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 주 헌법 96조는 '공무원은 개별 정당이 아니라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헌법과 유사하다. 다만 여기에 더하여 '공무원은 그 의무 수행 과정은 물론 수행 범위 밖에서도 항상 민주적 헌법 국가에 종사할 것을 선언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부분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Civil servants shall be the servants of the entire people rather than of an individual party. The civil servants must declare his/her support of the democratic constitutional state at all times and must be loyal to it in the course as well as outside of the performance of his/her duties. # 민주적 헌법질서에 종사하는 공무원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민주적 헌법질서이다. 역사상 최초의 헌법 공
“어머니, 어디 가십디강?” 이른 아침 어머니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보니, 어머니가 주무시면서 잠꼬대를 하신다. 꿈을 꾸셨나 보다. 103세 어머니가 꿈속에서 당신의 어머니를 만나시다니.... 어머니 임하용님은 1880년 명치 13년에 출생, 43세에 막둥이 딸을 낳으셨다. ‘성춘(成春)’이라 부르실 적에 ‘네 인생에 봄을 이루어라’ 기원하셨을 할머니를 생각해 본다. 살아 계시다면 146세가 넘으셨을 터. 그래도 꿈속에서 만난 어머니는, 생생한 땀 냄새에서 달콤한 살 내음이 느껴지는 제주 여인이 아니었을까? 초등학교 때 일이다. 어머니가 클방(정미소)에서 쌀을 한 짐 지고 오셨다. 아, 그 껍질을 갓 벗겨낸 쌀(곤쌀)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라니.... 우리는 그때 쌀을 일컬어 ‘고운 쌀’이라고, ‘곤쌀’이라 불렀다. 그 투명하게 기름기가 흐르는 쌀 한 줌을 입에 털어 넣고서 씹고 또 씹으면 흘러나오던 달짝지근한 맛, 그 비몽사몽의 감미로움이여! 어머니가 쌀 구덕을 난간에 부려놓자마자, 나는 얼른 팔을 뻗어서 쌀 한 줌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혹시나 꾸중이 날아 올까 봐 얼른 달아날 태세를 취하였다. 그러자 막 머릿수건을 벗어서
우리 사회의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국민 노릇 하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팍팍한데 지난해 겨울,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난데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계엄 선포 및 대통령 탄핵 요건, 내란죄 등을 규정한 헌법과 법률 공부를 해야 했다. 올봄,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자 다른 숙제가 등장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내란죄나 외환죄를 제외하곤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84조의 소추에 이 후보를 둘러싼 다른 재판들도 포함되는지 여부다. 게다가 5월 첫날, 거대 양당이 시시각각 벌인 공방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오후 3시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오후 4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퇴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후 5시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한덕수 대행이 사퇴함에 따라 그 자리를 이어받을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탄핵안 처리를 거론했다. 밤 9시 최 부총리 탄핵안이 민주당 주도로
영화 ‘다운폴’은 역사 고증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감독이 유독 다큐멘터리처럼 역사자료 사진과 똑같이 만든 장면이 있다. 히틀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하방공호에서 나와 ‘히틀러 유겐트(Hitlerjugend)’를 접견하면서 일일이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다. 우리말로 하면 ‛히틀러의 아이들’쯤 되겠다. 영화 내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변비환자처럼 찌푸린 히틀러의 얼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나마 옅은 미소가 번진다. 특히 소련군과 교전 중에 부상당한 독일군 10여명을 손수레를 이용해 구조한 페터 크란츠(Peter Krantz)라는 13살 소년에게 2급 철십자훈장을 달아주고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소년의 볼을 꼬집어준다. 히틀러의 기(氣)를 제대로 받았는지 13살 소년 페터는 이후 대전차 로켓포로 소련군 탱크를 날려버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볼 한번 꼬집어 줄 만하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명을 사용하는데 이 소년만은 실존인물이었던 알프레드 체크(Alfred Zech)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도 ‘촉법소년’ 나이라는 것을 배려한 모양이다. 사실 히틀러 유겐트 출신 중에는 얼마 전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 전임자였던 교황 베네딕토 16
