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차(Nanatea) - 사피예 칸(Safiye CAN) 우리는 나나차를 둘이나 여럿이 함께 마신 적이 없지 우리는 충분히 춤을 추지 못했고 우리는 함께 자전거를 타러 간 적이 없어. 네가 말할 때 코를 잡으면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려고 코를 꼬집은 적도 없었지 우리는 거리에서 서로 키스를 충분히 하지도 않았지! 하지만 언제 충분히 키스할까? 서로 사랑할 때? 작년부터 담배를 안 피웠어. 나는 수년간 채식을 해왔고 그리고 달걀도 먹지 않았어. 나는 너 없이 전염병에서 살아남았어. 치명적인 자연재해와 그리고 인종차별 테러로부터 난 너 없이도 살아남았어. 그런데도 제정신을 유지했지. 여름에는 손톱을 밝은 빨간색으로 칠하지 가을에는 청록색.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나는 아직도 큰 소리로 웃는 것을 좋아해. 나는 사랑이 넘쳐 그 안에 생명을 담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그 안에는 생명이 없는 것에는 나는 사랑을 뿌리고 싶어 내가 밟는 곳마다 내가 절대 가지 않을 곳에도 난 온 세상을 내 품에 안을 거야 그리고 항상 간직하고 싶어 해를 입지 않는 삶을. 이 중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하지! 우리는 나나차를 함께 마신 적이 없어 그리고 난 알아 지금은 절대 화해하지 못할 거야. Nanatea (By Safiye CAN) We never drank Nanatea together and on the whole we didn’t dance enough. We never went cycling together on the whole, I didn’t pinch your nose enough to hear what you sounded like when you talked. We didn’t kiss each other enough on the streets. But when is kissing ever enough when you love each other? I haven’t smoked since last year I’ve been vegetarian for many years and don’t eat eggs. I have survived a pandemic without you catastrophic natural disasters and racist terror attacks I have survived you without you and nevertheless have stayed sane. In the summer, I paint my nails merry-red in autumn blue-black. Many things stay the same with people I still love to laugh loudly. I overflow with love for everything that carries life inside it that carries no life inside it. And I want to sow love wherever I tread wherever I’ll never go. I’d take the whole world in my arms and always want to keep life from harm. Next to nothing of this succeeds. We never drank Nanatea together and I know we’ll never make it up now. (Translation from the German original into English by Martin Kratz, United Kingdom) ◆ 사피예 칸(Safiye CAN) = 독일 오펜바흐에서 태어났으며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에서 철학, 법률 및 심리 분석학을 전공했다. 사피예 칸은 2002년 이후 독일어로 쓴 시와 이야기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다수의 잡지, 신문 및 애나톨로지에 등장한 후 2014년 첫 번째 시집 "Rose und Nachtigall"을 출판했다. 시집은 출간 첫 주에 둘째 판을 발행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녀는 "Diese Haltestelle hab ich mir gemacht"(내가 이 정류장을 만들었다)와 "Kinder der verlorenen Gesellschaft"(잃어버린 사회의 어린이)라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시집을 출판하였으며, 각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및 미국에서 문학 콘서트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녀는 2004년부터 어린이를 위한 시 작업장을 개최하고 2014년부터는 "Dichter-Club"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독일 PEN 센터, 독일 작가 조합, 독일 번역가 협회 회원인 Safiye Can은 미국 Northern Arizona 대학 및 독일의 여러 대학에서 시에 대해 강의를 하였으며 그녀의 시는 영어, 불가리아어, 체코어, 프랑스어, 아랍어, 카바로어, 중국어 등 많은 언어로 번역되었다. 