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사유 곶자왈 보호를 위한 범국민 모금운동에 나선다. 제주지하수의 원천이자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은 제주생태계 보고로 지질학적,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제주도는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사업에 선정된 '제주곶자왈 보호 모금사업’을 지난달부터 내년 6월까지 총 10억원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도는 ‘개발로 훼손이 우려되는 제주 지하수의 원천 제주시 곶자왈을 살려주세요’와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지는 서귀포시 곶자왈을 살려주세요’라는 주제로 2건의 곶자왈 보호 모금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흘러내리던 용암이 굳어진 뒤 시간이 흐르면서 쪼개진 곳에 나무와 덩굴 등이 우거진 제주 고유의 숲이다. 곶자왈의 ‘곶’은 숲을, ‘자왈’은 덤불을 뜻하는 제주어다. 도는 이번 모금 사업을 통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에 각각 5억원을 투입해 모두 5ha의 곶자왈을 매입할 계획이다.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곶자왈 매입지에 기부자 명판도 설치할 예정이다. 지정기부 사업은 기부자가 원하는 사업을 선택해 기부하는 방식으로, 모금기간 만료 전이라도 목표액을 달성하면 바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고향사랑기부제 일반기금사업으로 2억원을 조성해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일원 3필지 1.3ha를 매입했다”며 “제주의 자랑이자 보물인 곶자왈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광객과 타지역 거주 지인들에게 적극 홍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따라 개인은 본인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2000만원 이내로 기부할 수 있다.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지역 특산품 및 관광상품 등의 답례품도 제공받는다. 고향사랑기부금은 고향사랑e음(https://ilovegohyang.go.kr) 사이트, KB스타뱅킹 등 온라인을 통해 납부 가능하고, 오프라인으로는 전국 농·축협과 농협은행 창구에서도 납부할 수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제조를 위한 제주 지하수 증산 신청이 다음 달 제주도의회에 공식 상정된다. 제주도는 18일 제주도 통합물관리위원회가 지난달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 심의를 통해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안을 조건부로 통과시킨 데 따라 관련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청안은 기존 하루 100톤에서 140톤으로 하루 40톤을 증산하는 내용이다. 도는 특히 "지하수 증산과 관련해 지역사회 이익 환원을 위한 방안을 한국공항으로부터 제출받았다"며 "보완 조건 이행 여부를 검토한 뒤 다음 달 예정된 도의회 회기 중 동의안을 심사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는 통합물관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지하수 증산에 따른 지역사회 파장과 공공재 사유화 논란 등을 고려해 취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도민 이익 환원 방안을 조건으로 요구한 바 있다. 도의회 심사를 앞두고 지역사회에서는 공공수자원 관리 원칙과 증산 허용 기준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의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공항은 도내 지하수를 활용한 먹는샘물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한 달 만에 다시 본궤도에 오른다. 제주도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회를 열고 평가항목과 조사범위 등 핵심 사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오는 19일 오후 2시 서귀포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협의회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협의회는 지난달 16일 성산읍 건설 예정부지 현장에서 열렸던 첫 회의가 중단된 이후 한 달여 만에 열리는 두 번째 회의다. 당시 회의에는 협의부서, 승인부서, 검토부서 관계자와 주민대표 2명, 전문가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지만 일부 절차상의 문제로 회의가 끝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협의회는 환경영향평가의 절차적 첫 단계로 현장 방문을 포함해 평가대상 지역 설정, 환경보전목표 수립, 대안 설정 여부 등을 논의하게 된다. 아울러 평가항목 선정, 항목별 조사방법, 주민의견 수렴 방식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특히 이번 협의회에서는 기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이 적절히 반영되었는지도 함께 확인할 계획이다. 도는 '제주특별자치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제4조에 따라 평가항목과 조사범위를 협의회에서 확정한 후 평가준비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25일 이내에 해당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 이때 보완기간과 공휴일은 제외된다. 도는 협의회 결정사항을 승인기관 정보통신망과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전용 누리집(https://www.jeju.go.kr/jejuenv/index.htm)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아울러, 환경영향평가 승인부서에 제출된 주민 의견은 관련 부서의 검토 절차를 거쳐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반영된다. 이후 주민공람과 관계기관 협의 등 모든 행정절차도 공개함으로써 도민의 알 권리를 적극 보장할 계획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항공이 올해 들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여객 실적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 사고 이후 5개월 만의 반등이다. 수요에 맞춘 탄력적 노선 운영과 운항 안정성 강화를 통한 고객 신뢰 회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8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 국내 LCC의 전체 여객 실적은 2767만406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제주항공은 629만7887명의 여객을 수송하며 점유율 22.8%로 LCC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진에어(623만4149명·22.5%), 티웨이항공(608만7848명·22%)이 뒤를 이었다. 제주항공은 1분기(1~3월) 실적에서는 352만8589명을 수송하며 3위에 머물렀다. 이는 무안국제공항 사고 이후 자발적인 운항편 감축 조치로 인한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7346편을 운항한 데 비해 올해는 2만3088편으로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2분기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4~5월 제주항공은 1만6597편의 항공편을 운항하며 276만9298명의 여객을 실어 나르며 LCC 중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수요가 높은 노선 위주로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수송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제주발 노선에 집중하면서 차별화를 꾀했고, 이달 들어 제주~방콕(13일), 제주~마카오(15일) 노선을 재개했다. 또 제주~베이징 서우두·다싱, 홍콩, 시안 등 국적항공사 중 가장 많은 제주발 국제선을 운영 중이다. 인천~일본 노선의 다양화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제주항공은 인천 출도착 기준으로 마쓰야마, 시즈오카, 오이타, 하코다테, 히로시마 등 5개 노선에 단독 취항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항공의 한·일 여객 수는 2009년 11만여 명에서 지난해 384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운항 안전성 강화를 위한 노력도 고객 신뢰 회복에 기여했다. 제주항공은 1분기 동안 운항편을 줄이며 점검을 강화했고, 지난 3월에는 미국 보잉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조종사 역량 기반 훈련 체계를 도입했다. 아울러 제주항공은 체질 개선을 위해 B737-8 기종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 중이다. 올해 1월과 5월 각각 3호기와 4호기를 도입했다. 하반기에도 4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제적 노선 전략과 안전성 확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하반기 여객 확보를 위해 항공권 할인 프로모션 '찜(JJIM) 특가' 이벤트도 진행한다. 해당 특가는 올해 10월 1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탑승 가능한 항공권에 대해 적용된다. 