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최근 제주에서 열린 복싱대회에서 중학생 선수가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선수 부모 측은 대회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을 요청했다. 유 회장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두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부모님의 심정을 떠올리면 가슴이 저리다"며 "무엇보다 사고로 의식을 찾지 못하는 선수의 빠른 회복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이후 대처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고 검토하겠다"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도 찾겠다"고 덧붙였다. 또 "운동장은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곳이지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며 "경기 운영과 안전관리, 응급 대응 체계를 철저히 살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A군의 부모는 사고 이후 대처뿐 아니라 대회 준비와 운영 전반도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군 부모는 "사고 이전 대회를 준비하면서 안전 매뉴얼 점검과 심판·지도자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살펴야 한다"며 "사고 후 대처만 본다면 사전에 막을 기회를 또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A군은 지난 3일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서 경기 중 상대 선수의 펀치를 맞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뇌 수술을 받았지만 열흘 가까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A군의 부모는 대회 운영과 응급조치, 소속 복싱 클럽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귀포경찰서는 부모가 제출한 진정서를 토대로 대회 진행 과정과 응급 이송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내사에 나섰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의 먹는샘물용 제주 지하수 취수량 증량 계획에 대해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12일 제442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열고 제주도가 제출한 '한국공항주식회사 먹는샘물 지하수개발·이용 변경 허가 동의안'과 '한국공항주식회사 먹는샘물 지하수개발·이용 유효기간 연장 허가 동의안'을 논의한 결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각각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변경 허가 동의안은 한국공항 지하수 취수 허가량을 현재 월 3000t(1일 100t)에서 월 4400t으로 늘리는 내용을, 유효기간 연장 허가 동의안은 오는 11월 24일로 만료되는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정민구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은 "제주지사에게 증산 허가 권한이 있는지 제주특별법 법령 해석을 놓고 해석이 분분해 심도 있게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공항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한진그룹에 편입돼 기내 음용수 수요가 증가했다며 취수 허가량을 월 4500t으로 확대해달라고 신청했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제주도 통합물관리위원회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는 기내 서비스용 외 사무실 등 다른 사용처 물량을 줄이도록 해 월 4400t으로 가결했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 시도는 이번이 6번째다. 한국공항은 그동안 항공 수요 증가로 먹는샘물 물량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증산을 신청해왔다. 하지만 시민단체 반발과 제주도의회 벽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바다를 찾는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해녀, 해군, 어촌계가 손을 맞잡았다. 15일 이유정 해녀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귀포시 중문항에서 해군 UDT(수중폭파대) 제주지회, 중문어촌계, 그리고 그가 이끄는 환경단체 '제주좀녀팀'이 함께 해양정화활동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항내 접안시설을 점검하고, 수중과 연안 곳곳에 쌓인 폐어구와 스티로폼, 생활쓰레기를 수거했다. 잠수 장비를 갖춘 UDT, 프리다이빙으로 물속을 누빈 해녀, 선박을 지원한 어촌계가 힘을 모아 항만 깊은 곳까지 정화하며 안전사고 예방에도 나섰다.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씨그널'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이 해녀는 "해녀에게 바다는 생업의 터전이자 모두의 자산"이라며 "오늘 활동은 영화 속 메시지를 행동으로 옮긴 의미 있는 실천"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해녀 사회의 어려움도 전해졌다. 