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들의 하루 여가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식사 등 필수적인 생활유지 시간은 가장 길고, 여가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주말 근무 비율도 높아 충분한 쉼이 어려운 생활 구조가 확인됐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2750가구에 거주하는 10세 이상 약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주도민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4시간 38분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시간이 가장 긴 전남(5시간 31분)과 비교하면 도민은 1시간 가까이 덜 쉬고 있는 셈이다. 반면 수면, 식사, 개인 위생 등 생존과 직결된 '필수시간'은 하루 평균 11시간 55분으로 가장 길었다. 이는 필수시간이 가장 짧은 경남(11시간 21분)보다 34분 더 많은 수치다. 여가활동별 세부 지표를 보면 도민의 교제·참여 시간은 하루 평균 53분, 문화·관광은 3분, 스포츠·레포츠 활동은 33분에 불과했다. 미디어 이용 시간은 2시간 26분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짧았다. 의무시간(일, 학습, 가사노동 등)은 하루 평균 7시간 27분으로 전국 평균 수준이지만 '일한 사람의 비율'은 도드라졌다. 평일에 일을 한 비율이 제주에서는 65%로 가장 높았다. 토요일 근무 비율은 46.3%, 일요일은 33.9%로 나타났다. 주말에도 상당수 도민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근무시간만 보면 평균 근로시간은 서울이 6시간 50분으로 가장 길었고, 제주는 5시간 45분으로 가장 짧았다. 이는 관광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파트타임 근무 비중이 큰 지역 특성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한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실제 노동 강도는 결코 낮지 않다. 주말의 사회관계 활동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일 교제 시간은 전국에서 가장 적은 1시간 29분에 그쳤고, 평일은 1시간 9분, 토요일은 1시간 19분 수준이었다. 이처럼 부족한 여가와 과중한 의무시간 속에서도 도민의 평균 소득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제주 1인당 기본소득은 연 2289만3000원으로 전국 평균(2553만6000원)을 밑돌았다. 전국에서 제주보다 낮은 지역은 경남(2276만9000원) 한 곳뿐이다. 서울은 2937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에서 전체 평균시간은 특정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해 산출했다"며 "활동 참여율은 해당 행동을 하루 10분 이상 한 사람의 비율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공항 활주로에 대기 중이던 여객기 비상구 손잡이 덮개를 당겨 항공기 운항을 지연시킨 60대 승객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형사14단독 강영선 판사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8일 낮 12시 50분 제주공항 국내선 활주로에 대기 중이던 항공기에서 비상구 옆 좌석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비상구 손잡이 덮개를 당겨 분리한 혐의를 받았다. 이 때문에 항공기 운항은 약 1시간 지연됐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승무원이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 비상구를 개방해야 한다"는 설명을 하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비상구 손잡이 덮개를 잡아당겼다. 그는 제지하는 승무원에게 "작동이 되는지 궁금했다"며 "열어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저해하거나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는 중대한 위험성을 지닌다"며 "그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초범이고, 범행 사실은 인정한 점, 항공사 측이 신속하게 조치해 추가 피해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한편 항공보안법은 항공기 운항 중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호기심이라도 항공기 운항을 방해하는 행위는 항공보안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항공보안법 제23조는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비상구, 기기 등을 임의로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대형 바지선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해 해경이 안전 조치에 나섰다. 30일 서귀포해양경찰서와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0분 서귀포시 토평동 거믄여해안 남쪽 해상에서 "바다에 배가 90도로 세워져 있다"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이 확인한 결과 침수된 선박은 서귀포 선적 236톤급 바지선 A호(승선 정원 49명)로 뱃머리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였다. 침수는 지난 29일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선주 측은 "어제부터 침수가 발생해 수리차 이동할 예정이었다"고 해경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선박 측이 사고 직전 자체적으로 배수 및 안정화 작업을 일부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나 해양 오염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해경은 선주 측과 협조해 추가 침수 방지 및 안전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0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재구속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처음 구속됐다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지 4개월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무혐의를 항변했지만, 두 번째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수사 개시 3주 만에 '몸통'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특검팀은 계엄 명분을 쌓으려고 북한과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로 수사망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7분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2시 22분부터 6시간 