2022년 중국에서 발행된 'Rendition of International Poetry Quarterly Magazine' 106호에 수록된 그녀의 시는 해당 문예지 포털에도 게시되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우리가 하나되면 회색이 되나?" "뭐? 쥐가 된다고?"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매일 서귀포에서 제주시까지 각 지역에서 오일장, 매일장이 열린다. 시장에서는 온갖 상품들이 즐비하고, 이를 구경하고 사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비고 있다. 제주지방법원에서도 매주 화요일 시장이 열린다. 부동산 경매시장이다. 이 경매시장에도 소유권등기를 할 수 있는 과수원, 임야, 대지 등의 토지와 주택, 상가, 아파트, 빌라 등의 건물 뿐만 아니라 자동차, 선박 등 다양한 물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부동산 경매 시장이라고 하면 왜인지 전문 지식을 갖추어야 될 것 같고, 많은 돈이 있어야 될 것 같고, 온갖 문제가 많은 물건들이 경매 시장으로 나온다는 생각에 이에 대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실상인 것 같다. 그런데 물건을 꼭 사지 않더라도 자꾸 옆에서 구경하다 보면, 부동산 경매 시장만큼 재밌는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부동산 경매 시장은 작은 사회 그 자체다. 금리가 오르다 보면, 담보 대출금을 갚지 못하여 경매 시장에 부동산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고, 담보 대출 실행도 여의치 않아 부동산을 낙찰 받기도 힘들게 되는데, 이에 반해 돈이 준비된 사람들은 그 만큼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 이는 요즘 부동산 현황과 같다. 또한 물건마다 사연이 없는 물건이 없다. 부동산 경매시장에서는 물건의 등기 뿐만 아니라, 현황조사서, 감정서, 전입신고서 등 물건에 관련된 자료들이 제공되는데, 이를 통해서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서인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해서인지, 형제들 간의 싸움이 나서인지 등 물건이 경매 시장에 나온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을 보면, 유치권이 유효한 건물을 낙찰 받게 되어 낙찰 대금과 더불어 유치권으로 담보되는 공사 대금까지 떠안는 경우도 있고, 건물 안에 살던 임차인의 보증금을 책임져야 되는 경우도 있어 부동산 경매 시장이 위험천만한 곳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굳이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하거나 농사를 지을 농지를 마련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는 세상의 온갖 법적, 경제적 갈등으로 인하여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과 이를 낙찰받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 간의 치열한 눈치싸움 등 부동산 경매 시장만의 묘한 매력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동산경매시장을 찾아가 보고 알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발품과 눈품을 팔다보면 어느새 요령도 생기고, 세상사 이치도 깨달을 수 있을 터. 결국 경험이 축적돼야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는 '횡재'의 기회도 다가온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논어·자로(子路)』의 기록이다. “자하가 거보(莒父 : 마을 이름)의 읍재가 되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마라. 서두르면 달성할 수 없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자하가 정치하면서 어떻게 하여야 잘 할 수 있냐고 묻자 공자가 한 대답이다. 거창한 것 하나 없다. 간명하다. ‘서두르지 마라’,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마라.’ 어떤 일이든 빨리 끝내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만 능사가 돼서는 안 된다. 반드시 품질을 보증할 수 있고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하게 빠름만을 추구하면 허술하게 된다. 조잡하게 된다. 