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글이나 영화나 대개 그 구성은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뉜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하다. ‘스토리텔링’에서 결론은 지금까지 말하거나 보여줬던 것들을 압축적으로 요약하든지 가장 상징적인 말이나 장면으로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파고(Fargo)’의 결론은 엽기적이고 난장판으로 일관한 서론·본론과는 다르게 제법 따뜻하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의 아내납치 청부사건으로 평화롭던 브레이너드 시에는 쓰나미 같은 ‘파고’가 휩쓸고 지나간다. 그 사건과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한 경찰서장 마지(Marge)의 삶에도 뭔가 트라우마 같은 상처가 남았을 법한데 의외로 마지는 쉽게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간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뜻밖에도 영화 내내 존재감 ‘0’에 수렴하던 노엄(Noam)이 장식한다. 청둥오리 ‘덕후’ 노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잠옷을 입고 가장 편한 자세로 침대에 기대고 리모컨을 쥔 채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가며 TV를 보고 있다.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딱히 달리 둘 곳 없는 ‘시선’을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눈은 화면에 두고 있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있는 게 분명하다. 만삭의 마지 역시 가장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11일 두가지 연금개혁안을 제시했다. 노동계,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단체 대표 등 36명으로 구성된 의제 숙의단이 2박3일 합숙토론을 거쳐 내놓은 개혁안이다. 4월 중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투표로 둘 중 하나를 결정하도록 돼있다.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늘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도 40%에서 50%로 늘리는 것이 1안이다. 내는 돈을 12%로 늘리지만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 2안이다. 수급개시 연령을 만 65세로 유지하고, 의무가입 상한연령은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안도 채택했다. 1안은 ‘소득 안정’에, 2안은 ‘재정 안정’에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이고, 기금 규모는 1035조8000억원(2023년 말)이다. 이대로 유지하면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2055년 바닥난다. 일본은 연금 줄 돈을 100년 치, 캐나다는 150년 치 쌓아두고 있는데 한국은 31년 치밖에 없다. 1990년생이 노령연금을 받을 65세가 되면 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공론화위가 내놓은 두가지 개혁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연금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영화 파고(Fargo)는 ‘스릴러 코미디’ 장르로 분류돼 있다. 아마도 미국 관객들에게는 극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도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비현실적이다 못해 코믹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아내와 장인에게 쌓인 불만이 많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상냥하게 대한다. 제리는 장인이 자신이 힘들게 기획한 사업 아이템을 날로 먹을 때도 그 부당함을 정면으로 따지지 않고 어정쩡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용을 쓴다. 어깨가 축 처져 장인의 사무실을 나와서야 주차장의 자신의 차를 걷어차고 두들겨 패면서 분노를 폭발할 뿐이다. 장인도 제리가 못마땅하지만 결코 직설적으로 표현하거나 드러내놓고 무시하지는 않는다. 항상 웃으면서 뼈를 때린다. 브레이너드 시의 여자 경찰서장 마지(Marge) 역시 용의자들을 탐문하고 심문하면서 단 한번도 ‘엄·근·진’한 표정을 짓지 않고 상냥한 말투와 어색하나마 미소를 놓지 않는다. 고교 동창생인 야나키타가 카페에서 자신이 유부녀인 줄 뻔히 알면서도 옆에 붙어앉아 마지의 어깨를 팔로 감싸는 ‘수작’을 걸어도 물을 끼얹거나 뺨을 갈기지 않고
인구는 생산과 소비의 핵심이다. 인구는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우리가 바라봐야할 가장 중요한 지표다. 아이를 안 낳는다는 푸념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출생아 수 추이를 보면 충격적이다. 100만 명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1971년 이후 출생아 수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점을 맞은 1971년으로부터 1년이 지난 1972년 출생아 수는 90만 명 대로 하락했고, 1974년 80만 명, 1978년 70만 명, 1984년 60만 명 대로 떨어졌다. 출생아 수는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50만 명과 40만 명, 2017년과 2020년에 다시 각각 30만 명과 20만 명대로 하락해 버렸다. 