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29일 제주도내 43곳의 투표소에서 시작됐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제주시 26곳, 서귀포시 17곳의 사전투표소가 설치·운영된다고 밝혔다. 제주시 연동 제주도의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정장을 입은 직장인과 편안한 옷차림의 주민, 여행가방을 든 관광객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이 줄지어 투표소를 찾았다.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를 마친 뒤 인증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여행 중 투표를 하게 됐다는 20대 강모씨는 "여행 중에 이렇게 사전투표에 참여한 건 처음"이라며 "편리하고 좋다. 많은 분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시 한라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투표를 마친 30대 도민 김모씨는 "대선일에 비 소식이 있어 출근길에 미리 투표를 하게 됐다"며 "침체된 경제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사전투표소에서는 선거인 주소지에 따라 관내·관외 투표로 나뉘어 진행됐다. 관내 사전투표자는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바로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관외 사전투표자는 기표 후 투표지를 반드시 회송용 봉투에 넣고 봉함해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일부 유권자들은 이 과정에서 동선을 헷갈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은 2.13%를 기록했다. 앞서 2017년 제19대 대선과 2020년 제20대 대선 당시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은 각각 22.43%, 33.78%다. 두 차례 모두 전국 평균(각각 26.06%, 36.93%)을 밑돌았다. 사전투표는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투표에 참여하려면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등 생년월일과 사진이 첨부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모바일 신분증도 현장에서 앱을 실행해 성명·생년월일·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캡처 이미지 파일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전투표소 위치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https://nec.go.kr)나 포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교사를 기리는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제주교사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6개 교직단체는 30일 오후 6시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서 공동으로 추모 문화제를 연다. 추모 문화제는 추모 의례를 시작으로 무용가 박연술의 추모 공연, 고인을 기리는 추모 영상 상영, 김광수 제주도교육감과 동료 교사의 추모사, 추모 노래 공연, 현장 발언과 마음 모으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교직원과 학생뿐 아니라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제주시 모 중학교 소속 교사 고 현승준씨는 최근 학생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지난 22일 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를 대표하는 힐링 명소 '사려니숲길'이 한국과 아랍의 우정을 상징하는 장소로 공식 지정됐다. 제주도는 30일 오전 제17회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행사 개막식이 열린 사려니숲길에서 ‘한국·아랍 친선의 길’ 명명식을 열었다. 2025 제주포럼 연계 외교 문화행사로 진행된 이날 명명식에는 주한아랍대사 10명과 김창모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 이케다 요이치 주제주일본국총영사 등이 참여했다. 도는 이날 한국아랍소사이어티와 함께 사려니숲길을 한국과 아랍 간 우정을 상징하는 '친선의 길'로 공식 지정하고, 양측의 지속가능한 협력 기반 마련을 선언했다. 연간 80만 명이 찾는 사려니숲길은 한라산둘레길 7구간으로, 201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길로 지정된 이후 각종 상을 휩쓸며 제주의 대표 생태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이번 행사는 '숲속 외교'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사려니숲길을 걸으며 제주의 자연 치유력을 체험하고 한국과 아랍 간 우정을 나눴다. 