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의 기본설계 용역을 과거 사전타당성 조사에 참여했던 업체가 다시 맡게 되면서 지역 시민사회에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비상도민회의)는 31일 성명을 통해 "제2공항 기본설계 용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최근 진행된 설계업체 선정 과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제주지방항공청은 지난 25일 제2공항 기본설계 용역사로 유신 컨소시엄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기본설계 용역에는 유신 컨소시엄을 비롯해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 도화엔지니어링, 한국종합기술 등 모두 5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설계 용역을 따낸 유신이 지난 2014년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입지선정 용역'도 맡았던 당사자라는 점이다. 비상도민회의는 당시 용역에 대해 "기상자료, 소음 측정, 환경성 평가 등 전반에 걸쳐 부실과 왜곡이 있었다"며 "그 결과 성산이 후보지로 선정됐고, 이는 지금까지 논란의 불씨가 되어왔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제주공항의 수요 감당 가능성을 제시했던 프랑스 ADPi 보고서를 은폐한 전력도 있는 업체"라며 "2018년에도 같은 논란 끝에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서 계약이 철회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역시 동일 업체인 유신이 맡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상도민회의는 "설계와 환경 평가를 한 업체가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버린 결정"이라며 국토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기본설계 용역에 참여한 도화엔지니어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 업체는 제2공항 예정지 인근에서 대규모 숙박시설을 추진 중"이라며 "공항 건설로 직접적 이익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업체가 기본설계에 참여하는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국토부가 새 정부 출범 전 사업을 서두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도민을 기만하는 불공정과 탐욕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 국내·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제주해녀문화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대백과사전으로 정리됐다. 제주도는 제주 해녀문화의 체계적인 기록 보존과 전승을 위해 '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을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은 국가유산청의 전승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도와 제주학연구센터가 2023년부터 2년간 3억원을 투입해 사전적 접근방식으로 해녀문화를 정리한 종합 해설서다. 대백과사전은 해녀문화를 13개 대분류, 83개 중분류, 565개 소분류로 체계화했다. 주요 내용으로 해녀의 명칭·역사, 물질·도구, 신앙·구비전승, 채취 해산물 해녀음식, 문화유산·행사, 예술·학술 등 해녀문화의 모든 요소를 포괄적으로 담아냈다. 또 컬러 사진 475점, 도표 자료 18개, 연구 논문 목록, 제주어 해설 등이 수록됐다. 관련 분야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편찬위원회를 중심으로 40명의 집필위원, 윤문·교열팀 6명 등이 참여했다. 백과사전 발간과 함께 현지조사, 문헌조사 등을 통해 확보된 사진, 영상, 문헌 등이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http://jst.re.kr/jejustudiesDBList.do?cid=040100)로도 구축됐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은 해녀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소중한 지침서가 될 것”이라며 “도서관, 교육기관에 보급해 학습자료로 활용하고, 제주해녀문화가 미래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존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재외동포청이 발간한 3월호 웹진 '재외동포의 창'에 재일제주인 고(故) 김평진 전 재일제주협회장이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돼 표지와 특집기사로 소개됐다. 31일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이번 3월호는 웹진과 함께 인쇄본으로도 제작돼 전국에 배포된다. 고 김평진 회장을 필두로 다채로운 재외동포들의 활동과 목소리를 담았다. 제주 출신인 김 전 회장은 1926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 오사카 등지에서 제주인 사회의 결속과 권익 신장을 위해 힘쓴 인물이다. 재일제주협회 회장을 맡으며 현지 제주인의 정체성 보존과 차세대 육성에 헌신한 공로로 이번에 재외동포청의 ‘이달의 재외동포’ 첫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이번 호에서는 김 회장의 삶과 활동을 조명한다. 그가 펼쳤던 민단 활동, 고국과의 교류 노력, 그리고 일본 내 제주인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한 행적들을 상세히 다뤘다. 