심지어 오류가 생기고 손실을 입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까다롭게 된다. 청나라 때 마시방(馬時芳)의 『박려자(朴麗子)』에 기록된 이야기이다 : 한 농부가 날이 곧 저물 때 귤 바구니를 지고 성으로 가고 있었다. 성문이 닫히기 전에 도착할 수 없을까봐 조급해졌다. 그때 앞에서 어떤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물었다.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에 들어갈 수 있겠나요?” 그 사람이 조급해하는 농부를 유심히 보다가 답했다. “당신이 천천히 걸어서 가기만 하면 도착할 수 있을 거요.” 농부는 그 사람이 고의로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해 화를 내면서 말했다. “그래, 천천히 걸으면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빨리 걸으면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이요!” 농부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걸음을 재촉해 걷다가 실수로 넘어졌다. 바구니에 담긴 귤이 몽땅 땅에 떨어져 흩어졌다. 농부는 급히 귤을 주어다 바구니에 담았다. 한참동안 귤을 주어 바구니에 담다보니 날은 저물어 버렸다. 성문이 닫혔다. 농부는 그날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주역』은 말한다.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漸)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덕에 머물며 풍속을 선하게 했다.” 무슨 말인가? 점괘의 상징은 산에 나무가 있는 것이다. 군자는 그것을 근거로 삼아 고상함과 도덕을 지키면서 사회 풍조를 개선한다는 말이다. 자아를 제고시킬 생각이라면 사업에 성공하는 것 이외에 반드시 자아의 도덕 수양을 제고하여야 한다. 고상한 인품과 덕성이 있기만 하면 사업은 신속하게 발전해 나가게 된다. 덕이 두터우면 만물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도덕 성품이 없는 사람은 사업에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주역』은 말한다. “하늘의 운행이 굳건하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 “땅의 형세가 곤(坤)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후한 덕으로 만물을 실어준다.”1) 무슨 말인가? 대지는 깊고 두텁기 때문에 만물을 실을 수 있다. 그 흉금과 품성은 끝이 없이 무한하다. 깊고 두터운 혜택은 사람을 기르고 만물을 이롭게 한다. 대체로 위대한 인물은 남다른 제세의 재능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고상한 품성, 덕성을 가져야 하고 대중에게 행복하게 만들려는 헌신적인 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재능도 있고 덕도 있어야 한다. 덕과 재능을 겸비하여야 한다. “곤(坤)의 두터움이 물건을 실음은 덕이 끝이 없음에 합한다.”2) 대지는 넓고 깊고 두터워 만물을 싣는다. 그러기에 좋은 품행으로 만물을 행복하게 하고 포용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것을 ‘군자가 본받아 후한 덕으로 만물을 실어줘야 한다.’ 이 말은 앞 구절과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넓고 깊고 두터운 대지를 가지고 사람의 흉금, 기백을 비유하고 있다. 무슨 말인가? 군자는 마땅히 대지와 같이 넓고 깊고 두터운 좋은 품행을 가지고 만물을 실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물을 포용하고 만물을 키우며 만물을 행복하게 하여야 한다. 오늘 날 우리는 자아를 향상시키려 하고 사업을 성공시키려 한다. 그렇게 하려면 순서에 따라 점차적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강인한 열정 이외에 동양사상에서 기인한 덕을 배워야 한다. ‘덕’,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라 생각하시는가? 인간의 기본은 덕성에 있다는 옛 성현의 말도 되새겨야 할 때이다. ***** 漸卦 ䷴ : 풍산점(風山漸) 손(巽: ☴)상 간(艮: ☶)하 점(漸)은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이 길하니, 이로움이 곧기 때문이다./ 점(漸)은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이 길하니, 곧음이 이롭다.(漸,女歸吉,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漸)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현명한 덕에 머물러 풍속을 선하게 했다./ 「상전」에서 말하였다.