즈'를 운영한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와 제주대 총학생회는 친환경 교정 조성과 환경 인재 양성을 목표로 '그린캠퍼스 서포터즈 1기'를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서포터즈는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과 실천 의지를 가진 제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모집 기간은 이달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진행된다. 지원 동기와 환경 관련 활동 경험 등을 평가받아 최종 15명이 선발될 예정이다. 선발된 서포터즈들은 팀을 구성해 캠퍼스 내 환경개선 활동을 기획·실행해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또 활동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환경 보호 캠페인을 펼치게 된다.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은 제주대(www.jejunu.ac.kr) 및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www.jgec.kr) 홈페이지에서 신청 서류를 내려받아 제주대 총학생회 대표 이메일(jnuwith2025@gmail.com)로 접수하면 된다.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는 제주대 진로·취업지원 포털(JNU e-CLIPs) 비교과 프로그램 참여 기회가 제공된다. 프로그램 운영비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김진근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장은 "대학이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 친환경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주대가 지역사회 환경 개선을 선도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학생들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대는 지역 사회와 연계한 환경 보호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친환경 캠퍼스 조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SSG닷컴이 제주를 포함한 전국으로 배송 서비스를 확대한다. 당일 배송 브랜드 '쓱배송'을 '쓱 주간배송'으로 개편했다. 제주에서도 오후 1~2시까지 주문하면 신선식품과 장보기 상품을 당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SSG닷컴(쓱닷컴)이 제주 지역까지 포함한 배송 서비스 개편을 단행, 당일 배송 서비스인 '쓱배송'을 '쓱 주간배송'으로 변경했다고 18일 밝혔다. '쓱 주간배송'은 제주를 포함한 전국 서비스로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과 장보기 상품을 오후 1∼2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받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주문일 기준 사흘 뒤까지 원하는 날짜를 지정해 배송받을 수도 있다. SSG닷컴은 장보기 특화 배송 시스템을 통해 품질 신뢰도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을 적용해 배송 과정에서도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배송 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선식품 품질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신선보장제도'를 활용해 간편하게 환불할 수도 있다. 또 SSG닷컴은 기존 새벽배송도 '쓱 새벽배송'으로 명칭을 변경해 운영한다. 다만 제주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새벽배송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충청권, 부산, 대구 등에서만 제공된다. 이와 함께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배송 서비스는 ‘쓱 트레이더스 배송’으로 통합해 운영된다. SSG닷컴 관계자는 "쓱배송이라는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도착 예정 시간을 보다 명확히 표시해 고객이 원하는 배송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며 "제주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물류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서귀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80대 보행자가 차량에 치여 숨졌다. 18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1분 서귀포시 회수동 회전교차로 인근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80대 A씨가 카니발 승합차에 치였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낮 12시 27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차량 운전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횡단보도가 노인보호구역(실버존)으로 지정된 곳인지도 확인하고 있다. 노인보호구역은 교통약자인 노인들의 보행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지정된 구역이다. 보행량이 많은 노인복지시설, 경로당, 요양병원 인근 도로에 설정된다. 이 구역에서는 차량 제한속도가 시속 30㎞ 이하로 제한된다. 