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제주에서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어부, 해녀, 초등학생, 국제 환경단체 활동가 등 각계 인사들이 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증언하며 "이제는 수거가 아니라 생산 감축으로 정책의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가 주최한 행사로 플라스틱 감축을 핵심으로 한 국제 협약 채택을 앞두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 선 김정도 청년 어부는 "어업은 이제 고기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건져올리는 일이 됐다"며 "수거 위주의 임시처방이 아닌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시 이호동 출신 이유정 해녀는 "물질을 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다. 해녀에게 쓰레기는 단지 거슬리는 존재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이라며 "이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종달초 3학년 최하민양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결국 어른들이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말하며 책임 있는 성인들의 실천을 당부했다. 국제 환경단체 BFFP(Break Free From Plastic) 소속 파예(Faye) 활동가는 "이달 열리는 제5.2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UN INC-5.2)은 전환의 결정적 기회"라며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라는 실질적 해결책을 지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발언자들은 오염된 해양 생물 인형을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물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시각적 메시지를 더했다. 플뿌리연대는 성명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원재료 생산국이지만 정작 생산 감축에 대한 정부 정책은 부재하다"며 "생산을 줄이지 않는 한 환경오염, 생태계 붕괴, 국민 건강권 침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같은 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20여 개국 대표단 등 1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한국에서 이 행사가 열린 것은 1997년 이후 28년 만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내년부터 '제주형 수소 트램' 사업화 절차를 본격화한다. 제주도는 5일 "도시철도 도입을 위한 첫 단계로, 제주 최초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행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추진 노선은 제주항~동문시장~제주공항~연동사거리~노형오거리~1100로를 연결하는 모두 12.91㎞ 구간이다. 전체 사업비는 약 5293억원으로 추산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국비 60% 확보를 목표로 추진된다. 도는 오는 7월 도의회 의견 청취와 최종보고회를 거쳐 하반기 중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승인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후 내년부터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등 사업화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도민 의견 수렴 절차도 본격화된다. 도는 오는 20일 오후 김만덕기념관 만덕홀에서 ‘제주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대한 도민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청회는 이준 미래교통물류연구소장의 계획안 발표, 전문가 토론회, 도민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자유토론 시간에는 주민, 관련 단체, 일반 시민 등 누구나 의견 제시 및 질의응답에 참여할 수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제주 미래교통의 전환점이 될 도시철도 도입이 성공하려면 도민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청회에 직접 참석해 제주 교통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전기차 렌터카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요금 보상 캠페인을 본격 시행한다. 비용 부담과 충전 불편으로 낮은 선택률에 머물고 있는 전기차 렌터카를 합리적 대안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시도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오는 6일부터 전기차 렌터카 요금 차액을 지역화폐 또는 면세점 이용권으로 환급해주는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관광객이 전기차 렌터카 계약서 인증과 디지털 관광증 사전 신청을 완료하면 탐나는전 지역화폐 또는 중문면세점 이용권 2만원 상당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렌터카는 일반 가솔린 차량보다 하루 평균 2만원가량 비싸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안도 있어 관광객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캠페인은 이러한 가격 장벽을 인센티브로 보완하면서, ESG 관광을 '강요'가 아닌 '합리적 선택'으로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정책은 도가 추진 중인 '2035년 탄소중립' 목표의 실행 과제 중 하나다. 제주관광공사는 캠페인을 통해 전기차 렌터카 2500대 운행을 유도할 계획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는 1㎞ 주행 시 평균 86.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가솔린차(177.4g)보다 90g 가까이 적다. 2박 3일간 차량 1대가 300㎞를 주행할 경우 모두 2500대 운행 시 약 6만7500㎏의 탄소 감축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관광공사의 2024년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렌터카 이용률은 81.9%에 달하지만 전기차 렌터카 이용률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저조한 수치는 단순히 가격 문제만이 아니라 ▲충전 인프라 부족 ▲차종 다양성 미흡 ▲정보 접근성 부족 등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도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우선 가격 장벽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점진적인 구조 개선을 병행할 계획이다. 