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7 (화)

  • 맑음동두천 14.8℃
  • 맑음강릉 11.6℃
  • 연무서울 15.0℃
  • 맑음대전 17.2℃
  • 맑음대구 18.1℃
  • 맑음울산 12.8℃
  • 구름많음광주 17.2℃
  • 맑음부산 14.6℃
  • 맑음고창 13.2℃
  • 구름많음제주 15.3℃
  • 맑음강화 9.7℃
  • 맑음보은 15.5℃
  • 맑음금산 16.2℃
  • 맑음강진군 15.5℃
  • 맑음경주시 14.3℃
  • 맑음거제 14.1℃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발행인시평] 1990년대 치졸한 선거공작 작태, 2026년 민주당 경선판에 등장?

 

1994년 12월 초의 일이다. 중앙언론사에 재직하며 제주에서 주재기자 신분으로 활동하던 때였다. 그 시절 사무실에 묘한 편지가 배송됐다. 수신인만 적혀 있을 뿐 발송인 이름은 없었다.

 

내용은 현직 신구범 지사를 겨냥한 내용이었다. 그해 구좌읍 이장단협의회의 동남아 여행이 시빗거리였다. “현직 신 지사가 이장단협의회 회장인 신모 이장에게 일화 30만엔을 줘 선거를 앞두고 그를 매수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투서 형식으로 담겨 있었다. 한 곳만이 아니라 여러 언론사로 그런 내용의 편지가 배달됐다. 그 다음해 첫 민선 1기 6·27지방선거가 예고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확인을 했지만 신 지사 측의 답변은 “이장단이 해외시찰을 한다고 할아버지 뻘 친족인 신 이장이 도와달라기에 공금을 지원할 순 없어서 과거 일본 방문 중 친족회에서 ‘활동비나 보태라’며 받은 일본 돈을 개인적으로 드렸다”는 것이었다. 당시 예산엔 도지사의 ‘재량사업비’가 있었지만 그는 예산을 쓰지 않았다. 스스로 사비로 처리했다. 그것도 나중 예기치 않던 구좌읍 관내 교통사고로 여행일정이 취소되자 보탰던 여행경비는 돌려받았다.

 

더 사안을 확인해보자 그 익명의 투서는 언론사만이 아니라 검찰, 경찰, 행정기관 등으로 수도 없이 우편배달되고 있었다. 양심선언한 사람의 이름도 없고, 구좌읍에서 발송한 것으로 돼 있지만 우체국 소인은 제주시 관덕정에 있는 제주우체국 것이었다. 구식 타자기로 내용을 적었고, 잘못된 띄어쓰기와 서투른 문체도 의도적으로 보였다. 음해공작 전문가의 솜씨를 곳곳에서 눈치 챌 수 있었다. ‘선거용 음해공작’의 충분히 의심되기에 기사화하지 않았다.

 

대다수 언론사가 그런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지만 선거가 치러지는 바로 다음해 1월 초 제주의 한 일간지는 이 내용을 사회면 톱기사로 내보냈다. 투서의 내용대로 ‘이장단 금전지원, 선거 앞둔 매수 의혹’이었다. 며칠 뒤 서울의 본사 편집국에서 연락이 왔다. “왜 이런 내용을 기사로 쓰지 않았느냐”는 질책이었다. 저간의 사정을 “이미 ‘정보보고’의 형태로 과거 알렸고, 음해성 공작의 냄새가 강하다“는 뜻도 알려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문득 지방 일간지 보도내용을 서울의 본사 편집국에선 어떻게 알았을까란 의문이 생겼다. 지금같은 인터넷은 상상도 못할 때였다. 알고보니 제주 일간지의 보도내용은 서울의 언론사에 팩스로 전달됐다. 확인해보니 기가 막혔다. 제주 모 언론사의 대표 비서실 전화번호가 팩스 용지 상단에 발신번호로 남겨 있었다. 모 후보를 의도적으로 도우려던 한 언론사의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2010년 6월 민선 5기 지방선거판에서도 황당한 일은 또 벌어졌다. 한 인터넷 언론은 도지사 후보 중 한 유력후보의 사생활 의혹을 선거일 직전 집중보도했다. 당시 보도내용을 접한 기자들은 “문체도 기존의 보도와 다르고 내용도 의도적으로 상대방 후보 측에서 고의적으로 흘린 걸 그 언론이 그대로 받아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언론은 보도의 당사자가 낙선한 뒤 명예훼손 시비에 휘말려 검찰 등 사법당국을 오갔다.

 

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 내외 시간에 제주도민 상당수가 ‘기이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제주지역 도민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발송됐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도민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문자는 인터넷 기반 시스템을 활용한 ‘웹발신’ 방식으로 전달됐다. 물론 메시지 어느 곳에서도 발신자를 확인할 만한 정보는 없었다.

 

문자에는 1번부터 5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항목과 함께 언론 보도 링크가 첨부됐다. 각 항목마다 ‘오영훈 지사는 사과해야 한다’는 문장이 반복적으로 담겼다. 링크된 기사들은 ▲12·3 계엄 당시 행적 ▲행정체제 개편 ▲건설업 취업자 감소 ▲지방채 발행 ▲서광로 BRT 섬식정류장 등을 다룬 제주도내 방송사의 과거 보도였다.

 

특히 기사 링크의 앞 문장엔 ‘사라진 3시간’, ‘혈세 낭비’, ‘재정 무능’, ‘지역경제 붕괴’ 등 자극적인 표현이 나열되면서 사실상 오 지사를 겨냥한 비방 메시지의 성격이 강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오 지사 배우자 관련 언론 보도를 묶은 유사한 형태의 문자도 추가로 유포됐다. 두 차례 모두 발신 주체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확인된 건 사용된 발신자 번호가 ‘과거 여론조사 등에 활용된 이력이 있다’는 것 뿐이다. 물론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그저 신호만 갈 뿐 통화연결도 되지 않는다.

 

오 지사 측은 17일 비방성 문자를 수신한 선거준비사무소 관계자와 일부 도민들의 사례를 토대로 "개인정보 무단 수집 및 활용 정황이 있다”며 전날 제주경찰청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공직선거법 제251조(후보자 비방 금지)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발신자를 밝히지 않은 채 특정 인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앞서 거론했던 ‘음해 공작’의 전형이다. 1980·90년대 선거철만 되면 수시로 등장하던 ‘익명 투서’나 ‘정체불명 유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대표적인 ‘선거공작’이다. 달라진게 있다면 그 때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더 대량유포되고 있으며, 전달방식이 훨씬 첨단화됐다는 것이다.

 

‘선거공작’으로 선거판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는 건 이미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저열한 꼼수이자 ‘민주주의 축제장’인 선거를 진흙탕으로 바꾸는 오염원이다. 그런 행태로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피해를 보는지는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알 사람은 다 안다.

 

평범한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헷갈리게 만드는 ‘선거꾼’들의 작태는 이제 선거판에서 추방돼야 한다. 이번 선거에선 그런 자들의 행태가 자충수로 귀결되기를 희망한다. 비판할 일이 있다면 음지에 숨어 이름을 가린채 음흉하게 할 일이 아니라 당당하고 떳떳하게 이름을 대고 말하면 된다. 그런 정도의 자유는 허용되는 민주국가 대한민국이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추천 반대
추천
10명
100%
반대
0명
0%

총 10명 참여


배너
프로필 사진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