이외에도 ‘재외동포의 창’ 3월호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준비 상황을 비롯해 3월 1일을 ‘유관순의 날’로 제정하는 데 앞장선 최석호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의 인터뷰, 전정선 일본 도쿄샘물학교장의 글로벌 교육 철학도 함께 실렸다. ‘재외동포의 창’은 재외동포청이 매달 발간하는 공식 웹진으로 국·영문판으로 제공된다. 재외동포청 홈페이지와 전 세계 한국대사관을 통해 열람할 수 있다. 현재 약 1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정착을 위해 다양한 장려책을 펼치고 있지만 컵은 반납하지 않은 채 라벨만 제출해 보증금을 환급받는 이른바 '부적정 반환' 사례가 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제주사무소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음료 구매 시 컵당 300원의 보증금을 선납하고, 사용 후 컵을 반납하면 해당 금액을 돌려받는 구조다. 하지만 실상은 컵 회수 없이 라벨만 반납해도 보증금이 환급되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한다. 문제는 라벨만 기기에 스캔해도 시스템상 '반환 처리'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이는 명백한 '컵 미반납'임에도 불구하고 환급이 이뤄진다.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다. 센터는 이 같은 행위를 '부적정 반환'으로 분류하고, 자체 관리 시스템을 통해 대응 중이다. 부정 사용이 적발될 경우 1회 경고 문자, 2회 적발 시 앱 사용 3개월 정지, 3회 이상은 영구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이를 직접 처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컵 없이 라벨만 반납하는 사례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며 "이는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반복적인 부정 이용을 막기 위한 사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해당 제도가 본격 시행된 2022년 12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평균 반환율은 52.2%, 회수율은 51.7%로 나타났다. 센터는 컵 수거 주기(주 1~3회)에 따라 소폭의 통계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윤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라벨 회수 방식에 대한 기술적 개선과 함께, 법적 제재 근거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일을 맞아 오는 4월 3일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서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린다. 제주도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맞춰 도내 민방위경보시설 65곳(제주시 36곳, 서귀포시 29곳)을 통해 사이렌을 동시에 송출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도는 도민과 관광객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사전 안내방송도 진행한다. 다음 달 2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추념식 당일인 다음 달 3일 오전 9시 30분에 각각 사이렌 예고 방송이 이뤄진다. 묵념 사이렌 송출을 위한 준비도 마무리됐다. 도는 이달 말까지 전 지역의 민방위경보시설 특별점검을 완료했다. 추념 당일에는 각 읍면동 담당자를 현장에 배치해 현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도는 또 올해 민방위경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경보시설 2개소를 신설하고, 노후된 경보시설 2개소에 대한 장비 교체도 추진한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이번 사이렌은 실제 민방위 상황이 아닌 제주4·3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도민과 관광객들은 놀라지 말고 4·3을 기억하는 데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다음 달부터 지역화폐 탐나는전 큐알(QR) 결제 프로모션과 15% 적립금 혜택을 제공한다. 제주도는 위축된 소비 심리를 회복하고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음 달부터 6월까지 탐나는전 QR 결제 프로모션을 실시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 4일 도입된 제로페이 연계 탐나는전 QR 결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용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먼저 ‘탐나는전 큐알(QR) 얼리어답터’ 이벤트를 통해 앱 QR 결제 첫 이용자에게 결제금액에 따라 최대 1만원의 인센티브를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1만원 이상 3만원 이하 결제 시 2000원, 3만원 초과 10만원 이하 결제 시 5000원, 10만원 초과 결제 시 1만원이 지급된다. 인센티브는 예산 범위 내에서 선착순으로 제공된다. 예산 소진 시 탐나는전 앱을 통해 행사 종료가 안내될 예정이다. 도는 가맹점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병행된다. 행사 기간동안 QR 결제 실적이 우수한 가맹점 30곳을 선정해 각 10만원 상당의 탐나는전을 제공한다. 