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훈공, 재명지존 라인과 동맹 반열 오르나?
오영훈·위성곤, '출판정치' 맞대결 ... 3월2일 제주한라대서 북콘서트 vs 출판기념회
청년고용 한파에 AI 충격까지 … ‘K-노동개혁’ 속도 내야할 때
8억원 횡령 제주감귤농협 40대 직원 해외 도피 ... 경찰, 추적 중
"제주는 지금은 용왕님과 만나는 시간" ... '해녀굿' 21일부터 봉행
<2보> 윤석열 1심 '비상계엄=내란' 무기징역 … "국헌문란 목적 폭동"
여야끼리 진영끼리 … 참 딱한 그들의 사생결단
올해 설 연휴 25만명 제주 찾았다 ... 지난해보다 8% 증가
하수관로 공사중 '공공소화전 물' 무단 사용 건설업체 검찰행
마라도 해상서 물에 빠진 10대·50대 父子 구조 ... 아버지는 헬기 이송
제주는 자타가 인정하는 완벽한 석다도(石多島)다. 사방이 온통 돌 천지인 ‘돌의 나라’다. 화산섬 제주는 돌 문화가 섬 문화의 핵심이다. 지천에 널린 제주 돌은 예전부터 제주 사람들의 의식주 전반에 독특한 생활 문화를 만들어냈다. 제주 사람들은 돌에서 왔다가 돌로 돌아간다. 돌 구들장 위에서 태어나 산 담에 둘러싸인 묘에 묻혔다. 소금 생산도 갯벌이 아닌 돌바닥 위 돌 염전에서 이루어졌다. 옛 제주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다 ‘돌챙이(석수장이)’ 기질을 타고났다. 제주도는 신생대 제3기 말에서 신생대 제4기에 걸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신생대 제3기 말 용암이 바다에서 분출되기 시작해 제4기 동안 화산활동이 계속됐다. 모두 79회 이상에 달하는 용암 분출이 관찰됐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제주는 '돌 박물관'이다. 섬은 산과 들은 물론 바다까지도 온통 돌밭이다. 1601년 안무어사로 제주에 파견된 김상헌이 쓴 『남사록』(1601년) 풍물 편에는 '제주 땅에는 바위와 돌이 많고 흙이 덮인 것이 몇 치에 불과하다. 흙의 성질은 부박(浮薄)하고, 건조하며 밭을 개간하려면 반드시 소나 말을 달리게 해서 밟아줘야만 한다. 흙 속에 몇 치만 들어가도 모두 바위와 돌이니 그래서 깊이 밭을 갈 수가 없습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화산 분출의 산물인 제주에는 돌무더기가 산재하고 바람이 많아 농업 활동을 하기 힘든 척박한 환경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밭에 들어와 애써 키운 농작물을 훼손하는 짐승이나 가축도 골치였다. 너도나도 오래전부터 돌담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제주 돌담은 쌓은 모양에 따라 외담, 접담, 잣벡담(잣길)으로 구분한다. 위치에 따라 초가 외벽 축담, 집 주변 울담, 집으로 들어가는 올렛담, 밭과 밭 사이 경계는 물론 소나 말 등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밭담, 해안가 원담(돌 그물), 목장에 두른 잣 성과 캣담, 무덤을 보호하는 산담 등 다양한 형태로 제주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이뿐 아니라 제주 돌은 해녀들의 오랜 해방구 ‘불턱’이 되기도 하고 옛 군사 방어용이던 진성(鎭城)과 환해(環海)장성이 되기도 했다. “도로변의 돌담, 집과 집을 구획하는 울담, 밭과 밭을 구획하는 밭담 등은 제주만의 명물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루마니아의 작가 게오르규 신부가 1974년 제주 방문했을 때 제주의 돌 경관을 예찬하며 남긴 소감이다. 요즘에도 제주의 산 담이나 원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외국인들이 신기해한다. 문화관광부는 2006년 한국의 거주 생활 부문에서 제주 돌담을 ‘100대 민족문화 상징'으로 선정했다. 제주 밭담은 제주인이 척박한 자연환경과 맞서 일궈 온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농업 유산이다. 바람결을 따른 곡선과 현무암의 검은색은 제주 섬의 선과 색을 대표하는 제주 미학의 정수이다. 제주 돌담은 바람을 막지 않는다. 바람을 솎아주고 가는 길을 내준다. 얼핏 대충 쌓은 듯 보이는 울퉁불퉁 구멍 숭숭한 제주 돌담은 거친 바람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멋이 담겨있다. 밭담은 제주 전역에 다 있다. 시커먼 제주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제주 돌담의 총길이는 3만6000여㎞이다. 이 중 밭담은 2만2000여㎞로 추정된다. 이처럼 끝없이 이어진 제주 돌담을 현무암같이 검은 흑룡의 꿈틀거리는 모습 같다고 해서 ‘흑룡만리(黑龍萬里)'라고 부른다. 2013년 제주 밭담이 국내 최초로 국가중요농업유산 제2호로 등재되었으며, 2014년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제주에서는 매년 9월 제주 밭담을 대내·외에 알리고 농업 유산의 가치를 공유하며, 후세에 계승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제주 밭담 축제’가 개최된다. 밭담 길 걷기, 밭담 쌓기 체험, 밭담 그리기, 밭담 사진 전시 등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 밭담 체험은 밭담 교육과 빙떡 만들기 체험, 밭담 쌓기, 불 턱 체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밭담 쌓기 체험 시에는 평생 돌을 쌓으며 살아온 제주의 숨은 ‘돌챙이(석공)’들이 나와 직접 사라져가는 밭담 쌓기 기술을 전수한다. 지금도 제주 곳곳에는 돌담 장인, 원담 장인,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 비석돌 장인, 비석 각자 장인, 초가장 축담 장인, 거욱대 장인, 돌 ‘벌르는’ 장인, 돌하르방 조각장인, 옹기 돌가마 장인, 돌담 장인 등 제주의 전통 석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숨은 고수가 많다. 2023년 조환진 돌담 장인(1974년생)이 펴낸 『제주 돌챙이』에서는 제주도 돌 문화의 최전선을 지켜온 이들 12명의 삶과 일을 문답식으로 쉽게 정리해 놓고 있다. 지난해 조환진 장인을 만나자마자 나는 거친 ‘돌챙이’ 일을 하면서도 제주 석공 장인들의 삶과 일을 기록하고 책자로 만든 그에게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수줍어하며, 서양사를 전공한 그가 아버지를 이어 2대째 석공을 하는 사연을 자세히 말했다. 그는 고 송성대 교수의 권유로 제주대학교 지리학과 대학원에 진학, 현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실 제주 돌담을 ‘흑룡만리’라고 처음 이름한 사람이 바로 고 송성대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다. “제주 돌담은 제주 사람과 많이 닮았다. 투박하고 언뜻 거칠어 보이기도 하지만 자연스럽다. 막히지 않고 여유롭다. 원래 제주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 집 울타리는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돌 다루는 솜씨가 있었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 아파트 문화가 보급되면서 이제는 사라졌다. 지금은 이를 가르쳐 주는 데도 없다.” 제주에서 현재 유일하게 돌담 교육을 제공하는 제주시 한림읍 ‘돌빛나 예술학교’ 교장 조환진 돌담 장인의 주장이다. 조 장인은 학교를 시작하면서 '돌담 쌓는 기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전문 직업인 양성 보다 자기 집 울담이나 밭담이 무너지면 스스로 쌓을 수 있게 가르치자는 취지였다. 50년 전 부모님을 도와 감귤 과수원을 조성하기 위해 밭담을 쌓던 때가 떠올라 나 역시 깊게 공감이 갔다. 2023년 조환진 장인과 제주 석공들이 이탈리아 ‘사시 에 논 솔로(Sassi e Non Solo)’ 축제에 참가하여 해외 석공들과 실력을 겨뤘다고 한다. 제주 석공들은 규정된 돌담 상부에 높이 40㎝ 돌하르방을 넣었다. 돌담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제주 돌담의 특성을 알리는 기회였다. 이어 제주 석공들은 아일랜드 도네갈 지역에서 열리는 ‘돌 축제’에 참가했다. 도네갈 시내 성당 앞에 1.4m 높이 돌하르방을 세우고 주변에 돌담을 쌓았다. 도네갈은 제주시 한림읍 ‘성 이시돌 목장’을 설립하는 등 제주 지역에 큰 공헌을 하고, 2018년 선종한 패트릭 J. 맥그린치 신부의 고향이어서 의미가 더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정책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제주지식산업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제주한라병원이 세스란스병원과 손잡고 제주에서도 수도권 ‘빅5’ 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시작한다. 제주한라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다음달 6일 오전 11시 제주한라대 한라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공동진료센터 개소식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제주한라병원 본관 1·9층에서 문을 여는 공동진료센터는 도민들의 원정진료 부담을 줄이고, 진단부터 치료·사후관리까지 지역 내에서 해결하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설립됐다. 공동진료센터는 양 기관 의료진이 함께 진료와 수술을 진행한다. 