운전자는 감속운행과 보행자 보호 의무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특히 횡단보도 앞에서는 차량이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보호구역 내 신호위반, 불법 주정차 등 교통법규 위반 시 가중 처벌을 받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봄소식이 들리는 3월 중순 제주 산지에 최고 18㎝ 넘는 많은 눈이 쌓이고 강풍이 몰아치는 등 늦추위가 찾아왔다. 18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한라산 삼각봉에 18.1㎝의 눈이 쌓인 것을 비롯해 사제비 16.4㎝, 어리목 11.9㎝, 영실 7.8㎝ 등의 적설량을 각각 기록 중이다. 제주도 산지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오전 6시 기준 1시간 내 최대순간풍속은 고산 초속 22.2m, 한라산 진달래밭 초속 19.1m, 마라도 초속 18m, 우도·가파도 각 초속 17.3m 등이다. 현재 남부를 제외한 제주도 전역에 강풍 특보가 발효 중이다. 궂은 날씨로 한라산 입산은 불가하며, 일부 산간 도로는 차량 운행이 한때 통제됐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 도로인 1100도로 어승생삼거리∼구탐라대사거리 구간은 모든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가 해제됐다. 명림로 4·3평화공원∼명림로 입구 삼거리 구간은 대형과 소형 차량 모두 월동장구를 갖춰야만 운행할 수 있다. 기상청은 19일 새벽까지 제주에 가끔 비 또는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또 바람이 초속 25m 이상으로 매우 강하게 불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적설량은 제주도 산지 3∼8㎝, 중산간 1㎝ 내외로, 예상 강수량은 5∼10㎜다. 제주도 해상(남부 앞바다·남동 연안 바다 제외)과 남해서부 서쪽 먼바다에 풍랑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강한 바람에 물결이 2∼4m로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기상청은 "비 또는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고 싸락우박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며 "매우 강한 바람으로 항공기 지연 가능성도 있으니 사전에 운항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전 세계 AI 영상 제작자들이 참여하는 '제주 글로벌 AI 영상 공모전'이 전세계 AI 영상 제작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가 주최하고 제주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제주 글로벌 AI 영상 공모전'은 올해 처음 열리는 '제주AI국제필름페스티벌'의 일환이다. 지난 1월부터 국제 공모를 시작해 이달 4일부터 본격적인 접수를 시작했다. 공모전은 ▲픽션(네러티브 포함) ▲논픽션(네러티브 미포함) ▲아트&컬처(자유 형식) 등 3개 부문으로 나뉘며, AI로 90% 이상 제작된 3분 이상의 영상만 접수할 수 있다. 특히 '제주'를 소재로 한 작품에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현재까지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남미, 유럽, 중동 등 58개국에서 320편 이상의 작품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를 통해 모두 20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주어진다. 수상작은 '제주AI국제필름페스티벌'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접수는 오는 31일까지다. 공식 홈페이지(www.jjaiff.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송명준 제주콘텐츠진흥원 선임연구원는 "짧은 기간에도 전 세계에서 수백 건의 작품이 접수된 것은 AI 기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제주가 가진 문화·관광 매력이 결합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결과"라며 "이번 영상 공모전을 통해 제주가 글로벌 AI 시장의 주축으로 도약하고, 문화콘텐츠 산업과 관광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경찰청이 최근 잇따르는 외국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무사증 제도 보완을 핵심으로 한 '외국인 범죄 특별치안대책'을 마련했다. 제주경찰청은 정성수 차장을 단장으로 한 특별대책반(TF)을 꾸려 오는 6월 말까지 100일간 외국인 범죄 대응을 위한 종합 대책을 수립·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열린 제1차 TF 회의에서는 ▲무사증제도 보완 방안 ▲유관기관 협력 및 홍보 강화 ▲치안 인력 확충과 전문화 ▲경찰력 집중을 통한 예방·단속 등 4가지 중점 추진 방안이 논의됐다. 무사증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 방안도 마련된다. 이를 위해 제주자치경찰위원회, 검찰, 출입국·외국인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 강화와 함께 디파짓(Deposit) 제도 도입 등이 검토된다. 디파짓 제도는 외국인이 렌터카를 이용할 때 과태료 등이 부과될 가능성에 대비해 보증금을 먼저 받고, 이후 이를 정산하는 방식이다. 최근 무사증 입국 외국인들의 렌터카 사고·과태료 미납 등의 문제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도, 영사관, 관광협회, 외국인 커뮤니티 등과 협력을 확대해 체계적인 범죄 예방과 계도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 내부적으로는 외사(외국인 관련) 기능을 강화하고, 기동순찰대를 100일간 외국인 범죄 대응 전담부대로 지정해 선제적 순찰과 집중 단속 활동을 펼친다. 