이달 6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어린이날 홈경기를 맞아 많은 가족 단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제주SK FC는 강원FC에 0-3으로 완패하며 경기장엔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일부 서포터즈들이 선수단 통로와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단순한 패배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무기력한 경기력, 그에 대한 해명도, 표정도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팀의 태도에 팬들의 쌓인 감정이 터졌다. K리그에서 '버막(버스 막기)'은 낯설지 않다. 성적 부진이나 프런트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때 전국 각지의 경기장 주차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2023년 수원삼성이 강등이 확정된 뒤 팬들은 2시간 넘게 선수단 버스를 막고 단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제주 사태는 방식과 반응, 그리고 이후 전개까지 모두 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동진 선수가 있었다. 팬들과 마주한 그는 언성을 높였고, 일부 팬은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박 선수가 팬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과 이를 말리는 구단 관계자의 모습이 담겼다. 여기까지는 다소 거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전개는 K리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박 선수는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공약이나 정책 목표로 내세웠는데, 그 길이 멀어지게 생겼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22일(현지시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달성이 4년 뒤인 2029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027년 달성을 예상했는데 6개월 만에 2년이나 늦춰 잡았다. 더구나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642달러로 지난해보다 4.1%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2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퇴보다.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3년 전으로 뒷걸음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1인당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인 경상GDP를 미국 달러로 환산한 뒤 총인구로 나눠 산출한다. IMF 전망에는 저성장과 고환율 쇼크로 기진맥진 상태인 한국 경제 현실이 담겼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도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내놓았던 전망치(2.0%)가 석달 만에 반토막 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와중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전황이 회복불능 상태에 빠져 히틀러의 최후 아지트가 된 베를린의 지하벙커까지 따라 간 인물들은 오직 히틀러의 광신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이전에 히틀러가 생각하는 조국 독일과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조국이 다르고, 또 달라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유능한 장교, 장군들은 이미 모두 처형되거나 숙청된 이후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히틀러 교도’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지하벙커 속 히틀러와 나치 수뇌들의 회의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나치 독일 부수상(총리)이자 공군 사령관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은 작전회의에서 그 육중한 몸을 의자에 구겨 넣은 채 말 한마디 없다. 눈알만 굴린다. 히틀러의 ‘비서실장’인 마르틴 보어만(Martin Bormann) 대장도 대사 한마디 없이 오직 히틀러의 헛소리를 경청한다. 나치 독일 ‘행안부 장관’이자 친위대 최고 사령관인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는 히틀러에게 일단 베를린을 탈출하고 보자는 대책 없는 소리만 한다. 물론 갈 곳은 없다. 나치 독일의 ‘합참의장’인 빌헬름 카이텔(Wilhelm Keitel) 장군은 그나마 한마디한다. 마지막 남은 9사단 병력을 후퇴시켜 그 병력이나마 보존하자는 그나