도는 QR 결제 프로모션과 함께 동일 기간동안 연 매출액 10억원 이하 탐나는전 가맹점 이용자에 대해 결제액의 15% 적립금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탐나는전 앱과 고객센터(1600-3971)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미영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위축된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탐나는전 역대급 적립률 15%와 함께 QR 결제 프로모션을 마련했다”며 “이번 혜택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연신 터지는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 사이로 제주의 바다를 담은 전시 준비가 한창이다. 제주 성산 섭지코지 인근에 자리한 한화 아쿠아플라넷. 다양한 색감으로 해녀의 얼굴을 표현한 그림 앞에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청년 해녀이자 작가, '해녀고기' 음식점 사장이기도 한 이유정(36)씨. 전시 담당자와 조명 위치를 조율하고,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던 그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아직 전시회 개막 전임에도 그는 바다처럼 평온하고, 동시에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물 그리고 숨: 제주 해녀의 바당'. 물질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이 사람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이자 해녀로 나머지 5명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붓과 오리발, 두 가지 도구를 오가며 살아가는 이씨는 이 공간을 채우는 그림 속 해녀들처럼 단단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해녀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그렇게 불릴 만큼 그는 해녀로서도 예술가로서도 자기 삶을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제주섬 북쪽 끝자락 이호테우해변을 낀 제주시 이호동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도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아버지는 어부, 어머니는 농사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고, 유정은 어린 시절부터 장녀로서의 책임감을 자연스레 짊어지게 됐다. "우리 집은 늘 빠듯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컸죠." 하지만 그런 그도, 어릴 적엔 천방지축에 가까운 아이였다. 어디서든 웃음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에너지를 퍼뜨리는 존재였다. "저 진짜, 어릴 땐 개그맨이 되고 싶었어요." 웃음을 좋아했고, 튜바를 불겠다고 음악실을 기웃거렸으며 귀여운 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즐거웠단다. 예쁜 편지지를 따라 자신만의 편지지를 그리고, 사생대회를 나가 상도 받던 그 시절. 동네 골목에서 장난기 가득하게 놀던 그는 해녀마을에서 자라면서 바다는 그저 놀이터라 생각했던 것이 지금 돌아보면 삶의 터전으로 다가간 신호였다. 해녀는 그저 언젠가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하게 될 일인 줄 알았다. 그 시절은, 그저 세상이 해맑고 단순했던 시기. 지금 생각하면 '똥군(童軍, 초보 해녀) 해녀처럼, 바다를 모른 채 웃음을 좇던 시절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 졸업하자마자 짐을 싸들고 서울로 떠났다. "제주가 너무 작아 보였어요. 난 더 큰 세상으로 가야지. 그렇게 생각했죠. 무작정 떠났어요." 하지만 서울은 생각보다 매몰찼다. 낮엔 전단지를 돌리고, 밤엔 액세서리 노점상을 했다. 공장, 편의점, 식당을 전전하며 반지하 월세방에 몸을 뉘였던 나름 88만원 세대의 표상이었다. 부모님은 '금방 돌아 올 거'라고 했지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버텼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몸은 축나고, 통장에는 늘 0원. 그게 현실이었다.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그 시간이 나를 키웠어요." 결국 3년 만에 제주로 돌아와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린 시절의 객기를 인정했고, 울음을 참지 못한 채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 시기는 어쩌면 하군(下軍, 초급 해녀) 해녀로 성장해가던 때였는지도 모른다. 꿈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던 천진난만한 아이는 현실의 벽을 몸소 체험하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바다가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배를 타고 나가시면 하염없이 포구에서 기다리던 날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바다가 눈에 들어오자 쓰레기, 부표, 폐어구, 그리고 여전히 물질을 이어가는 해녀 삼촌 등. 이전에는 배경처럼 느껴졌던 것들이 다시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버지는 반대하셨어요. '멀쩡한 나도 바다가 위험한데, 너는 수영도 못 하잖아.' 근데 전 해보고 싶었어요.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수영을 배우고,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따고, 해녀학교에 지원서를 냈다. 