국내선은 오는 23일부터, 국제선은 24일부터 예매할 수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환경부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정책 기조 변화로 제주지역 참여율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제도 보완과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제주도는 최근 환경부와의 실무 협의를 통해 "현재 전국 가맹점 100개 이상 매장만 제도 시행 대상으로 규정한 환경부 기준을 제주도 조례로 보완해 가맹 매장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일회용컵에 대해 300원의 보증금을 부과하고, 컵 반납 시 이를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2022년 12월부터 제주와 세종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며 시작됐다. 초기에는 제도 정착이 빠르게 이뤄졌다. 2023년 기준 제주지역 대상 매장의 98.8%가 제도에 참여했지만 이후 정부 방침 변경으로 참여율은 지난해 기준 53.6%까지 떨어졌다. 환경부가 전국 확대 계획을 보류하고, 일정 기준 이상 매장만 의무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참여 매장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도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환경부가 전국 시행 재논의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만큼, 지역 조례를 통해 제도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참여 매장 확대를 통해 폐기물 감축과 순환경제 촉진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가 오는 1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민생 회복 지원금과 지역화폐 지원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지역 상권 회복과 소비 진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18일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이번 2차 추경은 '20조원+α' 규모로 편성된다. 민생 회복 지원금은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고 지원 규모를 계층별로 차등화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차로 전 국민에게 15만원씩 지급하되 차상위계층과 한부모 가정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이 지급된다. 이후 2차 지급에서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전 국민에게 10만원씩 추가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경우 최종 수령액은 ▲소득 상위 10% 15만원 ▲일반 국민 25만원 ▲차상위 및 한부모 가정 40만원 ▲기초생활수급자 50만원으로 차등화된다. 이번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화폐는 음식점, 전통시장, 동네 슈퍼 등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추경안에 민생지원금 외에도 지역화폐 발행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을 포함할 계획이다. 특히 경기 침체 정도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지자체별로 국비 지원 비율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과 관련해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추경 방향이나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사전 대비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정확한 추경안이 공개되는 즉시 도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 지역경제 회복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한 도로에서 차량 3대가 잇따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해 20대 4명이 다쳤다. 18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3분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도로에서 렌터카 2대를 포함한 차량 3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렌터카에 타고 있던 20대 남녀 4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다음달 처음으로 공개하는 국내 최고 높이 샘인 한라산 '백록샘' 탐방 100명 모집에 2600명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당초 다음달 12일과 19일 이틀간만 진행할 예정이었던 백록샘 프로그램을 다음달 7일부터 24일까지 확대해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백록샘 탐방 프로그램은 국가유산청이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하는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시즌2 프로그램 중 중 하나다. 당초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다음달 12일과 19일 이틀간 하루 50명씩 모두 100명을 대상으로 백록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일 신청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접속자가 몰리면서 예약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1분 만에 예약할 수 있는 인원보다 26배나 많은 2630명이 예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처음 선착순 100명에 들지 못한 신청자에게 문자로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하지만 논의 끝에 예약 확정 문자를 받은 2630명을 모두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탐방 일정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백록샘 프로그램은 다음달 7일부터 24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진행된다. 평일은 하루 200명(4회·회당 50명), 토요일은 하루 50명(1회)이 참가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한라산 윗세오름과 남벽분기점 해발 1655m에 위치한 백록샘은 그동안 한 번도 민간에 공개된 적이 없는 만큼 신청이 취소돼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계획보다 많은 인원이 백록샘을 찾게 되지만, 이번 공개되는 탐방 구간은 기존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코스에서 10∼20m 정도 떨어진 동선이 길지 않은 구간으로 훼손 우려는 적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백록샘 탐방프로그램에서는 백록샘뿐 아니라 구상나무 대표목도 함께 볼 수 있다. 대표목은 높이 6.5m로, 수령은 72년으로 추정된다. 소나무과 상록침엽수인 구상나무는 제주 한라산과 지리산·덕유산 등 남부지방 아고산대에 사는 한국 고유종으로 한라산 깃대종이다. 1920년대 외국에 소개된 뒤 '크리스마스트리' 용도로 주목받으며 90종 이상 개량종이 개발됐지만 구상나무 고유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에서 청년층(15~29세)보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더 높은 '실버 크로스' 현상이 가장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주지역의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42.6%에 그친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은 58.6%로 집계됐다. 두 집단 간 격차는 -16.0%포인트(p)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컸다. 이 같은 현상은 단지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양상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제주뿐만 아니라 전남(-14.8%p), 경북(-12.0%p), 경남(-11.0%p), 전북(-10.6%p) 등에서도 노년층 경활률이 청년층을 크게 앞질렀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구직을 단념하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은 노동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지난해 통계청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제주를 포함한 중부·호남·영남권의 20대는 수도권으로 대거 순유출됐다.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청년층의 흐름이 고령층 중심의 경제활동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전국 평균 경활률은 청년층 47.8%, 고령층 46.4%로 아직은 청년이 소폭 우위에 있지만 비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이미 노년층이 노동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50%를 넘어서며 전국적으로 우세한 흐름을 보였다. 