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漸)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덕에 머물며 풍속을 선하게 했다.(象曰,山上有木漸,君子以,居賢德,善俗.) [傳] 점괘는 「서괘전」에서 “간(艮)은 그침이며 만물은 끝내 그칠 수가 없기 때문에 점괘로 받았으니, ‘점(漸)’은 나아감이다”라고 하였다. 그치면 반드시 나아가게 되니 굽히고 펴며 융성하고 쇠하는 이치이다. 그침이 낳는 것 또한 나아감이며 반대되는 것 또한 나아감이니, 점괘가 간괘(艮卦䷳) 다음이 되는 이유이다. 나아감을 순서에 따르는 것이 점(漸)인데, 오늘날의 사람들은 천천히 나아감을 점(漸)이라고 여기니, 질서에 맞춰 나아가고 순서를 뛰어넘지 않아서 느리게 되었다. 괘는 손괘(巽卦☴)가 위에 있고 간괘(艮卦☶)가 밑에 있어서, 산 위에 나무가 있다. 나무가 높으나 산을 따르니 높음에 따름이 있는 것이고, 높음에 따름이 있는 것이 곧 나아감에 순서가 있는 것이다. 점(漸)이 되었다. 1) 天行健,君子以,自彊不息. ; 地勢坤,君子以,厚德,載物. 2) 坤厚載物,德合无疆.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돌을 역이용하는 사람들 필자는 일찍이 제주 전통문화의 키워드를 돌, 바람, 여자, 말, 가뭄을 상징으로 삼아서 ‘석다(石多), 풍다(風多), 여다(女多), 마다(馬多), 한다(旱多)’의 섬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 다섯 개의 상징적 개념으로 제주를 보게 되면 생산 문화적인 의미가 쉽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 중 석다(石多)는 현대 지질학적인 개념으로 생각지 않더라도 전통사회에 수많은 기록에서 보듯이 제주가 돌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척박(瘠薄)’하다 라고 했다. “척박(瘠薄):땅이 가물어서 기름지지 못함”을 말한다. 화산섬이기 때문에 검은 색 화산회토가 대부분이고 “이 땅(제주)에는 바위와 돌이 널려 있어, 흙이 덮인 것이 몇 치 뿐이다.” “토질이 푸석푸석하고 메말라 밭을 개간 하려면 반드시 소나 말을 몰고 와서 밭을 밟아주어야 한다(밭ᄇᆞᆯ리기).” 그래서 사람들은 적어도 계속 농사를 지으려면 거름을 얻기 위해서 소나 말무리를 밭담 안에 몰아넣어 며칠을 가두어서 그들의 분뇨를 거름이 되게끔 밭 여기저기에 남기도록 했다. 이를 ‘바령’이라고 한다. 그렇게 바령한 밭은 기름지고 비옥하여 농사가 잘 되는 것이다. 삶은 생각보다 모질고 사람은 의외로 지혜롭다. 돌로 된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야속한 땅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식량을 구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여성들은 바다로 나가 ‘ᄌᆞᆷ네(潛女)’가 되었고, 남자들은 배를 타거나 목도일을 해야만 했고 수자리를 서거나 진상의 곁꾼으로 동원됐다. 18세기초 이형상 목사 때에 여성들이 많은 힘든 일을 도맡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여염집(서민가) 여성들은 용천(湧泉)에서 물을 길어오는 일, 곡식을 베는 일, 땔나무를 마련하는 일, 나무통으로 물을 나를 때에도 등짐을 지지 않는다. 제주에서는 물건을 나를 때에도 머리에 이고 다니지 않는데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치기 때문에 등짐을 지고 땅을 보면서 걸어야 한다. 18세기 초 당시 제주 여인들의 복장들도 반나체나 다름없었다. 여인들은 삼으로 엮은 줄을 허리에 돌려 두르고 몇 자(尺)의 굵은 베를 바늘로 꿰매고는 그 삼줄 앞면에 매달아 오로지 음부(陰部) 만을 가려서 옷과 치마를 벗고 몸뚱이와 볼기짝을 드러내 다님으로 보기가 매우 참담했다. 유교 원리주의자였던 이형상 목사의 눈에 비친 제주 여성의 일상에서의 그 모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여인들에게 수치스러움을 알게 하여 급기야 영을 내려 꼴 사나운 그런 패션을 금지시켰다. 이형상은 「제주 풍속(土風)」 이라는 시에서 제주 풍속의 전모를 말하고 있다. 섬은 이름난 곳이어서 땅은 더욱 그윽한데 문재(文才)는 모자라도 무재(武才)는 뛰어나다네 휘파람으로 소를 몰아 밭을 모두 밟아줘야 하고 절구 찧을 때도 사투리로 함께 노래하네 여인이 물 긷고 물질하지만 남자는 반대로 한가하다네 백성들 가난하여도 사치에 들떠 있어 기이한 풍속이로세 사계절 가죽옷 입고 있어 풍정(風情)이 야박한데도 누가 헤진 옷에 잠방이 입은 사람 근심을 알아주랴. 많으면 많은 것을 이용하게 되므로 결국 그것이 부족하기에 이른다. 인구의 증가는 생산도 늘게 하지만 소비도 따라서 늘게 한다. 생산수단의 진보는 문명의 길을 따라서 온다. 농업중심의 조선시대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전답의 상태에 집중되었는데 농업 생산력의 증가와 농지의 안정적인 확보가 관건이었다. 이는 안정적인 수취제도에 목적이 있었다. ◇ 국가의 운영자금 전세(田稅) 이형상 목사 재임 시절의 밭의 등급은 하중(下中)이었다. 