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왕벚나무 아래,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아이들은 솜사탕을 들고 뛰어다니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도심 속 대표 봄 축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기도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건 벚꽃보다 비싼 축제장 음식값이었다. 지난 29일 한 이용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순대 6조각에 2만5000원, 오케이'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적은 양의 순대볶음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해당 노점은 전농로 축제장 먹거리 부스 중 한 곳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꼼장어는 3만원, 아이들 헬륨풍선은 하나에 2만원이었다", "가격표도 안 보이고 결제 후 알게 되는 구조", "여기 노점 바베큐도 바가지다. 제주도민 아니고 육지 떠돌이 장사꾼들"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만난 도민 정모씨(33·여)는 "제주를 찾은 지인들에게 '축제니까 즐기라'고 했는데 바가지 가격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가지 논란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봄 '비계 삼겹살'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국정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경상남북도 지역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발생하는데 당국의 대처가 너무 허술했다. 강풍과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초기 진화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었더라도 인명 피해는 제대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해 북동부로 확산한 산불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들이다. 재난문자를 받고 대피하다가 차 안이나 도로 등에서 변을 당했다고 한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대피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얼마 안 돼 변경하기도 했다. 그나마 산불로 통신망이 끊긴 곳에는 문자가 전달되지 않았다. 차량으로 취약지역을 돌고, 민방위 경보방송 등 긴급 통신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 당국의 산불 진화 역량도 문제투성이다. 초기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소방헬기는 산림청이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인 러시아산 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로 29대 중 8대가 가동 불가능
전선과 이어진 부실한 통신망은 이미 붕괴했다. 간간이 사선을 뚫고 흙먼지 뒤집어쓰고 돌아온 장군들은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절망적인 보고만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모두들 막연히 무언가 극적인 반전反轉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들 자신도 모르는 눈치다. 우주의 기운이 모여 미국, 영국, 소련에 한날한시에 회복불능의 대재앙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히틀러가 지하총통실에서 회의를 소집한다. 수뇌부들은 그들이 메시아(Messiah)라고 떠받들어온 히틀러가 ‘어떻게 좀 해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히틀러만 바라본다. 그들은 메시아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1950년대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빌프리트 다임(Wilfried Daim)은 히틀러와 나치 수뇌부가 히틀러를 ‘진짜 메시아’로 설정한 새로운 종교로 기독교를 대체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폭로한다. ‘뉴 메시아’ 히틀러는 지하총통실에 소집한 나치 수뇌부에 유럽 전선 지도를 펼쳐놓고 자신이 예비해 둔 ‘기적’을 전한다. 그들의 메시아는 이미 궤멸돼 사라진 지 오래인 독일의 정예 전차부대와 사단 병력을 동원해 연합군을 일거에 궤멸하는 ‘기적의 작전’에 혼
바다와 오름, 올레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제주는 자연이 만들어낸 천혜의 섬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도 우리의 관심과 손길이 없으면 점차 그 빛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제주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주민들과 함께 시작한 '청정 쓰담달리기(플로깅)' 캠페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플로깅(Plogging)'은 '줍는다(Plocka upp)'라는 스웨덴어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보호 활동이다. 환경을 보호하며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운동이다. 상하수도본부는 이러한 뜻깊은 활동에 착안하여, 하수처리시설 주변 환경의 정화와 함께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의미로 '청정 쓰담달리기' 캠페인을 연중 진행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을 '청정동행 플로깅의 날'로 지정하여 도내 8개 하수처리장을 순회하며, 주민과 함께 아름다운 환경을 되찾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5년 3월 19일 제주하수처리장에서 첫 발을 내디딘 이 행사는 월정, 보목, 판포, 남원 등 제주 전역을 돌며 환경정화의 손길을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언론의 자유는 권력을 견제하여 국민의 권리를 확대하려는 오랜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공권력을 비판 또는 감시한다는 의미에서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제도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하고, 제4항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판결(Near v. Minnesota. 283 U.S.697, 1931)에 따라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사생활, 지적재산권, 음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그레고리 맨큐는 그의 저서 '맨큐의 경제학'에서 마이클 조던의 예를 들어 비교우위 이론을 설명한다. 마이클 조던이 잔디를 잘 깎을 수 있더라도, 그는 농구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과 사회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잔디 깎기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조던은 농구에 전념함으로써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논리는 육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아이를 잘 돌보는 부모가 요리나 자동차 수리 등 다른 분야에서도 능숙하다면, 아이 돌봄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사회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가계 소득을 늘리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30원인 상황에서 가구별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간당 최소 1100원의 부담만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가정과 사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이다. 하지만 자녀를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부모에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제주지역 영유아 육아조력자 돌봄조력자 현황과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도내 육아조력자의 90%가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강한 요구