첫 해엔 떨어졌지만 두 번째 도전 끝에 2019년, 고향 이호동과 한참 먼 한림읍 한수풀해녀학교를 졸업했다. 이제 정식 해녀가 됐다. 그리고 그는 물질을 시작했다. 해녀가 된 이후 그의 하루는 이전보다 더 바빠졌다. 아침엔 바다로 나가고, 오후엔 자신이 운영하는 고깃집 ‘해녀고기’로 향했다. 틈틈이 유튜브로 그림을 배우며 오래 전 접어뒀던 미술의 꿈도 다시 꺼냈다. 그리고 결국 제주대 미술학과에 편입했다. "제 돈으로 물감 사고, 그림 그려서 포트폴리오 만들고, 교수님 앞에서 '이게 제 작업입니다' 하고 보여줬을 때, 진짜 눈물이 났어요." 그는 마치 중군(中軍, 중급 해녀) 해녀처럼, 이제 삶의 리듬을 익혀가고 있다. 몸이 익자 마음도 따라오기 시작했다. 전에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이 됐다. 그의 그림에는 바다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바다엔 빛내림과 파도만 있는 게 아니라 두려움과 고단함도 함께 있다. "해녀가 멋있게만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바다 안은 무섭기도 해요. 물살이 거셀 때 방심하면 낚싯줄에 걸리기도 하고, 근데 저는 그걸 솔직하게 그리고 싶었어요." 물질만이 그의 활동 전부는 아니다. 바다에 쓰레기가 쌓이면 그는 먼저 움직였다. 친구들을 모아 트럭에 폐어구를 묶어 올리고, 크레인이 없어도 손으로 끌어냈다. "'단체 만들어라', '예산 받아라', '법인을 만들어라' 이런 말 많이 듣죠. 근데 전 그냥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날, 제 몸으로 해내고 싶어요." 그런 활동 덕분에 한국어촌어항공단 제주지사에서 특별상을 받기도 했지만 정작 그는 상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는 것을 더 원했다. 한계치에 다다른 바다를 대하는 태도, 제주산업 역군인 해녀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스스로를 알아주는 따뜻한 마음. 이호테우 바닷가에서 물질을 시작한 이후, 그가 속한 어촌계에서도 어린 해녀는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 처음엔 고운 시선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촌계 어르신들은 처음에 절 의심의 눈초리로 보셨어요. '젊은 애가 뭘 알겠냐', '요즘 애들은 오래 못 간다', 그런 핀잔도 들었죠."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물질을 나가고, 정화 활동에도 앞장섰다. 방파제 테트라포트에 직접 들어가 폐어구를 끌어내는 날이면 원로 해녀들도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해녀복 입고 해양쓰레기를 혼자 옮기고 있는데 해녀 부장이 그러시더라고요. '네가 뭘 얼마나 한다고 그렇게 다니냐. 그래도 고맙다 다치지 말아라.' 그 말 듣고 한참을 울었어요. 그날은 제가 진짜 해녀가 된 것 같았어요. 관심 없는듯해도 안보는거 같았는데도 저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 공동체에서 인정을 받았다니깐요." 사람들은 그를 두고 해녀복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스스로도 인정한다. "제복은 그 직업의 존경과 상징이 묻어나잖아요. 물질을 갈때 입는 고무옷과 해녀문화를 알릴때 입는 물소중이.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해녀의 풍부함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게 천직이에요. 해녀복 입으면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고 다들 그래요." 지금의 그는 상군(上軍, 숙련된 해녀)에 가까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해녀, 작가, 고깃집 사장, 미대생, 환경운동가. 1인 다역의 삶은 누구에겐 벅찰 수 있지만 그에게는 삶의 에너지다. "해녀는 바다만 잘 들어가는 게 다가 아니에요. 함께 숨 쉬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돼야죠." 그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언젠가는 진짜 대상군 해녀가 되고 싶다는 그는, 물질 실력뿐 아니라 해녀 문화를 알리고, 제주 바다를 지키며 더 많은 이들과 연결되는 존재가 되길 꿈꾼다. "제 이름 석 자가 남는 삶. 제주에는 '김만덕'도 있고 '이유정'도 있다.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그는 지금도 여전히 제주 바다를 항해 중이다. 아직 대상군(大上軍)은 아니지만 분명히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은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제주의 문화와 정신을 잇는 또 하나의 물줄기가 되고 있다. "해녀 이유정? 아니요. 그냥 이유정이요. 제 이야기는, 제가 제일 잘 알잖아요. 저는 제 이름으로 제 길을 걷고 있어요." 물질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붓을 드는 시간. 그는 오늘도 '이유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간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그의 항해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농촌 유학 4번째 지역으로 제주도가 확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제주도교육청과 다음 달 3일 업무 협약을 맺고 올해 9월부터 제주도 농촌 유학을 본격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학교 학생들은 기존에 운영 중이던 전라남도, 전라북도, 강원도에 이어 제주도로 농촌 유학을 갈 수 있게 됐다. 