필요에 따라 다학제 진료 시스템 구축으로 실시간 원격 화상 협진을 진행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의회 고태민 의원(애월읍 갑·국민의힘·문화관광체육위원장)이 다가오는 6·3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고 위원장은 24일 오후 2시 도의회 기자실에서 “오랜 숙고 끝에 다가오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개인의 정치적 행보보다 애월과 제주의 미래가 우선이라는 원칙 앞에서 물러서는 결단이 공동체를 위한 더 큰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며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 위원장은 “저를 낳고 길러준 고향 애월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정치에 들어섰다”며 "'애월읍을 새롭게 읍민을 신나게'라는 기치를 내걸고 농업·농촌 현안 해결과 지역 인프라 확충에 힘써왔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은 특히 농촌 인력난 해소, 비료값 부담 완화, 감귤 가격 안정, 애월항과 도로망 확충, 주거환경 개선 등 크고 작은 현안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며 현장을 누볐다고 전했다. 고 위원장은 “도의원으로서 제 기준은 늘 도민이었고, 방향은 언제나 제주와 애월이었다”며 “부족함도 있었겠지만 애월을 향한 진심만큼은 한 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더 이루고 싶은 과제도, 끝까지 매듭짓고 싶은 일도 남아 있지만 지역의 더 큰 발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또 다른 시각과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면 출신인 고 위원장(70)은 구엄초, 애월중, 애월상고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아주대 경영대학원에서 일반경영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애월읍장, 제주시 농수축경제국장, 제주도 투자유치과장(서기관) 등을 역임했다. 정년을 3년 정도 남긴 2014년 1월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 후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제주도의회 제16선거구 애월읍에 출마하여 당선됐다. 2017년에는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입당했다가 2018년에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7회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민주당 강성균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고 위원장은 2022년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제주도의회 제주시 애월읍 갑 선거구에 출마하여 당선됐다. 제12대 도의회에서 후반기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을 맡고 있다. 임기는 오는 6월까지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시는 애월읍 노꼬메오름 일대 자연환경 보호와 탐방 편의를 위해 '노꼬메오름 국가생태탐방로'를 본격 조성한다고 24일 밝혔다. 노꼬메오름은 화산활동의 흔적을 간직한 독특한 지형과 완만한 능선이 어우러진 제주 서쪽의 대표 자연경관지다. 고요한 풍경과 탁 트인 자연이 관광객들에게 치유와 휴식을 제공해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번 사업은 기존 탐방로를 기반으로 국가생태탐방로를 조성·정비해 방문객의 안전한 탐방환경을 마련하고 오름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사업 대상 구간은 궷물오름~족은노꼬메오름~큰노꼬메오름을 연결하는 총 9.43㎞로, 총사업비 18억원이 투입된다. 주요 사업 내용은 보행매트 7.29㎞ 정비, 타이어매트 1.71㎞ 철거, 침목계단 763개 정비, 벤치형 포토존 2곳 설치, 의자·종합안내판·방향표지판·로프 펜스 등 시설 정비 등이다. 시는 2024년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국고보조 공모사업을 신청해 그해 12월 사업에 선정되면서 2025∼2026년 2개년도에 걸친 총사업비 18억원(국비 9억원, 도비 9억원)을 확보했다. 제주시는 사업 추진을 위한 실시설계·행정협의 등 관련 행정절차를 이달 완료하고, 다음달부터 9월까지 약 6개월간 탐방로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출마 예정자인 문성유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은 24일 성명을 내고 "문대림 후보는 불공정했던 과거행태에 대해 도민들께 책임지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문 전 실장은 "제주도지사는 70만 도민의 삶을 책임지고, 중앙정부 및 공직사회와 강력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 제주의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막중한 자리"라며 "그러나 문 의원이 걸어온 과거의 행적들은 과연 그에게 이러한 공적 책임을 맡길 수 있는지 깊은 의구심을 갖게한다"고 비판했다. 문 전 실장은 지난 총선에서 사적인 전화 통화 녹음을 외부에 공개한 '녹음 폭로 사건'을 언급하며 "사적인 신뢰마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용하는 모습은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에 미달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특정 선거에서의 불출마 선언 번복, 당의 결정에 불복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등 문 후보의 정치 이력은 본인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도민과의 약속과 신의를 저버린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실장은 "문 의원은 단 한 번도 도민들 앞에 진심 어린 사과나 책임 있는 성찰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며 "반성 없는 과거는 반복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실장은 "문 의원은 본인의 비도덕적 행적과 불공정했던 과거 행태들에 대해 도민 앞에 석고대죄하라"라며 "아울러 제주 도정의 품격을 더 이상 떨어뜨리지 말고, 스스로의 정치적 행보에 책임을 지는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2028년 자치경찰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제주자치경찰단이 주민안전과 관광, 교통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에 더욱 집중한다. 1112 신고도 국가경찰과 공동대응 체제로 전환한다. 제주도와 제주경찰청은 5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경찰청 간 사무분장 및 사무수행에 관한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국가경찰인 제주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제주자치경찰단은 업무협약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따라 기관 간 사무분장과 협력체계를 규정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제정된 협약을 12년 만에 개정했다. 개정 협약은 자치경찰제 전면시행에 대비해 제주형 자치경찰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고, 국가·자치경찰이 공동 책임기관으로서 지역 안전을 함께 담당하는 협업구조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제주자치경찰단은 활동 목표를 지역안전지수 향상, 관광치안 강화, 교통사고 예방 등으로 구체화했다. 중점 수행 업무도 자치경찰단 도입 초기 재래시장과 관광지, 공·항만, 한라산 등 '장소' 중심 체계에서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 중심 체계로 전면 개편했다. 자치경찰단의 사무는 재해·재난 발생시 긴급 구조·지원활동, 학교안전경찰관 상주 배치, 공항만 등 관광지 내 교통안전·기초질서 확립활동 및 불법관광영업 지도 단속, 고정식·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 설치 및 운용, 문화축제·체육행사 등 지역행사장에서의 교통안전 활동 및 지역경비에 관한 사무 등 17개다. 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지역 치안 안전의 공동 책임기관으로 명시하고, 상호 협조와 인력 지원은 물론 자치경찰제 전면시행 대비 교육과 업무역량 강화 협력을 계속해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112신고 처리 과정 등에서 기관 간 요청이 있을 경우 공동 대응하도록 규정해 사무 중복으로 인한 혼선과 도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현장 대응력을 높이도록 했다. 양 기관은 급변하는 치안환경과 제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협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1년마다 협약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제도적 장치도 새롭게 마련했다. 