제주지역에서도 긍정 평가가 66.7%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16일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3만9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종 2507명이 응답을 완료한 6월 2주 차 주간 집계 결과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전국 평균 긍정 평가는 58.6%('매우 잘함' 46.6%, '잘하는 편' 12.1%)로 나타났고, 부정 평가는 34.2%('매우 잘못함' 25.2%, '잘못하는 편' 9.0%)에 그쳤다.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오차범위(±2.0%p) 밖에서 24.4%p 앞섰다. '잘 모름'은 7.2%였다. 제주에서는 긍정 평가가 66.7%, 부정 평가는 28.4%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광주·전라(75.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성별로는 남성 55.4%, 여성 61.8%가 긍정 평가했고, 연령별로는 40대(73.0%)와 50대(68.0%), 30대(55.9%)에서 긍정 평가가 특히 높게 나타났다. 18~29세에서만 부정 평가(47.5%)가 긍정 평가(42.8%)보다 높았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84.9%)과 중도층(59.5%)에서 긍정 평가가 우세한 반면, 보수층에서는 부정 평가(56.6%)가 더 높았다. 직업군별로도 사무·관리·전문직(63.8%), 판매·서비스직(60.0%), 자영업(58.3%) 등 대부분에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웃돌았고, 학생층에서만 긍정(45.9%)과 부정(45.6%)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실시된 정당 지지도 조사(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만7269명 중 1000명 응답)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9.9%, 국민의힘 30.4%, 개혁신당 4.5%, 조국혁신당 2.9%, 진보당 1.7%, 기타 정당 2.4%, 무당층 8.2%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1.9%p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4.4%p 하락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격차는 19.5%p로 오차범위(±3.1%p)를 넘겨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를 통한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정 수행 평가의 응답률은 6.3%, 정당 지지도는 5.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폐어구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구조를 위해 전담팀 구성을 추진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1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주간혁신성장회의에서 폐어구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구조가 지연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해양생태계 보호는 인류의 책임인 만큼 남방큰돌고래 구조를 위해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해양수산부의 입장이 소극적"이라며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동물 한 마리 폐어구에 걸린 것 가지고 매번 구조 체계를 작동할 수 있느냐'는 해양수산부의 대응 방식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수부가 못하면 우리가 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라도 다 구해내겠다"며 도 차원의 자체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전담팀 구성을 지시했다. 전담팀은 정무부지사를 단장으로 해 구성되며 남방큰돌고래 구조에 관한 자체 방안과 해수부 소통 등의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남방큰돌고래 등 구조가 필요한 해양동물보호에 대해서는 '해양동물 전문구조·치료기관의 관리와 지원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구조기술위원회를 열어 구조의 필요성과 방법 등을 종합 검토한 후 조치해 오고 있다. 제주도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는 해양보호동물 구조의 체계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해양수산부 고시에 따르고 있다. 최근 남방큰돌고래 '행운'의 꼬리지느러미에 그물과 낚싯줄 등 폐어구가 감긴 것으로 파악돼 폐어구 제거 등 구조가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기상 이변으로 캠핑장 예약을 취소하려는 이용자들에게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가 제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캠핑을 즐기던 소비자들은 "자연재해에도 돈을 떼이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된 캠핑장 관련 피해 구제 사건은 모두 327건이다. 이 중 계약해제 및 위약금 분쟁이 183건(55.9%), 청약철회 거부 63건(19.3%) 등 전체의 75% 이상이 취소 및 환불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제주에서도 관련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민 정모씨(33·여)는 "올해 2월 중순 가족과 함께 제주시 평화로 인근의 한 캠핑장을 예약하고 7만원을 선결제했다"며 "하지만 이용 당일 강풍주의보가 발효되자 안전을 우려해 예약 취소를 요청했으나 사업자는 '강풍은 환불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위약금 70%를 차감한 2만1000원만 환불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천재지변 상황인데도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리는 건 너무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소비자원은 "기후변화나 천재지변 등으로 숙박지역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당일 취소라도 계약금을 환급하도록 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숙박업)'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캠핑장 상당수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자체 환불 규정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약해제 및 위약금' 유형의 세부 사유 중에서도 기상 변화·천재지변이 61건(33.3%)으로 가장 많았고, 소비자 사유로 인한 환불 기준 불만(31.2%), 감염병에 따른 취소(19.1%)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원은 향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전국 4000여개 캠핑장 사업자에게 피해 사례와 기준을 공유하고, 자율적 거래 환경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계약 전 캠핑장의 기상 대응 기준과 위약금 규정을 반드시 확인하고, 위약금이 과도할 경우 계약 체결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교육청은 제주교사노동조합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및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협의 요구안 9건'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합의된 정책과제는 교원 직무연수비 지급, 학교 내 각종 위원회 통폐합, 민주적 공모사업 및 선도학교 신청 절차 마련, 학교 누리집 상담 예약 창구 개설 및 안내 강화 등이다. 또 학교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시 피해 교사 지원, 의무 연수 간소화, 유치원 보직교사 배치 기준 개선, 유치원 아침 돌봄 인력 활용 방안 마련, 소규모 병설유치원 활성화 방안 마련도 포함했다. 도교육청은 제주교사노조가 지난 1월 3일 제출한 정책협의 요구안에 대해 세 차례의 협의를 거쳐 전날 도교육청에서 협약을 체결했다. 한정우 제주교사노조 위원장은 "제주도교육청과의 건강한 동행을 통해 건설적인 비판과 협력으로 교육공동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도교육감은 "격식 없는 진솔한 소통을 통해 교사의 복지, 안전, 교권 보호 등 교육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겠다"며 "건강한 제안에는 언제든지 열린 자세로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불법 관광영업을 한 중국인과 한국인이 잇따라 적발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불법 유상운송을 한 중국인 A(34)씨와 B(38)씨, 한국인 C(43)씨 등 3명을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중국인 A씨는 지난 5월 20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중국인 관광객 10명을 돈을 받고 승합차에 태워 성산일출봉 등 주요 관광지로 운송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적발됐을 때 친구 관계라며 금전 거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여행 플랫폼 결제 내역 등을 제시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또 다른 중국인 B씨와 한국인 C씨도 지난 4일과 10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돈을 받고 승합차에 태워 불법 유상운송을 했다. B씨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라면서 중국 소셜 플랫폼을 통해 만난 관광객들에게 단순히 편의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으나, 불법 영업임을 시인했다. C씨는 지인 부탁으로 제공한 무료 서비스라고 주장했으나, 중국 관광객들이 중국 여행 플랫폼에서 900위안(17만원 상당)을 지불했다고 밝혀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 불법 영업임이 드러났다. 