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에 얽힌 채 발견돼 구조단에 의해 낚시줄이 일부 제거됐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양환경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12일 "종달이가 한 달 가까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종달이가 지난 5월 14일 다시 낚싯줄에 감긴 채 발견됐다"며 "종달이는 얼굴부터 꼬리까지 낚싯줄이 얽히고설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꼬리지느러미 또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심각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종달이는 2023년 11월 낚싯줄에 얽힌 채 발견된 이후 2024년 8월 약 10개월 만에 낚싯줄 일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어 "해양수산부의 긴급 구조 승인 요청을 받아 5월 15일 구조를 시도했지만, 종달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핫핑크돌핀스는 "(항상 같이 다니던) 종달이 어미 '김리'가 종달이 없이 다른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종달이를 구조할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졌음이 분명해졌다"며 "안타깝게도 어미와 떨어져 실종된 종달이는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핫핑크돌핀스는 "무분별한 선박 운항, 연안 오염, 해양쓰레기 등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적절한 제도적 대응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남방큰돌고래 서식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제, 관리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장마철에 들어선 제주도에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12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정체전선 영향으로 제주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첫 장맛비다. 제주지역 장마 평년값(1991∼2020년 평균)은 시작일 6월 19일, 종료일 7월 20일, 기간은 32.7일, 평균강수량은 348.7㎜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주일 일찍 장마가 시작됐다. 특히 2020년(6월 10일)과 2011년(6월 10일)에 이어 1961년 이후 역대 3번째로 일찍 장마가 시작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장마가 시작된 이날은 제주에 비가 조금 내렸다. 오후 5시 기준 지점별 제주기상청이 있는 제주 지점에서 0㎜, 서귀포 1.6㎜, 고산 2.4㎜, 성산 1.6㎜에 그쳤다. 산지에도 0.5∼6㎜ 정도만 내렸다. 기상청은 제주도 남쪽 해상에 위치한 정체전선의 북상 정도에 따라서 강수지역의 차이가 나타나면서 이날 저녁부터 13일 이른 새벽 사이에는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13일 밤부터 14일 오전 사이에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5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12∼14일 예상 강수량은 50∼120㎜다. 많은 곳은 180㎜ 이상, 산지는 250㎜ 이상 내릴 전망이다. 이후 15일 아침부터 16일 사이에도 가끔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강풍과 풍랑도 예상된다. 13일 밤부터 제주에 바람이 순간풍속 초속 20m(산지 초속 25m) 이상으로 매우 강하게 불겠다. 해상에는 물결이 매우 높게 일 전망이다. 13일 밤을 기해 제주도 중산간과 산지에는 강풍 예비특보, 제주도 남쪽 바깥 먼바다에는 풍랑 예비특보가 각각 내려져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저지대 침수와 하천 범람,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의 물고기 문화 물고기는 번식이 빠르고 그 수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어서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가 있었다. 고대에는 식량으로서 고기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바다를 선호했지만, 정착 생활에서는 적합하지가 않았다. 어로(漁撈) 구역은 수렵(狩獵) 구역보다 넓은데다 농경생활을 하지 않으면 정착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차차 농업이 중심이 되면서 사람들은 정착을 하게 되고 어로를 부수적으로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단백질 공급의 필수적인 이유때문이기도 하다. ‘선비는 생선을 구워먹고, 돼지로 제사를 지내고, 서민은 채소를 먹고 생선으로 제사를 지낸다’ 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선비 이상의 계급적 품계에는 소, 양, 돼지를 제사에 썼고 생선은 쓰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제사에 엄격한 신분질서를 적용했던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가난한 집안에서 ‘지숙(祭需)’으로 ‘심방어렝이’나 ‘우럭‘ , ‘갈치’를 소금 쳐 말려서 제사에 쓰곤 했다. 