제주경찰청 TF 관계자는 "전체 범죄 중 외국인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3% 수준으로 낮지만 최근 발생한 일부 외국인 범죄가 도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모든 범법 행위에 대해 내국인·외국인 구분 없는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111개국 외국인들이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 가능한 '무사증 입국제도'를 시행 중이다.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제주에만 체류 가능하지만 이를 악용해 타 지역으로 무단 이탈하거나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불법체류, 마약, 절도, 폭행 등 외국인 범죄가 다변화·지능화되는 만큼 보다 촘촘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100일 특별치안대책을 통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의 재정 이월률과 불용률이 전국 광역·특별자치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예산운용의 심각한 비효율성이 도마에 올랐다. 14일 민간 싱크탱크인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자치단체장 재정 운용 중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의 2023년 기준 재정 이월률은 6.22%로 전국 9개 광역·특별자치도 중 가장 높았다. 이는 민선 7기였던 2021년(6.17%)보다 오히려 소폭 상승한 수치다. 3년 연속 6%대를 유지하며 예산 집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주는 9개 광역·특별자치도 중 유일하게 이월률이 5%를 넘긴 지역이다. 전국 평균 이월률(2.4%)과 비교해 2.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다음으로 이월률이 높았던 경북도청이 4.0%, 나머지 7개 지역은 1~2%대에 그쳤다. 이월금액도 2022년보다 12.28% 증가해 전국 평균 증가율(8.22%)보다 높았다. 이월은 당해 연도에 쓰지 못한 예산을 다음 해로 넘기는 것이다. 이월률이 높다는 것은 계획했던 예산 집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편성한 예산을 적기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불용률(집행하지 못하고 남긴 예산 비율) 역시 제주가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2023년 제주도의 불용률은 2.46%로, 전국 9개 광역·특별자치도 중 유일하게 2%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불용률(0.85%)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제주에 이어 충북(1.71%), 전남(1.2%), 경기(0.79%), 전북(0.74%) 순이었다. 다만 도의 불용률은 2021년(2.99%)에 비해 0.53%p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이다. 참고로 전북의 경우 같은 기간 2.16%에서 0.74%로 불용률을 대폭 줄이며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불용액은 당초 계획한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남은 금액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즉, 도민과 약속한 정책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행정 신뢰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보고서에서 "2023년 회계연도에 국세 결손과 지방세수 감소 등으로 자치단체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월률과 불용률은 오히려 2021년에 비해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민선 8기 자치단체장들의 재정 운용에 대한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특히 "제주는 광역단체 중에서도 이월·불용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재정 운용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과 사업에 예산을 적기에 집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릴레이 농성에 돌입하자 국민의힘 도의원들이 이를 '정치쇼'로 규정하며 농성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17일 오전 11시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은 농성을 중단하고 정책의 장으로 돌아와 도민을 위한 일에 집중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을 기각했음에도 민주당이 또다시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29건의 탄핵안을 발의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탄핵 남발로 국정 혼란과 행정 공백이 발생했고, 국민 세금까지 낭비됐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며 "민주당 도의원들은 더 이상 정치적 쇼를 멈추고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지역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민들의 삶을 챙기기는커녕 정치 이슈에만 매몰돼 있다"며 "민주당이 '먹고 사는 문제'를 외치면서도 실제 민생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말한 '먹사니즘'을 지역 정치인들이 외면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며 벌이는 정치쇼가 아니라, 도민을 위한 심부름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들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란 행위와 불법 비상계엄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제주 