자치경찰단은 올해 무등록여행업 4건, 유상운송행위 24건, 무자격 가이드 7건 등 불법 관광영업 37건을 단속했다. 이런 불법 행위는 관광진흥법과 여객자동차운수법에 따라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불법 관광영업행위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여름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시도교육감 직무수행 평가에서 1위를 유지해왔으나 지난달 처음으로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전국 시도교육감 직무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김 도교육감의 직무 긍정평가는 52.4%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조사보다 7.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김 교육감은 취임 이후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여왔으나 이번 급락은 지난달 제주 교육계에 불거진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2일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던 중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교육청의 교원 보호 시스템과 대응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고조됐다. 김 교육감은 사건 직후 교권 강화를 위한 대책으로 교원안심번호 확대 등을 발표했으나 해당 교사는 당시 이 제도를 적용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숨진 교사를 위한 추모 공간이 당초 단 3일만 운영될 예정이었던 점 역시 도민 정서에 반하는 대응으로 여겨지며 논란을 키웠다. 이후 타 시도 교육감들이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유감 입장을 밝히자 도교육청도 추모 기간을 닷새로 연장했다. 이 같은 일련의 미흡한 대응이 김 교육감의 직무수행 평가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4월 27일부터 30일,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만3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시도별로 800명씩 표본을 구성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내 실종사건 수색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별도의 안전 매뉴얼이나 지휘체계 없이 돌발적으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장 대응의 혼란과 공무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정은 제주도의회 운영위원장은 17일 열린 제417회 정례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공무원 익명 게시판에 실종사건 수색에 투입된 직원들이 사전 교육도 없이 현장에 나가야 하는 상황에 불만과 우려를 토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임 위원장은 "공무원들은 민간 구조대도 사용하는 안전장비 없이 수색 현장에 나가야 하고, 관련 교육이나 위험 안내도 없이 단순히 '동원'만 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안전 사각지대이자 조직의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강하영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도 "이미 지난 2020년 제주도는 '실종자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현재까지 실종사건 대응을 위한 총괄 지휘체계나 세부 대응 매뉴얼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도정이 관련 법을 마련해놓고도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현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도내 해안가·계곡·산악 지역 등지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수색에는 행정시, 읍·면·동 소속 공무원들이 동원돼왔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구조훈련이나 위기대응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아 물리적 위험은 물론 심리적 부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의회는 실종사건 발생 시 지휘체계 일원화, 현장 안전교육, 수색 전 사전 브리핑 절차 등을 포함한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원된 공무원들의 심리적·신체적 피로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는 긴급 상황에 행정이 신속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의회 지적을 반영해 대응 체계 정비와 안전지침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가수 임영웅씨의 제주 팬클럽 '영웅시대 제주'가 지역 청소년을 위한 나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영웅시대 제주'가 지난 16일 도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300만원을 기탁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기탁은 임영웅씨의 생일(6월 16일)과 정규 2집 발매를 응원하는 팬클럽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 회원들은 "임영웅의 생일을 축하하고, 정규 2집의 성공을 기원하며 회원들이 함께 마음을 모았다"며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영웅시대 제주의 이번 기부는 가수 임영웅의 선한 영향력을 본받아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영웅시대 제주의 나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도내 청소년을 위한 김장김치와 라면 등 3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탁한 바 있다. 지금까지 제주 지역에 전달한 누적 기부액은 3675만원에 달한다. 한편,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달 1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여름철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우리제주, 희망여름 착!착!착! 나눔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냉방물품 지원을 통해 여름철에도 기부 문화 확산을 도모하는 취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고향사랑기부 답례품에 제주 전통 디저트인 오메기떡과 용과, 백향과 등 3개 품목이 새롭게 포함된다. 제주도는 제주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답례품을 기존 31개 품목에서 34개 품목으로 확대한다고 17일 밝혔다. 제주고향사랑기부 답례품은 기존 31개 품목·40개 업체에서 34개 품목·43개 업체로 확대됐다. 도는 지난 16일 답례품선정위원회 회의에서 업체의 운영 역량, 지역자원 활용도, 상품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답례품 5개 품목, 4개 업체를 추가 선정했다. 새롭게 선정된 답례품과 공급업체는 감귤(효돈농협협동조합 유통사업단), 제주 전통주(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토향), 오메기떡(블루탐 영농조합법인), 용과(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백향과(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이다. 답례품 공급 기간은 협약 체결일로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다. 도는 이달 말까지 공급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고향사랑e음 시스템에 답례품을 등록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마친 뒤 제공할 예정이다. 최명동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답례품 추가 선정으로 기부자들이 더욱 다양한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답례품 품질과 유통 관리를 철저히 해 기부자들의 사랑과 신뢰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따라 개인은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2000만원 이내 금액을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와 함께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지역 특산품 및 관광상품 등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온라인 고향사랑e음, KB국민은행(KB스타뱅킹) 등에서 기부가 가능하다. 