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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공항·해상 보안, '국내선' 사실상 무방비 ... 무사증 제도 악용, '관광객' 위장 대규모 밀수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한 제주도가 국제 마약범죄의 중간 기착지로 전락하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된 무사증(무비자) 제도가 국제 마약 조직의 새로운 밀수 경로로 악용되면서 필로폰·대마 등 각종 마약이 제주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한때 '마약 청정지'로 불렸던 제주는 이제 대규모 마약이 드나드는 국제 마약 유통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코로나19로 멈췄던 밀수, 무사증 재개 이후 급증 =지난 2002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된 무사증 제도가 최근에는 국제 마약 조직에 악용되면서 제주가 위험에 빠지고 있다. 비자 없이 30일간 제주에 머무를 수 있는 무사증 제도의 허점을 노린 마약 조직들이 외국인 운반책을 '관광객'으로 위장해 대규모 마약을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무사증(무비자) 제도가 중단됐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마약 밀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2023년 무사증 재개 이후 밀수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지난달까지 적발된 필로폰 밀수 총량만 약 7.136㎏에 달한다. 이는 1회 투약량(0.03g) 기준으로 약 23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이들 마약 운반책은 침대보, 신발 밑창, 커피믹스 봉지 등 일상용품에 필로폰을 숨기는 방식으로 세관 검색을 피하려 했다. 일부는 국내와 전혀 연고가 없는 외국인들이 해외 본거지에서 '원격조종'되는 형태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중국 등을 거쳐 제주로 직항하거나 경유 노선을 이용하는 수법을 사용해 밀반입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무사증 제도를 악용한 국제 마약 조직의 밀수 시도가 계속되면서 제주가 국제 마약 밀수의 주요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대형화된 밀수·외국인 선원 사회까지 확산 =최근 제주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형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도네시아 국적자가 필로폰 2㎏을 밀수하다 붙잡혔고, 2023년 하반기에는 말레이시아 국적자가 무려 12㎏의 필로폰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과거 수십~수백 g 단위의 개인 밀반입과는 차원이 다른 kg 단위 밀수가 제주를 통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가 국제 마약 조직의 대규모 밀수 루트로 자리 잡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 해상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 사회도 마약 확산의 또 다른 경로로 지목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외국인 선원들 사이에서 필로폰과 함께 '야바(Yaba)'라는 합성 마약까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월에는 20대 인도네시아인 선원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해경은 "외국인 선원들은 비밀 커뮤니티를 통해 은밀하게 마약을 거래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3건이던 외국인 선원 마약 적발이 2023년 16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해상에서의 단속 인력과 장비는 여전히 부족해 수사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 보안 허점과 대응 부족, 근본 대책 시급 =문제는 제주공항과 해상 루트의 보안 허점이 여전히 그대로라는 점이다.

 

제주공항에서는 국제선 구간에만 마약 탐지장비(이온스캐너 등)가 설치돼 있고, 국내선 구간은 무방비 상태다. 제주에서 마약을 들여와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 뭍으로 옮기는 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제주세관 역시 인력 부족으로 비전문 부서 인력까지 투입해 24시간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항공·해상 노선으로 모든 수하물과 승객을 일일이 검사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제주공항 보안업체 관계자도 "국내선에서도 가능한 모든 검사장비를 동원해 마약이나 불법 반입 품목을 탐지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과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정밀한 검사를 진행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주지방검찰청은 공항 내 마약범죄 전담부서 '마약분실' 설치, 유관기관 협의체 구성 등 대응에 나섰지만 조직적이고 지능화된 밀수 수법 앞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은 "제주는 무사증 제도를 악용한 외국인들의 대규모 마약 범죄가 계속 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대응이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범죄에 이용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방공항이 마약 밀수의 새로운 거점이 되고 있는 만큼, 전담팀 인력 확충과 고도화된 검색 장비 도입, 해외 수사기관과의 긴밀한 정보공유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선 구간까지 포함한 전면적 검색 시스템 구축과 함께 마약 탐지 장비 보강, 정보기관 간 협업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약이 제주 사회로 깊숙이 침투하면서 도민과 청소년까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범죄조직의 조직적 확산은 단기간 내 지역사회를 위협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제자유도시 제주는 관광과 경제 활성화라는 순기능을 유지하려면 '마약 청정'이라는 안전망이 우선이다. 단속 인력과 장비 보강, 제도 보완 없이는 언제든 또 다른 대규모 밀수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방검찰청 관계자는 "국제적 마약조직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은닉 방식을 동원해 마약을 밀수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범죄 정보를 입수해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과의 전쟁은 진행형이다. 국제자유도시의 열린 문 뒤에 범죄의 그늘이 커지지 않도록 보다 촘촘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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