출생아 수 26만 명을 기록한 2021년은 1971년 대비 4분의 1로 대폭 하락한 해가 되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네 집 중 세 집에선 들리지 않는 해가 된 셈이다. <참고 : 2023년 12월 27일 통계청은 10월 출생아 수가 1만 8,90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 2024년엔 21만 8000명으로 떨어질 전망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8~12월 3%를 웃돌던 것이 올 1월 2.8%로 안정되나 싶더니 한달 만에 3%대로 회귀했다.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대)에서 그만큼 멀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농산물 물가가 20.9% 올랐다. 괜히 ‘금사과’로 불리는 게 아니다. 사과(71.0%)·배(61.1%)는 물론 대체재이자 대표적 겨울 과일인 귤(78.1%)값도 뛰었다. 신선 과일값은 평균 41.2% 치솟았다.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파·배추 등 신선 채소류도 12.3%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3.8%로 전체 평균(3.1%)보다 0.7%포인트 높았다. 이런 현상은 벌써 33개월 연속 이어졌다. 지난해 이상기후 영향과 계절적 요인, 설 특수가 지나면 누그러들겠지 했는데 과일·채소값 폭등세는 멈출 줄 모른다.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과 외식물가 상승은 체감경기에 직격탄이다. 서민들 입에서 “외식은커녕 집밥 먹기도 힘들다”는 한숨이 쏟아진다. 가히 ‘생활물가 쇼크’이자
자신이 일하는 자동차대리점 정비부에서 일하는 인디언 ‘빅 풋’에게서 소개받은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를 만나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못내 찝찝하다. 게어는 영혼이 가출한 듯한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죽어라 담배만 피워댄다. 과묵한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반대로 쇼월터라는 인물은 입에 모터라도 달아놓은 듯 쉬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아무리 짧은 문장도 f***이 안 들어가면 문장 구성이 안 된다. 한 집 건너 커피숍처럼 한 단어 건너 f***이다. 이런 자들에게 아내를 납치해달라는 청부를 하려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 이들에게 도무지 믿음이 안 가면 불합격처리하고 다른 청부업자를 찾아보는 게 맞기는 한데, 그럴 형편이 아니다. 분명 선택할 자유는 있는데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인터넷에 ‘아내 납치해줄 성실하고 용모단정한 분 급히 구함, 4만불 사례함’이라는 광고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찝찝한 2인조에게 퇴짜를 놓고 나면 남은 선택지는 장인에게 뜯어내려던 4만불을 포기하는 것밖에 없다.
운명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라 했다 의술이 발달해 평균 수명이 늘어나기는 했지는 죽음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유한한 삶이 운명인데 불로장수를 원하는 인간은 삶을 연장하려 수천년간 노력해 오늘에 이르렀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도 죽을 사람은 죽고 일만미터 하늘 비행기안에서 심장마비로 죽을 사람이 마침 같은 비행기에 탄 의사의 응급조치로 살기도 한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다 의사들의 데모에 겁먹을 필요가 있을까 네가 안 아파서 그런 소리 한다고 할 수도 있다 의사들이 노리는 것도 환자들의 이런 절박한 심리이다 그 절박함을 이용해 그들의 이익을 지키려 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내 팽개친지 오래다 의사 집단이 누리는 경제적 富는 환자들이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같이 모든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의사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무너진다 한달만 파업하면 고층 아파트 주택 어디든 음식 쓰레기 냄새가 진동할 것이고 도로는 쓰레기가 산더미 같이 쌓여 걷기도 힘들 것이다 현대 사회는 고도로 분업화 되어 남 없이는 절대 자급자족 하며 살 수 없다 스스로 우월하다고 느끼는 의사들도 하찮은 일을 한다는 청소원만 없어도 살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내려갔다. 출산율 0.6명대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0.72명으로 0.7명대에 턱걸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적으로 0.7명대 출산율을 기록한 국가는 한국 외에 2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뿐이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출산율 0.8명대에 진입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0.7명대로 떨어진 출산율은 다시 2년 만인 올해 0.6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으로 기록된 한국은 출산율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지에 대한 세계적 연구 대상이 됐다. 지난해 해외 언론과 학자들이 “한국은 망했다” “중세 흑사병보다 더한 인구 격감”이라고 분석 평가했다. 2월 28일 통계청의 지난해 4분기 출산율 발표에 맞춰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실었다. 아사히·요미우리·닛케이 등 일본 신문들도 ‘급속한 저출산, 일본의 미래인가’ 등 제목으로 다뤘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16년 동안 280조원