이번 협약 개정은 양 기관이 6차례에 걸친 실무 협의와 의견 교환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달 5일 제주자치경찰위원회 의견 수렴과 수정 반영을 거쳐 같은 달 23일 최종 확정됐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가 만들어 온 사무분장과 자치경찰 영역 확대 경험이 국가 차원 자치경찰제 이원화의 모델과 기준이 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자치경찰제가 전면 도입되고, 제주가 걸어온 자치경찰의 길이 다시 한번 빛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이번 협약 개정으로 미시적으로는 치안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져 도민이 체감하는 지역안전 확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거시적으로도 자치경찰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제 시행에 따라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국가경찰에 집중된 경찰 권력을 분산시키면서 경찰이 아닌 주민의 시각에 맞는 치안 서비스, 즉 납세자이자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창설됐다. 이후 16년 후인 2021년 7월 1일 자치경찰제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됐다. 이어 2028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에서 설을 앞두고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속아 1억원이 넘는 돈을 뜯긴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연을 이렇다. 지난달 8일 오전 10시 11분께 50대 직장인 A씨에게 택배기사로부터 전화 한 통화가 걸려 왔다. 서울에서 30대 아들이 엄마 대신 신용카드를 수령한다고 해서 배송 확인차 연락했다는 것이다. 카드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하자 택배직원은 "빨리 NH농협카드로 전화해서 명의도용 당했다고 취소 접수하라"고 말하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덜컥 겁이 난 A씨는 곧바로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했고 여직원과 통화했다. 해당 여직원은 "누군가 A씨의 명의로 온라인 예금상품에 가입했고 신용카드 발급 신청도 이뤄졌다"며 개인정보 유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팀뷰어' 등 원격 제어 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앱을 설치하는 순간 비극이 시작됐다. 금융감독원 소속 직원과 서울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전화가 걸려 왔고, A씨가 "금융사기 범죄에 연루됐다"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들은 한술 더 떠 "불법을 저지른 은행직원을 색출할 목적"이라며 수사에 협조하도록 강요했고 이어 유명 메신저 서비스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A씨에게 "위장수사를 위해 대출을 받으라"고 종용했다. A씨는 1월 14일부터 같은 달 22일까지 두차례에 걸쳐 여신전문금융사(카드사·캐피탈 등)로부터 1억2500만원을 대출해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사 내용을 외부에 발설해선 안 된다는 자필각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A씨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완전히 세뇌시켰다.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사실을 깨닫기까지는 한 달가량이나 걸렸다. 설을 앞둔 지난 11일 메신저 방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모두 사라진 뒤였다. A씨는 이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불법 금융사기 피해 신고번호인 '1332'(금융감독원)가 휴대전화에 찍혀 아무런 의심을 하지 못했다. 중간중간에도 꼼꼼히 번호를 확인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어이가 없다"며 "뉴스에서나 봤던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내가 될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제주지역 보이스피싱 피해는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피해액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3년 107억원(386건), 2024년 122억원(326건), 2025년 159억원(343건) 등이다. 경찰은 "카드발급·대출 등으로 접근하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제주도내 고액 피해 사례를 보면 신용카드 고객센터나 금감원, 검찰을 사칭해 돈을 송금하도록 한 후 빼돌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카드 대금 납입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조사가 필요하니 계좌에 있는 돈을 송금하라"는 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사례와 같이 범죄에 이용된 계좌 수사 과정에서 대출하지 못하도록 막았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보고 만약 대출이 되면 국고 안전계좌로 송금해야 한다고 속여 대출을 실행시킨 사례도 적지 않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수사 기관 직원을 사칭하기 전 카드사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가 발급받지도 않은 카드가 발급됐다고 속이는 등 치밀함을 보인다. 정부 기관이나 금융기관 관계자라며 걸려 온 전화에 대해서는 일단 상대방의 소속·직위·이름과 함께 직통 전화번호를 물어본 뒤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하고 끊으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현금지급기를 이용해 세금이나 보험료 등을 환급해 준다거나 계좌 안전조치를 취해주겠다며 현금지급기로 유인하는 경우도 100% 사기다. 은행, 법원,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원, 우체국, 건강보험공단, 통신회사, 카드회사 등 그 어느 곳도 현금지급기를 통해 돈을 환급해주지 않는다. 출처 불명의 문자메시지나 유선으로 휴대전화 앱 설치를 요청받는 경우 절대 설치해서는 안 된다. 스팸 전화,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각종 스팸 번호를 차단할 수 있는 스팸 차단 앱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문자에 URL이 포함된 경우에는 위험도를 탐지해 보여주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 상담을 하고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설치하는 순간 보이스피싱 먹잇감이 되는 것"이라며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들의 수법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기 때문에 명의도용, 저금리 대출, 신용등급 상향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연합뉴스]
어린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폐어구에 감겨 등지느러미 대부분이 잘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해양생물 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등지느러미와 몸통에 폐어구가 걸린 어린 남방큰돌고래 '쌘돌이'가 발견됐다. 쌘돌이는 지난 13일에는 등지느러미가 약 절반 정도 잘린 상태였고, 열흘만인 22일 발견 당시에는 80∼90% 가량 잘린 상태였다. 현재 다른 남방큰돌고래와는 확연히 다르게 움직임이 느리고 깊이 잠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쌘돌이는 지난해 12월 23일에도 폐어구가 몸에 감겨 있었지만, 당시는 등지느러미가 잘려져 있지 않았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대로 폐어구가 감긴 채 놔두면 등지느러미 전체가 잘려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등지느러미의 폐어구가 떨어지더라도 오른쪽 가슴지느러미와 배 쪽까지 폐어구가 얽혀 있어 지속해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는 현재 돌고래 구조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구조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쌘돌이는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가 붙인 이름이다. 앞서 제주 바다에서는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행운이 등이 폐어구에 걸려 위태롭게 헤엄치는 모습이 발견된 바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24일 제주에는 오전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이날부터 26일까지 20∼80㎜다. 바람도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 산지 초속 25m 이상으로 강하게 불며 제주 전역에 이날 오전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도로가 미끄럽고 가시거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곳이 있겠다. 낮은 구름의 영향을 받는 중산간 이상의 지역에서는 가시거리 500m 안팎의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은 25일 아침과 26일 밤 시간대에도 약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해상에서는 제주도 동부 앞바다와 제주도 먼바다에 물결이 최대 5m 이상으로 매우 높겠다. 