원래 갈치는 비늘이 없어서 지숙으로 사용하지 않는데 가남이 없는 집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생선 대신 갈치로 제사를 하기도 했다. 법식도 경제적 조건이 좋아야 갖추는 것이다. '안 한 것보다 낮다'는 실용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방어렝이’는 대정지역에서 부르는 색깔이 오방색이 섞여서 화려한 물고기 이름인데 ‘어렝 놀래기’의 일종이다. 이 심방어렝이는 일반 어렝이보다 살이 깊고, 색깔이 청색과 황색이 섞여 화려하며 작은 손바닥만 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제삿날을 생각해서 스스로 고기를 낚아다 배를 갈라 돌담 위에서 말리던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고망낚시’를 이용하면 우럭이나 잡어를 많이 낚는데 주로 ‘여섯 물에서 아홉 물 사이’ 간조를 이용한다. 고망낚시란 돌 틈의 컴컴한 구멍에 새우나 멜, 겟지렁이인 물게스리와 갈게스리를 낚시에 끼워 구멍속으로 밀어 넣어 토종 고기를 잡는 원시적인 낚시법이다. 이 고망 낚시는 지금도 지역 주민들이 선호하는 낚시방법으로 워낙 토착어종의 맛이 좋기도 하거니와 제주바당의 향기가 깃들어 있기 때문에 추억으러 여기고 있다. 고기반찬 때문에 밥 많이 먹는 것을 경계했던 ‘바릇 궤긴 밥 도둑놈(바닷고기는 밥 도둑놈)’이라는 속담에서 궤기반찬의 위력을 잘 알 수가 있다. 물고기의 도상학 위 작품은 제주출신 작고작가 강태석의 물허벅을 지고, 바릇궤기를 들고가는 비바리를 표현한 작품으로, 옛 제주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물허벅은 식수를 이동하는 수단으로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단물(용출수)이 나오는 장소에서 길어오는 도구이다. 물고기를 들고 오는 비바리의 행세로 보아 그것이 밀물이 시작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마을 사람 누군가가 고망낚시를 낚아 오다가 친척 누이를 만난 것이다. 30대 젊은 나이에 작고한 제주 화가 강태석의 '제주이야기'라는 작품은 제주의 풋풋한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복스러운 비바리가 물허벅을 지고 손에는 바릇궤기를 들고 돌담의 초가집으로 향하는 풍경은 익히 보았던 우리네 옛 제주 여성들의 모습이다. 제주 마을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만큼 더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물고기를 나타내는 어(魚)는 중국에서는 넉넉할 여(餘)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여유를 나타낸다고 한다. 몽골의 국기에는 두 마리의 흑과 백의 물고기가 서로 엇갈리게 그려져 있고 동그랗게 눈이 강조되었다. 물고기는 잠잘 때도 눈을 감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안위를 경계하는 신성함이 있다는 의미의 도상이다. 유교에서 물고기는 떼로 몰려다니며 한 마리가 전체를 통솔하는 의미로 해석하여 질서와 수호신적인 의미를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물고기는 여러 문화권에서 다산성을 상징하고 있고, 생명을 주는 물의 속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고기는 깊은 물에 산다는 의미에서 깊은 물은 곧 무의식의 심연으로 해석되며, 영감과 창조성을 뜻하기도 한다. 세 마리의 물고기가 서로 조화롭게 엉켜있는 형상은 기독교 신앙의 삼위일체를 상징한다. 무속에서는 물고기 중 북어를 재액 예방의 제물로 바치고 있고, 불교에서 목어(木魚)는 물고기가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기 때문에 수행의 의미를 나타내며, 목어를 두드리는 것은 수행자의 자세를 흩트리지 말고 수행에 꿋꿋이 정진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제주 민화에는 토착어종이 그려져 있는데 육지의 민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잉어를 그린 것이 아닌 날치나 옥돔을 그린 것으로 보아 지역의 풍토성을 반영하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남방큰돌고래 '행운'의 꼬리지느러미에 추가로 그물과 낚싯줄 등 폐어구가 감긴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다큐제주와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7시 37분께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앞바다에서 헤엄치던 남방큰돌고래 '행운'의 꼬리지느러미에 추가로 폐어구가 걸린 것이 확인됐다. 