중문어촌계에는 최근 3명의 신규 해녀가 들어와 현재 5명이 활동하지만 해산물이 줄어 생계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문어촌계 관계자는 "단위 어촌계 차원이 아니라 제주 전체 해녀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문제"라며 "일부는 해녀식당 운영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활동을 마친 뒤 해양보호의 필요성과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앞으로도 해양정화활동을 함께 이어가기로 했다. 해군 UDT 제주지회와 해양경찰, 제주좀녀팀은 정기적인 정화활동을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를 지켜나갈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1명이 지난 11일 추가로 붙잡혔다. 이로써 6명 중 5명이 검거됐다. 현재 1명만 추적중이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40대 중국인 여성 A씨를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11일 오후 5시 50분 제주시 용담동의 한 공원 주차장에서 해경에 긴급 체포됐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다른 중국인들과 함께 90마력 엔진이 달린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해 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을 통해 밀입국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낮 12시 30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훈련센터 인근 도로에서 검거된 50대 남성 B씨를 포함해 함께 밀입국한 중국인 남성 3명도 이미 붙잡혔다. 이들을 도운 중국인 여성 2명도 별도로 체포됐다. 해경은 조사 과정에서 "중국인 6명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했으며 서로 모르는 사이로 중국인 브로커를 통해 돈을 주고 밀입국한 뒤 뿔뿔이 흩어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검거된 밀입국 중국인 3명은 구속된 상태다. 해경은 여전히 붙잡히지 않은 나머지 1명을 추적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7시 56분,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에서 주민 신고로 미확인 고무보트가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90마력 엔진과 함께 유류통 12개, 구명조끼 6벌, 중국어 표기가 된 빵 등 비상식량, 낚싯대 등이 확인됐다. 해경과 경찰, 군 당국은 합동 조사 결과 간첩 활동 등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재래 흑돼지의 역사와 맛, 그리고 음식문화적 의미를 다룬 유튜브 콘텐츠가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구독자 198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미식 인문학 시리즈 '로컬콜링'에서 '제주 재래 흑돼지' 편을 공개했다고 14일 밝혔다. '로컬콜링'은 가수 다이나믹듀오의 멤버 최자가 진행한다. 각 지역의 맛과 멋을 인류학적으로 풀어내는 푸드 교양 콘텐츠다. 이번 편에서는 최자와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가 성이시돌목장과 재래 돼지 전문 식당을 방문해 제주 재래 돼지의 역사와 맛을 탐구하는 과정을 담았다. 콘텐츠는 단순한 먹방을 넘어 재래 돼지의 보존 현황, 현대 축산 시스템 속 변화, 제주 고유 음식문화와 흑돼지의 의미 등을 심도 있게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해외 소셜 분석 결과, 흑돼지가 제주 대표 음식 키워드 1위로 꼽혔다"며 "이번 콘텐츠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제주 음식문화의 매력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전기 굴절버스가 모습을 드러내며 시범운행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우진산전이 개발한 양문형 전기 굴절버스 시제품이 최근 제주에 배치돼 관계 기관과 시범운행 방안을 협의 중이다. 굴절버스는 두 대 이상의 차대를 회전 조인트로 연결한 형태다. 국내에서는 2004년 서울에서 외산 모델이 처음 도입됐다. 당시 모두 20대가 투입됐으나 도심 도로 환경과 맞지 않고 잦은 고장으로 4년 만에 전량 퇴출됐다. 이후 현대자동차가 일렉시티 굴절버스를 선보이며 2020년 세종시에서 국내산 굴절버스가 처음으로 일반 노선에 투입됐다. 세종시는 시범운행을 거쳐 다음 해 12대를 도심 순환 BRT 노선에 배치했다. 해당 차량은 1대당 약 9억7000만원으로 최대 80명을 수송할 수 있다. 현재는 대전시가 차대 3대를 연결한 굴절버스 도입을 추진하며 정부에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제주에 들어온 굴절버스는 길이 18m, 폭 2.5m, 높이 3.4m 규모다. 240㎞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268㎞ 운행이 가능하다. 승차 정원은 약 80명이다. 제주 BRT 인프라의 핵심인 섬식정류장 이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다만 굴절버스 특성상 회전 반경이 넓어 실제 시범운행 구간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인증과 안전대책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조사 측이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제주에서 시범운행을 희망하고 있다"며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향후 실제 BRT 노선에 투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항공이 추석 연휴 귀성·여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선 임시편 43편을 추가 운항한다. 