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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장 이문제] '사고의 입구' 우려 … 파크골프장·경기장 정문 사이 가로막힌 안전

 

제주시 서사로2길 제주종합경기장 정문 앞.

 

이곳은 차량 통행과 보행자 이동이 잦은 도심 교차로이자 도민들 사이에선 '무단횡단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걷는 보행자들,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곁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들.

 

이 일대는 매일같이 사고와 가까운 긴장감을 품고 있다.

 

경기장 앞 대형 솟을대문과 연결된 도로는 차량 흐름이 많은 직선 구간이다. 주변에는 국민체력인증센터와 실내체육관, 공영주차장, 택시 승강장, 그리고 파크골프장까지 밀집해 있다. 특히 파크골프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경기를 마친 뒤 경기장 쪽으로 곧장 길을 건너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이 일대가 '무단횡단의 성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배경이다.

 

 

입구 오른편 파크골프장은 2021년 10월 이후 조성됐다. 이 시설이 들어선 뒤 정문 앞 무단횡단이 더욱 잦아졌다는 것이 주변 상인과 도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차량에서 내린 시민들이 곧장 골프장 쪽으로 향하고, 경기를 마친 후에는 다시 경기장 방향으로 길을 가로지른다. 눈앞의 가까운 길은 그렇게 위험한 습관이 됐다.

 

문제는 이 정문 앞 도로에 횡단보도가 없다는 점이다. 중앙엔 차량 흐름을 유도하는 분리봉이 일정 간격으로 설치돼 있지만 보행자를 위한 건널목은 보이지 않는다. 횡단보도는 정문에서 20~30미터가량 떨어진 골목 입구와 스포츠클럽 앞에 있다. 안내 표지 하나 없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굳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다.

 

입구 오른편 파크골프장의 입지 역시 무단횡단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문 건너편에 차량이 정차하면 승하차 후 바로 도로를 건너는 보행이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굳어진 것이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건너편에서 차를 타고 오면 정문 앞에서 바로 내리는 경우가 많고, 골프장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곧장 경기장 쪽으로 건너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들은 여기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조심하지만 관광객이 운전하는 렌터카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예측하지 못해 놀라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야 확보 문제도 크다. 입구 왼편에 설치된 반사경 하나만으론 부족하다. 석축 기둥이 시야를 가리고, 도로 옆에 늘어선 정차 차량은 보행자가 도로로 내려서는 순간까지도 운전자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보행자와 차량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충돌 직전까지 가는 것이다.

 

이 일대를 지나가던 도민 김모씨(59)는 "운전하다 보면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다"며 "특히 오후에는 햇빛 반사까지 겹쳐 앞이 더 잘 안 보여 사고가 날까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경찰도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조석완 제주동부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최근 발생한 보행자 사망사고의 공통점은 심야시간, 무단횡단, 어두운 복장, 음주 등"이라며 "무단횡단은 명백한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며 보행자 스스로의 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제주도내 교통사고 사망자 82명 중 37명이 보행자였다"며 "이는 전체의 45%로 타 지역보다도 높은 수치다. 무단횡단은 낮이든 밤이든 반드시 피해야 할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곳의 위험을 단지 보행자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지적도 많다. 경기장 정문은 다양한 생활 인프라가 집중된 구조적 지점이다. 체육시설, 주차장, 상업시설, 파크골프장이 한데 엉켜 있는 공간에서 보행자와 차량의 동선 충돌은 필연이다. 사고 위험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구조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파크골프장을 자주 이용하는 박모씨(71)는 "횡단보도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 위치와 구조가 불편하고 위험하다"며 "정문 앞에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 하나만 있어도 많은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민들이 요구하는 건 단속이 아니라 구조적 개선이다. 정문 앞에 보행 동선을 연결해 줄 횡단보도, 안내 유도선, 반사경 추가 설치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습관은 강요로 바뀌지 않는다. 그 습관을 만든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정문 앞에 존재하는 건 반사경 하나, 분리봉 몇 줄, 그리고 차도에 적힌 'STOP'이라는 글자뿐이다. '멈춤'이라고 적혀 있지만 정작 이곳에 멈춰야 할 건 단지 차량만이 아니다. 도민의 무관심, 행정의 방치, 그리고 반복되는 사고의 패턴을 멈춰야 한다.

 

이 도로는 매일같이 누군가 지나간다.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운동선수들도 이 길을 건넌다. 그 길목엔 사람이 있고, 차량이 있고, 그리고 그 사이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다.

 

언제까지 이 길이 '무단횡단의 성지'로 불려야 하는지, 누군가 다친 다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곳은 일상의 길목이지, 사고의 입구가 되어선 안 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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