앞서 '행운'은 지난해 11월 4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앞바다에서 길이 60∼70㎝의 폐어구가 꼬리에 감긴 것이 처음 목격됐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초기 발견 당시부터 지난 3월 26일까지는 굵고 짧은 밧줄만 꼬리에 감겨있었지만 이후 추가로 더 걸려든 모습이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와 매우 안타깝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초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몸에 폐그물 등이 감긴 채 힘겹게 헤엄치는 모습이 목격됐던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은 지난 5월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은 6차례에 걸쳐 '종달'의 구조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오 감독은 "해양쓰레기가 심각해지면서 제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해양 생물들이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며 "남방큰돌고래들 역시 피해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학생들이 확장현실(XR)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할 수 있는 '꿈키올래 진로직업체험센터'가 12일 문을 열었다. '꿈키올래'는 '꿈을 키우러 올래?'의 줄임말로, 도민 대상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에 있는 꿈자람센터 3∼4층에 마련된 진로직업체험센터는 XR 체험 공간, 생성형 AI 상담 공간, 진로역량검사 공간, 진로카페, 교육실, 상담실 등으로 구성됐다. XR 체험 공간에서는 나의 흥미 조개 찾기, 나의 강점 보석 찾기, 마법의 흥미 정원, 직업 월드컵 게임, 미래 직업 팩토리 등 12가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챗GPT 기반의 AI 상담 공간에서는 마음상담, 학습상담, 진로상담, 진학상담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진로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으면서 체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진로 분석 결과를 받아 볼 수 있다.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은 학교 단위로 학생 단체 예약을 받아서 운영하고, 학생 개별 체험은 매주 화·목요일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진행한다. 방학 때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회, 오후 2회 운영한다. 각 회 운영시간은 2시간이다. 프로그램 참가 신청은 교육청 통합예약시스템(https://org.jje.go.kr)에서 하면 된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진로교육은 이제 단순한 진학 안내를 넘어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삶을 기획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핵심 교육이 됐다"며 "많은 학생이 이 공간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변화하는 미래를 두려움 없이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열어 보니 새들이 전봇줄에 앉아서 우리 집을 쳐다보고 있다. 세상에! ‘이때다’하고, 파도 소리가 대문을 넘어온다. 새삼 우리가 참 좋은 집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들의 요청에 따라 손자들을 돌보아주러 미국으로 들어가신 지 17년. 아버지를 그 땅의 공원묘지에 장례하던 날 내 손을 부여잡고서 한국으로 돌아오신 어머니는 그새 23년을 이곳 보목마을 바닷가 섶섬이 보이는 곳에서 살아오셨다. 이중섭 화백이 1951년 1월부터 1년간 가족이 단란하게 살았던 초가집, 지금의 이중섭 거리 중간쯤의 고갯마루에서 그렸을 것으로 보이는 바로 그 ‘섶섬이 보이는 풍경’ 앞에서 말이다. 어머니가 처음 머무셨던 우리 집은 서귀포에서 가장 처음 지어진 아파트 그 이름도 따스한 남양맨션이었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마련한 집은 그만큼 기쁘고 행복한 곳이었다. 더욱이 싱글이었던 주인이 아주 저렴하게 팔아준 곳이어서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운수 좋은 집이기도 하였다. 게다가 맹자의 어머니께서 아들을 위해 세 번을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의 종착지처럼 바로 초등학교가 이웃해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을 놀이터 삼아 마음껏 뛰놀 수 있었다. ‘뛰어봐야 벼룩’이라고 저녁밥이 다 되어서 찾아보면, 으레 저녁 햇살에 발그레진 아이들이 땀투성이가 되어 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행복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파트를 매우 불편해 하셨다. 물론 80세 노인이 오가기에는 3층 계단이 만만치 않은 노역을 요구하는 위치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머니를 탐탁치 않게 했던 것은 낡은 아파트가 발하는 남루함과 노후함이었다. 친척들이 방문하고 가는 날은 노골적으로 힘들어 하셨다. 하기야 미국에서 공부할 때 우리끼리 했던 농담을 생각하면,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요컨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일본 아내와 미국 집에 살면서 중국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남자’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어머니가 잠시 함께 살았던 장남네 타운하우스나 자동차 정비소를 크게 운영하는 차남네 단독주택은 전형적인 미국집에 해당하였다. 