도는 충전 인프라 확충과 함께 전기차 이용 경험이 긍정적인 인식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행 생태계 자체를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전기차 렌터카를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만들기 위한 구조 설계의 출발점"이라며 "보상이 전부가 아니라 이용 경험을 통해 전기차가 ‘비싼 대안’이 아닌 ‘기본값’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주공항 인근 렌터카 주차장에는 전기차 렌터카가 이미 다수 배치돼 있다. 싱가포르 등 해외 친환경 여행객들도 전기차 드라이브와 자전거 투어를 결합한 지속 가능한 여행을 실천 중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은 탄소중립 섬으로 가는 여정의 출발점"이라며 "'전기차는 비싸다'는 인식을 넘는 첫 경험을 통해 친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새로운 여행 문화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대표 여름 별미인 초당옥수수가 본격적인 수확철에 들어섰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5일 "지난달 말부터 시설 재배 초당옥수수 수확이 시작됐고, 최근에는 노지에서 터널 재배한 초당옥수수 수확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도내 초당옥수수는 모두 190헥타르(㏊) 면적에서 재배됐다. 이는 지난해 210㏊보다 약 10.5% 줄어든 수치다. 초당옥수수는 평균 당도가 16~18브릭스(Brix)에 달해 파인애플(15브릭스)보다도 높은 단맛을 자랑한다. 아삭한 식감과 함께 여름철 간식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 재배 농가는 지난달 말부터 수확에 들어갔다. 노지 재배 초당옥수수는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된다. 제주산은 내륙 지역보다 약 15~20일 빠르게 출하되는 점이 특징이다. 제주농업기술센터는 "노지 초당옥수수의 본격 수확기를 앞두고 병해충 관리와 적기 수확, 규격별 선별 출하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농가에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4·3사건 관련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추가 심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제234차 제주4·3실무위원회를 통해 희생자 27명과 유족 212명 등 모두 239명을 추가로 심사·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제234차 실무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오후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2023년에 접수된 제8차 추가 신고 건 중 사실조사가 완료된 사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이번 심사 결과는 제주4·3중앙위원회에 최종 심의·결정을 요청한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는 희생자 및 유족 추가 심사 외에도 ▲희생자 보상금 심사 대상자 253명 ▲보상금 지급결정 변경 50명 ▲실종 및 가족관계 정정 6명에 대한 심사도 함께 이뤄졌다. 제8차 추가 신고 접수 인원은 모두 1만9559명이다. 이 중 93%에 해당하는 1만8445명(희생자 506명·유족 1만7939명)에 대한 실무위 차원의 심사가 완료됐다. 현재까지 중앙위원회는 이 중 희생자 279명, 유족 1만4057명 등 모두 1만4336명에 대한 심사를 완료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연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실무위 심사를 마무리하고, 중앙위원회의 조속한 결정을 통해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항공이 취항 19주년을 맞았다. 2005년 국내 첫 저비용항공사(LCC)로 창립한 이후 2006년 6월 5일 김포~제주 노선에서 첫 운항을 시작하며 국내 LCC 시대를 열었다. 첫 달 평균 탑승률 83.5%를 기록하며 순항한 제주항공은 2006년 김포~부산, 부산~제주 노선에 잇따라 취항했고, 2009년 3월에는 인천~오사카·기타큐슈 등 국제선 운항도 개시해 하늘길을 넓혔다. 5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모두 77만여 회의 운항과 누적 탑승객 1억2312만여명을 기록했다. 전체 평균 탑승률은 8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6년 약 25만명이었던 이용객 수는 2009년 약 151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고, 2017년에는 연간 1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1335만2000여명이 제주항공을 이용했다. 다만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이용객은 360만명이다. 운항 안정성 강화를 위한 1분기 운항 조정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9년간 연평균 약 23.3%의 여객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3년 7월에는 국내 LCC 첫 누적 탑승객 1억명을 돌파했다. 기단 규모도 꾸준히 늘었다. 2015년 말 22대였던 항공기는 현재 42대로 확대됐다. 일본·중국·동남아 등 중단거리 국제노선을 중심으로 모두 49개 도시 64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특히 일본 노선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제주항공이 2009년 처음 한일 노선에 정기 취항했을 당시 일본인 이용객 수는 11만5000여명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384만2000여명으로 15년 만에 33배 이상 증가했다. 대도시뿐 아니라 시즈오카, 하코다테 등 지방 소도시까지 취항하며 노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다양한 노선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편리한 스케줄을 기반으로 여행의 일상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의 임기가 공식 개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오전 6시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제21대 대선 개표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했다. 궐위선거로 열린 이번 대선에서는 선관위에서 당선인 결정안이 의결되는 즉시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연합뉴스]
