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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 일던 분양형 호텔, 붕괴 서막 ... 10년 지난 제주도 분양호텔 현실(하)

분양형 호텔의 숨겨진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투자와 수익의 꿈이 아닌, 그 뒤에 감춰진 분양형 호텔의 현실과 이면을 파헤칩니다. 화려한 광고와 높은 수익률 약속 뒤에 감춰진 위험과 투자자들의 눈물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또 분양형 호텔의 구조와 문제점도 탐구합니다. 연속 시리즈 기획으로 독자들을 만납니다. / 편집자 주

 

 

지난해 가을,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분양형 호텔 앞.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사이로 한산한 호텔의 모습이 드러났다. 한때 화려한 조명과 북적이는 손님들로 가득했던 이곳은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호텔 앞에 모인 투자자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건물을 바라보며 무거운 침묵 속에 서 있었다.

 

"처음에는 꿈만 같았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내 호텔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건 빚뿐입니다."


투자자 박모 씨(55)는 깊은 상실감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문제 생길 수 밖에 없는 분양형 호텔 = 분양형 호텔은 시행사가 객실을 분양하고, 전문 운영사에 위탁하여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시행사는 광고를 통해 연 8~10%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유치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약속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경기 흐름에 따라 수익률은 언제든 하락할 수 있고, 운영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투자자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투자자들은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분양형 호텔에 뛰어들지만 확정된 수익률이 아닌 탓에 경기 흐름에 따라 수익률은 언제든 떨어질 수 있다. 운영사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수익률도 함께 하락해 시중은행 이율과 비슷한 수익에 그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은 분양형 호텔의 문제를 과도한 수익 보장 약속과 부실한 운영 구조에서 찾고 있다.

 

기업형 부동산 분양 전문가 김모씨(62)는 "현실적으로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어렵다.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높이기 위해 과도한 약속을 남발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분양형 호텔은 개인 투자자들이 객실 소유권을 갖지만 운영은 위탁사에 맡긴다. 이 과정에서 운영사의 수익 배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한다.

 

김재석 동명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미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태에서 확정된 수익률을 약속하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분양형 호텔은 소유권을 가진다는 의미인데 현재는 금융상품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 부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분양형 호텔에 대한 규제와 관리가 미흡하여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의 '비주거용 부동산 분양시장의 소비자 보호방안'에 따르면 분양형 호텔은 소비자 보호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하지만 분양형 호텔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관련 법은 바닥면적이 3000㎡ 이상인 건축물과 30실 이상의 오피스텔에만 적용된다.

 

분양형 호텔이 투자를 받은 이후 공사가 진행되다 시행사가 경영 위기에 빠지거나 도산할 때도 투자자들이 구제받지 못하는 것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양형 호텔은 일반적으로 보증보험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분양형 호텔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분류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시행사나 시공사의 부도 또는 공사 중단 시 수분양자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형 호텔과 생활형 숙박시설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입법 예고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분양형 호텔·레지던스의 총 객실이 30실 이상이면 분양 신고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바닥면적 합계 기준을 수정하여 규모가 작은 분양형 호텔이라도 최소한의 관리 범위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대처와 처벌이 가능해지는 등, 문제점으로 지적된 분양형 호텔 투자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피해자를 양산한 분양형 호텔 사업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년째 이어지는 분양호텔의 분쟁 = 제주도내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분양형 호텔 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15년 한 호텔 분양주 A씨는 7억원을 들여 객실 두 개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호텔 영업이 중단되면서 2년 넘게 수익 없이 대출 이자만 납부했다.

 

이때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대출금을 회사가 대신 갚을 테니 객실을 넘기라"는 제안을 했고, A씨와 같은 처지의 투자자 9명이 이에 응했다.

 

그러나 계약 후 회사는 대출 승계를 미뤘고, 이후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상장 폐지됐다. 투자자들은 소유권을 넘긴 채 수억원의 빚만 남게 돼 일부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현재 호텔은 재운영 중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수익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표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모른다"라고만 답할 뿐이다.

 

경찰은 회사 임원진이 소유권만 빼돌릴 의도로 접근했을 가능성을 두고 현재 수사중이다.

 

또 다른 호텔에서는 수분양자들로 구성된 분양단이 설립한 운영법인이 직접 운영하지 않고, 재임대 방식으로 다른 업체에 운영을 맡기면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운영 수익 구조와 전반적인 상황이 분양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 분양주는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는 분양단이 설립한 법인이 직접 운영을 맡는다고 해서 신뢰했지만 지금은 재임대 형식으로 다른 운영업체가 들어와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호텔의 수익이나 운영 현황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면 분양단은 대화방에서 강제로 탈퇴시키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행동은 명백히 투자자를 무시하는 처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분양주는 "분양단이 설립한 대표와의 승강이 끝에 그가 넘어지는 일이 있었고, 이후 그가 합의금으로 3억원을 요구했다"며 "이에 형사고소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가리자고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해당 호텔은 분양단이 설립한 법인 외에도 시행사가 보유한 60개 객실을 기반으로 다른 분양주들과 함께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진행될 경우 한 건물 안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운영 법인이 호텔을 운영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호텔 전문 부동산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는 분양형 호텔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투자 결정 시 신중한 검토와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책은 없나? =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분양형 호텔의 투명한 운영과 수익 배분 구조의 개선,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투자자들도 투자 결정 전에 수익 보장 약속의 현실성, 운영사의 신뢰도, 시장 상황 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임상영 법무법인 테오 대표 변호사는 "수익률 보장 의무가 없다면 분양형 호텔 수분양자들이 과대 광고를 한 시행사에 계약 해제를 요구하기 어렵지만 기망 행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해제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형 호텔은 한때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약속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현재는 운영난과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분양형 호텔 분양주들은 높은 금리의 이자와 낮은 수익금에 힘겨워하고 있다.

 

"투자는 신중해야 합니다. 화려한 약속 뒤에 숨은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의 조언이 무겁게 다가온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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