그러니 이제 막 ‘생애 처음으로 우리집을 마련했다’라며 어머니를 모셔 온 딸의 아파트에 얼마나 실망이 크셨으랴. 결국 ‘친척들 보기에 부끄럽다’라는 어머니의 진심 앞에 우리는 이사를 하기로 작정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전봇대 옆의 박스에 놓여 있는 ‘교차로’라는 신문을 보게 되었다. 아하, 그게 바로 ‘오늘부터 내 글이 연재된다’는 바로 그 신문이었다. 실은 탐라대학교 시절 한라산 중턱에 있는 내 연구실로 어떤 아가씨가 머뭇거리면서 들어왔다. 요컨대 ‘서귀포에도 오일장 신문을 내고 싶으니, 상인들에게 장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위 서비스 정신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게 용건이었다. 때마침 방학이 시작될 즈음이었고, 당시 나는 새내기 교수였다. 고향에 새로 들어선 대학 덕분에 귀향을 하게 된 내게 소위 애향심을 자극하는 기자의 요청은 거절할 수 없는 부탁, 아니 내가 할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집어 들고 온 교차로를 펼치니,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집이나 토지를 사고파는 지면이었다. 행운이었을까, 선물이었을까? 바로 내게 꼭 필요한 정보였다. 더욱이 그 집은 일전에 내가 한 번 들른 적이 있던 곳이었다. 서귀포시가 요청한 ‘서귀포시지’의 경제면을 쓰기 위해 ‘서귀포시 경제의 산 증인들’을 찾아서 방문했던 집이다. 6.25때 피란을 와서 서귀포 솔동산을 기반으로 가게를 열고, ‘제주도에서 계란을 수매해서 부산에서 팔고 나서는 가마니에 고무신 등을 도매로 사고 와서 소매로 팔았다’는 상업의 역사에 감동했던 곳. 그 집 앞에 마당처럼 펼쳐져 있는 바다와 그림처럼 높여진 섶섬의 풍경을 보니, 가슴이 마구 뛰었다. 첫사랑에 빠진 처녀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 집이 우리집이 되었다. 내놓은 지 6개월이 되어도 팔리지 않던 집이 내가 사자마자 ‘매입 희망자들이 줄지어 나타나 한탄을 하더라’는 후일담을 남기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럴 분이 아니신데 어머니가 왜 그토록 우리 아파트를 불편하게 여기셨을까? 이 집으로 이사 온 후부터 어머니는 물때가 되면 바닷가로 나가서 보말을 잡으셨다. 그때는 요즘처럼 해녀님들이 바다를 독점하거나 소유하지 않았다. 누구나 썰물이 많이 나가는 물때가 되면 바다로 나가서 마음껏 보말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보말 덕분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묻고 온 슬픔도 노동의 고단함도 잊은 채 물때를 세며 생기를 회복하셨다. 보말을 깔 때마다 빛이 나는 눈동자와 부지런히 오가는 손놀림의 묘기를 보며 나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우리와 함께 하시는구나, 우리를 돌보아 주시나 보다. 오늘 아침에도 맥스와 함께 산책을 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 대문 앞에서 마주친 행인이 한 마디를 건낸다. “참, 좋은 집에 사시네요. 어떻게 바닷가 바로 이 섬 앞에다 내 집을 마련하셨나요?”. “어머니 덕분입니다. 103세가 되시는 우리 어머니가 해녀이셨거든요...” 어머니가 지금도 주무시고 계신다. 아침을 지나 시계가 정오 가까이에 다다른 이 시간에도 미동을 않으신다. 요즘 들어 기운이 많이 쇠해지셨다. 한참을 더 주무시고 기운이 축적되어야 게슴츠레 눈을 뜨신다. 그러고도 한동안 자리에서 뒤척이신 후에야 겨우 요강을 붙들고 일어나실 게다. “어머니, 괜찮으시우꽈?”라고 물으면, “말 곧지 말라. 숨이 차다!”라며 고개를 저으신다. 그러고선 아버지 이름을 부르면서, ‘허태행씨는 나를 두고 어디로 갔나?’라고 물으며 항의할 것이다. 죽음이 갈라놓기 전에는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남편이 아닌가. 요양보호사 표준교재(505쪽)에 의하면, 임종 과정 동안 나타나는 증상으로 수면양상의 변화를 들고 있다. 점점 잠자는 시간이 길어지며,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고 실금 또는 실변하게 된다는 점도. 아버지는 18살에 바로 옆집에 사는 17살 어머니와 백년가약을 맺어놓고 80세에 먼저 천국으로 가셨다. 그 이별의 시간까지는 그야말로 둘이 한 몸인 듯 집에서, 논에서, 들에서, 산에서, 교회에서도 늘 일심동체였다. “어머니, 아버지는 어떤 사름이여수과?”라고 물으면, “세상 어시 좋은 사름...”이라며 끝을 맺지 못하신다. “니네 아방이영 사는 것은 고생도 고생이 아니라. 가을에 쇠 멕일 촐(꼴)을 헐 때는, 곹이 한락산에 올라강, 밤에는 자곡 허멍 이틀을 굳짝(빈틈 없이 계속) 촐을 다 베어신예. 니네 아방이영 허는 일은 군소리가 필요 어신다. 그냥 눈 맞추곡 손 맞추멍 보지란이 움직이민 되는예. 사흗날 저녁 되민 구루마에 촐을 잔뜩 실아신디, 놈들 보민 세상 어신 이삿짐추룩 지붕만큼 촐이 핫주게(많았지). 니도 알주만은 우리 얼룩쇠가 얼마나 착허고 부지런 해시니? 아방이 날 보멍 경 고라라(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더라). ‘제주 사름덜은 쇠로도 못 나난 제주 예조로 나신예'라고 허주만은, 자네는 쇠보다 더 부지런헌디, 나한티는 선녀라. 자네 만난 덕분에 고아 같은 외로움도 떨치고, 놈들 모르게 고생은 덜 허곡, 밥은 촘지름(참기름)에 독새기(계란) 놩 잘 먹고, 옷도 잘 입고, 육지도 자주 가고, 아이들 아홉을 다 잘 키워서..... 참 고마워서! 나가 먼저 천국 가크매(갈테니), 자네는 제주도로 돌아강 똘들이영 실컷 구경도 다니곡. 미국서 못 허던 바당에도 가봐. 위험헌 물질은 허지 말고 이! 그냥 보말 잡곡, 미역이나 좀 건지고. 좋아허는 것도 하영 먹고게... 부디 아프지 말앙 오래오래 살당, 나가 보구정 허민 연락해여. 나가 자네를 도르래 가크매...” 그 아버지가 요즘은 가끔 어머니 눈에 보이나 보다. “나 손 잡아 줍서!”라고 자주 중얼거리시니...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한데 이어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을 거쳤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와 법환좀녀학교도 다니며 해녀로서의 삶을 꿈꿔보기도 하고 있다.