제주의 대표 봄 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올해 기상 악화로 중도 취소되자 지역 사회 내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축제 명칭과 정체성 문제부터 천문학적 예산 집행까지, 여러 갈래의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열릴 예정이던 ‘제27회 제주들불축제’는 태풍급 강풍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일부 행사는 분산 개최 형식으로 열어 축제를 마무리했다. 2년 만에 열린 이번 축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로 기획돼 주목받았지만 디지털 전환 시도마저 완전히 구현되지 못한 채 아쉽게 막을 내렸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로 시작됐다. 제주 전통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마을 단위로 불을 놓던 풍습을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산불 위험성,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오름 불놓기’는 해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2022년에는 전국적인 산불 재난으로 축제가 전면 취소됐고, 2023년에는 산불경보로 불놓기 행사가 급히 철회됐다. 환경단체와 도민 청원 등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제주시는 올해부터 '불놓기'를 과감히 제외하고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빛 중
3·19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은 서울시의 오판과 정부의 방관이 초래한 정책 참사다. 서울시는 금리인하 시기와 봄 신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실거래가격이 꿈틀대는데도 지난 2월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대상에서 해제했다. 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시장 과열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조치를 방치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 과열 조짐이 번지자 서울시는 35일 만에 잠삼대청 토허제 해제를 철회했다. 여기에 얹어 토허제 대상을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로 확대했다. 토허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구(區) 전체가 토허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정부 때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에도 동(洞) 단위 또는 주요 정비사업 구역 위주로 규제했다. 2·13 조치로 강남권 291개 아파트단지 토허제를 풀었는데, 3·19 조치로 2
"딱딱하고 잔디가 들린다." 20일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오만전이 끝난 직후,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믹스드존(Mixed Zone)을 빠져나오며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온 선수들은 하나같이 경기장 상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패스나 드리블이 매끄럽지 않았던 이유도, 경기 내내 유독 미끄러지는 장면이 많았던 배경도 결국 '잔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논두렁 잔디' 논란으로 A매치 개최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대체 경기장으로 고양종합운동장을 낙점했다. 당시 협회는 "고양의 잔디 상태가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경기 도중 이강인은 잔디에 발이 걸려 넘어졌고, 그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다. 부상 직후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이강인의 뒤편에는 잔디가 움푹 파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백승호는 "무게 중심을 실으면 잔디가 뜨고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고, 주민규도 "잔디 상태가 좋다고는 말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승현은 경기 전 훈련 도중 종아리 부상을 입어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상대팀인 오만 감독
영화 다운폴(Downfall·2014년)은 우리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듯하다. 우선 할리우드가 아닌 독일 영화다. 감독도 독일인 올리버 히르슈비겔(Oliver Hirschbiegel)로 낯설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피부로 느꼈던 ‘태평양 전쟁’이 아니라 바다 건너 유럽에서 전개된 2차 세계대전 얘기여서 아무래도 관심도가 떨어진다. 꽤나 ‘명품 영화’로 평가받는 영화 다운폴이 우리나라에서 상영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만큼 이 영화는 모든 게 생소하다. 익숙한 소재인 히틀러의 마지막 14일을 다뤘는데도 그렇다. 먼저 감독부터 이야기해보자. 히르슈비겔 감독은 1971년 전 세계를 경악시켰던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 사건을 영화화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선(善)함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인간은 너무나 쉽게 악(惡)에 빠지며, ‘평범화된 악’은 그것을 제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그의 관점은 베를린의 ‘히틀러 총통 방공호’ 속에서 벌어진 ‘히틀러의 마지막 14일’을 향한 관조(觀照)로 이어진 듯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독일어 원제목 ‘Der Unterga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19년에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국민의 대표에 의하여 제정된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헌법으로 평가받는다. 이 헌법 제1조는 “독일은 공화국이다. 정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면서, 국민이 주인인 바이마르 공화국(1919∽1933년)이 출범한다. The German Reich is a Republic. Political authority emanates from the people. 그러나 극우 정당인 나치당과 히틀러의 출현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질서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결과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타난다. 브라질 연방공화국 헌법 제1조에서도
100년을 넘게 살아낸 후에는 다시 어린아이로 태어나는 걸까. 마치 한 살 아이처럼 하루 종일을 끄덕끄덕 조시는 어머니가, 잠꼬대를 하신다. “장로님, 날 찾아줍서! 나 손 잡아 줍서...”. 아버지께서 대포교회의 장로가 되신 후로, 어머니는 늘 아버지를 ‘우리 장로님’이라고 불렀다. 아, 어머니가 몹시도 외로우시구나.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우신 게다. “어머니, 아버지는 천국에서 하루 종일 어머니를 지켜봠수게. 아버지가 어떻게 어머니를 한순간이라도 잊으시쿠과? 보지 않고 어떵 살 수 이시카, 예?” 그럴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동서녘으로 이웃해서 사셨다. 마을 사람들은 리사무소가 있는 못동네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방향을 따라 ‘동동네, 섯동네, 알동네, 웃동네’라 불렀다. 아버지는 해가 떠오르는 동동네 허 장 할으방의 종손으로 태어났다. 그 유명한 동의보감의 허 준, 홍길동전의 허 균처럼, 양 천 허씨들은 이름을 외자로 썼다. 아버지는 1923년 1월 20일생, 양천 허씨 가문의 34세손이자, 제주도로 들어온 조상의 계보로는 24세손이다. 입도조(入道祖)인 송암공 허손(許愻)은 고려말에 대제학의 벼슬을 지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같이 조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