40분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특검팀이 제시한 관계자 진술과 물적 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계엄 선포인 것처럼 속이려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수사를 대비해 내란 공범들의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하는 등 범행 그 자체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는 특검팀 주장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 혐의를 밝힐 중요 관계인인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수사기관 조사에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개입해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도 발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중형 선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이 그간 여러 차례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 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내란 재판에서도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주장도 법원은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크게 5가지 범죄사실을 적용해 지난 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외관만 갖추려 일부만 소집함으로써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권 행사를 방해하고, 계엄 선포의 법률적 하자를 숨기려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 만들고 이를 폐기했다는 게 특검팀 조사 결과다. 외신에 허위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 전파 및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하고,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달 12일 출범한 뒤 엿새 만에 수사를 개시한 내란 특검팀은 특유의 속도전을 구사하며 의혹 정점인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까지 성공했다. 특검팀은 최대 20일간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내란 관련 혐의는 검찰·경찰 단계서부터 어느 정도 다져왔던 만큼 구속기간 남은 수사는 외환 혐의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을 도발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평양 무인기 투입 지시가 'V'(대통령을 의미) 지시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군 내부 증언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군사 기밀이 포함된 외환 혐의 특성상 특검팀의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군 관계자를 상당수 비공개로 조사했다면서도 조사할 양이 많이 남아있다며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 제외했는데, 수사 상황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 시기, 방식, 조사자 등을 두고 건건이 대립해온 점에서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할지는 미지수다. 외환 혐의의 경우 '외국과 통모하여' 즉 북한과 내통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혐의 공범으로 적시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외에도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계엄 후 안가(안전가옥) 회동 의혹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제주삼다수'를 둘러싼 판권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기존 유통사인 광동제약에 맞서 풀무원과 동화약품이 도전장을 내밀며 최종 결과를 놓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25일 제주도개발공사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6시 마감된 삼다수 유통사업자 입찰에는 모두 11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 중 광동제약, 풀무원식품, 동화약품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는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기존 사업자인 광동제약에 동화약품과 풀무원식품이 첫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광동제약은 2013년부터 12년째 삼다수 유통을 맡아온 기존 사업자다. 지난해 기준 삼다수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33%에 해당하는 3197억원에 달했다. 이번 입찰에서도 안정적 운영 경험과 유통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풀무원그룹은 기존 생수 브랜드 '풀무원샘물'을 운영해온 경험을 토대로 삼다수 유통권 확보에 나섰다. 입찰에는 풀무원식품이 참여했다. 유통을 분리·운영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삼다수 유통권을 확보할 경우 단숨에 생수업계 선두로 올라설 수 있어 전략적 의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까스활명수'와 '후시딘'으로 이름난 동화약품은 이번 입찰 참여를 통해 생수 유통이라는 새로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사업 다각화 전략의 한 방편이다. 기존 제약업과의 시너지 가능성, 최근 경영권 승계를 마친 오너 4세 윤인호 대표의 신사업 확장 전략과도 맞물리는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사업은 제주지역과 삼다수 공식 앱(자사몰)을 제외한 전국 모든 유통 채널에 대한 권한이 포함된다. 입찰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기존보다 1000억원가량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다수는 현재 국내 먹는샘물 시장 점유율 40.4%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농심, 롯데칠성음료, 동원F&B, 오리온 등 주요 식음료 기업들은 이번 입찰에 불참했다. 