제21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9.42%의 최종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100% 완료된 결과 이재명 후보는 49.42%,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를 각각 기록했다. 이 후보는 1728만7513표를 얻으며 김문수 후보(1439만5639표)를 8.27%포인트(289만1874표) 차로 앞섰다. 중앙선관위는 곧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대선 개표 결과에 따라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한다. [연합뉴스]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이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찬반 단체들이 각각 공항 조기 착공과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2공항 찬성 단체인 성산읍추진위원회는 4일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조속한 제2공항 착공을 통해 침체된 제주경제를 살리고 도민 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제2공항은 2015년 발표 이후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돼 왔지만 10년째 도민사회 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건설만이 갈등을 끝내는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민 의견을 빙자한 주민투표는 오히려 도민을 갈라놓고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미 국토부 고시로 확정된 사업인 만큼,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절차가 투명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2공항 반대 단체인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같은 날 발표한 논평에서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내란세력이 추진한 제2공항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민회의는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권 3년간의 실정과 내란 사태에 대한 국민의 단호한 심판"이라며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는 정치적으로 단죄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2공항 사업은 12.3 계엄 선포 시도와 궤를 같이한 반민주적 개발사업"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즉각 추진 절차를 중단하고 사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10년 넘게 도민 사회를 갈등과 혼란 속에 몰아넣은 제2공항 문제를 이제는 매듭지어야 한다"며 "광장을 채운 국민의 외침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제2공항 사업을 둘러싼 입장차가 다시금 표면화되면서 향후 정부의 입장과 대응이 주목된다. 제2공항은 국토교통부 고시를 통해 추진 중인 국가사업이다. 현재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교육청이 '댓글 조작' 의혹을 받는 보수 성향 교육단체 '리박스쿨' 관련 전수 조사에 나섰다. 도교육청은 최근 도내 초등학교 114곳을 대상으로 리박스쿨이 발급한 자격증을 소지한 인원이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 중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해당 조사는 지난 3일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관련 실태 파악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조사 대상에는 리박스쿨 자격증 소지 여부뿐 아니라 리박스쿨 대표 손모씨가 이사장 또는 대표로 있는 다른 단체와 직접 협약을 맺은 사례가 있는지도 포함된다. 제주도교육청은 "학생 대상 교육활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라며 "학교와의 민간 협력 프로그램도 점검 중"이라고 설명했다. 리박스쿨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및 언론 등을 통해 댓글 작업에 참여한 이들에게 자격증을 발급하고 이들을 초등돌봄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강사로 연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일부 교육 콘텐츠를 통해 정치적 편향성을 주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로, 리박스쿨 관련 인력이 실제 도내 학교에 배치돼 있었는지는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리박스쿨 자격증을 인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늘봄 강사 자격 요건 등에 대한 지침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 3일 오전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아래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 제주남초등학교에는 서서히 불이 들어왔다. 투표 사무원과 정당 참관인, 선거 관계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5시 30분이 되자 본격적인 투표 개시 준비가 시작됐다. 참관인을 대상으로 한 안내와 주의사항 전달, 투표지·도장·투표함 점검까지 모든 절차가 빈틈없이 이어졌고, 투표함 봉인 작업도 그 일부였다. "이건 봉인함을 잠글 열쇠입니다.", "이건 투표함에 부착할 개폐 방지 스티커입니다." 투표 사무원은 준비물 하나하나를 직접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현장은 긴장 속에서도 질서와 투명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 5시 59분. 투표관리인의 개시 선서가 낭독되면서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본 투표가 시작됐다. 그러나 평온했던 분위기는 채 한 시간도 유지되지 않았다. 