제주도 전 해상과 남해서부 서쪽 먼바다에는 바람이 초속 9∼15m로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3.5m로 높게 일겠다. 남해서부 서쪽 먼바다와 제주도 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 지역화폐 탐나는전 적립률을 2월 한달간 역대 최고 수준인 20%로 올리자 소비 진작 효과가 뚜렷이 나타났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가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탐나는전 카드 이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발행액은 638억원, 사용액은 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적립률 10% 적용 시기와 비교하면 일평균 발행액은 약 3배, 일평균 사용액은 약 2.6배 늘었다. 특히 전체 결제액의 56%는 연 매출 3억원 미만 가맹점에서, 15%는 연 매출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 가맹점에서 각각 사용되는 등 소비 증가의 혜택이 영세 소상공인에게 집중됐다. 업종별로는 음식점(27.2%), 판매업(24.7%), 학원·교육기관(15.2%), 보건·리빙(14.9%), 식료품(14.7%), 기타 서비스업(3.3%) 순으로, 특정 업종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소비가 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기간 효과도 뚜렷했다. 설 연휴 기간(2월 13∼18일) 탐나는전 사용액은 176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설 연휴(1월 25∼30일) 47억5000만원 대비 3.7배 이상 급증했다. 도는 탐나는전 적립률 상향이 도민의 명절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에 회의·전시·공연을 한 곳에서 치를 수 있는 대형 복합문화공간이 문을 연다. 제주도는 오는 2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2센터'를 개관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중문관광로 191) 안에 들어선 2센터는 총사업비 880억원(국비 280억, 도비 447억, ICC JEJU 153억)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 면적 1만5110㎡ 규모로 지어진 다목적 복합시설이다. 지난달 준공됐다. 2센터는 회의 인원 최대 6000명, 전시 300부스, 연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특히 4728㎡ 규모의 2센터 다목적홀은 기존 1센터에서 수용하기 어려웠던 역동적인 케이팝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개관 기념 첫 공식 공연으로 오는 27일 오후 5시 케이팝 콘서트 '블루밍 아일랜드(Blooming Island)'가 열린다. '봄이 가장 먼저 오는 제주에서 사람과 문화, 공간이 피어나는 순간'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걸그룹 '오마이걸', 보이그룹 '아이덴티티', JTBC '싱어게인4' TOP3 제주 출신 김재민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3500명 규모로 기획됐다. 티켓 예매는 9일 오후 8시부터 티켓링크에서 진행된다. 관람료는 3만3000원(예매 수수료 별도)이다. 2센터는 올해 다양한 전시와 공연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전국체전 경기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김양보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2센터 개관이 제주 마이스(MICE)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존 1센터와 연계해 문화, 스포츠, 콘텐츠 산업을 아우르는 융복합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 뜻을 밝힌 문대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이 지난 22일 제주지역 3040 세대들과 정책 간담회에서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제주 아이키움 1억원 안심 드림’을 제안했다. 이 정책은 제주에서 태어난 아이를 위해 18세까지 성장 과정에 맞춰 최소 1억원 이상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단계적으로 책임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의원은 "일시적인 현금 지급이 아니라 주거, 돌봄, 교육비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양육 전 과정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라며 "인천 등 타 지자체의 사례도 있지만 다른 지역의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주의 독자적인 양육 환경과 정주 여건을 고려한 제주형 모델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문 의원은 “다른 지역의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주의 독자적인 양육 환경과 정주 여건을 고려한 제주형 모델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각지대를 만드는 신청주의 중심 구조에서 보편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수혜율을 99% 수준으로 끌어올려 제주의 출산율을 20% 이상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IB 교육 확대와 AI·코딩 등 미래 교육 인프라 부족, 청소년 인재 양성 사다리 부재 등을 제기하며 교육 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 의원은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선택이 불안이 아닌 희망이 되도록, 교육과 일자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지난해 1년간 제주도내 공공도서관에서 도민들이 가장 많이 찾아본 책은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가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 도내 16개 공공도서관의 2025년 연간 도서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1위, ‘소년이 온다’가 2위를 기록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정보나루를 통해 이뤄진 이번 조사는 아동서적과 초·중·고등 학습서는 제외됐다. 제주4·3의 아픔을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5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는 데도 '소년이 온다'와 더불어 결정적 기여를 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에 따르면 제주도의 인구 1인당 공공도서관 대출 권수는 세종시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한 해 동안 대출자 수는 59만 5691명, 대출 권수는 183만 8516권에 달했고 독서문화 프로그램 참여자와 열람실 이용자를 포함한 전체 이용자 수는 199만 7425명으로 집계됐다. 도내 공공도서관은 대출·이용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도민 수요에 맞춘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도민추천도서 100책 선정·선포’, 제주독서대전, 제주북페어, 책문화동아리축제 등 지역 대표 독서행사를 이어가는 한편 도서관대학, 인문독서아카데미, 길 위의 인문학, 다문화 프로그램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도민의 학습·문화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한지운 한라도서관장은 “도서관은 도민의 일상 속 가장 가까운 문화 플랫폼”이라며 “앞으로도 이용자 중심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공도서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 해녀들의 무사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해녀굿'이 도내 어촌마을 곳곳에서 열린다. 19일 제주도에 따르면 해녀굿이 오는 21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어촌계를 시작으로 4월까지 도내 38개 어촌계에서 봉행된다. 해녀굿은 척박한 바다 환경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제주 해녀들의 공동체 의식과 해양 신앙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용왕굿, 영등굿, 해신제, 수신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각 마을 어촌계 주관으로 음력 1월 초부터 3월까지 약 두 달간 해안가에서 이뤄진다. 해녀굿의 대표 격인 영등굿은 풍요를 가져다주는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민속 제례다. 바람의 신인 영등신이 매년 음력 2월 초하룻날 제주에 찾아와 곡식과 해산물의 씨를 뿌리고, 보름날 우도를 통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민간 신앙에서 비롯됐다. 