그 밭은 흙이 검고 부풀어 오른다. 그래서 곡식 씨는 마땅히 기장, 피, 산도, 차조, 콩, 보리, 메밀, 사탕수수 등을 심어야 하는데 특히 사탕수수는 맛이 달고 무성하게 자라는 것으로 보아 섬의 토질에 잘 맞았다. 논은 매우 적어서 대정현에 약간이 논이 있으며, 정의현에는 매우 적고, 제주목에는 더 적다. 1702년(숙종 28)의 제주의 전답은 3,357목(結), 33짐(負), 9뭇(束)이고, 정의현 전답은 140목, 32짐, 5뭇이며, 대정현 전답은 149목 91짐 4뭇이었다. 삼(參)은 잘 자라지 않았고, 면(綿)은 매우 귀해서 대정현에 목화(木花, 멘네)를 심은 자가 있었는데 솜털이 성글어서 옷 만드는데 좋지 않았다. 또 산림에 널린 것이 뽕나무이지만, 섬사람들이 누에를 치고 길쌈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으므로 이형상이 삼읍에 재배법을 알아듣도록 가르쳤다. 그렇다면 전답과 관련해서 공납을 대신하여 소위 새로운 조세법, 즉 대동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조선의 조세체계는 근본적으로 조용조(租庸調) 체계였다. 즉 토지가 있으면 조(租)가 있어 전답에 부과하여 곡물로 징수하는데 이를 전세라고 한다. 몸이 있으면 용(庸)이 있어 사람에게 부과하여 요역을 징발하고, 호(戶)가 있으면 조(調)가 있어 집에 공물을 징수하였다. 특히 전세는 국가를 경영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근본이 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상세(常稅)라고 했다. 즉 전세는 나라의 경상비인 녹봉과 군사비 등의 지출을 위한 세금이었기 때문에 국초부터 그 과세 체계를 법으로 제정하여 철저히 관리했다. 전세가 무엇보다도 쓰임새가 중요하기 때문에 조세 규모도 컸고, 토지면적 조사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선의 토지제도는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결부제(結負制)인데 토지파악과 조세 부과의 기준이 되어 결(結:목) 부(負:짐), 속(束:뭇), 파(把:줌)의 단위로 측정했다. 전세 부과 원칙은 9등연분법(九等年分法)과 전분6등법(田分六等法)을 시대에 따라 채택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이전에는 전국적으로 170 만결에 달하던 토지 면적이 왜란 후에는 3분의 1로 줄어서 54만 결 밖에 안 되었다. 당장 조세 수입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토지의 개간을 장려하고 양전(量田)을 실시한 결과 숙종(1674~1720) 때에는 토지 면적이 140만 결로 증대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조세 수입은 그에 상응하여 늘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왕자·옹주 등에게 준 궁방전(宮房田)이나 관청·군영 소속의 둔전(屯田:주둔한 군사들에게 군량을 지급키 위해 마련한 밭)과 같은 면세지(免稅地)가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또 중앙의 세도가인 권신(權臣)이나 지방의 토호들의 토지 점유가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가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조세의 감소에 대한 대비책이 긴급히 필요하게 되었다. 조세 수익의 부족은 국가 재정의 위기가 되었으므로 이미 임진왜란 이전부터 일부에서 주장해오던 공납(貢納)을 미곡(쌀과 곡식)으로 바치게 하는 수미법(收米法) 이 다시 논의 되면서 급기야 시행되기에 이른다. 1608년 광해군의 즉위년에 영의정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1547∼1634)의 주장에 따라서 먼저 경기도에서 시행되었고, 인조 원년(1623)에는 강원도에 실시되었다. 그리고 효종(1649~1659) 때인 효종 2년(1651) 1월에 김육(金堉, 1580~1658)은 영의정에 오를 수 있었고, 이에 충청도와 전라도에 대동법을 실시하였고, 더욱이 김육은 효종의 총애가 커지면서 김육의 손녀(차남 김우명의 딸)를 세자빈으로 세울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외척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대동법은 김육이 사망한 한참 뒤인 1708년(숙종 34)에 드디어 전국적으로 시행될 수 있었다. 대동법이란 대동미(大同米)라는 명칭 아래 밭(田) 1결에 대하여 미(米) 12말(斗) 씩 징수하게 되었는데 이를 혹은 포(大同布)나 돈(大同錢)으로 납부할 수 있게도 하였고 이를 관할하는 관청이라고 하여 선혜청(宣惠廳)을 두었다. 이 대동법이 시행된 후에도 필요에 따라 농민들로부터 공물을 받아들이기는 하였으나, 원칙적으로 공납제도는 폐지되었다. 『만기요람(萬機要覽)』에 대동법이란 ‘ᄂᆞᆷ의 대동’ 이라는 말이 있듯이 원래 경기 삼남에는 1결에 쌀 12말을, 양전(量田)이 되지 않은 읍에는 4말을 더하며, 영동(대관령 동쪽)·영서(대관령 서쪽)에는 2말을 더하고, 그리고 해서(황해도)에는 상정법(詳定法)을 시행하여 15말을 거두니, 이를 통틀어 ‘대동(大同)’이라 하였다. 