특히 이 길은 '아크(AKH, Arab-Korea Harmony)'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아랍어로 '형제'를 뜻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도는 앞으로 관광, 환경, 산림, 청년 교류 등 폭넓은 분야에서 아랍권과 손잡고 협력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특히 사려니숲길을 제주포럼의 평화·연대 가치와 연결해 지속가능한 교류 거점으로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오영훈 지사는 지난 29일 제20회 제주포럼이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주한 아랍대사단과 만나 교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오 지사는 면담에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방문 경험, 제주 해녀문화와 아랍 진주조개잡이 문화의 유사성을 소개하며 "친선의 길 명명식 행사가 교류의 상징적인 계기가 돼 다양한 분야에서 제주와 아랍 지방정부 간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압둘라 알누아이미 주한 UAE 대사는 "이번 친선의 길 지정이 아랍과 제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주의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가치가 아랍 국가들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준다"고 답했다. 주한 아랍대사들은 실질적 협력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며 문화·관광·환경 분야의 다양한 교류사업 추진 의사를 표명했다. 제주지역의 야간 관광 인프라 개선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 위탁 운영 중인 제주권역재활병원이 지난해 모두 5만여 명에게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제주도는 위탁 운영 중인 제주권역재활병원에서 지난해 연간 5만733명이 재활 의료서비스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이는 2023년 이용객 수인 4만5000명보다 약 12.7% 증가한 수치다. 제주권역재활병원은 도내 유일의 재활 전문 공공의료기관이다. 2014년 개원 이후 뇌신경·척추손상·소아 재활 등 전문 진료를 중심으로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또 방문 재활과 어린이 집중 재활, 24시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도 운영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보행 로봇 등 첨단 스마트 장비를 도입해 재활 치료의 접근성과 효과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제주권역재활병원은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보건복지부 지정 재활의료기관으로도 선정돼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는 지금 회복 중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조정기에 접어든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산업활동 지표를 보면 회복의 기대감은 여전히 미약하고, 곳곳에서 불안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제주 지역 광공업 생산지수'는 107.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감소했다. 전자·통신(32.5%), 음료(5.0%) 등 일부 품목은 증가했지만 주력 업종인 식료품(-2.2%), 비금속광물(-16.9%), 의약품(-24.2%) 등은 일제히 하락했다. 출하량은 소폭 늘었지만 그 이면에는 생산 감소와 함께 급격히 늘어난 재고가 자리하고 있다. 같은 기간 광공업 재고는 지난해보다 23.8%나 증가했다. 음료 부문 재고는 137.6% 급증했고, 금속가공(54.1%), 식료품(5.4%) 등도 증가했다. 이는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생산이 줄고 재고가 급증하는 현상은 공급 과잉 혹은 수요 부진의 전형적인 구조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생산 축소와 고용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구조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지표도 부진하다. 같은 기간 대형소매점 판매지수는 82.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 감소했다.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소비심리 회복이 여전히 더디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부 품목을 보면 오락·취미·경기용품(49.9%)과 신발·가방(9.7%)은 소폭 반등했지만 의복(-28.7%), 기타상품(-15.2%), 화장품(-7.3%), 음식료품(-6.7%) 등 필수소비재까지 위축됐다. 고물가·고금리의 여파로 체감 경기 악화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배진원 KIET 한국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현재의 수치는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정체의 신호"라며 "관광 회복의 외형에 가려진 내수 피로도를 냉정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내수 위축과 재고 누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생산, 유통, 소비 전 단계가 어긋나 있다는 의미"라며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산업 전반의 체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주민투표 실시를 대선 공약으로 명시하면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가 