도는 해녀굿을 봉행하는 38개 어촌계에 제례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보조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해 마을 어촌계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전통 계승을 지원한다. 김종수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해녀굿이 제주 해녀 공동체의 전통과 가치를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해녀굿 보존 지원은 물론 해외 홍보를 강화해 제주 해녀문화의 세계적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해양경찰서와 서귀포해양경찰서는 기상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24일 오후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제주 해안 전역에 걸쳐 연안 안전사고 위험 예보제에 따른 '주의보'를 발령한다고 24일 밝혔다. 해경은 제주도 남쪽을 통과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제주 연안에 초속 10∼18m의 강풍이 불고, 최대 5m에 달하는 높은 파도가 일 것으로 예보되는 등 연안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경은 항·포구 등 연안 순찰을 통해 테트라포드·갯바위 등 위험구역 출입을 통제하고, 낚시객 등에 대한 계도 활동과 안전시설물 점검 등 해양 사고 예방 활동을 한다. 또 유관기관 전광판 게시, 선주·선장 대상 안내 문자 발송 등 홍보활동도 병행한다. 연안 안전사고 위험 예보제는 연안해역의 위험구역에서 기상악화나 자연 재난 등으로 같은 유형의 안전사고가 반복·지속될 우려가 있을 경우 위험성을 국민에게 사전에 알리는 제도다. 예보 단계는 '관심-주의보-경보' 세 단계로 구성된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순간의 방심과 급격한 기상변화로 인해 연안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연안 활동자들은 바다와 근접한 갯바위, 방파제 등 위험구역에서 활동하기 전에 기상정보를 꼭 확인해 달라"고 밝혔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의 모든 지식을 ‘영끌’해서 생명창조의 야망에 쏟아붓는다. 그의 피조물은 그의 또다른 자아인 셈이다. 모든 창작자(철학자ㆍ음악가ㆍ작가 등)들에게는 자신을 대표해줄 자신의 ‘대표작ㆍ걸작(Magum Opus)’이라는 것이 있다. 그들에게 자신의 ‘매그넘 오푸스’는 자신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프랑켄슈타인의 매그넘 오푸스는 곧 그 ‘피조물’이고, 그 피조물이 실패로 규정되는 순간 프랑켄슈타인의 인생 자체도 실패로 규정될 수밖에 없이 둘은 한 몸으로 엮여버린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끔찍한 실패로 확인된 ‘대표작’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기를 거부하고 작품목록에서 아예 지워버리려 한다. 그러나 피조물은 자신이 프랑켄슈타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해주기를 원한다. 그 갈등은 결국 프랑켄슈타인이 북극 끝까지 도망치고, 괴물은 북극 끝까지 추적하는 ‘복수극’으로 이어진다. 한 몸이 벌이는 참으로 기이하고도 처절한 아귀다툼이다. 하나의 몸에서 2개의 서로 다른 자아들이 벌이는 끔찍한 갈등은 ‘암피스바에나(Amphisbaena)’적이다. 암피스바에나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페르세우스가 잘라버린 머리 9개 달린 메두사의 머리를 독수리가 물고 갈
요즘 사람들은 모이면 주식 아니면 인공지능(AI) 이야기다. 설 연휴에도 상당수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오천피’ ‘천스닥’을 넘어선 증시에 일찍이 투자한 경우나 다양한 기능의 AI 도구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이들에게나 흥미롭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대학을 나오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불안해한다. 이런 판에 11일 발표된 1월 청년층 고용률은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고용률은 61.0%로 1년 전과 같은 반면 청년층 고용률은 1.2%포인트 하락한 43.6%로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가 3년 3개월째 감소하는 ‘취업 빙하기’가 이어졌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78만명으로 1월 기준 역대 최대다. 특히 청년층은 46만9000명으로 지난해 1월 대비 8.1%(3만5000명) 증가했다. 그만큼 취업문을 두드리다 포기하는 청년이 많다는 의미다. 청년층에게 고용시장 벽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에 경력직ㆍ수시 채용으로 바꾸면서 신입 공채를 줄인다. 그 영향으로 대학 등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아버지 역할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아버지(찰스 댄스 분)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메리 셸리는 아마도 이 아버지의 역할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사고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델 토로 감독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는 전혀 다른 아버지를 등장시킨다. 이 정도의 변주라면 전혀 다른 곡에 가깝다.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혹한 체벌을 동반하는 강압적 교육방식을 택한다.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피가 나도록 채찍으로 갈긴다. 그러나 원작 속 아버지는 온화하고 도덕적이고 합리적이며 윤리성이 결여된 아들의 ‘선을 넘는’ 과학적 열정을 경계하는 합리적인 계몽주의자로 그려진다. 원작자인 메리 셸리가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 장면이 있는데, 델 토로 감독은 이 부분은 아예 들어내 버린다. 원작에서 과학자인 아버지는 어린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하인리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Heinrich Cornelius Agrippaㆍ1486~1535년)라는 중세의 괴도사(怪道士) 연금술 책을 탐독하는 모습을 보고 마치 사춘기
10대 그룹이 앞으로 5년간 270조원을 지방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5만16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청년채용 기회를 늘리고 지방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하자 이같이 화답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던 투자ㆍ고용 보따리라서 새롭지 않지만, 올해 규모는 더 크다. 이 대통령은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에도, 지방에도,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세대에도 골고루 온기가 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5극3특(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 체제로 지방에 새로운 발전의 중심축을 만들고 집중 투자할 테니 기업들도 보조를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역에 지원을 늘리는 ‘가중지원 제도’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특별법 도입을 내세우며 지방에 더 기회 요소가 있다고 강조했다. 10대 그룹은 반도체 설비,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ㆍ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지방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0대 그룹 외에 다른 기업들 투자를 합치면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담쟁이가 뒤덮인 돌벽 한쪽이 덩그러니 서 있다. 초록색 방수포가 뒤덮은 객석 바닥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공연을 품던 무대는 무너진 채 흉터처럼 갈라진 흔적만 남았다. 한때는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던 자리에 이제는 공사 차량 자국과 철거 상흔만이 흩어져 있다. 오래도록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을 품어온 서귀포 관광극장은 이제 잔해와 철거의 상처로만 존재한다. 청춘의 기억을 간직한 무대, 가족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객석의 풍경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물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지켜보는 허탈한 눈빛뿐이다. 