오프라인은 전국 농·축협과 농협은행 창구에서 할 수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한의사 면허 없이 수년간 전국을 돌며 노인 등 불특정 다수에게 침 시술을 해온 7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70대 남성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약 4년 동안 제주를 비롯한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치매, 암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120여명에게 1회당 5만원 가량을 받고 불법 침 시술을 해온 혐의를 받는다.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A씨는 일반 한의원보다 5배가량 높은 진료비를 받아 범행 기간 동안 20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했다. 과거 동일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같은 수법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환자들에게 "평생 병을 못 고치던 사람도 내가 전부 고칠 수 있다", "불치병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하며 중증 환자들을 심리적으로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환자가 입고 있는 옷 위로 10~30개의 침을 꽂고, 일부는 꽂아둔 채 돌려보내 환자가 직접 빼도록 했다. 통상 한의원에서 사용하지 않는 48cm 길이의 장침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환자는 침 시술 후 눈이 심하게 부어 뜨지 못했고, 다른 환자는 극심한 복통과 함께 혈액에 염증이 발생하는 등 다수의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강수천 제주자치경찰단 서귀포지역경찰대장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의 절박한 심정을 교묘히 이용한 무면허 의료행위는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할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해 철저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서귀포시 성읍리 한 임야에서 후박나무 수십 그루가 무차별적으로 박피(껍질 벗김)된 사실이 확인돼 당국의 조사와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시민단체 '제주자연의벗'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임야에서 후박나무 43그루가 대규모로 껍질이 벗겨진 채 발견됐다고 17일 밝혔다. 해당 나무들은 둘레가 70㎝에서 최대 280㎝에 이르고, 높이도 최대 15m에 달하는 거목으로 수령이 70~80년에서 많게는 1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확인된 후박나무는 대부분 밑동을 중심으로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이는 나무의 생장을 위한 수분과 영양분 통로인 물관과 체관을 단절시키는 행위로 고사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훼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후박나무는 대표적인 난대 수종으로 제주에 많이 자생한다. 큰 키와 그늘을 드리우는 특성으로 가로수로도 널리 활용된다. 또 민간요법에서 후박나무 껍질과 잎이 약재로 사용돼 온 바 있어 이번 박피도 약재 목적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임야는 '생태계보전지구 5등급'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 없이 나무를 벌채하거나 식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사유림일지라도 보전지역에선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 일반 산지의 경우도 10일 전 사전 신고가 필수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대해 박피는 물론 벌목이나 벌채와 관련한 어떤 허가도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제주자연의벗 측은 "합법 여부를 떠나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고목들의 껍질을 무자비하게 벗겨내는 행위는 숲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박피는 단순한 채취가 아니라 심각한 훼손으로 간주돼야 하며, 조속한 현장 조사와 법적 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하늘 위 응급실' 역할을 하는 제주 응급의료전용헬기 전용 격납고가 제주국제공항에 마련됐다. 제주도는 16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내 응급의료전용헬기 격납고 개소식을 열었다. 도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총사업비 40억원을 투자해 연멱적 774.38㎡의 지상 1층 격납고와 2035.18㎡ 규모 계류장을 준공했다. 격납고에는 운영 사무실, 탈의실, 샤워장, 휴게실 등 응급의료전용헬기의 안정적인 운영에 필요한 기반 시설도 완비됐다. 그동안 제주 응급의료전용헬기는 별도 격납시설 없이 야외에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중산간 초지에 계류돼 기상 악화 시 출동이 지연되는 등 운영상에 어려움이 있었다. 도는 격납고 개소로 응급의료전용헬기가 공항 내에 상주하게 되면서 기상 악화에 따른 출동 지연 등의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응급의료전용헬기 운영 병원인 제주한라병원과 공항의 위치가 가까워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개소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도의회 의장, 도의원, 보건복지부, 제주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제주경찰청, 제주해양경찰청, 제주한라병원, 글로리아항공, 제주소방안전본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오 지사는 개소식에서 응급의료전용헬기가 격납고에 이전된 이후인 지난 5일 추자도에서 발생한 80대 패혈증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를 소개했다. 오 지사는 "기존에는 남원읍 수망리에서 출발해 한라병원에서 의료진을 태우고 다시 현장으로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공항 내 격납고가 마련되면서 추자도 응급환자를 47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며 "격납고가 골든타임을 단축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은 "응급의료헬기 운항을 위해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시설인 격납고가 안전과 보안성을 갖춘 최상의 장소인 제주국제공항에 만들어졌다"며 "격납고 설치를 계기로 닥터헬기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 도민과 방문객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제주 응급의료전용헬기는 2022년 12월 출범했다. 이달 현재까지 중증응급환자 이송 건수는 모두 94건(2023년 37건, 2024년 45건, 2025년 12건)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하룻밤과 낮, 거의 스무 시간을 지그시 눈을 감고서 주무시는 어머니. 그 앞에 엎드러져서 “어머니, 미안허우다. 나가 그자 ‘침 바끄지(뱉지) 맙서, 밥 흘리지 맙서’ 허멍 존다니(잔소리)만 해연..., 어머니한티 입에 맞는 음식 하나 못 해드리멍 그냥 ‘밥 먹읍서! 살려도랜만 허지 말앙 입을 벌립서. 밥 먹는디 죽는 사름 보십디강!’ 허멍 큰 소리만 지르곡, 반찬이 어신 건 생각을 못 핸 예.... 죄송허우다, 어머니! 제발 눈 뜹서게. 나가 영 빌엄수게....”라면서 답답한 마음에 어머니의 눈꺼풀을 뒤집으려고 하자, “야이, 무사(얘가 왜 이래)?”라면서 내 손을 강하게 밀치신다. 아, 우리 어머니가 괜찮으시구나. 힘이 여전하시구나. 살아나셨구나! “어머니, 이제랑 일어납서. 어머니 그추룩 아끼는 상추를 어떤 머리 검은 쥐(사람)가 막 뜯어감수게!”. 그러자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눈을 살며시 뜨시더니, 내 얼굴을 두 세 번 쓰다듬으신다. 그러고선 ‘너는 왜 이리 예쁘냐’는 듯한 표정으로 다정하게 웃으시곤 다시 눈을 감으신다. ‘아, 이렇게 세상을 떠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마음에 애간장이 다 녹아든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은 불효뿐이구나. 언제나
11일 코스피지수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회복했다. 4월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여파로 230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두달 만에 25% 넘게 올랐다. ‘코스피 5000’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약 8%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의지와 글로벌 자금 유입이 맞물린 결과다. [※참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13일 코스피지수가 2900포인트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기인한 하락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취임 8일차에 거래소를 찾은 것부터가 강한 부양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이 35% 이상이면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서 과세하는 방안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낮다. 2014~2023년 중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 성향이 31%인데 한국은 26%에 머물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중간배당으로 생활비를 보조받을 수 있게 하