굳어지는 것인가? 우선, 이 물음에 대한 필자의 답부터 해보고자 한다. 민주당은 2008년 18대 총선부터 내리 24년 동안 제주의 3석 모두를 휩쓸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3석 모두를 차지한다면 제주는 약30년 동안 민주당의 안방이 되는 셈이다. 그러니 좋든 싫든 제주는 정치적 호남변방이 아니 되래야 아니 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제주가 호남의 ‘정치적 변방’으로 그치는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적 변방’이 ‘사회적 변방’ ‘문화적 변방’ ‘정서적 변방’에 이어 완전무결한 변방이 되어버린다는 데 있다. 그리고 제주의 정신이 호남화(湖南化) 되어버린다는데 있다. 혹자는 “그러면 어떠냐? 당신의 그 우려는 폐쇄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야.”라고 필자를 나무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필자는 ‘제주정신’에 관한한 폐쇄적이다. 그리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폐쇄적 사고(思考)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조선조 말기 200년 동안(1629~1825) 제주사람에게는 ‘출륙금지령(出陸禁止令)’이라는 멍에가 씌워졌었다. 200년 동안 제주사람이 육지에 나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린 것이다. 그 ‘출륙금지령’이 내려진 이유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과 진짜 거짓말과 통계다.’ 통계는 해석하기 나름으로 진짜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들이 일상 하는 얘기도 앞뒤를 잘라 언급하면 본인의 의사와 반대되는 표현이 되곤 한다. 필자가 애용하는 말에 ‘20대에 사회주의를 생각하지 않으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40대에도 사회주의를 생각하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가 있다. 이 말을 ‘사회주의를 생각하지 않으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하면, 필자는 영락없는 사회주의자가 된다. 필자의 의견은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사회주의가 좋게 보이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사회주의란 실현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적정의사 수는 얼마일까'하는 것이다. 적정의사 수는 한 마디로 정하기가 어렵다. 그 나라의 인구밀도, 의료제도, 경제 수준, 의료이용 행태 및 의료수준에 따라 다르다. 그것을 단순히 OECD 평균과 대비해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에서 발표한 대로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인 3.6명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그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정당들의 후보 공천과 이를 둘러싼 잡음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또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사단체와 정부 간 마찰,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병원 근무 중단으로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정치·사회 분야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 다툼이 노골화하고 관련 뉴스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세상의 이목이 총선과 치킨게임 양상의 의정(醫政) 충돌에 집중하는 사이 민생은 고달프고 멍들어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 3.5%인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말부터 1년 넘게 동결됐다. 과일과 식료품, 외식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상반기에 어렵고, 미국이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나 검토될 전망이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가계부채는 1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계속 불어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기 위해 빌린 돈을 갚으려면 부지런히 일해 벌어야 할 텐데 일자리 사정이 여의치 않다. 1월 취업자 수가 2774만3000명으로 지난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돈 많은 장인 웨이드 구스타프손(Wade Gustafson)에게 사업자금 75만불을 빌려달라고 어렵게 부탁하지만, 장인은 못 미더운 사위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은 채 손사래부터 친다. 제리가 ‘이게 다 당신의 딸과 손자를 위한 것’이라고 장인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려보지만 장인은 “내 딸과 내 손자는 내가 알아서 먹여 살릴 테니 자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무지막지하게 잘라버린다. 제리는 장인의 태도와 멘트에 깊은 ‘빡침’을 느끼고 아내를 납치해서 몸값으로 8만불을 뜯어내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를 접선해서 ‘발사 버튼’을 누르고 돌아온 날 저녁 뜻밖에도 장인으로부터 “만나서 그 사업 얘기를 해보자”는 연락이 온다. 제리는 아내 납치 작전을 취소하기로 하고, 부푼 마음으로 장인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장인은 그의 널찍한 집무실에서 그의 재정 고문이자 투자의 귀재인 유대인 스탠(Stan)과 버티고 앉아 제리에게 앉으라는 말도 없이 세워 둔 채 본론으로 들어간다. 장인: “스탠에게 자네 계획을 물어보니 수익성이 충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