현장을 찾은 건축가와 시민들은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보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보낸 낭만의 시간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벽체를 손으로 짚으며 "아직 숨 쉬는 건물인데 왜 이렇게 급히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오후 이중섭 거리를 찾은 어린이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공사판 가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 무너진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이는 "관광지에 왔더니 왜 철거 현장만 남았느냐"며 의아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무협소설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2019년 5월부터 1년간 연재했던 무협소설의 시즌 2입니다. 무협은 무술(武)로 협(俠, 의기로울)을 이룹니다. 창작인 소설이 더해져 무협소설이 됐습니다. 퓨전무협 소설입니다. 무협의 묘미는 살리기 위해 일상적인 무협용어는 사용했지만, 해석이 힘든 용어는 현대어로 풀어썼습니다. 생생한 묘사를 위해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따 왔습니다. 이름을 차용 당한 인물들은 제주에서 ‘공인’입니다. 공인다운 아량으로 소설인 점을 이해 부탁합니다. 무협소설 주인공들이 매번 외치는 기합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갈(喝)∼” [편집자 주] 영훈공의 시간은 빠르게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커다란 달력이 보이는 순간 멈칫했다. 1968년 12월이었다. 양팔과 양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갈(喝)∼ 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응앵!’ 소리밖엔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생시(生時)인가, 꿈인가. 이상하게도 마음이 포근해졌다. 영화를 보듯 마음 느긋하게 관람하기로 했다. 영상이 100배속으로 흐른 후였다. ◆총학 주니어맹주 등극 비하인드 스토리 초등 수련생 시절이 보였다. 집에서 왕복 6km에 달하는 흥산초등수련장을 걸어 다니며 축지법을 수련하고 있었다. 수련장에서 돌아오면 농사무공도 익혔다. 지금 같으면 아동수련생 학대였다. 하지만, 그 시절 시골무림에선 다들 그랬다. 남원중·서귀포고무림을 거쳐 제주대무림에 입학했다. 그의 첫 수련장은 한라산 교지편집위원회. 당시 학생무림 최대 쪽수(인원수)를 자랑했던 NL(민족해방) 계파에 신진 이론을 수혈하는 전위(前衛)조직이었다. 운동무림 엘리트 코스에서 출발했던 것이었다. 다시 100배속. 무림 1993년. 자타공인 제주학생무림 총학 주니어맹주로 등극하고 있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기억났다. 총학캠프에선 기환 수련생(현 민주노총 제주방주)을 비무 후보로 내세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환 수련생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반대 시위를 벌이다 갑작스레 포졸에게 붙잡히고 만다. 캠프에선 급히 다른 후보를 찾았고, 간택된 것이었다. 단독 후보여서 찬반 비무로 진행됐고, 학생 무림인 선택을 받았다. 무림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없다. 정치무림 한길만을 걷게 된 운명의 서막이었다. 대학무림을 졸업한 직후인 무림 1994년 3월, 도자무공을 연마하는 선희낭자와 혼인하고 있었다. “내 나이 만 25세였어.” 영훈공은 흐뭇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선희 낭자와는 CC(캠퍼스 커플)였다. 더 좁히면 운동무림 동아리 커플. 신념과 이론을 격렬하게 공감한 동지가 혼연일체가 된 최고 수준의 관계. 동지와의 연애가 최종점에 도달한 것이었다. 속도위반설이 난무했지만, 묵언초식으로 대응했었다. 그 시절엔 다들 그랬다. 영훈공은 영상을 잠시 멈추고 채널을 돌렸다. 선희 낭자 특집프로였다. ◆선희 낭자는 누구인가? 제주대무림 88학번. 제주무림 도예무공 1세대로 꼽힌다. 도예무공 수련을 시작하면서 본인과 약조했다. ‘1일 1그릇(1표)’ 빚기, 신혼 초엔 갓난아이의 요람을 흔들며 물레를 돌려 그릇(표)을 빚었다. 한때는 내조의 여왕이라고도 불렸다. 지금도 회자된다. ‘선(先) 선희 낭자, 후(後) 영훈공’. 영훈공이 비무장에 도착하기 전엔 어김없이 선희 낭자가 있었다. 미리 도착해 분위기를 돋우는 방식으로 유권자 무림인에게 어필한 것이었다. 이후 은유의 달인, 명언 제조무사로 불리며 영훈공 정치 동반자급으로 올라섰다는 평도 있다. 무림 2023년 2월 월간리뷰무림에서의 인터뷰.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고도의 언어무공 진수를 선보이며 증명했다. “도자기(도백) 하나가 나오기까지 깨질 수 있는 요인은 수백 가지다. 그걸 다 통과하고 1000도가 넘는 불(마타도어)을 견디는 작품(무사)만이 살아남아 결과물(당선)을 낸다! 그게 도예(정치무림)의 세계다!” 무림 2025년 11월 18일이었다. 영훈공이 석열 전 지존 계엄무공을 펼칠 당시 자택수련을 했다며 정적들에게 협공받을 당시였다. 자신의 SNS에 어록을 남겼다. “도예무공인만 아는 사실이 하나 있다. 운명은 불이 굽는다는 것을…. 흔들리고 깨져도 나는 그 길을 간다. 그이(영훈공)도 그러하리라.” 무림 2025년 12월 29일 그의 SNS에 때아닌 갈(喝)∼ 기합이 울려 퍼졌다. ”어디에서든 흙과 이쑤시개만 있으면 그 무엇(재명지존 라인)이든 만들어 낼 수 있게 됐어!“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도예무공 득도의 경지에 올라섰다는 자신감이었다. 영훈공은 선희 낭자의 SNS에 ‘좋아요’를 누르며 화답했다. ◆‘와신상버섯’ 대반전 드라마 영훈공이 다시 채널을 고정시켰다. 중원무림 민주화를 이끈 근태거사 라인이었던 20대 후반 모습이 보였다. 새정치국민회의방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사회 무림에 뛰어든 것이었다. 직책은 근태거사 특별보좌무사. 낭만적인 학생무림이 아니었다. 비정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될지 모르는 실전 무림이었다. 병법서를 손에 놓지 않으며 조금씩 공력을 높이고 있었다. 너덜거리는 병법서를 빨래집게로 집으며 표 계산을 했다. 출전 가능할 정도로 표가 쌓여 있었다. 무림 2002년. 제주도의회 무림비무에 새천년민주방 무사로 첫 출전했다. 실전은 높디높은 벽이었다. 한나라방 석현검에 밀려 패배했다. 하지만 4회와 5회 비무에선 연달아 승리. 2선 도의회무림 의원이 됐다. 무림 2012년 도의회무림 의원직을 전격 사퇴하곤 첫 승부수를 던졌다. 중원무림 의원 경선에 나선 것이다. 상대는 중원무림 2선 의원 우남거사였다. 누구나 예상했듯이 패배했다. 졸지에 백수가 된 것이었다. 곧바로 낙향했다. 아버지 버섯 농장에서 일을 하며 값비싼 웅담 대신 갓 딴 표고버섯을 날것으로 씹으며 검을 갈았다. 표고버섯으로 단련한 ‘와신상버섯’이었다. 무림 2016년에 치러진 총선무림 경선에서 ‘국회 무림의 꽃’이 된 3선 우남거사와 다시 만났다. 표고버섯이 공력을 급상승시켰던 덕분이었을까. 우남거사를 누르는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도 승리했다. 이후 2선 중원무림의원이 되어 있었다. 무림 2020년 낙연거사 라인을 부여잡았다. 수석비서 수하까지 맡으며 중원무림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뿔싸. 낙연거사가 대권 경선비무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당시 대권무림 경선 후보였던 재명거사 라인으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현타의 아침’ 영훈공 기합의 의미는 희룡공이 변방의 용이 아닌, 중원의 용이 되고 싶다며 제주맹주직을 사퇴한 후 대망의 무림 2022년 시점이었다. 두 번째 승부수를 던졌다. 중원무림 의원 전격 사퇴. 경선비무에서 대림검과 붙어 승리했다. 53.13%. 격차는 6.28%. 본선은 너무나 쉬웠다. 무림여론조사 지지율이 워낙 높았다. 뜨끈뜨끈한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를 후후 불어 마시며 여유롭게 유세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일 정도였다. 55.14%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때였다. 영훈공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떴다. 묘시(卯時)였다. ‘현타의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지금은 현실 자각 타임. 잠을 잘 때도 손에 쥐고 자는 스마트폰을 켰다. 요새 들어선 하루에 2~3번도 SNS에 쓰곤 했다. 음성모드로 전환한 뒤 짧고 강렬한 기합을 질렀다. 갈(喝)∼. 같은 시각 밤을 지새우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호검이 영훈공 SNS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맹주의 고뇌가 한없이 응축된 문장, 갈(喝)~. 고수는 단숨에 안다. 단 한 자 안에 고농축된 수십 년 무림사가 읽혔다. 호검이 이해 가득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 멈칫했다. “영훈공이 잡은 중원무림 라인은 누구인가?” 몹시도 궁금했다. 호검은 급히 정가의보검에게 카톡을 보냈다. ‘전가의 보도’를 살짝 비튼 이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이란 뜻을 담고 있었다. 오랫동안 중원무림 책사로 활약하다 낙향해 한라산 중턱에서 은둔 중인 무사였다. 정가의보검은 기다렸다는 듯 초스피드로 답변을 보냈다. “으하하!! 영훈공은 무림 2026년 2월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모처에서 서울시맹주 출격 예정 무사와 밀실 회동할 예정이다. 재명지존이 공들여 키우는 최애(最愛) 무사 원오 성동구방주다. 제주무림 판을 뒤흔들 큰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제주 출생. 제주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2020년 제주작가회의 신인상(단편소설)을 받으며 등단했다.