연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공개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서 지역소멸 방지를 위한 지역 주도 행정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며 지역주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공약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민주당의 3대 비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민주당은 공약집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기존 행정시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체제 개편과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도민의 직접적인 의사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최근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진행한 정책질의서 답변을 통해 "행정체제 개편은 도민들 의사에 따라 도민 결정권 보장 원칙으로 최종적으로는 주민투표 실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과 주민투표 방식은 도민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의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실제 주민투표 실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지역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열기가 이틀째 이어지며 전국 평균을 웃도는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은 27.72%다. 전국 평균 27.17%를 상회했다. 전체 제주 유권자 56만5255명 중 15만681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세종(31.38%)과 강원(28.83%) 등과 함께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지역으로 꼽혔다. 이번 사전투표는 29, 30일 이틀간이다. 오후 6시까지 도내 43개 사전투표소에서 이어진다.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사진과 생년월일이 확인 가능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모바일 신분증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화면 캡처나 저장된 이미지 파일은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전국적으로는 호남권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남(46.52%)과 전북(43.50%), 광주(42.39%)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구(19.38%), 부산(23.62%) 등 영남권은 전국 평균을 밑도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 투표는 다음 달 3일 치러진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1543만원으로 전국 평균 2101만원보다 500만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28일 발표한 '결혼 서비스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제주지역 결혼식장과 결혼준비대행업체의 계약금액을 조사한 결과 제주지역 결혼 비용은 전국에서 경상도(1209만원), 부산(1227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결혼식장 계약금액의 중간 가격은 제주에서 1000만원이다. 서울 강남(3130만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관료도 제주가 100만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광주와 함께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결혼식 식대는 1인당 5만8000원으로 전국 중간 가격 수준이지만 서울 강남(8만5000원)보다는 크게 낮았다. 식대와 보증 인원을 곱한 결혼식 식사비용은 제주가 1000만원대 초반으로 서울 강남(2200만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스드메(스튜디오촬영·드레스·메이크업) 계약금액은 제주지역의 중간 가격이 전국 평균(290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패키지 계약 건이 없었지만 각 품목별로 집계한 결과 제주지역의 중간 가격은 297만원으로 조사됐다. 스드메 계약금액은 전라도(345만원), 광주(341만원), 부산(311만원) 순으로 높았고, 인천(212만원)이 가장 저렴했다. 