영화 ‘다운폴’이 2004년 유럽에서 개봉했을 때 일부 관객의 거센 비난과 항의에 직면한다. 전체적으로 히틀러를 광기에 휩싸인 ‘악마’로 묘사하기는 했지만, 몇몇 장면에서 보여준 히틀러의 ‘인간적’인 면모에 관객들이 분노했다. 영화 속에서 히틀러는 자살하기 전날 에바 브라운과 순애보 같은 결혼식을 올린다. 여비서 드라우틀 융에에게 유언장 구술을 마치고, 부관들에게 자신의 시신처리에 관한 마지막 지시를 하고, 최측근들과 질식할 듯한 침묵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최후의 만찬’을 마치고 ‘주방 아줌마’들을 찾아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일일이 손잡아 주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끝까지 자신을 ‘모셨던’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도 감사와 작별의 인사를 전한다. 이 장면들만 떼어놓고 보면 범인(凡人)이 흉내 내기 어려울 만큼 대단히 품위 있고 인간적인 장면들이다. 히틀러의 손을 잡은 사람들 모두 눈시울을 적신다. 히틀러는 순도 100%의 악마로 ‘낙인’찍어 역사 속에 ‘봉인’해 놓아야 한다고 믿는 많은 관객이 이 장면들에 거부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세계 역사에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악마적 권력자나 전쟁광이 명멸했지만 그들에게도 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열어 보니 새들이 전봇줄에 앉아서 우리 집을 쳐다보고 있다. 세상에! ‘이때다’하고, 파도 소리가 대문을 넘어온다. 새삼 우리가 참 좋은 집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들의 요청에 따라 손자들을 돌보아주러 미국으로 들어가신 지 17년. 아버지를 그 땅의 공원묘지에 장례하던 날 내 손을 부여잡고서 한국으로 돌아오신 어머니는 그새 23년을 이곳 보목마을 바닷가 섶섬이 보이는 곳에서 살아오셨다. 이중섭 화백이 1951년 1월부터 1년간 가족이 단란하게 살았던 초가집, 지금의 이중섭 거리 중간쯤의 고갯마루에서 그렸을 것으로 보이는 바로 그 ‘섶섬이 보이는 풍경’ 앞에서 말이다. 어머니가 처음 머무셨던 우리 집은 서귀포에서 가장 처음 지어진 아파트 그 이름도 따스한 남양맨션이었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마련한 집은 그만큼 기쁘고 행복한 곳이었다. 더욱이 싱글이었던 주인이 아주 저렴하게 팔아준 곳이어서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운수 좋은 집이기도 하였다. 게다가 맹자의 어머니께서 아들을 위해 세 번을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의 종착지처럼 바로 초등학교가 이웃해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을 놀이터 삼아 마음껏 뛰놀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 3일 오전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아래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 제주남초등학교에는 서서히 불이 들어왔다. 투표 사무원과 정당 참관인, 선거 관계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5시 30분이 되자 본격적인 투표 개시 준비가 시작됐다. 참관인을 대상으로 한 안내와 주의사항 전달, 투표지·도장·투표함 점검까지 모든 절차가 빈틈없이 이어졌고, 투표함 봉인 작업도 그 일부였다. "이건 봉인함을 잠글 열쇠입니다.", "이건 투표함에 부착할 개폐 방지 스티커입니다." 투표 사무원은 준비물 하나하나를 직접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현장은 긴장 속에서도 질서와 투명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 5시 59분. 투표관리인의 개시 선서가 낭독되면서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본 투표가 시작됐다. 그러나 평온했던 분위기는 채 한 시간도 유지되지 않았다. 오전 6시 48분 한 남성 A씨가 삼도2동 제2투표소에 도착해 신분증을 제시하며 투표를 시도했다.그러나 선거인명부에는 이미 지난달 30일 사전투표를 마친 이력이 명확히 기재돼 있었다. 투표 사무원이 이를 설명하자 A씨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고, 아무 말 없이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화창한 5월 초여름 날씨.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들린다. 교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밝은 햇살, 바람에 실려오는 노랫소리와 체육시간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 스승의 은혜를 다시금 되새기는 5월, 그러나 교실 안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주도내 한 초등학교 교사 고모씨(35)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낄 줄 알았다"면서도 "이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언제 나를 향할지 모를 민원의 공포와 싸워야 하는 게 더 무섭다. 교사라는 이유로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떨궜다. 제주의 교실 안에서 교사들이 맞서고 있는 것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폭력과 민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이었다. 결혼을 앞둔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죽이겠다', "결혼식장에 찾아가 깽판을 치겠다"는 협박을 매일같이 들어야 했다. 또 다른 교사는 "창문만 봐도 혹시나 찾아오지 않을까, 집에 가도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대응하면 더 큰 해코지가 돌아올까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이 학부모는 10명의 교사를 정서학대 혐의로 고소했고, 교육청과 학교에는 100
이달 6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어린이날 홈경기를 맞아 많은 가족 단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제주SK FC는 강원FC에 0-3으로 완패하며 경기장엔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일부 서포터즈들이 선수단 통로와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단순한 패배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무기력한 경기력, 그에 대한 해명도, 표정도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팀의 태도에 팬들의 쌓인 감정이 터졌다. K리그에서 '버막(버스 막기)'은 낯설지 않다. 성적 부진이나 프런트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때 전국 각지의 경기장 주차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2023년 수원삼성이 강등이 확정된 뒤 팬들은 2시간 넘게 선수단 버스를 막고 단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제주 사태는 방식과 반응, 그리고 이후 전개까지 모두 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동진 선수가 있었다. 팬들과 마주한 그는 언성을 높였고, 일부 팬은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박 선수가 팬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과 이를 말리는 구단 관계자의 모습이 담겼다. 여기까지는 다소 거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전개는 K리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박 선수는
4월 3일 오전 9시.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으로 향하는 길. 유족을 태운 차량과 전세버스 행렬 사이로 익숙한 구호와 피켓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2공항 결사반대", "환경을 지켜라." 4·3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이 날만큼은 다른 주장들까지 추모의 공간에 겹쳐 있었다. 주차장은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과 경호 인력이 출입 동선을 통제했고,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 옷차림의 인파 사이로 하얀 국화가 하나둘 지나갔다. 추모와 경계가 교차하는 긴장된 공기 속에서 오전 10시 정각을 알리는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 엄숙한 분위기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단상에 오르면서 갈라졌다. "윤석열 탄핵!", "한덕수는 물러가라!"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연신 고성을 질렀고, 행사 진행요원과 보안 인력이 즉각 달려들었다. 팔이 붙잡히고, 입이 막히는 순간. 참석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남성은 6~8명의 경호 인력에 둘러싸인 채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추념식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이 물리적 제지, 이른바 '입틀막'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윤석열