이형상의 저서인 『남환박물(南宦博物)』 「부역(賦役)」에 대한 기록을 보면, 당시 제주 세법의 윤곽을 알 수 있다. “세법이 바르지 않다. 당초 경계를 지을 때 이미 측량하지 않았다. 곧 올해의 세금도 적게 내었다. 묵힌 밭과 재해를 입은 것을 제외하고, 결(結)에 따라 거두어 들인다. 전세(田稅)는 매 짐(負)마다 쌀과 콩은 1되 5홉이고, 산미(山米)와 전미(田米)는 곧 7홉 5작이다. 이른바 대동(大同)이라고 하는 것은 위아래 할 것 없이 남정(男丁)들을 뽑아 한 사람에게 전미 5되를 매긴다. 이밖에 결역(結役)은 없다. 표고버석과 백랍(白蠟)은 군병(軍兵)에게서 받고, 미역과 전복, 물고기, 게 등은 포한(鮑漢:포작인)에게서 받는다. 무릇 여러 역역(力役:요역;노동력)과 땔나무, ᄎᆞᆯ(꼴), 꿩(산촌의 남자에게), 닭(해안의 남자에게)들의 물품은 모두 백성들에게 부담 지운다.” ◇ 제주도 보물 그림첩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탐라순력도』는 지금으로부터 320년 전의 제주의 군사, 관방, 지리, 풍속 등을 알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기록화다. 이 『탐라순력도』는 당시 제주 목사였던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이 1702년(숙종 28) 3월 제주목사로 도임하여, 같은 해 10월 29일부터 11월 20일까지 22일 동안 제주 전역을 순력하였는데, 이 때 제주의 화공(畵工) 김남길(金南吉)을 시켜 기록화로 그 과정을 상세하게 남겼다. <탐라순력도>는 제주도 지도 1면, 순력 장면 40면, 서문 2면 등으로 1703년 8월에 완성되었다. 이 기록화는 320년 전 제주의 문화와 풍물, 관방을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첩으로 시사, 강사, 사후, 시회, 조점, 점마, 전최, 배잔, 양로, 공마, 감귤봉진, 시취, 구마, 수렵, 방록, 풍악, 범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도첩은 1979년 병와 이형상 저작들과 함께 일괄 보물 제625호로 지정되었으며, 제주시가 1998년 이형상의 후손으로부터 원본을 입수하여 현재 국립제주박물관에 위탁 소장하고 있다. 이 『탐라순력도』는 18세기 실경산수의 사실적인 단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첩이다. 『탐라순력도』는 기록화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에 이런 이름으로 전해오는 그림으로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 “순력(巡歷)이란, 매번 봄과 가을에 절제사가 직접 방어의 실태와 군민의 풍속을 살피는 것(每番春秋節制使親審防禦形正及軍民風俗謂之巡歷)”이라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이 변방에 부임하는 수령이 제주도 방어체계인 3성(城) 9진(鎭)의 군기(軍器)와 군사들의 실태를 점검하는 그림으로, 제목, 순력 그림, 좌목 등 3단 구성으로 제작된 기록화이자 실용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3단 구성의 이전 사례로는 여말선초(麗末鮮初)의 계회도(契會圖) 양식을 계승하고 있으며, 다시 이 3단 구성 방식은 「제주도문자도」에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탐라순력도』 서문을 쓴 선비가 오노인(吳老) 필(筆)이라고 했으나 1703년 5월 19일 오시복(吳始復)의 간찰에 “말씀한 서(序)를 쓰려고 하니 요즈음 기분 나쁜 생각이 들어 붓을 잡을 틈이 없었는데 조금 기다리면 며칠 사이에 즉시 그에 부응하려합니다만, 인편으로 즉시 드리지 못하여 깊이 탄식하고 있습니다.”라는 편지글이 있으므로 오노인(吳老)이 감산 유배인 오시복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순력 행사는 이형상 목사 이전에 이미 제주 목사 이원진(李元鎭, 1594~?), 제주안핵겸순무어사 이증(李增,1628~1686) 등이 정기적으로 군사를 점검하기 위해 순력을 다녔는데 변방 제주의 3성 9진 체계를 중심으로 군민(軍民)을 점검했었다. ◇ 최초로 몰골법으로 그린 돌담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성을 지키려고 쌓은 돌담을 성담이라고 한다. 세 읍성과 아홉 진성이 이에 해당한다. 「관방도(關防圖)」에 나오는 성담들은 대개가 계화(界畫)로 그려졌다. 계화법이란 자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사물(성곽)의 윤곽선을 그리는 회화 기법으로 건물, 누각, 성벽 등을 그릴 때 주로 사용한다.