농촌유학은 서울 초·중학생이 일정 기간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생태 친화적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유학 기간은 6개월 또는 1년이고, 유학 학교별로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농촌유학은 단순한 체험학습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특별한 경험"이라며 "제주도 농촌 유학 확대를 통해 학생들이 더욱 다양한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1980년대 제주 곳곳에 가로수로 심어져 이국적 풍광을 선사했던 야자수가 추억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제주시는 제주시 탑동 이마트에서 제주항 임항로까지 1.2㎞ 구간에 심어진 '워싱턴야자수' 117그루를 이팝나무 등으로 교체하는 가로수 수종 갱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2021년부터 제주시내 야자수를 이팝나무와 수국, 먼나무 등 다른 나무로 대체하고 있다. 이 일대 야자수를 제거하는 작업은 4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작업이 끝나면 제주시내 20개 구간의 야자수 총 1325그루 중 절반쯤이 다른 나무로 대체된다. 제주에서 야자수는 1982년께부터 가로수로 식재됐다. 하지만 야자수가 생장 속도가 빠르고 다 자라면 아파트 3층 높이인 15∼27m에 달하면서 안전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탑동 야자수의 경우 가로수 화단이 노후화된 데다 화단에 비해 워싱턴야자수 키가 커 강풍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태풍이 불 때면 야자수가 부러지거나 뽑혀 쓰러지고,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잎이나 꽃대가 떨어져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키 큰 야자수가 전선과 접촉해 정전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제주시 관계자는 "현재 식재된 야자수는 태풍과 강풍 등으로 안전사고는 물론 매년 고가 사다리차를 동원해 가지치기해야 하는 등 도심 가로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수종을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 내 전체 가로수 12만2924그루 가운데 야자수는 3334그루로 약 2.7%에 해당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지방기상청은 지난 27일 제주 벚꽃이 만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4월 1일)보다 5일 이른 것이다. 제주 벚꽃이 지난 26일 개화해 하루 만에 만발한 것으로 관측됐다. 기상청은 제주지방기상청 내 벚나무 표준 관측목 벚나무에 80% 이상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제주 벚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현재 제주시 전농로, 제주종합운동장 일대, 제주대 입구 등 벚꽃 명소를 비롯해 도내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어 연분홍 꽃물결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제주에서 진달래는 지난 21일 개화해 27일 만발했다. 진달래 만발은 지난해(3월 28일)보다 1일 이른 것이다. 개나리도 지난 23일 개화해 26일 만발하는 등 봄꽃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제주시 전농로에서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 왕벚꽃거리에서는 29·30일 각각 왕벚꽃 축제가 열린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골체오름 일대에서 열리는 2025 골체오름 벚꽃축제, 서귀포시 신풍리 레포츠공원에서 열리는 2025년 제2회 신풍벚꽃터널축제 등도 29·30일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2025년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통해 제주 지역 국회의원 3명의 재산 내역이 확인됐다. 이 중 일부 의원은 지역구에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반면,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는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한 채(약 20억7000만 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지역구인 제주시에는 거주용 주택이 없다. 현재 제주 거주지와 지역사무실 모두 임대 형태로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이 소유한 대치동 아파트는 시세가 높은 학군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똘똘한 한 채'로 꼽히는 곳이다. 김 의원처럼 실거주는 지역구가 아닌 강남권 아파트에 둔 국회의원 사례는 이번 재산 공개 대상자 가운데 적지 않다. 전체 국회의원 299명 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모두 54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지역구에 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 기반의 정치활동을 하면서도 실거주는 수도권 고가 아파트에 둔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보유 행태에 대해 지역 민심과의 괴리, 신뢰도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갑)은 15억4983만원을,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은 5억2767만원을 신고했다. 