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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톺아보기] 신들의 섬에 나타난 ‘비암’ (3)

 

제주도 뱀 신화에 등장하는 이주(移住) 뱀은 바다에서 올라온 ‘바다뱀’이다. 제주도 바다뱀은 실재 바다에 서식하지 않은 신화적 뱀이다.

 

제주도 당 신화에 등장하는 뱀 신화와 뱀 신앙은 북태평양 바닷길 따라 제주도에 올라왔다. 제주도 바다뱀은 돌함에 실려 바닷가에 표착 형식으로 제주도에 왔다. 마을 당신으로 좌정하여 마을수호신 역할을 해오던 산신이 새로 나타난 뱀신을 공격했다는 신화도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외지에서 입도한 신들을 다 잘 받아들였다. 그 신들은 지역에 잘 어울리며 제주도 대표 신이 되었다.

 

제주에는 뱀신 말고도 다양한 토속신이 있다. 문전신(門前神)은 집 안에 들어오는 문에 좌정해 있는 신을 말한다. 집을 지키는 신이라 할 수 있다. 상방(上房) 앞쪽에 좌정한 문신(門神)과 뒤쪽 문에 있는 ‘뒷문전신’이 있다고 한다. 조왕할망(조왕신)도 눈길을 끈다. 불을 피워 밥과 반찬을 만드는 곳인 솥덕은 언제나 따뜻한 곳이다. 조왕신은 솥덕에서 집안 길흉화복을 관장했다.

 

그런가 하면 ‘정살지신’도 있다. 집 안 출입구인 ‘올레’에 세워진 정주석을 가로지르는 곧은 나무를 ‘정낭’ 혹은 ‘정살’이라고 한다. 정살지신은 이곳에 좌정해 있는 신이다. 특히 이들 신을 ‘테세’ 혹은 ‘죽산이’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제석할망’은 농작물을 보호하며 풍성한 수확을 낼 수 있도록 지켜준다고 믿고 있는 신이다.

 

이와 함께 마을 사람 안녕을 주관하는 ‘이사(里祀)’와 뜨거운 불을 이용해 쇳물을 녹이는 등 언제나 위험이 동반되는 작업환경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깨비신도 있다. 울타리에 좌정해 있는 울담지신, 집터의 각 방위를 담당 관장하는 오방토신, 목장에 좌정하면서 소와 말의 증식과 안전을 관장하는 백중 등도 흥미로운 신이다.

 

제주 토속신앙에는 반드시 제사와 굿이 따랐다. 제사와 굿을 통해 하늘과 땅의 신을 불러들여 춤추고 놀며 풍농을 기원하고 무사 안녕을 빈다. 해마다 2월 12일 새벽 2~3시에는 영등제를 지낸다. 영등제는 영등신을 모시는 제사다. 영등신은 초하루가 되면 제주에 와 어패류 씨를 주고, 보름이 되면 강남 천자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때 굿을 하고 쌀 등으로 점을 치고 오전 9~10시에 돌아온다. 영등제 장소는 마을마다 달랐다.

 

한 해 농사 시작인 밭갈이를 하고 파종하기 전에 올리는 제사도 있었다. 이를 제석 할망제라 불렀다. 이때 별도로 제물을 준비하는 게 아니고 일꾼에게 대접하는 음식 가운데 일부를 제석 할망에게 대접하는 의식이다. 밭 한쪽에 음식을 두었다가 걷어 왔다. 제석 할망제는 1980년대까지 지냈다.

 

뱀 신앙을 포함해 제주 토속신앙은 실생활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신화나 전설 등 스토리만 있다. 여기에는 197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한 새마을운동도 영향을 줬다. 이는 의식개혁 영향이라기보다 생태계 변화와 경제생활 변동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식량 작물 대신 감귤 같은 과수 작물이 보편화하여 쥐 먹이가 줄었다. 농약 살포로 뱀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민가 구조도 달라졌다. 초가지붕이 사라지고 ‘고팡’도 사라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토속신앙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뱀 신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유적을 보호하고, 뱀 신화를 원천으로 스토리텔링해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이 전개되고 있다. 전통문화와 토속신앙을 살려 희미해져 가는 마을 정체성을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제주큰굿보존회’는 칠성굿 등 제주 큰굿풀이 보존·전승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 큰굿은 2001년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됐다.

 

제주 신화나 전설, 무속(굿풀이) 등은 영화·애니메이션·게임 등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마동석은 조왕신 역할을 했다. 영화에서 요강이나 단지를 소중하게 들고 다닌 마동석은 집 수호신 역할을 했다. 제주 토속신앙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부상했으면 좋겠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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