4·3의 아픔을 기억하는 도민 앞에서 정치인들은 이를 옹호하거나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내란 시도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농성을 국민의힘이 '정치쇼'로 매도한 것은 같은 도의원으로서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이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시도에 어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국민의힘 도의원들이 도민의 삶을 걱정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윤석열 정권의 경제 실패로 고통받는 도민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비상계엄까지 준비한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우리의 행동을 정치공세로 몰아가지 말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탄핵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도민의 뜻을 받들어 국가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도의회의 정상적 운영을 막고 도민 민생 현안 처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용주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의회가 정쟁에 매몰될 경우 도민의 삶과 지역 현안이 방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치적 대립을 넘어서 도민을 위한 실질적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에 따라 이 같은 논란은 앞으로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교육청은 오는 22일까지 독일 데트몰트국립음대 교수진 5명을 초청해 함덕고 음악과 학생을 위한 집중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클라리넷 및 오케스트라·앙상블 지도 토마스 린트호스트(Thomas Hans Friedrich Lindhorst) 교수, 트럼본 지도 오트마르 스트로벨(Otmar Strobel) 교수, 마림바 지도 후미토 누노야(Fumito Nunoya) 교수, 성악 지도 클레멘스 잔더(Klemens Sander) 교수, 피아노 지도 이수미 교수가 참여한다. 이번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는 학생은 피아노 27명, 성악 15명, 현악 13명, 금관악기 11명, 타악기 6명, 플루트 5명, 클라리넷 3명 등이다. 이들은 개인 지도를 받고, 작곡과 실용음악 등을 포함한 1∼3학년 전체 학생 103명은 공개 마스터클래스와 오케스트라 마스터클래스를 받는다. 초청 교수진과 함덕고 음악과 학생들은 이번 교육의 마무리 프로그램으로 오는 21일 오전 함덕고 음악관에서 기획 연주회를 연다. 도교육청과 데트몰트국립음대는 2019년 교육 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류가 중단됐다가 2023년 처음으로 교수진을 초청해 함덕고 음악과 마스터클래스를 운영했다. 상반기에 초청 교육을 받은 학생 중 희망하는 학생은 하반기에 데트몰트국립음대로 단기 연수를 가는데 2023년 12명, 지난해 16명이 다녀왔다.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함덕고 음악과 학생들이 선진 음악교육을 체험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의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예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의 한 양돈장에서 불이 나 돼지 10마리가 폐사했다. 18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3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양돈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화재 당시 돈사 안에 있던 외국인 근로자 2명이 불을 끄면서 큰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돼지 10마리가 폐사하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온열기기 사용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제주 서귀포에서 봄맞이 축제가 열린다. 서귀포문화사업회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제14회 서귀포봄맞이축제'를 정방폭포 주변 서복공원과 소암기념관, 서귀진지, 표선면 가시리 일원에서 연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축제는 올해부터 서복공원 일대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 이곳은 제주목사 이형상이 1702년 행한 탐라순력 중 정방탐승이 이뤄졌던 상징적 장소다. 축제는 첫날 21일 서귀포의 물문화를 조명하는 시민포럼(소암기념관)에 이어 평화와 장수를 기원하는 남극노인성제 재현(서귀진지)으로 시작된다. 둘째날인 22일 서복공원에서는 전통음식체험(몰망국과 돗궤기반), 봄맞이걸궁, 진달래꽃 화전놀이 재현, 전기떡(빙떡) 및 별떡체험, 문화예술공연, 은지화 그리기 등이 펼쳐진다. 올해도 ‘먼 훗날의 서귀포를 나누어 드립니다’를 주제로 꽃나무 나눔행사가 이어진다. 또 전문가가 동행하는 서귀포 옛 물길산책, 서귀포 인문학 걷기가 시민과 관광객 대상으로 마련된다. 셋째날인 23일에는 표선면 가시리에서 오전, 오후 두차례 열대·아열대·난대 식물문화탐방이 진행된다. 올해로 두 번째인 식물탐방행사는 제주 자생 난대·아열대 식물과 봄나물 체험, 그리고 기후변화를 알리고 대응할 수 있는 수종을 관찰하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한다. 