제주항공은 추석 연휴가 있는 다음 달 1일부터 13일까지 국내선 임시편 43편을 추가 운항한다고 12일 밝혔다. 노선별로는 김포∼제주 25편, 부산∼제주 13편, 김포∼부산 5편이 편성돼 모두 8100여 석이 추가 공급된다. 제주항공은 앞서 추석 기간 국내선에 18편(3400여 석)을 증편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수요를 고려해 공급 좌석을 더 늘렸다. 추석 연휴 임시편 항공권은 제주항공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예약 상황에 따라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운항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고향을 찾는 분들과 국내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을 위해 임시편을 추가 편성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추진 중인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주민 갈등과 각종 의혹으로 제주도의회 심의에서 또 보류됐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12일 제442회 임시회 1차 회의에서 제주시가 제출한 'A영농조합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에너지화)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심사한 뒤 보류를 결정했다. 이 안건은 지난해 9월 제출됐으나 주민 수용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보류된 바 있다. A영농조합은 봉성리 일대 9859㎡ 부지에 하루 150㎥ 규모의 시설을 설치해 가축분뇨로 전기와 액비, 퇴비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체 사업비는 186억원으로 국비 40%, 도비 30%, 융자 20%가 지원되며 자부담은 약 18억원이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주민 반대 청원이 접수된 데다 사업자 교체와 임원진 교류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과거 가축분뇨법 위반으로 사업 공모에서 탈락했던 B업체가 이후 A영농조합을 인수했고, 해당 업체 대표가 현재 A영농조합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현 봉성리 마을이장이 과거 A영농조합 설립과 대표직에 관여했던 점도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김기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도2동 갑)은 질의 과정에서 "많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상표 제주시 농수축산국장은 "현재 마을이장은 A영농조합과 무관하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마을이장이 바뀌는 과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보조금 집행의 타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주민 갈등까지 겹쳤다"며 "사업 추진의 적절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환도위는 주민 수용성 확보와 사업자 관련 의혹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안건을 보류했다. 이로써 봉성리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은 1년 만에 다시 상정됐으나 또다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실시한 종합감사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예산이 부실하게 관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급여를 관리자가 개인계좌로 빼돌렸고, 아동급식카드 지원금은 제때 사용되지 않아 소멸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제주도 감사위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조천읍·한경면·안덕면 등 3개 읍·면과 일도2동·이도1동·삼도1동·삼도2동·화북동·삼양동·연동·효돈동·영천동·중문동·예래동 등 11개 동을 대상으로 재무감사를 햇다고 11일 밝혔다. 감사 결과, 152명의 수급자에게는 관리자를 지정하지 않은 채 매월 급여가 지급됐다. 조천읍에서는 한 관리자가 수급자의 의료비라며 치과 영수증을 제출했으나 실제 진료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관리자는 수급자의 생계급여 계좌에서 530만원을 인출해 본인 명의 예·적금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관리자는 수백만 원을 사용하고도 증빙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해당 기관은 이를 그대로 방치했다. 조천읍사무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급여를 관리자 명의로 예·적금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나 이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수급자에게 반환했다"며 "해당 관리자의 진술이 사실과 다를 경우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망자의 유족에게 지급되는 장제급여(1인당 80만원) 역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58명이 지원을 받지 못했다. 