이들은 자사 생수 브랜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종근당도 입찰을 검토하다 최종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개발공사는 오는 29일 입찰 제안서 발표와 평가를 진행한 뒤 3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 결과가 향후 국내 생수 시장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제주 제2공항을 '지역 숙원'으로 명명하며 갈등 해소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기초단체 부활 등 제주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지역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박 후보는 전당대회를 닷새 앞둔 지난 28일 '제주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도민의 오랜 숙원으로 규정하며 갈등 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체제 개편이나 기초단체 신설 등 지역 핵심 현안은 공약에서 빠졌다. 박 후보는 "공항 인프라는 확충돼야 하며 제2공항은 도민 중심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경 훼손, 입지 타당성, 과잉 인프라 문제 등 주요 쟁점을 의식한 듯 "다양한 도민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항공기 공급력 확대를 위한 대형 항공기 투입, 임시노선 증편과 같은 실질적 수단을 제시하며 관련 인센티브 지원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발표된 제주 공약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 제시됐던 공약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35년 탄소중립 전환, 글로벌 워케이션 허브 조성, 스포츠·해양레저 산업 육성, 국가폭력범죄 공소시효 배제법 추진, 분산에너지특구 지정, 제주대병원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약연구개발센터 설립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은 빠졌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 후보가 해당 의제를 외면했다는 평가 속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제주도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공항 문제를 포함해 도민 숙원 과제를 도민 중심으로 해결하겠다"며 "제주가 지켜온 평화의 정신을 정의로운 번영으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의 발전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2일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당대표를 선출한다. 선거는 권리당원 55%, 대의원 15%,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전국 권리당원 수는 약 112만명이다. 이 중 제주 지역 권리당원은 약 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실시된 충청·영남권 경선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62.65%를 얻어, 박찬대 후보(37.35%)를 앞선 바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대통령의 난데없는 성추문으로 2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의 재선이 난망하게 된 백악관 비서실 참모는 정치 해결사 ‘브린(로버트 드 니로 분)’을 급히 초빙한다. 노련하게 현재 정치상황과 여론의 흐름을 진단한 브린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판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비정상적인 ‘비상’한 처방을 제시한다. 정부의 실정을 꼬집는 야당의 공격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되면 ‘긴급조치’나 ‘비상계엄’과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해방정국의 난세에 건국준비위원회의 몽양 여운형이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사람들이 비상한 방법으로 비상한 일을 해야 한다”는 ‘비상’한 말을 남긴 이래 12·3 불법계엄까지 우리나라 정치도 그렇게 항상 ‘비상’하다. 브린이 제안하고 대통령과 백악관이 무릎을 친 ‘비상수단’은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이다. 당장 백악관은 동유럽의 알바니아라는 나라가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을 공격했다고 발표한다. 온통 대통령의 걸스카우트 소녀 성추행에 쏠렸던 국민들의 관심이 조금이나마 외국과의 ‘군사적 긴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브린은 ‘기어’를 올린다. 미국인 대부분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알바니아라는 소국이 사실 알고 보면 그렇게 만만치 않은 나라이며, 미국을 쓰러트릴 수도 있는 ‘은둔의 강국’이라고 선전한다. 새로운 선동도 아니다. 북한이라는 나라도 언제든지 백악관을 점령하고 괌이나 캘리포니아를 ‘노동 1호’ 핵미사일로 날려버릴 수 있는 무서운 나라로 선전한다. 그러나 백악관과 브린은 대통령의 성추행을 덮어버리고 완전히 잊게 하기에는 여전히 2%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정치 해결사 브린은 ‘눈은 귀보다 믿음직하다(Auribus oculi fideliores sunt)’는 로마의 경구에 공감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에 해당하는 듯하다. 모든 것을 배울 때도 100번 설명 듣는 것보다 숙달된 장인의 시범을 한번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듯, 선전선동도 100번 떠드는 것보다 1번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도 자신의 전언傳言을 남들이 믿어주지 않을 때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말을 하곤 한다. 생생한 사진 한 장 첨부되지 않은 ‘쇼킹’한 인터넷 뉴스 기사 댓글에는 ‘사진도 없다’는 불평과 비난이 달린다. 내 두 눈으로 보지 않으면 왠지 기사내용이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반면 영상화한 것은 왠지 사실을 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내 두 눈으로 ‘유튜브 영상’을 봐야 하고, 요즘은 쇼츠가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이다. 웬만한 ‘프레젠테이션’도 내용들을 모두 시각화하고 다양한 시각자료로 무장해야 한다. ‘눈은 귀보다 믿음직’한 것이 사실이지만, 불행하게도 청각은 사고를 마비시키지 않지만 시각은 사고를 마비시키곤 한다.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렀던 이유이기도 하다. 책을 넋 놓고 읽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TV 영상은 넋 놓고도 볼 수 있고, 넋 놓고 보아야 제맛이기도 하다. 중국어에서 ‘읽다’를 ‘념念’으로 쓰는 것이 흥미롭다. 넋을 챙기면서 보면 집중이 안 된다. 넋 놓고 유튜브와 쇼츠 영상을 넘기다 보면 날이 밝는다고 한다. ‘시각의 마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선전선동 전문가 브린은 미국인들의 시각에 최후의 일격을 준비한다. 백악관으로부터 하청받은 가짜 뉴스 제작에서 영상부분을 따로 떼어 할리우드의 마법사인 영화제작자 ‘모츠(더스틴 호프먼 분)’에게 재하청을 준다. 