제주도는 말 그대로 '물의 섬'입니다. 도민이 마시는 수돗물은 물론, 밭에 뿌리는 농업용수, 골프장 잔디에 사용하는 관수용수까지 대부분이 지하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제주도 전체 생활·농업·공업용수의 약 96%가 지하수에서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도내에는 3만8000개가 넘는 관정이 존재하고, 상수도와 하수도를 포함한 관로 길이만도 각각 2000㎞를 넘습니다. 섬 전체가 지하수 관로망 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지하 매설 기반이 복잡하고 물 사용량도 많은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나 부산처럼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제주의 지질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주는 현무암질 화산섬으로 땅속에 다공성 현무암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빗물이 떨어지면 땅 위에 고이기보다 곧바로 지하로 스며들고, 지하수가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지하 공동이 생기고 흙이 유실되는 전형적인 땅꺼짐(싱크홀) 생성 구조를 근본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퇴적층 지반이 많은 수도권과 달리, 제주에서는 '물고임'보다 '물빠짐'이 먼저 일어납니다.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향인 대포마을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서귀포의료원에서 일포를 한단다. 모처럼 고향 분들을 뵙겠구나 싶은 마음에, 장례식인데도 반가운 마음이 저만치 앞서 걸었다. ‘98세를 사시다 가신 고인의 사진이 편안해 보인다’라며, 함께 간 언니도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눈치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언니의 단짝 친구인 고명딸을, 발바닥에 먼지 하나 묻지 않도록 곱게만 키우셨다. 사람도 너무 아끼면 하늘이 질투라도 하시는 걸까? 그 귀한 딸이 40대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장례식장은 그다지 무겁지 않은 분위기였다. 아니, 상주의 표정과 문상객들의 인사로 보아, 호상(好喪)인 듯하였다. 복을 누리며 별다른 병치레 없이 오래 사신 분이시니 그럴 만도 하였다. 오랜만에 뵙지만 낯설지 않은 동네 분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어머니의 안부를 물으신다. 가슴이 뭉클하게 따사롭고 정다웁다. “니네가 맻 성제고(몇 형제니)?”라고 묻는 삼춘은 알 동네에서 이웃해 살았던 춘자 어멍이시다. 몰라서 물으시는 게 아니라 그만큼 반가운 마음을 담아서 하시는 말씀이다. 대포마을은 중심에 향사(리사무소)를 두고, 동서남북으로 동동네, 섯동네, 알동네, 웃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리
끝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소비가 급랭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 쇼크가 겹친 결과다. 이로써 우리나라 경제는 네분기 연속, 사실상 1년간 ‘제로(0) 성장’을 했다. 최근 1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보자. 지난해 2분기 –0.228%→3분기 0.1%→4분기 0.066%를 거쳐 올해 1분기 –0.24%다. 성장률이 네분기 연속 0.1%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가히 ‘저성장 쇼크’다. 1960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이렇게 장기간 0.1% 이하에 머문 적은 없었다. 2022년 4분기(-0.452%)에 민간소비 감소와 수출 증가세 둔화가 겹쳐 역성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2023년 1분기(0.44%)에 반등해 지난해 1분기(1.3%)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2020년 1분기(-1.286%)·2분기(-2.74%) 연속 경제가 뒷걸음쳤다. 그러나 3분기(2.209%)에 반등한 뒤 4분기(1.574%), 2021년 1분기(1.543%), 2분기(1.344%) 등 네분기에 걸쳐 1~2%대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
1945년 4월 30일 자살하기까지 마지막 14일간을 베를린 시내 지하방공호인 퓌러붕커 속에 머물렀던 히틀러는 자신의 비참한 말로를 오로지 ‘남 탓’으로 돌리며 평소의 발작이 극한으로 치닫는다. 히틀러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슬픈 일이다. 히틀러는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개전은 전세계를 말아먹는 유대인들의 음모 때문이었으며, 유대인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성전(聖戰)’이 패전으로 몰린 것은 ‘계몽’되지 못한 일부 무지몽매한 독일인과 휘하 장군들의 무능 탓으로 돌린다. 몇차례에 걸친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으로 ‘사막의 여우’라 불리며 연합군을 떨게 했던 아프리카 전차부대 사령관 에르빈 롬멜(Erwin Rommel) 장군을 비롯한 ‘유능하지만 계몽되지 않은’ 장군들을 대부분 처형하거나 숙청해 버린 터라 ‘계몽은 됐지만 무능한’ 장군들만 남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영화 속에서 소련군이 무풍지대를 달리듯 베를린 시내까지 진격한 것도 소련군과 내통한 ‘반국가적인’ 베를린 시민들의 탓으로 돌려 그 바쁜 와중에도 친위대를 동원해 그들부터 처형한다. 휴전협상파인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 장군에게 처형명령을 하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