이번 축제는 자연제주와 왈종미술관, 탐라문화유산보존회,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제주환경문화원, 유니세프서귀포시후원회, 한국미술협회서귀포지부, 서귀포시소상공인연합회, 송산동연합청년회, 사람과사람들, 탐라차문화원, 제주생명자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후원한다. 자세한 문의는 서귀포문화사업회(064-733-2345)로 하면 된다. 서귀포봄맞이축제는 서귀포의 아름다운 봄꽃과 마을을 연결해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제주 전통문화와 미래의 생태환경을 함께 고민하는 시민주도 행사다. 지난 2011년 서귀포시민들에 의해 시작된 서귀포봄맞이축제는 지난달 말 전문가 평가결과 제주도 광역부문 유망축제로 선정됐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100년을 넘게 살아낸 후에는 다시 어린아이로 태어나는 걸까. 마치 한 살 아이처럼 하루 종일을 끄덕끄덕 조시는 어머니가, 잠꼬대를 하신다. “장로님, 날 찾아줍서! 나 손 잡아 줍서...”. 아버지께서 대포교회의 장로가 되신 후로, 어머니는 늘 아버지를 ‘우리 장로님’이라고 불렀다. 아, 어머니가 몹시도 외로우시구나.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우신 게다. “어머니, 아버지는 천국에서 하루 종일 어머니를 지켜봠수게. 아버지가 어떻게 어머니를 한순간이라도 잊으시쿠과? 보지 않고 어떵 살 수 이시카, 예?” 그럴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동서녘으로 이웃해서 사셨다. 마을 사람들은 리사무소가 있는 못동네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방향을 따라 ‘동동네, 섯동네, 알동네, 웃동네’라 불렀다. 아버지는 해가 떠오르는 동동네 허 장 할으방의 종손으로 태어났다. 그 유명한 동의보감의 허 준, 홍길동전의 허 균처럼, 양 천 허씨들은 이름을 외자로 썼다. 아버지는 1923년 1월 20일생, 양천 허씨 가문의 34세손이자, 제주도로 들어온 조상의 계보로는 24세손이다. 입도조(入道祖)인 송암공 허손(許愻)은 고려말에 대제학의 벼슬을 지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같이 조선을
12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볼트·너트·스프링 등 253개 파생상품에 25% 관세가 부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유럽연합(EU)도 미 공화당 근거지인 켄터키주의 버번위스키, 위스콘신주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을 콕 집어 10∼50% 추가 관세로 맞섰다. 트럼프 정부의 첫 품목별 보편관세 부과 조치로 한국산 제품도 25%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그동안 적용받던 철강 면세 쿼터(연간 263만t)도 없어졌다. 대미對美 3위 철강 수출국인 한국(29억 달러·9%)은 US스틸 등 현지 업체에 비해 불리해졌다. 중국산의 덤핑 공세로 업황이 악화한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대미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래도 ‘20% 추가관세+25% 철강 관세’의 이중고를 겪는 1위 캐나다(71억 달러·23%), 2위 멕시코(35억 달러·11%)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또한 열연강판은 25% 관세를 물어도 미국산과 가격이 비슷하다. 다행히 자동차용 강판·컬러강판·강관 등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쿼터가 없어져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생겼다. 글로벌 관세전쟁도 결국 우리가 대응하기
영화의 마무리는 뜻밖에도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의 13살짜리 딸 로즈가 담당한다. 영화 내내 말수도 적고 부모에게 순종적인 착하고 예쁘장한 여자아이다. 당시 최고 흥행 드라마였던 ‘프렌즈(Friends)’에 과몰입 현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또래 아이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면서도 왠지 조금은 독특한 아이다. 어른들이 모두 패닉 상태에 빠지는 재난 상황에서도 로즈는 무표정하고 감정의 동요도 없고 공포도 느끼지 않는 듯하다. 거의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모습이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로즈가 보여주는 그 ‘해탈’의 정체가 드러난다. 재난 상황에서 아만다와 클레이(에단 호크 분) 부부가 집주인 조지와 근심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근처 어딘가에 누군가 재난에 대비한 시설과 준비를 해놓은 집이 있다’는 카더라 통신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로즈가 무표정하게 그 대화를 듣고 있다. 다음날 로즈가 실종된다. 어른들의 대화에서 엿들은 ‘그 집’에 가면 혹시 드라마 프렌즈의 최종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무 말 없이 ‘가출’해버린 것이다. 감독이 부각하는 로즈는 소위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2010년 이후 출생자)’다. 사회학자들은 ‘디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02년 개정된 ‘독일 기본법’(연방 헌법) 제20a조는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국가는 헌법질서의 모든 범위 안에서 입법은 물론, 법령과 정의, 행정적 및 사법적 조치를 통하여 생명과 동물의 자연적 기반을 보호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German Basic Law, Article 20a, Mindful also of its responsibility towards future generations. The state shall protect the natural foundations of life and animals by legislation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50년대 이래로, 개방을 포함한 여러 가지 명목을 가진 봉건의 유물인 항방(行幇)은 중국대륙에서 금지되면서 일시에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거지나 거지 항방이 야기한 문화 토양, 경제 환경은 사회제도의 변혁에 따라 깨끗하게 없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빈곤과 그에 상응하는 전통문화는 거지를 생겨나게 했다. 