할리우드의 마법사들은 시저의 게르만 정복이든, 십자군 전쟁이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든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어느 시대, 어느 전투도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다. 모츠에게 알바니아와의 가짜 전투 장면쯤 사실적이고 처절하고 영웅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드디어 모츠가 제작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알바니아 전투가 미국의 모든 뉴스를 점령한다. 미국시민들이 넋 놓고 그 영상들에 빠져들고 분노하고, 비탄하고, 또한 열광한다. 그러는 사이 대통령의 성추문은 머릿속에서 완전 삭제된다. 결국 14살 걸스카우트 소녀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추행한 대통령은 89%의 전무후무한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다. 백문불여일견을 맹신하면 벌어지는 비극이다. 우리의 귀나 눈이나 똑같이 무턱대고 믿을 것이 못 되기는 마찬가지다. 황희 정승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명재상으로 일컬어지는 맹사성(孟思誠ㆍ1360~1483년)은 백문불여일견을 맹신하지 않고, 거기에 ‘백견불여일각(百見不如一覺)’ ‘백각불여일행(百覺不如一行)’을 추가해 본인의 인생지침으로 삼았다고 한다. 백번을 봐도 깨닫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고, 백번을 깨달아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그 역시 무의미하다. 맹사성은 예수가 부활했다는 말을 듣고, 부활한 예수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예수 손의 못 자국과 옆구리의 상처를 손으로 직접 만져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믿지 않았다는 제자 도마(Thomas)처럼 ‘검증’을 중시했던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영화 속 미국 시민들이 맹사성이나 도마처럼 영상으로 보는 알바니아 전쟁을 검증하고 그 실체를 깨달았다면 소녀 성추행범이 대통령에 재선되는 참담한 일은 없었을 듯하다. 17세가 영국의 정치철학자이자 법학자인 토마스 홉스(Thomas Hobbs)는 모든 인간이 도구와 무기를 사용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죽일 수 있는 동등한 능력(equal ability to kill each other)을 보유했고, 그것이 결국 세상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All against all)’ 상태에 빠트렸다는 탁견을 제시했다. 홉스 식으로 생각하자면, 1인 미디어 시대는 모두가 모두를 바보로 만들 수 있는 동등한 능력을 보유한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지난 100년간 TV로 이미 충분히 바보가 돼버린 듯한 인류가 누구나 온갖 영상으로 버무린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이 시대를 통과하면서 ’바보화‘가 더욱 가속화할지도 모르겠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제주시가 건축물 부설주차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단 용도 변경과 출입구 폐쇄 등 불법 행위가 다수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제주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부설주차장 4만6219곳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이 중 4169건에서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부설주차장 10곳 중 1곳에서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위반 유형별로는 무단 용도 변경이 1938건으로 가장 많았고, 물건 적치 1381건, 출입구 폐쇄 850건 순으로 집계됐다. 올들어서도 위반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제주시가 올해 동지역 부설주차장 1만9298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891건에서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특히 주차장 출입구를 아예 막아버린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부설주차장은 제주시 전체 주차 공간의 약 89%를 차지하는 핵심 기반 시설이다. 하지만 이처럼 불법 운영이 지속되면서 도심 주차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적발된 위반 사항에 대해 원상 회복 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 고발 또는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력한 행정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부설주차장은 주차장법에 따라 본래 기능이 유지돼야 하며 주차난 해소를 위해 정기적인 점검과 지속적인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시 부설주차장 전수조사는 매 홀수년도에는 동지역, 짝수년도에는 읍면지역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률이 제주에서 첫 주 만에 70%를 넘어섰다. 덩달아 '탐나는전' 가맹점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28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도내 소비쿠폰 지급 대상자 66만1200명 중 73.4%인 48만5348명이 신청을 완료했다. 태어난 해 끝자리를 기준으로 평일 요일별 분산 접수가 진행됐다. 신청 초반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지급 수단별로는 신용·체크카드 신청이 전체의 65.2%,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지류 포함)으로 신청한 인원은 16만8934명(34.8%)으로 나타났다.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되면서 탐나는전 가맹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인 21일부터 27일까지 7일간 신규 가맹점 신청은 모두 476건에 달했다. 도는 이에 맞춰 가맹점 승인 기간을 기존 7일에서 1일로 대폭 단축하고 신규 가맹점 200곳에 탐나는전 포인트 5만원을 선착순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아울러 QR 결제 시 가맹점 수수료를 '0원'으로 책정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정부의 소비쿠폰 발행에 맞춰 탐나는전 사용처 확대 전략을 적극 추진한 결과 가맹점 확대와 지역 소상공인 유입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소비쿠폰 신청 과정에서는 미성년 자녀 대리 신청, 요양병원 입소자 등 관련 문의가 이어졌다. 모두 800건의 이의 신청 중 455건이 처리됐다. 출생·해외체류 귀국자, 자녀 부양관계 정정 등의 사유가 주를 이뤘다. 제주도는 28일부터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도 시작했다. 