오전 6시 48분 한 남성 A씨가 삼도2동 제2투표소에 도착해 신분증을 제시하며 투표를 시도했다.그러나 선거인명부에는 이미 지난달 30일 사전투표를 마친 이력이 명확히 기재돼 있었다. 투표 사무원이 이를 설명하자 A씨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고, 아무 말 없이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곧바로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남성 B씨 역시 지난달 29일 사전투표를 한 뒤 이날 오전 8시 무렵 다시 투표를 시도하다 적발됐다. 이들 모두 '사위(詐僞)의 방법으로 투표를 시도한 자'로 간주돼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오전 7시 30분 또 다른 소동이 일어났다. 한 중년 남성이 투표소에 들어오자마자 "국민의힘 참관인이 누구냐"고 날선 질문을 던졌다. 사무원이 "정당 소속은 안내해 드릴 수 없다"고 답하자 그는 "애새끼들만 앉혀놓고 정체도 안 밝히고 투표하게 만든다"며 고함을 질렀다. 뒤에 서 있던 유권자가 "빨리 좀 하자"고 말하자 "왜 욕하느냐"며 시비가 붙었고, 투표소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이 남성은 투표를 마친 후에도 "부정선거다"라고 외치며 욕설을 내뱉고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오전 9시 무렵에는 술에 취한 남성이 나타났다. 자신의 주소지와 다른 투표소임에도 "왜 내 투표를 막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투표 사무원이 투표소가 다르다는 설명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그는 "다들 나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말만 반복했다. 이 소란은 30분 가까이 이어졌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정리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삼도2동 제2투표소에는 전국 각지의 언론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내부 촬영이 제한된 상황임에도 일부 방송은 10분 이상, 많게는 30분 넘게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촬영했다. 한 선거사무원은 "여기가 투표소인지, 기자회견장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중앙선관위와 제주도선관위 관계자, 투표소 위원장까지 총출동해 상황 수습에 나섰지만 투표 업무는 이미 큰 지장을 받았다. 삼도2동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 10시 7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복지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도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60대 남성이 선거인명부 확인 작업이 지연되자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30대 선거사무원의 가슴을 밀치고 고성을 질렀다. 경찰은 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날 제주 곳곳의 투표소에서 벌어진 일들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이중투표 시도, 욕설, 주취자 소란, 폭행, 언론 취재 과열 등 선거는 더 이상 조용한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닌 분노와 불신이 교차하는 사회적 충돌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치 양극화는 이제 투표소 안까지 침투해 '신뢰의 기초'를 흔들고 있었다. 4일 오전 6시 21분 21대 대통령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그의 앞에 놓인 것은 축하가 아닌 과제다. 국민이 서로를 경계하고, 절차를 믿지 못하고, 상대 지지자를 적대하는 현실. 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면 갈등은 정치에서 그치지 않고 삶의 곳곳에서 반복될 것이다. 투표장은 단순히 표를 던지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 거울이 보여준 풍경은 불신과 혐오였다. 이제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이 그 거울 너머에 어떤 세상을 그릴 것인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들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후보는 3일 밤 11시 46분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나와 "제게 주어진 큰 책임과 사명을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오후 11시 40분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KBS는 오후 11시 37분 기준 이 후보의 득표율을 48.89%(675만6343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2.78%(591만2687표)로 집계, 두 후보 간 격차는 6.11%p(84만3656표)에 달했다. 앞서 실시된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의 득표율을 기록해 김문수 후보(39.3%)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7.7%)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는 한국방송협회와 KBS·MBC·SBS가 구성한 '제21대 대통령선거 방송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KEP)'가 코리아리서치, 입소스코리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일 전국 325개 투표소에서 유권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또 사전투표자 1만1500명에 대한 예측 전화조사 결과를 합산해 산출했다. 신뢰도는 95%에 오차범위는 ±0.8%p다. 방송 3사는 김문수 후보가 대구, 경북, 부산,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우세할 것으로 보이나 나머지 지역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우세를 점할 것으로 예측했다. 제21대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된 이재명 후보는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나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들겠다"며 곧바로 여의도 국회 앞 특별무대로 향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