무협소설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2019년 5월부터 1년간 연재했던 무협소설의 시즌 2입니다. 무협은 무술(武)로 협(俠, 의기로울)을 이룹니다. 창작인 소설이 더해져 무협소설이 됐습니다. 퓨전무협 소설입니다. 무협의 묘미는 살리기 위해 일상적인 무협용어는 사용했지만, 해석이 힘든 용어는 현대어로 풀어썼습니다. 생생한 묘사를 위해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따 왔습니다. 이름을 차용 당한 인물들은 제주에서 ‘공인’입니다. 공인다운 아량으로 소설인 점을 이해 부탁합니다. 무협소설 주인공들이 매번 외치는 기합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갈(喝)∼” [편집자 주] 호검이 더불어민주방 라인 분석에 몰두하던 시각이었다.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중원무림과 제주무림의 라인.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의미 없어 보이는 라인은 단숨에 잘라내면 간단했지만, 현실을 그리 녹녹지 않았다. 같은 시각.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자시(子時). 제주맹주 영훈공은 제주도청방 집무실에서 홀로 병법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자병법과 함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오자병법. 격하게 고독할 때 펼쳐보면 위안이 됐다. 중국무림 전국시대의 명장, 평민 백수에서 시작해 재상이 된 무사 오자(吳子). 성씨도 같은 오(吳)씨를 썼다. 자신의 무사 이력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승률만 빼곤 말이다. 오자는 76전 76승, 승률 100%다. 영훈공의 본선비무 공식 승률은 학생무림(제주대무림 총학) 포함 7전 6승이다. 85.71428571429%. 학구파 무사는 소수점 뒤 자릿수에도 예민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초식은 정밀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단 한 표도 놓칠 수는 없었다. 시간은 어느덧 축시(丑時)를 가리키고 있었다. 예전 ‘젊은 학구파 386세대 무사’로 주목받을 당시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새워도 거뜬했다. 영훈공은 눈을 비비며 잠을 쫓았다. 지금은 한가하게 졸 때가 아니었다. ◆연이은 협공, 고립무원의 위기 중원무림 의원 대림검과 전 의원 재호검이 ‘반(反) 영훈공’을 외치며 뭉쳤다. 당혹스러웠다. 한때 사투를 벌였던 그들이 협공을 펼치고 있었다. 더민주혁신회의방, 기본사회제주본부방, 국민주권도민행복실천본부방, 먹사니즘 제주네트워크방 등 온갖 민주방 성향 계파들도 ‘영훈공 도정은 뺄셈의 정치, 실패한 도정’이라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고립무원. 언제나 든든했던 후원무사들의 모임 용암회. 제주대총학 주니어맹주 출신 모임이었다. 학생무림에선 총학 주니어맹주를 성골, 부총 주니어맹주와 단대 주니어맹주를 진골로 치는 이도 있다. 용암회 가입 티켓도 일 년에 단 한 장, 총학 주니어맹주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성골만의 철옹성이었다. 주요 멤버 공개는 지금은 천기누설이다. 정 궁금하면 <퓨전제주무림 시즌 1>에 상세히 나와 있다. 어쨌든, 서귀포무림 성곤검의 제주맹주 출전선언으로 쪼개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영훈공은 습관처럼 제주도청방 홈피에 접속했다. 민망하고 불편한 게 있었다. 아내 선희 낭자에게도 말 못 할 게 있었다. 제주맹주 소개 페이지였다. 프로필엔 1968년 12월생. 걸어온 길엔 1968년 1월로 적혀 있었다. 자신들의 주군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레임덕 징후인가? 정전이 됐다며 암흑천지로 변한 제주도청방에서 ‘해피 버스데이 투 유!’하는 깜짝 파티는 못 해줄지언정. 격한 고독이 층층이 겹쳤다. ◆반로환동과 상일검의 극찬 영훈공은 반로환동(反老還童) 기억을 복기했다. 중원무림 재선 의원 출마 선언을 하던 2020년 1월이었다. 육체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반로환동 무공을 익힌 시기이기도 했다. 백발무사에서 짙은 검은머리 무사로 변신한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공이산(愚公移山)보다 힘들다는 가르마 위치도 바꿨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화룡점정은 정밀한 2대 8 가르마. 정치 모범생의 전형적인 스타일이었다. 클래식하고 세련된 멋으로 유권자 무림인에게 강한 어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지금은 무림에서 은퇴했지만, 당시 대항마였던 미래통합방 상일검과의 ‘숨 안 쉬고 칭찬 필리버스터‘ 맞짱 대결에선 극찬도 들었다. 이 또한 <퓨전제주무림 시즌 1>에 상세히 나와 있다. “영훈공은 마을의 촌로를 만나면 만면에 웃음기가 가득했으며, 목소리는 한없이 나긋나긋해지고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하지만 영훈공이 검을 뽑아 들기만 하면 그 날카로움이 바위를 가를 정도로 날카로웠으니 위기 대처 능력은 천하무림을 통틀어 대적할 자가 많지 않다.” 영훈공은 조금 위안이 됐다. 밤은 더 깊어만 가고, 시간은 인시(寅時)를 가리키고 있었다. 영훈공은 다시 오자병법을 폈다. 속임수 전술의 손자병법과는 달리 정공법 전략의 병법서였다. 지금은 무림의 신이 된 명장 충무공 순신사부 명언도 오자병법에서 따와서 변용시킨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영훈공은 다시 오자병법을 독파했다. 그리곤 잠시 명상에 잠긴 뒤 무릎을 쳤다. 역시 오자였다. 영훈공은 대전이 끝나기 전까지 마음 깊은 곳에 봉인하기로 했다.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한결 마음이 놓인 영훈공이 창밖을 쳐다봤다. 순백의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옛 기억이 소복소복 쌓이는 듯했다. 눈을 감고 회상했다. 겨울 동백꽃이 찬란하게 핀 1968년 동백마을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영훈공은 잠이 들고 말았다. 깊고 깊은, 달콤한 잠이었다. 타임무공을 하듯 자신의 무림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제주 출생. 제주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2020년 제주작가회의 신인상(단편소설)을 받으며 등단했다.
(18) 재신〔재록신(財祿神)〕을 건네면서 구걸하는 거지 이 부류의 거지는 오로지 새해 때만 구걸한다. 음력 정월 초사흘 저녁이 되기만 하면 재신을 믿는 상점에서는 돈을 벌게 해달라고 향을 사르고 제사지내며 재신을 영접한다. 거지는 그런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궐련 가게에서 흑연으로 재신상이 인쇄된 누런 종이를 사서는 집집마다 방문하며 “재신 왔어요!”라고 소리친다. 길하기를 바라는 까닭에 급히 들어오게 하고는 그들에게 동전 몇 푼을 건네준다. 거지들이 전해주는 재신상이 그려진 종이는 그리 크지도 않고 쌌다. 밑천은 별로 들게 없으면서 이익은 많은 장사인 셈이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들이는 돈은 평상시의 몇 갑절이나 된다. (20) 새해맞이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는 거지 이 부류의 거지도 오로지 새해 때만 보인다.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보름 까지 거지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구걸할 때 평상시처럼 주인을 먼저 부르지 않고 우선 길상을 전하는 노래를 부른다. “새해 새달 신춘이 됐네요. 진홍빛 대련이 문 가득 붙어있고 커다란 원보(元寶)를 들고 오네요. 앞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요전수(搖錢樹)요 뒷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취보분(聚寶盆)1)이라. 취보분에 금꽃이 꽂혔네요, 부귀영화가 최고네요.” 이런 노래를 읊은 후에 뒤이어 소리친다. “어르신, 부인,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길하게 만드는 돈 좀 선사하세요.” 길상을 바라는 사람들은 인색함이 없이 동전 몇 푼을 건네준다. (20) 명절 때 구걸하는 거지 단오절이나 중추절 때에 크고 작은 상점에서 구걸한다. 상점 문 앞에 서서 목판을 두드리며 반주하며 속된 노랫가락을 부른다. 모두 점포 경영에 관련된 내용이다. 반은 아첨하는 내용이고 반은 흠을 들추어내는 내용이다. 돈을 줄 때까지 기다린다. (21) 찬밥을 빌어먹는 거지〔도냉반(倒冷飯)〕 이 부류의 거지는 어린 아이들이 많다. 모두 두목인 ‘야숙(爺叔)’을 모신다. 점심과 저녁 식사 때가 되면 정해진 구역 내에서 밥을 나르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밥통을 빼앗듯 받아 잔반을 얻어서는 돌아가 먹는다. (22) 쓰레기 줍는 거지〔습황(拾荒)〕 이 부류의 거지는 대부분 여성과 어린 아이들이다. 