제주시 서광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섬식정류장이 개통된 후 한달 사이 버스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지난달 9일 개통한 서광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간에서 출근시간(오전 8∼9시)대 양방향 버스 이동속도가 43% 향상됐다고 12일 밝혔다. 구간별로 보면 신제주에서 광양 방면 속도는 기존 시속 10km에서 개통 후 시속 13.2km로 32% 빨라졌다. 반대로 광양에서 신제주 방면은 기존 시속 11.7km에서 시속 17.9km로 53% 향상됐다. 버스 이외 일반차량 속도도 개통 전 양방향 평균 시속 12.6km에서 개통 후 시속 16.8km로 33% 빨라졌다. 이는 서광로 구간 차량 유입이 하루 6만2484대에서 5만7431대로 8.1% 감소하고, 신호 주기 조정 등의 영향으로 도는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제주연구원이 조사원 2명을 각각 광양과 신제주 방면에서 버스와 일반차량(승용차)에 탑승시켜 측정한 이동속도를 평균 내 산출했다. 도는 제주연구원과 협력해 3개월 단위로 이동 속도와 교통량 변화 추이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용객 혼란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가 6개 섬식정류장에서 근무하는 안내원 20명 중 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용 문의 건수가 개통 초기 대비 30%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관광객 등 섬식정류장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 탑승 위치를 헷갈리는 경우가 일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내·시외버스 환승 시 이동 거리가 길어져 불편하다는 의견과 제주버스터미널에 외국인을 위한 안내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도는 제주버스터미널 정류장 등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정류장을 중심으로 안내원 근무 기간을 연장하고, 외국인을 위한 안내표시를 보완할 계획이다.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서광로 BRT 중앙차로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가 빠른 이동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승용차 교통체증도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중앙차로 운행과정에서 교통사고 위험 등을 면밀히 검토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BRT 고급화 사업 일환으로 제주시 서광로(광양로터리∼도령마루) 3.1㎞ 구간에 국내 첫 조성한 '섬식정류장' 6곳을 지난달 9일 개통하고 이 구간에 양문형 저상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내 외국인전용 카지노가 20~30대 중심의 새로운 관광 수요로 입장객 수가 증가했다. 제주도는 올들어 5월까지 도내 외국인전용 카지노 8곳의 누적 입장객 수가 약 31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만7000명과 비교해 25.5% 늘었다고 12일 밝혔다. 2023년 같은 기간 10만7000명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카지노 이용객은 기존엔 40대 이상이 전체의 50%를 넘었다. 하지만 올해는 20∼30대가 절반을 넘어 고객의 주요 연령층이 달라졌다. 도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산업 회복세가 뚜렷하며 여행 행태가 단체 관광에서 젊은 층의 개별 관광으로 변화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도는 외국인 카지노 입장객 증가 추세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가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안정적인 제주관광진흥기금 확보를 위해 카지노 마케팅 활성화 사업비를 지원하고, 관광시장 확대를 위해 국제선 직항 노선 확보 등을 강화하고 있다. 