패키지 계약 시 추가 할인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제주도의 스드메 가격은 실제로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원은 앞으로 지역별 결혼 서비스 가격을 매월 조사해 '참가격' 누리집(www.price.go.kr)을 통해 격월 단위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소비자원은 "제주지역은 관광지 이미지와 함께 결혼식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며 "다만 전국적으로 업체들의 가격 정보 비공개가 여전히 많은 만큼 소비자들의 꼼꼼한 비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가 포항 해군 해상초계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을 최고 수준으로 예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3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포항에서 훈련을 마치고 제주로 복귀 중이던 해군 615비행대대 해상초계기가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순직한 장병들과 그 유족들께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오 지사는 "황망한 사고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과 아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맡은 임무에 헌신한 군 장병들에게 국가는 마땅히 최고의 예우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고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순직 장병과 유족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에는 뱀과 관련한 금기어가 많다. 특히 칠성 본풀이와 토산당 등 뱀 신에 대해 신성시하는 관념이 있어 손가락으로 뱀을 가리키는 등 함부로 건드리거나 사람의 눈에 띄는 일은 좋지 않다고 여겼다. 신앙적 측면에서 뱀은 풍요와 다산, 길흉을 상징한다. 잘 모시면 모신 값을 하고 못 모시면 재앙을 준다고 믿었다. “배염이 집 가지에 ᄌᆞ주 나댕기민 집안에 액운이 싰나”(뱀이 집 처마에 자주 나다니면 집안에 액운이 생긴다), “배염 ᄄᆞ령 죽이민 생살 죄에 걸령 그 사름은 죽은다”(뱀을 때려죽이면 생살 죄에 걸려서 그 사람은 죽는다), “배염을 송끄락으로 ᄀᆞ리치민 송끄락이 썩나”(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그 손가락이 썩는다) 등이 대표적인 금기어다. 제주에서는 “뱀을 때렸던 막대기는 건드리지도 말라”고 한다. 뱀을 때렸던 막대기는 상대해서는 안 될 막된 사람을 비유한 것으로, 그런 사람을 건드렸다가는 어떤 행패를 부릴지도 모르니, 아예 상대하지 말라는 금기 속담이다. 이처럼 뱀을 금기의 대상으로 경원시했다. 뱀을 괴물로 알고 적대시하여 해치면 우환이 따르므로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했다. 예전에 ‘칠성에 걸린 병’은 칠성인 뱀을 죽였거나 죽은 걸 보았기 때문에 생긴 병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뱀을 신성시하며 신앙의 존재로 모시는 문화는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사실 뱀은 세계의 많은 신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담과 이브에 등장하며 이집트의 저승 신인 오시리스의 모습에도 뱀이 있다. 인도 여신의 허리를 휘감고 있는 동물도 뱀이다. 중국 최고의 신인 여와는 사람 얼굴에 몸은 뱀이다. 그의 남편 복희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신화에도 메두사는 물론 의신(醫神)인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에 뱀이 감겨 져 있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들고 다니는 마술의 지팡이에는 두 마리의 뱀이 감겨 져 있다. 인도에서도 뱀은 여성의 힘으로 상징된다. 최고의 신인 시바의 생명 에너지의 원천은 뱀이 똬리를 튼 모양의 신령스러운 힘, 즉 ‘샥티’이다. ‘샥티’는 우주의 창조적 에너지이면서 동시에 여성적 창조성을 지닌 여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생명에 대한 숭배와 창조, 생산, 영원, 초월, 신비 같은 단어로 묘사되는 뱀은 여신들이 지녔던 위력으로 나타난다. 제주도에 뱀 신앙이 보편화 되었던 이유는 ‘ᄌᆞ냥’, 즉 절량(節糧)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ᄌᆞ냥’이란, 식량이나 물건을 비축함을 뜻한다. 제주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근검절약 정신으로 이겨낸 제주 선인들의 ‘ᄌᆞ냥 정신’을 이어받자는 외침이 여전히 높다. ‘ᄌᆞ냥 정신’이란 ‘절량 정신’을 뜻하는 제주어다. 낭비하지 말고 근검, 절약하라는 경고는 어느 사회에서나 통용되는 보편 규범이다. 과거, 스위스에서는 수확기에 어린이들이 길에 떨어진 이삭을 매일 주워와야 그때그때 밥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호남지방에서도 밥할 때마다 쌀 한 술씩 덜어 부뚜막 한쪽에 있는 ‘좀도리’라 불리는 작은 단지에 비축하는 ‘좀도리(節米)’ 문화가 있었다. ‘좀도리’에 쌀이 꽉 차면, 그 쌀로 가난한 사람이나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제주에는 ‘ᄌᆞ냥’ 문화가 있었다. ‘ᄌᆞ냥’은 ‘고팡’에서 때마다 식량을 조금씩 덜어 ‘ᄌᆞ냥 대바지’(절량 단지)에 모아둠을 말한다. 이토록 절약하며 모아둔 귀한 식량을 쥐란 놈이 집안까지 들어와 몰래 훔쳐 간다. 참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농경사회에서 가뜩이나 부족했던 인간의 식량을 빼어가는 쥐를 박멸하는 일은 생존을 위한 ‘필생의 업무’일 수밖에 없다. “‘고팡’의 ‘안칠성’인 뱀은 개나 고양이처럼 인간이 먹는 음식을 주지 않아도 애써 얻은 귀한 식량을 쥐로부터 스스로 지켜주는 고마운 신이다”, 뱀의 신앙적 존재를 문화 지리학적으로 푼 고 송성대 제주대 명예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제주도에서 뱀이야말로 저비용으로 식량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이로운 ‘업(業)’으로서의 동물이었다”라고 했다. 뱀은 쥐뿐만이 아니라 초가집 처마 밑을 파고드는 새들을 잡아먹거나 쫓아 준다. 