그 사회현상을 이용해 범죄 활동하는 거지 항방의 출현은 피할 수 없었다. 당대 중국대륙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랑자 범죄 집단이 된 거지 항방은 부정할 수 없는 폭력조직, 흑사회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없애지 못하면 현실 사회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게 될 것이었다. 잠재된, 잠복해 있는 폐해이며 재난이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보도에서 드러난, 조사했던 자료 중에서 당대 중국 거지 항방의 종적을 찾아 볼 수 있다 : 여기는 만리장성 이북에 있는 중소형 도시다. 거지들은 각각 ‘점아(點兒)’가 있어 아무렇게나 끼어들 수 없다. 나는 9일을 머물렀다. 거의 매일 거리를 헤매는 ‘흑색의 유령’을 ‘정찰’하러 다녔다. 놀랐다. ‘유령’들의 얼굴에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 기색을 어찌 전혀 찾아볼 수 없는가? 인원이 거의 고정되어 있고 행동도 규칙적이어서 충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안내원이 내게 말했다. 여기에서 구걸하는 거지는 모두 ‘자격’이 있다고. ‘경력’이 짧은 사람은 1년 반 정도이고 ‘경력’이 많은 사람은 칠팔 년이나 됐다고 하였다. 마침내 알게 되었다 : 그곳의 거지는 한 ‘개방(丐幇)’에 속해 있었다. 느슨한 연합 방파였다. 피차 협력하고 이끄는 방주인 ‘대야(大爺)’ 한 명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대야’는 거지가 아니었다. 직업은 개인 경영자로 책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었다. 30여 세가 됐을까, 겉으로는 문약하게 보였으나 내실은 강하고 횡포했다. 무술을 할 줄 알았고 감옥에도 갔다 왔다. 지금은 연간 수입이 1만 원(元)을 넘었다. 그의 수중에는 몇 개의 ‘근거지’(세력 기반)가 있었다. 가로로 놓인 길이 가장 풍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지’였다. 그는 ‘근거지’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지만 거지들을 느슨하게 통제하였다. 새로 온 거지는 그에게 큰절하기만 하면 됐다. 그는 그들에게 활동지역을 분배해 주는 책임이 있었다. 현재의 거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거지들 사이의 관계를 조절하였고 그들의 갈등을 해결해 줬다. 우연히 다른 거지가 재난을 당하고 병에 걸리면 그가 ‘자신의 재물을 내어 의로운 일을 하였다.’ 거지들은 그를 의지했고 신뢰하여 공물을 바치기를 청원하였다. 물론 그가 얻는 것이 그가 보시하는 것보다도 많고도 많았다. 그런 거지 사이의 묵인은 ‘개방’의 법규가 되었다. 월권을 하는 자는 엄격한 제재를 당했다. ‘지역’은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3, 6, 9 등으로 나누어 직접적으로 거지의 수입과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지역 분배는 사람마다의 표현, 경력 등을 기준으로 제때에 조정했다. 급작스럽거나 경솔하지 않았다.(『거지종적(乞丐行踪)』)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쌍성 거치처의 초기 단두는 팔기(八旗) 출신 장상(張祥)이었다. 사람들은 ‘점야(占爺)’라 불렀다. 1914년에 장상이 죽자 그의 수양아들 관복길(關福吉)이 계승하였다. 별호는 관사자(關傻子)였다. 관사자는 익살스런 관상을 가지고 태어났다. 극단에서 단역을 맡을 때에 『법문사(法門寺)』 중의 어린 태감 가계(賈桂)역과 『홍란희(紅鸞禧)』 중의 거지 단두 김송(金松) 역을 연기할 정도였다. ‘점야(占爺)’의 의발을 이어받으면서 현관(縣官)과 상회 회장의 환심을 샀다. 처음에는 괜찮게 거지를 관리했지만 나중에는 갈수록 각박해져서 구타하지 않으면 욕을 해댔다. 모든 거지에게 길거리에 나가 구걸하도록 했다. 그리고 구걸해온 밥과 탕을 먼저 그의 조수에게 검사케 하여 고기나 완자 같은 것을 골라내어 자신이 먹었다. 겨울이 오면 거지 방에 땔감을 제한하였다. 언 방에서 추워서 덜덜 떨게 만들어 설사까지 할 지경이었다. 1917년 겨울, 20여 구의 얼어 죽은 거지 시체를 거지 집에 차곡차곡 쌓아둔 후 얼었던 것이 녹을 때쯤에서야 성 밖 귀왕묘(鬼王廟)의 만인갱(萬人坑) 속에 던져 넣었다. 매장할 때 널을 뽑아냈을 뿐만 아니라 입었던 닳아빠진 의복까지 벗겨냈다. 외지에서 구걸하러 온 거지들은 낡은 사찰에서 야숙을 하는 일이 있어도 감히 거지처에는 가지 않을 정도였다. 10년 후, 관복길이 병들어 죽었다. 그때 전대 단두 장상의 손자 장흥방(張興邦)은 40여 세에 이른 나이였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아편쟁이였다. 장흥방은 상회에 뇌물을 주고 선조의 유산을 이어받아 제3대 단두가 되었다. 그는 관복길보다 더 잔혹하게 거지를 학대하였다. 거지들은 그에게 돈을 벌어주기 위하여 일해야 했다. 만주(滿洲)정부 시절에 격배(袼褙, 헝겊 조각이나 넝마 조각을 붙여서 만든 두꺼운 조각. 주로 천으로 된 신발을 만드는 데에 쓰였다)가 일시에 부족해지자 그는 폐품을 모두 사들여 여러 거지에게 격배를 만들게 한 후 고가로 팔아치워 많은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주택을 수리했을 뿐만 아니라 농지 20여 경(垧)을 추가 구입하여 소작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고리대를 놓아 높은 이득을 얻었다. 1946년 쌍성이 해방군에게 복속되자 당시 거지처에 있던 50여 명의 거지와 소작농들이 한꺼번에 철저한 결산을 요구하였다. 장흥방은 분노한 민중 앞에서 아편을 먹고 자결하였다. 