김희찬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건전한 카지노 산업을 육성해 도민과 제주 관광 발전에 기여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제주의 긍정적인 관광 이미지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에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안전에 주의가 요구된다. 16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 산지에 호우경보, 북부중산간·남부중산간·남부·동부에 호우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산지와 남부중산간에는 강풍주의보도 내려졌다. 예상 강수량은 20∼80㎜(북부·추자도 제외)며, 북부와 추자도는 5∼40㎜다. 지점별 일 강수량을 보면 오후 4시 30분 기준 한라산에는 진달래밭 130㎜, 윗세오름 116㎜, 성판악 108.5㎜, 영실 105㎜ 등 최대 1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그 외 지점도 한남 76.5㎜, 색달 72.5㎜, 가시리 69㎜, 제주남원 68㎜, 서귀포 67.3㎜, 표선 65.5㎜, 새별오름 65㎜ 등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은 17일 이른 새벽까지 제주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며, 해상에는 먼바다를 중심으로 물결이 매우 높게 일겠다고 예보했다. 특히 이날 저녁까지 산지와 한라산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30㎜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시간당 10∼20㎜ 내외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21호 태풍 '콩레이(KONG-REY)'가 대만을 관통하며 '매우 강' 수준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콩레이는 이후 열대저압부로 약해질 가능성이 높지만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 비를 뿌리는 등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콩레이는 지난 28일 오후 3시 기준으로 필리핀 마닐라 동북동쪽 약 860㎞ 해상에서 서쪽으로 시속 11㎞로 이동 중이다. 최대풍속은 초속 29m, 중심기압은 980hPa로 중간 강도의 태풍에 해당한다. 태풍 콩레이는 대만으로 접근하면서 더 강해질 전망이다. 대만 부근 바다의 수온이 30도에 달해 태풍이 당분간 세력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주 후반에는 태풍 중심의 풍속이 시속 180㎞에 이르러 달리는 기차를 탈선시킬 만큼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콩레이가 한반도와 일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며 경로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기상청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11월 이례적인 한반도 태풍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콩레이가 대만의 높은 산지를 통과하며 세력이 약화하고, 북상하는 찬 공기의 영향으로 중국 남부 해안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1호 태풍 '콩레이'가 타이완을 관통한 후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풍 경로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제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콩레이는 이날 새벽 3시 현재 필리핀 마닐라 동북동쪽 약 1020㎞ 해상에서 중심기압 990헥토파스칼(hPa), 강풍 반경 340㎞, 초속 24m의 속도로 북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이 태풍은 계속해서 서북쪽으로 이동해 다음 달 1일 새벽 무렵 강도 '매우 강'의 세력을 유지한 채 타이완을 관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예상되는 강풍은 초속 50m에 달한다. 강풍 반경은 480㎞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보됐다. 이후 태풍은 북진해 중국 동쪽 해안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 위치가 나흘에서 닷새 후 유동적일 수 있다"며 "최신 기상정보를 주기적으로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토요일인 27일 제주는 늦은 밤까지 곳에 따라 가끔 강한 비가 내리겠다. 제주지방기상청은 27일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풍에 의해 많은 수증기가 제주도에 유입되면서 산지와 남부 중산간을 중심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mm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제주도 북부와 서부 추자도를 제외한 도내 예상 강수량은 20∼60㎜며, 산지엔 80㎜ 이상 내리는 곳도 있겠다. 북부와 서부, 추자도의 예상 강수량은 5∼30㎜다. 바다의 물결은 제주도 북부 앞바다에서 1.0∼2.5m, 남부와 동부, 서부 앞바다에서 1.5∼4.0m로 일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높은 물결이 해안으로 강하게 밀려올 것으로 예상되니, 해안가 출입을 자제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저지대 침수 등 시설물 피해가 없도록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