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에서는 계화법으로 그리는 곳이 「제주전최(濟州殿最)」 나 「감귤봉진(柑橘封進)」 등의 기와집이나 담장, 그리고 여러 진(鎭)에 소속된 봉수대나 연대의 돌담을 직선으로 그릴 때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제주전최(濟州殿最)」의 성담은 직사각형 모양의 장대석 돌을 하나씩 엇갈리게 3단으로 쌓고 있으며, 목관아(濟州牧官衙) 사고석 담장에도 적용하고 있는데 담장에 쌓은 돌은 사각형의 현무암을 백회를 바른 후 조적(造積)하였다. 관청의 담장은 경계구분이 주된 목적일 것이며, 또 각 관청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시각적인 차단을 하여 관청의 고유 기능을 보호하도록 하는 역할이 있다. 그러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 나오는 3성 9진의 성담들은 모두 오히려 자유로운 곡선으로 선묘를 하고 있는데 그 3단의 돌담을 나타내는 선묘는 그냥 손으로 프리하게 그려서 성담을 두르고는 3개의 선으로 된 성담 바로 위에 성가퀴를 요철(凹凸) 모양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귤림풍악(橘林風樂)」의 돌담은 사뭇 다르다. 과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밖으로는 돌담을 둘렀으며 그 안에는 크게 자란 대나무가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직선으로 높이 자란 대나무 사이로 방풍용 돌담을 쌓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원 방풍용 돌담을 축성(築城)이라고 한다. 축성은 말 그대로 성처럼 쌓은 것이고, 그것의 목적은 오로지 바람을 보호하는 것이다. 축성은 겹담으로써 일종의 잣벡담과 같은 모양이면서 견고하게 쌓고 있다. 축성을 그린 기법으로는 몰골법을 적용하여 단번에 붓에 묻은 먹의 농도와 번지는 것만으로 물체를 표현하는 동양화 기법이다. 붓을 한 번에 눌러 단번에 형태를 나타낸다. 축성을 표현하려고 농도를 조절한 모습이 역력하다. 몰골법으로 돌담을 그린 최초의 그림이 「귤림풍악(橘林風樂)」 대나무 뒤에 숨어있다. 돌담 그림을 최초로 그린 화가는 김남길이다. 그가 제주의 화공인지 아니면 공재 윤두서의 제자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1703년 이형상의 명을 받아서 기록화를 그렸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김왕직, 『한국건축용어사전』, 동녘, 2007. 오기수, 『대동법』, 보림, 2019. 이형상, 『남환박물』, 이상규, 오창명 역주, 푸른역사, 2009, 이형상, 『탐라록』, 이진영 역주,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 2020, 李基白, 『韓國史新論-新修版』, 一潮閣, 1990,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강의』, 한ᄋᆞᆯ아카데미, 1991.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단 맛을 내는 물질을 감미료라고 한다. 감미료는 한자에서 유래한 용어로 달 감(甘), 맛 미(味), 재료를 뜻하는 료(料)로 이루어진 단 맛을 내는 원료라는 뜻이다.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에게 감미, 고미, 신미, 산미, 조미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면 감미(甘味)는 감칠 맛, 고미(苦味)는 고소한 맛, 신미(辛味)는 신 맛, 산미(酸味)는 산뜻한 맛, 조미(調味)는 조화로운 맛이라는 기상천외한 대답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가 ‘쓴 것이 다하고 단 것이 온다’라는 뜻이고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옴’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알려주면 달 감(甘)과 쓸 고(苦)를 바로 이해한다. 또한 매울 신(辛), O라면의 예를 들어 주면 신미(辛味)가 매운 맛임을, 식초의 시큼한 맛을 내는 것이 초산이므로 산미(酸味)는 신 맛임을 깨닫게 된다. MSG 처럼 감칠 맛을 내는 물질이 조미료(調味料)라는 것은 이미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대체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으로 선정하여 소비자들의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설탕, 과당, 포도당을 대체하는 대체 감미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할 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단 맛은 인간이 가장 선호하는 맛으로 단 맛을 내는 물질은 대부분 인체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중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에 인간이 좋아하게 된 것이다. 