이때부터 3대에 걸쳐 통치한 쌍성의 거지처는 자연스레 해산되었다. 쌍성부 거치처와 같은 그런 관청에서 경영하는 특수한 개방은 일반 오합지졸이 모인 개방과는 달랐다. 지방 관료와 토호가 자신의 이익을 유지하려고 만든 자선 기구였지만 항방을 우두머리의 방법으로 단두를 임용하고 관리토록 하였다. 개방 전통 관습처럼 권위를 상징하는 ‘간아(杆兒)’(타구봉)를 내세워 단두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당시 거지들을 거지 항방에 대한 신비감과 공포 심리를 이용하여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묵묵히 감내하고 사역하는 노예로 만들었다. 실로 ‘고명(高明)’한 거지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런 개방의 패권은 여전히 본바닥 건달과 불량배들이 장악하고 있는 구조였기에 역시 거지 흑사회의 하나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승익의 그 자리에 있는 마음 작품은 화가 자신의 정신적 가치를 보여준다. 거기에는 작가의 기질이 그대로 나타난다. 기질이란 생태학적이고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특유의 성격을 말한다. 우리는 작품에서 바로 연상되는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작품에서 첫인상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인상이 전체를 말하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적어도 그 화면에서 화가의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림에서 보여주는 색채와 형태와 분위기는 그 화가의 형태적 사유와 미학의 지향점을 말해준다. 오승익의 작품에 드러나는 모티프에는 두 가지 감정이 배태돼 있다. 차분한 이성으로 행동을 절제하는 태도가 드러나고, 다른 하나는 잠재된 의욕이 모여서 분출의 순간을 기다리는 고요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이런 감정들은 오승익 화폭의 몇 가지 특질로 나타난다. 오승익의 한라산의 분위기는 매우 육중하게 다가온다. 적어도 그 산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실재보다 더 많은 무게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무게는 바로 오승익이 잠재된 삶의 무게라고 할 수 있다. 한라산은 오승익의 마음에 품고 있었던 역사적인 운명의 무게라면, 거기에는 말 못할 가족사가 묻혀있고, 이웃의 아픔들이 스며있어서 거기에서 파생된 삶과 4·3이라는 역사적 고뇌들이 쌓인 심리적 높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은 어떤 각도로 봐도 고뇌의 산물이다. 그것이 삶 자체의 고뇌이든 그것이 반영된 표현적 고민이든 물감의 색과 마띠에르는 오승익의 내면이 뚫고 나온 표면의 껍질이 된다. 표면에는 상처를 상징하고 있는 흔적들이 있다. 화면에 빠른 붓으로 드문드문 그어진 가로선의 돋을 표현들은 오랜 시간 억눌린채 지나온 상처받은 영혼들의 고함이기도 하다. 무릇 그 흔적의 두께는 그의 숨겨진 역사의 심리상태에 대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승익의 화면은 가로로 분할된다. 네 가지 색으로, 혹은 세 개의 색으로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 유형들을 보면, 먼저 엷은 하늘, 적설(積雪)의 흰색, 초록으로 덮인 아아용암색, 그 아래에는 갈색 등 4단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엷은 하늘, 붉은색과 녹색 3단 화면 공간, 황토색 하늘 녹색의 산맥, 짙은 초록 기슭의 3단 구성, 밝은 황토의 하늘, 붉은 산, 갈색으로 변해가는 녹색의 3단 화면, 그리고 황토색의 하늘, 검어지는 브라운 컬러의 그러데이션 3단 구성 등이 있다. 화면은 대체로 강렬한 보색을 이루면서도 어둡다. 화려하거나 찬란한 색들은 보이지 않는다. 분할된 화면이지만 전체적으로 모노톤의 특성들이 배어난다. 빛의 흐름도 밝음과 어둠이라는 대비가 주를 이룬다. 한라산은 뼈와 살, 아픔과 인내, 고통과 치유, 노출과 그늘, 내면과 표면, 감춤과 드러냄이라는 상징체계가 되고 있다. 그리고 화면에는 누군가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기호처럼 죽은 자의 산담 무덤이 있고, 민군(民軍)의 돌무지 무덤, 천리(遷移:이장)한 무덤이 숨은 듯 있다. 인적이 드문 길 숲 앞에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나무는 마음에서 삭이면서 살아온 묵시적(黙示的) 존재들에 대한 기념비로 보인다. 한라산은 4가지 색채로 등장한다. 화산의 아아용암색, 식생의 녹색, 계절의 흰색, 그리고 마음의 붉은 색이 그것이다. 아아용암색은 제주를 상징하는 화산의 색으로 불의 색이기도 하다. 검회색의 현무암과 더불어 제주의 몸체를 이루는 섬의 외피가 되는 색이다. 이것이 승화되면서 비로소 붉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아아용암은 태토(胎土)와 같다. 가장 근원적인 시작을 의미하는 원형(原形)인 셈이다. 녹색은 오랜 세월 한라산을 3계절 덮는 현상적 색이다. 녹색은 미묘하게 변하며, 내부적으로 토양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고, 외부적으로는 온도와 비바람의 조건에서 태어나는 색이다. 흰색은 눈이며, 한라산의 외형을 덮는 색이다. 흰색이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한라산의 아픔을 덮으면서 평온을 찾고, 희망을 기다리는 순간의 색이다. 한라산을 덮음으로써 새로운 것들을 기다리게 한다. 하얗게 덮인 산간의 모습은 휴지기의 여유를 보여줌으로써 산도, 사람도, 잠시 숨을 돌리게 한다. 그러나 그 눈 아래, 마음속 선연한 색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관념적 사상 때문에 그 붉은 색을 정치적인 이념이 색으로 도색(塗色)해버린 파시즘의 역사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승익은 다시 붉은색으로 붉은색을 치유하고 있다. 