거지는 틈만 있으면 사기 친다. 구걸할 때만 눈에 띠는 모습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청나라 모 년 모 월에,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이 가마를 타고 종복과 함께 전당포에 갔다. 팔찌 한 쌍을 벗어 건네며 저당 잡히겠다고 했다. 주인이 받아서 자세히 검사해보니 누런 금색을 띠는, 진짜였다. 중량은 5량이었다. 팔찌 주인이 경전(京錢)1) 500관(串)을 요구하자 전당포 주인은 맡을 수 없다며 돌려주었다. 한 바탕 가격 흥정을 한 후, 300관에 저당하기로 하고 숫자대로 돈을 지불하는 전표를 발행해 주었다. 그 사람이 떠난 후 옆에 서있던 거지가 낡은 저고리를 벗어서 건네주면서 20관에 저당 잡히겠다고 하자, 전당포 주인이 고소한다고 난리를 쳤다.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가짜 금팔찌를 300관이나 주었잖소. 내 이 저고리는 비록 낡기는 했어도 가짜는 아니잖소? 어찌 20관 가치가 없다는 말이오?” 그제야 전당포 주인이 의심이 들어 다시 팔찌를 꺼내 보았다. 금도금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거지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알아챘소?” 거지가 답했다. “그 인물은 유명한 사기꾼이오. 그가 사는 곳까지 내가 알 정도니까.” 전당포 주인은 돈 2관을 보상해 줄 테니 자신에게 그 집까지 데려가 달라고 했다. 거지가 안내하는 집에 가보니 정말로 그 손님의 가마가 그곳에 있었다. 거지는 멀찍이서 그 손님을 가리키고는 돈을 받아들고 떠났다. 전당포 주인이 집안으로 들어가 봤다. 손님이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감히 떠들어대지 못하여 종복에게 손님을 불러달라고 한 후 언쟁을 벌였다. 손님이 말했다. “물건이 가짜였다면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내게 줄 수 있다는 말이요?” 안에 앉아있던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는 둘에게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후 손님에게 말했다. “우리는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부당하게 이익을 봐서는 안 되오. 시정 소인과 언쟁하면서 체통을 잃어서도 안 되지요. 귀하께서 저당 잡혀 가지고 온 돈은 아직 쓰지 않았잖소. 어찌 그냥 되돌려 주지 않는 게요!” 그 손님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이 말을 따른다면서 전표를 내주고 팔찌를 돌려받았다. 전당포 주인은 기쁜 마음으로 전표를 받아들고 돌아갔다. 전당포 주인이 저녁 무렵에 돈으로 바꾸려 조폐국에 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전표를 가지고 와서 현금으로 바꾸어 떠나버린 후였다. 조폐국에서 돈을 찾아간 전표와 전당포 주인이 가지고 온 전표를 대조해보니, 전당포 주인이 들고 있던 전표는 가짜였다. 전당포 주인이 다시 손님이 있던 집으로 찾아갔으나 벌써 떠나고 아무도 없었다. 거지도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알고 보니 염치없는 얼굴을 하고 나타난 거지와 사기꾼들은 한통속이었다. 짝을 이루어 사기 친 것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청나라 때 북경 지역에서 유행하던 가격 표준이다. 강희(康熙) 때에 무게 7분(分)의 소전(小錢)을 주조해 북경에서 유통하였다. 2문(文)이 대전(大錢) 1문에 해당하였다. 그 소전을 당시에 ‘경돈(京墩)’이라 불러, 북경 금전의 명칭이 되었다. 나중에는 1문 당 경전 2문으로 제조해 사용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대 정당이 6·3 조기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도 공약집을 내놓지 않아 유권자들이 ‘깜깜이 선거’에 내몰렸다. 국민의힘은 25~26일께, 민주당은 27~29일께 공약집을 공개할 예정이다. 결국 재외유권자는 공약집도 없이 투표를 마치게 됐다. 유권자 25만8254명이 20~25일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데 공약집을 확인조차 못했다. 지역·주제별로 따로따로 내놓은 ‘쪽공약’만 공개됐다. 세 차례 TV토론 중 경제(18일)·사회(23일) 분야를 주제로 한 두차례 토론은 공약집 없이 진행됐다. 3차 토론이 27일이니 사실상 모든 TV토론이 ‘무無공약집 토론’이 될 판이다. 정책 토론과 상호 검증 기회를 양대 정당 스스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대선 사전투표는 29~30일 이틀간 진행된다. 지난해 총선의 사전투표 비중(46.7%)을 감안하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공약집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없이 투표를 하게 된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대선 공약집 늑장 제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후보는 대선 9일 전, 문재인 후보는 10일 전에 각각 공약집을 공개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선거가 앞당겨진 2017년 조기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는 22일 전, 문재인 후보는 11일 전 공약집을 발표했다.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투표 13일 전, 이재명 후보는 15일 전에 공약집을 제출했다. 앞서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공약집이 일찌감치 한달 전에 나왔다. 이회창 후보가 36일 전, 노무현 후보가 31일 전에 내놨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20일 전, 이명박 후보가 18일 전에 공약집을 공개했다. 결국 21대 대선은 역대 대선 중 가장 늦게 공약집을 내놓은 불명예를 안게 됐다. 대외적으로 ‘정책 경쟁’을 하자고 외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자료집 공개를 미루는 것은 서로 ‘검증’과 ‘비판’을 차단·회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공약을 검증하는 시민단체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들은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이번 대선의 1순위 의제로 꼽았다. 이어 ‘경제 회복 및 저성장 극복대책 마련’ ‘공정과 상식 회복 등 민주주의 복원’이 2·3순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의 선택은 조금 달랐다. ‘국민 통합·사회적 갈등 해소’가 1순위였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육성’ ‘수도권 집중 완화 및 균형발전’이 2·3순위로 꼽혔다. 전반적으로 일반 유권자(국민)들이 전문가보다 훼손된 민주주의,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민주주의 복원’ 의제가 새롭게 제기됐다. 유권자들은 각종 현안을 고소·고발 등 사법시스템으로 끌고 가는 정치 실종과 선출받지 않은 기관들의 과도한 정치 개입 및 월권을 지적하며 공정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인식했다. 저성장과 미국발 관세 후폭풍에 대한 걱정이 경제 회복 및 저성장 극복대책을 요구했다. 대선 공약집 발간이 공직선거법상 의무사항은 아니다. 앞서 12일 공개된 두루뭉술한 키워드 중심 ‘10대 공약’도 중앙선거관리원회가 임의로 제출받아 공개한 것이다. 유권자에게 발송되는 선거공보만이 의무사항이지만, 후보별로 공약을 비교해 파악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빈약하다. 대선 공약집은 후보자가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침서이자 유권자와의 약속이다. 그런데 공약집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2002년 16대 대선 이후 갈수록 발표가 늦어지는 추세다. 특히 이번 대선 공약집 공개가 가장 늦다는 것은 또 다른 ‘정치 퇴행’이다. 그 탓에 ‘정책 선거’가 자리 잡지 못한 채 정당과 후보들은 상대 말꼬리를 잡거나 잘못을 들춰내 공격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에 몰두하는 형국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커피원가 120원’ 등을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문수 후보의 ‘미스 가락시장’ 발언 등을 비판했다. 후보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공약 가운데 재원 확보 방안과 실행계획이 없는 구호에 그치는 것들이 적잖다. 첫번째 경제 분야 TV토론에서도 후보들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답변으로 넘어갔다. 민생 현안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정책공약 경쟁은 뒷전인 채 상대방을 향한 인신공격이나 추문 들추기, 자격 시비, 색깔론 등 네거티브로 치닫는 선거전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부정적 캠페인에 유권자들이 노출되면 투표율이 5% 정도 떨어진다는 미국 대선 결과 분석(탈동원효과)도 나와 있다. 공약집 발간이 늦어질수록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설익은 공약이 국정과제로 이어져 부작용과 후유증을 잉태할 위험성도 커진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1924년 9월 24일, 노신(魯迅)는 「구걸하는 사람」이라는 산문시를 발표하였다. 『야초(野草)』집에 수록된 산문시로 상징과 사실 수법으로 묘사하였다. 나는 벗겨진 높은 벽을 따라 부드러운 먼지를 밟으며 걸어간다. 나 이외에 몇몇이 제 갈 길을 걷는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니 벽 위로 솟아오른 높은 나뭇가지가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잎을 단 채 내 머리 위에서 흔들거린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니 사방이 온통 먼지다. 한 아이가 나에게 구걸한다. 겹옷을 입었다. 슬프거나 근심스럽게 보이지 않는데 막아서며 절하고 쫓아오며 애원한다. 나는 그의 말투와 태도가 싫었다. 