강북 사람과 산동 사람이 가장 많다. 삼태기를 매고 대나무 집게를 들고서는 거리와 골목의 쓰레기통에서 고물을 찾아내 돈으로 바꾼다. 하루에 얼마를 버는지 말해 무엇 하랴. (23) 담배꽁초 줍는 거지 손에 깡통을 들고 길을 다니며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주워서는 되팔아서 입에 풀칠하였다. (24) 자동차 문을 열어주는 거지 몇 년 사이에 새로 나타난 거지 유형이다.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회사, 극장, 호텔, 무도장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자동차 번호를 기억했다가 손님이 나오면 곧바로 차를 찾아주고서 아주 공손하게 차문을 열어주고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돈을 요구한다. 돈을 주지 않으면 시끄럽기 그지없다. 차가 없는 손님에게는 대신 차를 잡아주고 동전 몇 푼을 얻는다. (25) 부두 거지 이런 거지는 대부분 가옥을 가지고 있다. 각 부두에서 가방을 들어주거나 짐을 옮겨주면서 돈을 받는다. 장사가 잘 될 때는 하루에 칠팔 원을 벌기도 한다. 근대의 상해는 폭력배 조직이 창궐하였다. 위 보고서에서 나열한 거지의 유형은 직관적으로 고찰한 일반적인 상황일 뿐이다. 폭력배 조직과 뒤섞인 여러 부류의 거지에 대한 흑막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당시 졸업을 앞둔 여대생들이 두려울 수도 있는 거지 세계를 분석했다는 점은 분명 뛰어나다 할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을 통하여 우리는 예부터 지금까지 거지들이 구걸하는 방식을 고찰하는 데에 가치 있는 참고 대상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요전수(搖錢樹), 이파리처럼 돈이 달린 나무, 흔들면 돈이 떨어진다고 한다. 동한(東漢)시대(25~220)에 요전수(搖錢樹)라는 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흔들어 떨어뜨리고 나면 다시 돈이 열려, 전설 중에서도 신기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 취보분(聚寶盆), 보물이 모이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우리네의 우리의 ‘화수분’ 또는 ‘보물단지’ 격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무협소설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2019년 5월부터 1년간 연재했던 무협소설의 시즌 2입니다. 무협은 무술(武)로 협(俠, 의기로울)을 이룹니다. 창작인 소설이 더해져 무협소설이 됐습니다. 퓨전무협 소설입니다. 무협의 묘미는 살리기 위해 일상적인 무협용어는 사용했지만, 해석이 힘든 용어는 현대어로 풀어썼습니다. 생생한 묘사를 위해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따 왔습니다. 이름을 차용 당한 인물들은 제주에서 ‘공인’입니다. 공인다운 아량으로 소설인 점을 이해 부탁합니다. 무협소설 주인공들이 매번 외치는 기합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갈(喝)∼” [편집자 주] 岱宗夫如何 (태산은 어떠한가) 齊魯未了 (제나라, 노나라에 푸른빛 끝이 없네) 造化鐘神秀 (조물주는 신비한 기운을 모았고) 陰陽割昏曉 (산의 앞뒤로 아침과 저녁을 나누네) 胸生層雲 (부푼 가슴엔 층층의 구름이 일고) 決入歸鳥 (눈을 부릅뜨니 둥지로 돌아가는 새가 들어오네) 會當凌絶頂 (반드시 정상에 올라) 一覽衆山小 (저 낮은 산들을 둘러보리라) “두보(杜甫)! 당신은 진정한 중국 무림의 시성(詩聖)이야. ‘망악(望岳, 태산을 바라보며)’은 언제 읽어도 사나이 가슴을 마구, 마구 두드리지. 제나라를 여방으로, 노나라를 야방으로 바꿔보니 새로운 게 보이더군. 나, 창업 준비하고 있어. 무림 선거 플랫폼이야. 무사의 욕망은 언제나 무한하지. 태초부터 선거비무는 종합예술이야. 둘이 만나면 어떻게 되겠어. 미국무림 나스닥 상장도 가능해.” 무림 2020년 2월 5일, 서귀포무림 신시가지 워케이션 수련장. 호검이 운기조식(運氣調息)을 마친 후 나지막이 읊조렸다. 몸 안의 기를 돌리고 호흡을 조절해 내공을 끌어 올리는 명상법. 사우나를 갓 마친 듯 온몸이 개운했다. 호검은 1인 기업 CEO 겸 개발자다. 무사들에게 짧디 짧은 권력을 영원토록 지속시켜 줄 환타스틱 플랫폼 프로그램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카드 할부 대신 일시금 들고 줄을 서는 곳. 지금은 변방 개발자지만, 완성만 되면 중원무림 시장 장악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제주무림 차기 방주를 뽑은 비무가 좀 복잡한 탓이었다. 얽히고 설킨 우리네 무림사처럼 말이다. 호검은 눈을 감고 판세를 계산했다.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도, 쉽다면 쉬울 수도 있었다. 이럴 때는 단순하게 푸는 게 정석이었다. 여방부터 각개격파였다. 더불어민주방에선 차기 맹주를 노리는 무사가 많은 게 골치였다. 제주맹주 영훈공. 중원무림 의원 대림검(제주시갑무림)과 성곤검(서귀포무림), 전 중원무림 의원 재호검, 무려 네명의 무사가 경합을 준비 중이었다. 그 중 단 하나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비무. 호검은 고민을 잠시 멈췄다. 제주맹주 영훈공이 무소속방 출전도 고민한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타래처럼 복잡한 정치비무였다.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선 A4 용지가 간절히 필요했다. 생과 사, 무사의 욕망을 한없이 응축시킬 황홀한 공간, 눈 덮인 킬리만자로보다 더 마음 깊이 스며드는 순백의 무한한 공간이었다. 고객무사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무림상권 분석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호검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옳거니. 그제야 호검의 눈에 큰 그림이 보였다. 중원무림이었다. 지난 2일이었다. 한때 보수의 암사자라고 불렸고, 좌우, 우좌를 종횡무진했던 민주방 최고위원 언주검. 그녀가 최고위원 회합에서 직격했다. “재명지존의 민주방을 청래·조국방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고대 로마무림은 2인자, 3인자에 의한 반란이 빈번했다. 하늘 아래 두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진리다. 어흥!”하고 포효했다. 친청계로 불리는 정복 최고위원은 “공익을 핑계로 사익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며 즉각 반격했다. 재명지존과 청래방주과 수하를 내세워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친명(친 재명지존)과 친청(친 청래방주)의 물밑 암투. 무림 명언이 있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강호에 1인자가 둘일 수는 없었다. 동서고금을 검색해도 진정한 2인자를 키우는 지존은 없었다. 하지만 재명지존도 청래방주도 전국 무림 곳곳에 거미줄처럼 촘촘한 라인을 구축했다는 소문은 파다했다. 더불어민주방엔 연애의 법칙보다 더한 룰도 있었다. 현역 맹주가 하위 20% 점수를 받으면 득표수 20% 감점. 공천 불복 무사는 최대 18년간 25% 감점. 단 공천 불복은 대권무림 기여도를 평가해서 최고무사 회의서 미적용 무사 선발할 수 있음. 개봉박두.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그 어느 무사도 근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 최고위원들이 친명과 친청으로 극한 대립이 이어지는 민주방을 지긋이 바라보던 호검이 자신의 허벅지를 안마하듯 펜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이제야 또렷이 보이는군. 얽히고 설킨 무수한 라인, 교집합, 무사들의 최근 동선을 겹치면 알 수 있지. 단 한 무사만 빼곤 일장춘몽은 운명이야. 가여운 변방의 무사들이야. 꿈에선들 잊지 못할 제주맹주를 향한 서막이 오르고 있어.” 갑자기 호검은 몹시도 궁금해졌다. 한때 강호를 강타한 서울대무림 영민훈장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물음처럼. “라인이란 무엇인가? 무사들이 부여잡은 라인은 어떤 라인인가? 낡디 낡은 동아줄인가. 아니면 축복받을 무사를 위해 생산된 체코무림산 레드 다이아몬드 로프. 두 가닥 곱하기 두 가닥 직조방식. 굵기도 팔 점 육 밀리. 꼬임 방지 기술이 적용돼서 바로 사용 가능한가.” 호검이 검색해 보니 좀 비싼 게 흠이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제주 출생. 제주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2020년 제주작가회의 신인상(단편소설)을 받으며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