미지급 금액은 4640만원에 달한다. 아동급식 지원도 허술하게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조천읍·한경면, 서귀포시 안덕면은 아동급식카드 사용을 연말에만 독려했고, 연초~3분기 동안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79명의 아동에게 지급된 5566만9000원이 소멸됐다. 특히 대상자 6명은 지원금을 모두 사용하지 못했고, 한 아동은 2년 치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전액이 소멸됐다.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들이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결식아동급식 업무 표준매뉴얼'은 지자체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지원금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잔액이 소멸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은 이를 소홀히 했다. 감사위는 이번 감사에서 시정 47건, 경고 11건, 주의 49건 등 모두 123건의 행정 조치를 내렸다. 또 부당 업무 처리와 관련해 공무원 16명에게 훈계·주의 등 신분상 조치를 요구하고, 부가가치세 환급 미회수액 등 970여만 원에 대한 재정상 조치도 병행했다. 감사위원회는 "일부 사례에 대해선 제대로 소명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라며 "수급자에게 갈 돈을 관리자가 사적 유용한 것이 밝혀지면 해당 기관에 형사고발 등 조치를 적극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새벽이 둠북 ᄒᆞᆫ 짐 안 ᄒᆞ여 온 메누리 조반 안 준다(새벽에 모자반 한 짐 안 하고 온 며느리에게는 아침밥을 안 준다).' 제주 도내 해안마을, 특히 구좌읍 일대에서 통용되던 속담이다. 예전 제주에서는 새벽 일찍 바다에 가서 ‘둠북(모자반)’ 한 짐 마련해 오지 않는 며느리는 아침밥을 못 얻어먹었다. 그만큼 부지런하고 생활력 강해야 시집살이 제대로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비단 며느리만이 아니라 제주 사람 대부분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라산, 오름, 바당, 산전(山田), ‘드르팟’ 등을 누비고 다녔다. 누구나 ‘오몽(움직임)’할 수 없을 때까지 일했다. 다행히 농업과 어업, 목축업을 주로 하면서도 부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았다. 제주 여성들의 생업(生業)과 부업을 노래한 제주민요 ‘맷돌 노래’ 가사에서 보면, 제주 신들의 고향인 교래, 송당 큰 아기들은 가죽 감태(짐승 털가죽으로 만든 방한모) 쓰고 ‘피(稗)’ 방아 찧으러 다 나갔다. 피는 일곱 차례 찧어야 모두 벗겨져 비로소 먹을 수 있다. 제주에서는 이를 ‘능그기’라 한다. 예전에는 ‘능그기’ 힘들어서 다들 피 농사를 꺼렸다. 서목골(제주시 서문) 큰 아기들은 돼지 창자 훑으러 도축장으로 모두 나갔다. 팔다 남은 돼지 부산물을 가져다가 순대 담거나 ‘몸국(모자반국)’ 혹은 ‘돗국물(돼지 국물)’ 끊여 부모 형제 맛나게 대접했다는 말이다. 성안골(제주시 성안) 큰 아기들은 양태청, 화북 큰 아기들은 탕건청으로 갔다. 조천 큰 아기들은 망건청으로 갔다. 해안마을인 김녕, 월정 큰 아기들은 썩은(?) 고기 팔러 중산간 마을로 갔다. 아마 당시 냉동보관기술이 부족해 생선 신선도가 심하게 떨어졌음을 비아냥거린 듯하다. 하지만 평소 생선이 귀했던 중산간 마을 사람에게는 이마저도 고맙게 느껴졌다. 양태청, 탕건청, 망건청은 예전 동네 여자들이 마을 한곳에 모여 양태, 탕건, 망건, 모자를 만드는 ‘일청’(일종의 공방)이다. 애월, 한림 큰 아기들은 그물 작업, 도두, 이호 큰 아기들은 모자 만들러 갔다. 청수, 저지 큰 아기들은 풀무질하러 갔다. 제주도에서 불미 공예, 풀무질은 처음 흙이 좋은 청수나 저지에서 많이 행해지다가 나중 덕수리로 넘어갔다. 지금도 서귀포시 덕수리 마을회에서 매년 가을 풀무질(불미공예)을 재연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근방 큰 아기들은 자리 짜기, 성산읍 정의(성읍) 큰 아기들은 길쌈 베로 모두 나갔다. 조선 시대에는 제주도에서 대정과 성읍 모두 현(顯) 혹은 읍(邑)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돗자리와 베로 대비 시켜 놓은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잃어버린 마을인 제주시 오라동 죽성 고다시 큰 아기들은 산딸기, 다래 장사하러 다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이 지역 특산물이 딸기다. 일명 '아라 주는 딸기'. 제주시 삼양동의 한 마을인 설개와 가물개 큰 아기들은 감티청(감투청)으로, 예전 대나무가 많았던 제주시 봉개동 도련 큰 아기들은 집에서 만든 대나무 그릇 팔러 나갔다. 한림읍 협재와 옹포 큰 아기들은 뗏목 타기 제격, 구좌읍 종달리 큰 아기들은 소금장사 제격, 바닷모래가 많은 이호동에 있는 사수동(砂水洞) 큰 아기들은 모래 운반 제격 등등. 제주도에는 예전부터 소금이 귀했다. 1704년 이형상의 『남환박물』 ‘지산조’에 보면 '물산에 말갈기, 나전(螺鈿), 양태(凉臺), 모자, 땋은 머리가 있다. 면포와 도와(陶瓦), 소금은 심히 적다'라고 하고 있다. 그나마 1900년대 초 종달리 353호 가운데 160명이 소금 생산에 종사했고 소금을 생산하는 가마도 46개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걸쳐 존속된 제주도의 염전들은 해방 이후 육지부 서남해에서 생산된 저렴한 천일염과 외국산 수입 소금이 반입되면서 1950년대를 전후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처럼 제주 여성들은 부업으로 송당 되방이(방아) 짓기, 함덕 신짝 부비기(비비기), 고내, 애월 기름장사, 대정 자리(돗자리) 짜기, 김녕, 갈막(구좌읍에 있는 자연마을) 태왁(해녀들이 물질할 때 가슴에 받쳐 물에 뜨게 하는 뒤웅박) 장사, 어등(행원)과 무주(월정) 푸나무 장사, 구좌읍 종달 소금장사, 성산읍 정의 질삼(길삼) 틀기 등과 같이 마을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가내수공업이나 부업 활동을 통해 소득을 올렸다. 