나는 슬프지도 않으면서 장난치 듯 하는 그가 싫었다. 나는 쫓아오며 애원하는 그에게서 진저리가 났다. 나는 길은 걷는다. 나 이외에 몇몇이 제 갈 길을 걷는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니 사방이 온통 먼지다. 한 아이가 나에게 구걸한다. 겹옷을 입었다. 슬프거나 근심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벙어리이다. 양손을 나란히 벌려놓고 손짓한다. 나는 그의 손짓이 싫다. 그리고 결코 그는 벙어리가 아니다. 구걸하는 방법일 뿐이다. 나는 희사하지 않는다. 희사할 마음도 없다. 나는 단지 자선가보다 높은 자리에서 혐오와 의심과 증오를 보낼 뿐이다. 나는 무너진 토담을 따라 걷는다. 잘린 벽돌이 무너진 돌담 사이에 쌓여있다. 돌담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산들바람이 가을 한기를 내 겹옷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사면이 온통 먼지다. 나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구걸할지를 생각한다. 소리를 낸다면 어떤 말투로 할까? 벙어리로 가장하면 어떤 손짓으로 할까? ... 나 이외에 몇몇이 제 갈 길을 걷는다. 나는 앞으로 보시를 받을 수 없고 베풀어 도우려는 마음(布施心)도 얻을 수 없으리라. 나는 앞으로 자선가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자처하는 자들에게서 혐오, 의심, 증오만을 받게 되리라. 나는 앞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침묵으로 구걸하리라! ... 나는 적어도 허무는 얻게 되리라. 산들바람이 불어와 사면이 온통 먼지다. 나 이외에 몇몇이 제 갈 길을 걷는다. 먼지, 먼지... ... 먼지... 과거에 노신 작품을 평가할 때 학계에서는 예술의 상징과 사실 두 방면만 주의할 뿐이었다. 요 몇 년, 중국에서는 작품의 상징 의의를 더 중시하고 있다. 그중에는 생경한 정치공리주의를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경우도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은 인문과학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다. 노신을 연구한 일본 학자 오다 타케오(小田岳夫)는 노신의 산문시 중에서 「구걸하는 사람」은 당시 회색의 심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중국학자는 문제를 제기했다. “노신 『야초』 속에는 분명 비교적 농후한 허무와 비관적 정조가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고 「구걸하는 사람」이 그런 허무, 비관의 ‘회색의 심경’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노신은 전편에서 구걸하는 거지를 싫어하고 암울과 허무를 부정하였다. 그는 항쟁으로 암울한 사회를 벗어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표정의 소침은 내심의 치열을 간직하고 있다. 이것이 「구걸하는 사람」의 서정적 특색이다.”(「손옥석(孫玉石), 『야초』 연구」) 과연 그럴까? 「구걸하는 사람」의 상징과 사실 두 방면 중 어느 한쪽도 버려서는 안 된다. 사실, 노신은 이 산문시에서 사실 방면에서 거지들의 관용적인 사기 수법을 주의해 드러내 보였다. 예를 들어, “슬프거나 근심스럽게 보이지 않는데 막아서며 절하고 쫓아오며 애원한다.” “슬프거나 근심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벙어리이다. 양손을 나란히 벌려놓고 손짓한다.” 이 모두 예나 지금이나 흔히 보이는 사기 수법이다. 그렇기에 노신은 명확히 표명하였다. “나는 그의 말투와 태도가 싫었다. 나는 슬프지도 않으면서 장난치 듯 하는 그가 싫었다.” “나는 그의 손짓이 싫다. 그리고 그는 벙어리가 결코 아니다. 구걸하는 방법일 뿐이다.” 이런 사기술과 위장은 한 세대 한 세대 전승되고 연속돼, 반복적으로 희사자의 측은지심을 찔렀다. 그래서 노신은 말했다. “나는 희사하지 않는다. 희사할 마음도 없다. 나는 단지 자선가보다 높은 자리에서 혐오와 의심과 증오를 보낼 뿐이다.” 세상사가 늘 변하는데 누가 감히 자신의 일생 중 결코 거지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노신도 자신이 그러한 지경에 빠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연상하였다. “나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구걸할지를 생각한다. 소리를 낸다면 어떤 말투로 할까? 벙어리로 가장하면 어떤 손짓으로 할까?..." 그런데 노신은 사기 치지는 않고 그저, “나는 앞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침묵으로 구걸하리라!” 결과는 어떻게 될까? “나는 앞으로 보시를 받을 수 없고 베풀어 도우려는 마음(布施心)도 얻을 수 없으리라.”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자선가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자처하는 자들에게서 혐오, 의심, 증오만을 받게 되리라.” 「구걸하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거지가 행하는 사기라는 상투 수단을 드러내 보이면서 당시 사상가의 관점을 표현하였다. 적어도 「구걸하는 사람」의 예술 상징 방면에 대하여 이미 많은 학자가 세간에 해석을 해놓았기에, 굳이 이 글에서 논술할 내용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언급한 것은, 거지의 사기술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일 따름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나무 낚시가 적합한 제주바당 제주바다는 검은 현무암 돌투성이가 땅과 바다에 주를 이룬다. 화산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물은 쉽게 찢겨서 대나무 낚시가 발달했다. 조간대에서는 보이는 것도 돌이요, 보이지 않는 해저도 돌로 꽉 차있다. 그래서 해안에는 아무데나 배를 댈 수가 없다. 현무암 무더기 틈새로 작은 포구들이 마을과 인접해서 이루어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바다는 암초와 암반이 발달해 있어서 소위 정착 생물의 서식환경이 좋은 편이다. 약 250여종의 해조류가 제주 연안을 중심으로 자라고 있다. 특히 해조류를 주먹이로 하는 오분자기, 전복, 소라, 조개 등 150여 종의 패류가 이와 관련하여 서식하고 있다. 제주해안은 겨울에도 수온이 따뜻하여 여러 가지 어류들의 산란장으로 적합하거나 겨울을 지내기 좋은 여건에 있어서 350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어류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는 동해나 서해에서 흘러드는 한류와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제주도 어장은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어민들이대거 침탈하였다. 비양도, 가파도, 우도 등 곳곳에 어물 창고를 만들고 나가사키 방면으로 수송하여 돈을 벌었다. 일제감점기에는 하루에 200척이상 제주바다를 침탈했다. 흥미롭게도 약 300년 전에 저술된 이형상의 《남환박물》에는 제주에서 잡히는 물고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는 제주에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어장(漁場)이나 그물(漁網)을 사용하는 바가 없고, 단지 낚시질로 고기를 잡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제주도 해역이 화산암 투성이어서 일부 해수욕장 외에는 그물 사용이 어렵다. 물고기 종류로는 상어(鮫魚), 악어(鰐魚), 고래(鯨魚), 문어(文魚), 고등어(古刀魚), 멸치(行魚), 생어(生魚), 옥돔(玉頭魚), 날치(飛魚), 은어(銀口魚), 숭어(秀魚), 오징어(烏賊魚), 방어(魴魚) 등이 난다고 하며, 특히 우도 등지에는 혹 수달(水獺)이 있다고 전한다. 또한 지금의 우리가 아는 흔한 토착 어종의 이름인 고맹이(놀래기), 복쟁이(복어), 멩치(쑤기미), 보들래기(장글레기), 눈큰볼락, 손치, 어렝이, 우럭, 졸락, 패감생이들은 소위 대나무로 하던 바다 낚시나 고망 낚시를 해본 사람들에게 추억이 되는 물고기들이다. 전문 낚시꾼들은 흑돔, 감성돔, 황돔, 다금바리 등의 고급어종들을 선호하고 있다. 서촌에서는 원담, 동촌에서는 갯담 원담은 원, 갯담, 개라고도 한다. 원담은 제주의 원시적 어로 시설이다. 원담은 해안에 작은 여가 형성된 곳을 서로 이어 막아 밀물 때 고기가 들어오게 하고 썰물 때 가두어진 고기를 잡는 돌담이다. 내가 생각하기로 원(垣), 담(垣)은 오래전 한나라 때부터 생긴 말로 하늘의 천체 속 자미원(紫薇垣), 태미원(太薇垣), 천시원(天市垣)에서 유래했다. 여기에서 원은 28수(宿)를 모은 무리 진 하늘을 3개의 구역으로 구분하여 하나의 둘레를 지은 형태를 말한다. 산담 또한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사상이 깃들어 있는 바 이 삼원(三垣)과 관련이 깊다. 산담이 하늘을 염두에 두고 망자가 죽음을 관장하는 북두칠성에 머문다는 말로 해석된다. 즉 체백은 땅에 머물고, 혼백은 하늘로 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원담은 바다 방향은 완만하게 만들고 마을 방향은 수직으로 만들어 고기가 들어오기는 쉬우나 썰물이면 막혀서 못 나가게 만든 겹담 구조의 돌그물이다. 원담의 형태는 ㄱ자형, 一자형, ⁀형 등 다양한 모양이 있다. 원담은 마을마다 원, 갯담, 개라고도 불렀다. 모슬포는 원담이라고 부른 것과 달리 구좌읍 동복, 김녕, 행원, 월정, 평대, 세화, 하도지역에는 갯담, 개라고 부른다. 원담에는 주로 멜이 들었고, 그 뒤를 따라 갈치도 따라올 때도 있었다. 고도리(고등어 새끼), 각재기 등의 어종도 있었다. 원담에 멜이 들면 개인용 사둘이나 족바지로 잡는다. 큰 규모로 멜을 잡을 때는 그물접의 계원들이 공동으로 잡았다. 원담은 어선이 등장 않던 시기의 어로 방식으로 작은 마을 단위로 골을 만들어 원담을 쌓았다. 크기는 약 100평의 작은 원담에서 1500평의 큰 원담까지 마을의 규모와 지형에 따라 다양하다. 높이는 80cm~1m 내외, 넓이 1.5m 정도로 두 사람이 왕래할 수 있다. 또 이 원담은 허채(許採)시 미역이나 천초 등의 해산물을 나르는 길의 역할도 병행했고, 마을 어린아이들의 안전한 물놀이 터가 되기도 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