단지 색은 색일 뿐이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있는 사람들의 뒤틀린 의도가 만들어낸 도그마를 용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붉은색은 마음의 색으로 순전히 작가의 정신에서 탄생한 심리적인 색이다. 그 붉은 색은 자극적인 감정 상태에 의해 만들어진 색으로 막힌 가슴을 풀어버리는 색이기도 하다. 인생 자체가 고통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은 그 고통을 감내할 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통로를 찾지 못한다. 오승익이 유독 붉은색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그 색을 보면 마음이 더 후련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 색의 자극이, 치유를 위해 내 던져진 존재를 새롭게 풀어헤치는 살풀이와도 같은 것이다. 상처를 자극으로 치유하라. 가족사의 아픔을 고백적 외침으로써 맺힌 가슴을 뚫어버리는 행위가 같은 것이다. 붉은색의 고정된 관념을 극복하면서 얻은 평온이 그에게 색다른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비로소 붉은색은 흘러나오는 식은 색이 아니라 온기를 가지고 돌고 도는 생명의 색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이번 그 자리, 한라산은 지금껏 작가가 집중해온 토르소, 흔적, 치유, 실험이라는 담론의 노정(路程)에 있다. 그 길은 무겁고 오래 걸리기도 했다. 짐을 벗으면 발길이 가볍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마지막 프로세스로서 한라산이란 테마를 마감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리 한라산은 시간의 지층 아래에서 새로운 주제를 떠받치는 또 다른 태토가 돼 줄 것이다. 오승익은 이제 미술교사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전업 화가의 출발선에 서게 됐다. 그 자리, 한라산이 이제는 내 자리 한라산이 돼 그 산에 올라서 멀리 보게 될 것을 기대한다. 시간의 힘은 위대하다. 이제 그는 다른 흔적을 시간과 함께 남겨야 한다. 어머니 산 한라산이 자신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숭고한 이름으로 남을 때까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거지 항방(行幇)은 모두 민간 비밀집단이었지만 예외적으로 관청이 경영하는 개방도 있었다. 옛날 흑룡강(黑龍江) 쌍성부(雙城府)의 ‘걸개처(乞丐處)’가 관방의 개방이다. 옛날에 쌍성부 서남 모퉁이에 부익장(富翼長)이라는 거리가 있었다. 그 거리에는 산병홍(傘屛紅) 대문이 있었고 대문에는 금색 문자로 쓴 ‘쌍성부 걸개처’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곳이 청나라 말기부터 민국을 거쳐 만주국 14년(1945)까지 약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떠들썩했던 쌍성부 관청이 경영했던 개방의 소재지였다. 외원에는 동서로 곁채 초가집 5동이 있었다. 처마가 낮고 종이 창문으로 돼있는 일명량암(一明兩暗)1) 형태였다. 실내 맞은편에 있던 온돌이 거지들의 숙식처였다. 문을 들어서면 정면의 해청방(海靑房) 5칸이 있었고 동서로 각 2칸이 배치되어 있었다. 모두 기둥과 대들보를 채화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거지처의 단두(團頭)가 머무는 곳이었다. 명의상에는 유랑하는 거지를 맡아 기르는 자선단체라 되어있지만 사실상은 항방(行幇)이라는 수단으로 거지에게 사기 치는 그야말로 염왕전(閻王殿)이나 다름없었다. 거지가 거지처에 들어가면 단두의 부하 아닌 부하, 노예나 다름없었다. 노역 하면서 욕 듣고 매 맞았다. 단두의 권위는 ‘간아(杆兒)’〔타구봉(打狗棒)〕를 가지고 상징으로 삼았다. 2척 길이의, 위에는 검은색, 아래는 붉은색으로 되어 있는 몽둥이였다. 몽둥이 끝에는 가죽 채찍이 묶여있었다. 그것을 근거로 관리가 거지를 관리하면서 관방에서 직접 파견된 특별한 개방 방주가 되었다. 거지의 식량은 화명책(花名冊)을 근거로 매월 상회에서 1인 1두 수수쌀〔고량미(高粱米)〕을 공급했다. 의복은 매년 군경에서 반납, 폐기하는 낡은 의복 중에서 골라 썼다. 땔나무는 성문 4곳에 파견되어 지키는 거지가 성으로 들어오는 땔감 파는 사람의 짐이나 수레에서 뽑아 가졌다. 가장 많은 시기는 한 계절에 수천 다발이나 모을 수 있었다. 단두가 거지에게 버려진 시체나 사형수 시체를 염하고 매장하는 일에 노역하도록 할 때에는 관례대로 상회에서 별도로 비용을 발급하였다. 그러나 그런 수입은 거지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많은 부분을 단두가 개인적으로 착복하였다. 이외에도 단두에게는 매년 음력 정월 15일 대보름날과 부잣집에서 혼례나 장례를 거행할 때에 관례대로 뭉칫돈이 들어왔다. 정월 15일 전후 3일 전통 대보름 기간에 단두는 ‘등관(燈官)’을 맡아 등을 걸지 않은 상점에 벌금으로 양초, 원소(元宵) 등을 받았다. 한 번에 수천 가치나 되는 물품을 걷을 수 있었다. 동시에 ‘등관녀’〔등관양자(燈官娘子)〕로 분장하여 ‘창기의 빚’〔표장(嫖帳)〕을 요구한다며 점포에 ‘구상(求償)’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였다. 부잣집에서 혼례나 장례가 거행될 때면 단두의 ‘간아’(타구봉)를 문 옆에 걸어두고 거지가 와서 구걸하지 못하도록 했고 그에 따른 하루 노임을 계산해 단두에게 사례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큰일을 하면서 거지를 고용해 의장을 들도록 했다면 단두가 얻는 사례금은 더 많았다. 그러한 수입 대부분은 거지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모두 단두의 소유로 귀속되었다. 거지처가 거둔 거지는 상회에서 규정한 음력 매월 초하루, 보름 이틀 동안만 거리에 나가 구걸하였다. 그날이 규정대로 행하던 거지에게 돈을 지불하는 날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중국 가옥의 방 배치의 하나로 한 동(棟)이 세 칸으로 되어 있으며 외부로의 출입구는 중앙의 칸 ‘당옥(堂屋)’에만 있고, 양 곁의 칸 ‘이옥(里屋)’에서는 중앙의 칸을 통하여 출입하게 되어 있는 구조의 집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