제주산 말총과 대나무(분죽)을 이용한 양태, 갓모자, 탕건, 망건 등과 같은 갓 공예 혹은 관모공예는 해녀 경제가 보편화 되기 전까지만 해도 제주농촌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양태, 갓 모자, 탕건 등 관모공예는 조천을 중심으로 신촌, 삼양, 화북과 도두 등 제주시 인근 지역에서 여성들에 의해 행해졌다. 양태는 삼양, 화북, 신촌, 와흘 등지에서, 갓 모자는 도두, 이호, 하귀, 금덕, 광령, 수산 등지에서, 탕건은 화북, 삼양, 도련, 신흥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다. 망건 짜는 작업은 제주시 동쪽 지역인 함덕, 조천 등지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이곳은 바로 제주 관문인 화북포(조천포, 별도포)와 제주항(산지포, 건입포, 산지항)으로 양태 원료인 분죽(粉竹) 공급과 완성된 관모제품을 소비지까지 수송하는 데 수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업들은 시장이 생겨나고 수요가 감소하여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양태, 탕건, 망건, 갓모자 등 관모공예도 일제강점기에 수요가 급속히 감소하자 그 제작기술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문화재청에서 양태, 탕건, 망건, 갓모자 등을 만드는 기술이나 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 차원에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정책 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제주지식산업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12일 새벽 제주에 시간당 8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내 곳곳에서 정전과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한국전력 제주본부와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제주시 일도동, 화북동, 건입동, 도련동과 서귀포시 표선면, 성산읍 등지에서 정전이 나타났다. 확인된 피해 가구만 약 2649가구에 달한다. 현재 복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전은 "정전 원인과 복구 예정 시간은 확인 중"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복구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침수 피해도 이어졌다. 이날 새벽 4시 7분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한 주택이 물에 잠겼고, 앞서 3시 49분에는 인근 신흥리에서도 주택 침수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4시 46분쯤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에서는 낙뢰로 추정되는 사고로 한 가정집 지붕이 파손돼 빗물이 스며드는 피해가 빚어졌다. 표선면 가시리에서는 하천이 범람해 소방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현재 배수 지원 등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시간당 강수량은 성산 76.9㎜, 김녕 64.5㎜, 성산수산 50.0㎜, 구좌 45.5㎜, 제주시 21.7㎜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제주 동부와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며 추가 피해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최근 5년여 동안 제주은행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돼 지급 정지된 계좌 수가 217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는 지방은행 중 가장 적었지만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부산 북구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지방 5대 은행(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에서 사기 이용 계좌로 신고돼 지급 정지된 계좌는 모두 9621개였다. 은행별로는 부산은행이 4508개로 가장 많았고, 경남은행 2713개, 전북은행 1108개, 광주은행 1075개, 제주은행이 217개 순으로 집계됐다. 제주은행의 지급 정지 계좌는 연도별로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은행 전체로 보면 2020년 1210개에서 지난해 1958개로 늘었고, 올해 1분기 이미 774개가 정지돼 연간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다. 박 의원은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계좌 수만 보더라도 금융보안 체계에 구멍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날로 지능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수사기관·금융당국 간 실시간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사전 차단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이번 자료를 토대로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를 금융회사가 배상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