그래서 초가지붕 밑에도 뱀이 잘 나타났다. 토산1리 노인회 송도승(82) 회장에 의하면, 예전 뱀은 ‘잣벡’이나 ‘머들’에 많았다고 한다. 이곳에는 뱀 먹이가 되는 곤충, 개구리, 쥐들이 많고, 게다가 눅눅하지도 않아 서식환경이 좋았기 때문이다. ‘잣벡’은 밭에 널린 자갈을 모아 밭 바깥쪽에 쌓아 올린 담벼락 혹은 돌무지로 ‘작벡’, ‘작박’, ‘잣담’, ‘잣벡담’이라고도 했다. ‘머들’은 밭 가운데 쌓은 돌무더기이다. 제주도에서 뱀은 대부분 여신이다. 뱀 신앙은 치마를 따라 모계 계승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칠성을 모셨던 ‘고팡’이나 장독대, 뒤뜰 등은 주로 여성들의 전유 공간이다. 쥐로부터 식량을 지키는 일 역시 주부 몫이었다. 뱀을 잘 모시지 않으면 큰 재앙을 불러온다고 여겨, 여성들을 중심으로 무속신앙이 성행했다. 신석하 제주국제대 건축과 교수는 “‘고팡’은 단순히 식량 저장창고가 아니다. 공유 저장 공간이다. 제주도는 큰 구들 뒤에 ‘고팡’ 공간을 만들었다. ‘고팡’은 식량을 저장하는 공간이면서 ‘안칠성’을 모시는 공간이다. ‘고팡’ 문은 부(富)의 신이 달아나지 않도록 안쪽으로 연다”라고 했다. 제주에는 ‘고팡 물림’이라는 풍습이 있다. 식량 저장 공간인 ‘고팡’을 시어머니가 차기 경제적 실세인 며느리에게 물려준다는 의미다. 그 ‘고팡’에는 ‘안칠성’을 모셨다. 그래서 제주에 뱀 신앙은 남자가 아닌 반드시 식량 관리자인 가정주부, 여성에 의해 지켜져 왔다. 이에서 보면 제주 여성의 부지런함과 생명력, 강한 생활력의 이미지가 제주 무속신앙에 많이 반영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문화 지리학자 고 송성대 제주대 명예교수는 “제주도의 경우 여성들의 직접적 노동 참여와 그녀들에 의한 부의 생산이 컸고, 여성이 중심되는 경제, 문화, 생활 현상들이 많았다는 점으로 비추어 볼 때, 제주 여성의 능력과 고유한 존재성에 대한 강조는 뱀 신앙과 맞물리면서 구체화 되었다”라고 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양해두 개혁신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이준석 대통령 후보의 '여성 신체' 발언 논란과 관련해 제주도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고, 개혁신당이 도민의 아픔까지도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짧은 입장문을 통해 "본 투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준석 후보에게 제주를 다녀갈 시간에 수도권과 약세 지역에 집중하라고 건의했다"며 "제주를 기다리시는 분들께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제주도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이 후보를 대신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개혁신당은 앞으로 더욱 성장해 도민들의 아픔까지도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양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이준석 후보를 잘 부탁드린다"며 제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이준석 제주선대위는 이날 유세차를 동원해 무수천사거리와 제주대 등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해군 초계기가 제주로 복귀하기 위해 이륙한 지 6분 만에 경북 포항에서 추락했다. 제주에서 훈련을 위해 포항으로 이동했던 초계기다. 29일 해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9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한 농가 주변 공터에 해군 P-3C 해상 초계기가 추락했다. 이 초계기의 이륙 시각은 오후 1시 43분이다. 출발한 지 불과 6분 만에 사고가 났다. 주민들과 목격자들은 "큰 굉음과 함께 새빨간 불기둥과 시꺼먼 연기가 치솟았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한 목격자는 "군용 비행기가 추락했다. 아파트 뒤편으로 떨어졌다고 신고했다"고 증언했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추락 직전 초계기는 민가를 피하려 애쓴 듯 마지막 순간까지 방향을 조절한 모습이 엿보였다. 사고 후 현장은 처참하게 변했다. 소방대원들이 연신 물을 뿌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검은 연기는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불길이 휩쓴 자리에 초계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각난 상태였다. 이날 사고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초계기에 탑승해 있던 승무원 4명 중 3명의 시신이 수습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3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이날 오후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항공기는 제주에서 훈련을 위해 포항으로 이동했던 해상 초계기로 이날 복귀를 위해 포항에서 다시 이륙한 뒤 사고가 났다. 포항경주공항 관계자는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는 훈련 중 갑자기 추락했다"고 전했다. 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탑승자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고, 피해 상황을 신속히 조사해 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