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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국민과 거리 먼 윤석열 대통령 ... "질주 보단 조정자 역할 나서야"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주장은 지금 대척점에 있다.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정갈등’의 내용과 그 근거, 논리는 여기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 양측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 나름의 설득력도 양측 모두 있다. 그렇기에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자의 영역엔 ‘조정’(Coordination)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그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게 ‘정치’의 본질이다.

 

그러나 오늘 대통령이 던진 발언은 선거를 열흘 앞두고 그런 국면으로 이동할 것이란 예측을 빗나갔다. 그의 발언만 열거하면 이렇다.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도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

 

"지난 27년 동안, 국민의 90%가 찬성하는 의사 증원과 의료개혁을 그 어떤 정권도 해내지 못했다.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정원 감축에, 장·차관 파면까지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다."

 

"저는 공직생활을 할 때부터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 국민 여러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문제를 어떻게 대통령이 유·불리를 따지고 외면할 수 있겠나."

 

의료계와 전공의를 위무·위로하는 발언이 없지 않았지만 그런 수사들은 사실 위와 같은 언어로 묻혔다. 그동안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불통 이미지를 강조하던 이들에게 위와 같은 언어는 거의 ‘협박’으로 들렸을 내용이다. 하물며 의료현장을 떠나 거의 결사항전의 자세를 가다듬는 전공의와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이는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여질 언어들이다.

 

어지러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고 사회를 유지·존속하기 위해 등장한 게 법과 제도다. 사회구성원들의 약속이다. 오랜 세월 인류가 가족과 사회, 국가를 이루고 살기에 필수적인 게 바로 법이다. 그러나 엄연히 법은 '최소한의 도덕규범'일 뿐이다. 법과 제도는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가치를 유지·존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지 ‘법 만능’으로 사람과 사회를 겁박하는 수단이 돼선 안된다. 법제를 정비하고 형벌을 엄하게 하면 표면적으로는 질서가 잘 잡힌 사회처럼 보이지만, 실은 법망을 피하는 속칭 ‘법꾸라지’가 늘어나는 ‘면피사회’일 뿐이다. ‘도덕사회’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어느 때보다 ‘정치혐오’의 시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금 윤 대통령의 결기가 참으로 독선적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그 얘기는 거꾸로 그 이전의 정부 역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뒤로 넘긴 ‘무능’의 책임이 있다는 소리도 된다. 정파적으로 비난할 일이 아니란 뜻이다. 그 점에서 ‘정치’는 사실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 제대로 된 ‘정치’가 없는 ‘정치부재’가 지금의 우리의 현실이기에 야속할 따름이다. '정치부재'가 바로 문제인 것이다.

 

대통령의 역할은 ‘새로운 대타협’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정치를 복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타협점을 찾아내는게 대통령실의 본분이다. ‘죽기 살기’식으로 편싸움만 하다보면 결국 애꿎게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대통령은 당사자들의 이해를 ‘조정’하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그게 삼권분립 민주제 국가 정부수반 대통령에게 주어진 임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오늘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유·불리를 따지는 여·야당의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시선은 지금 싸늘하다. 잘 기억해 보면 한국현대사에서 국민들이 표로 내린 결정의 기준은 간단했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막는다'는 것이다. 누가 공정하고 상식적인지를 따진다. 그렇듯 언제나 균형추는 국민이었다.

 

“과거에 머무른 자는 한 눈을 잃고, 과거를 잊은 자는 두 눈을 잃게 된다.” 4·10 총선이 다가오며 다시 떠오르는 러시아의 격언이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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