또 탐나는전 지류형과의 구분 문제 해소를 위해 지급되는 지류형 쿠폰에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사용기한을 명시하기로 했다. 소비쿠폰 1차 신청 기한은 오는 9월 12일까지다. 사용 기한은 11월 말까지다. 사용하지 않은 잔액은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 소비쿠폰은 연매출 30억 원 이상 업체와 하나로마트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김미영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도민 한 분도 빠짐없이 소비쿠폰을 신청하고 기한 내에 적극 사용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등갑이 심하게 다친 멸종위기 해양생물 붉은바다거북이 제주 해상에서 발견돼 구조됐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지난 27일 오후 3시 20분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 상황실 앞 약 200m 해상에서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가 떠다니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 즉시 현장에 출동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고 28일 밝혔다. 발견된 붉은바다거북은 세로 약 70㎝, 가로 40㎝ 크기의 성체로, 무게는 약 20㎏ 정도로 추정됐다. 구조 당시 기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해경은 산소 공급과 수온 유지 등 응급 조치를 실시한 뒤 오후 4시 26분 현장에 도착한 해양동물 전문구조기관 '아쿠아플라넷'에 인계했다. 아쿠아플라넷 수의사 진단 결과, 거북의 등껍질(등갑)에는 약 21㎝ 크기의 상처가 있었다. 등갑 후부 쪽 손상이 심각한 상태였다. 수의사는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으로 보이며 폐어구 등에 의한 상처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거북의 기력이 상당히 약한 상태로 치료와 보호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귀포해경 관계자는 "멸종위기 해양생물 발견 시 무리하게 만지거나 이동하지 말고 즉시 해양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제주 해역에서는 최근 해양거북 사체 발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죽은 지 25일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푸른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됐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교수팀에 따르면, 올들어 제주 전역에서 발견된 죽은 거북은 모두 15마리다. 이 가운데 4마리가 7월 한달 동안 발견됐다. 붉은바다거북은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지중해 등 전 세계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으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등에서 멸종위기종 1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도 보호 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내 경영진 교체가 이어지며 조직 내 혼선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사장에 이어 부이사장도 물러나 직무대행 체제로 돌입했다. JDC는 미래투자본부장인 곽진규 본부장을 부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지정하고, 김현민 부이사장의 사직서를 지난 23일자로 수리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부이사장은 앞서 지난달 양영철 전 이사장의 사퇴 이후 직무대행 역할을 맡아왔으나 내부 노동조합의 '경영진 총사퇴'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였다. 이후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아 사실상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앞서 JDC는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 등급을 받고 기관 경고와 성과급 전액 삭감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특히 내국인 면세점 매출이 2022년 6700억원대에서 지난해 4600억원대로 급감한 점이 부정적 평가에 주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는 이 같은 경영평가 결과를 두고 "예견된 참사이자 경영 실패"라며 전 경영진의 총사퇴를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양영철 전 이사장은 지난달 23일 사의를 표명했고 국토교통부는 이달 5일 이를 수리했다. 하지만 후임 이사장 선임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 공식 절차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JDC는 당분간 곽진규 본부장 중심의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한라산에서 미기록 난초가 처음 발견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제주에서 난초과 유령란속의 미기록 후보종 식물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처음 확인된 식물은 'Epipogium roseum (D. Don.) Lindl.'로, 가칭 ‘방울유령란’이다. 이 식물은 엽록소가 없는 부생식물로, 지상부의 생육 기간이 짧다는 점 등에서 유령란(E. aphyllum Sw.)과 유사하다. 그러나 뿌리줄기가 덩어리 모양이고, 잎술꽃잎이 대개 아래쪽에 있어 유령란과 구별된다. 이 새로운 식물은 냉온대 및 아한대성 식물인 유령란과 달리 일본(혼슈-관동 이남, 큐슈, 류큐), 중국 남부, 대만, 인도차이나,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 분포하는 아열대 및 열대성 식물이다. 이번 제주에서의 발견은 기후변화의 가속화로 이 식물의 분포가 한반도 남단까지 확장됐음을 의미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식생대의 북상과 식물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설명했다. 방울유령란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주지역본부, 느영나영복지공동체의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제주 해안 식물계절 모니터링과 종자 수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처음 확인됐다. 임은영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에서 새로운 아열대 및 열대성 식물이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현상은 식물지리학 및 기후생태학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자생지 조사와 분류학적 검토를 거쳐 학술지에 보고함으로써 협업의 의미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