두 의원 모두 지난해보다 재산이 소폭 줄었다. 강남권 부동산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호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정작 해당 지역에 실거주하지 않는 상황은 유권자와의 신뢰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고가 부동산이 밀집한 지역에만 주택을 보유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생활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가 3분기 중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주 관광업계가 긴장과 기대 속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일 제주도와 관광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경주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를 통해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비자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행은 오는 3분기로 예정돼 있다. 다음 달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나올 전망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지역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중 70~80%가 중국인일 만큼 의존도가 높아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제도 변화'를 넘어 제주 관광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2024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90만명 중 약 138만명(72.5%)이 중국인이었다. 그러나 2016년 300만명을 웃돌던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사태와 코로나19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138만명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다. 관광업계 일부에선 제주가 누려온 무비자 입국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경우, '큰손' 유커(중국 단체관광객)의 분산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주 시내 면세점 관계자는 "매출의 핵심이던 단체관광객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이나 부산과 경쟁해야 한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현재도 유커 대부분이 서울에서 쇼핑을 마치고 제주로 오는데 비자 면제가 전국 단위로 시행되면 제주 면세점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밝혔다. 제주관광협회 측도 "무비자 혜택은 제주를 찾는 중요한 동기였다"며 "이번 조치로 전국 지자체가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에 인센티브 경쟁에 나설 경우, 제주가 밀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제주관광공사와 일부 업계는 이번 조치를 중국 관광시장 전반의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며 제주 역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민에 대해 무비자 조치를 먼저 시행한 데 이어 한국 정부도 단체관광객에 한정된 비자 면제를 추진한 것이어서 전반적인 중국 관광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과 제주를 연계한 단체 여행상품 개발, 콘텐츠 차별화를 통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숙박업계나 여행사에서도 "이미 중국인 관광객은 개별 자유여행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고, 한국 단체여행에 대한 선호도는 예전보다 낮아졌다"며 "큰 변화보다는 방향성 변화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주 연동의 한 여행사 대표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던 시기 내국인은 제주를 기피하곤 했다"며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더라도, 오히려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 유치에 집중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연동의 한 호텔 총지배인 양모씨(52)도 "카지노가 없는 호텔의 경우 외국인 투숙객은 2% 남짓"이라며 "중국 단체 관광객 대부분이 중국인 운영 숙박시설과 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영향을 받는 업소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비자 면제 확대 움직임은 제주 관광의 구조적 고민을 다시 꺼내들게 했다. 단체관광객 유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비자'라는 제도적 우위만으론 제주만의 경쟁력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단체관광만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존 혜택에만 안주하지 않고, 차별화된 콘텐츠와 연계 상품을 개발해 제주만의 강점을 더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