못 먹던 시절에는 손님이 왔을 때 설탕물 한 사발을 내어주는 것이 흔한 일이었고, 커피에도 대부분 설탕을 넣어서 먹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먹거리가 넘쳐나는 현 시대에는 오히려 과도한 당의 섭취가 대사증후군, 비만, 당뇨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당은 우리 몸의 주된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탄수화물인 전분은 수천개의 포도당이 주렁주렁 연결되어 있는 다당체로 소화 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분해된 후 소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을 통해 세포로 이동을 한다. 밥에 있는 전분은 소화되어 최종 포도당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밥(전분)을 먹건 직접 포도당을 섭취하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포도당은 직접 흡수되어 혈당을 바로 올리지만 전분은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혈당지수는 음식을 섭취한 후 혈당이 얼마나 빨리 올라가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당뇨병에 좋지 않다. 현미에 있는 전분은 거친 섬유소가 같이 섞여 있어 포도당으로 느리게 분해되므로 혈당지수가 낮은 반면에 흰 쌀밥의 전분은 빨리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되므로 혈당지수가 높다. 따라서 비만과 당뇨가 걱정이라면 소화 흡수가 느린 현미나 잡곡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반대로 에너지가 부족한 환자나 기력이 없을 때는 전분이 빨리 분해되도록 밥보다는 죽을 먹는 편이 낫고, 심지어는 포도당을 직접 수액으로 혈관에 주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이당류로 사탕수수나 사탕무로부터 정제하여 만들고 과자나 빵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에 사용된다. 설탕은 소화계를 거치는 동안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어 소장에서 흡수된다. 당연히 설탕 또한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드는데 사용되지만 과도한 설탕의 섭취는 당뇨병, 비만과 충치의 발생을 높인다. 특히 음료에 많이 사용되는 과당은 탄수화물 중에 단맛이 가장 강한 물질로 자연에서는 주로 과일에 존재한다. 현재는 옥수수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한 뒤 이를 과당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통해 액상과당의 형태로 대량 생산된다. 과일에 들어 있는 과당은 함량이 높지 않고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도 같이 들어 있어 먹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음료를 통한 액상과당의 과잉 섭취는 체중 증가와 비만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지방간이나 고지혈증을 초래할 수 있고 당뇨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음료수 대신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고 꼭 음료수나 주스를 마시고 싶다면 당을 첨가하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무가당이라고 표시가 되어있는 제품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무가당 표시는 ‘당을 더 첨가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당이 없다’라는 것은 아니다. 무가당 주스는 당을 인위적으로 더 넣지는 않았지만 원래 원료(오렌지, 포도 등)가 가지고 있던 당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당뇨나 비만이 걱정인 경우에는 영양정보에 표시되어 있는 당류의 함량을 확인한 뒤 주의해서 마셔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단맛을 좋아하지만 당의 과다 섭취가 야기하는 건강 문제 때문에 그 대안으로 다양한 대체 감미료를 애용하고 있다. 자연 유래의 대체 감미료로는 스테비오사이드(스테비아 추출물)가 많이 사용되는데 남아메리카가 원산자인 스테비아라는 국화과 식물의 잎으로부터 추출하여 얻는다. 스테비아는 설탕의 200~300배 정도의 단맛을 내고 자연에서 얻었기 때문에 과잉 섭취가 아니라면 대체로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농업에도 활용되어 스테비오사이드를 토양에 뿌려 재배한 토마토는 단맛이 강하고 칼로리도 낮아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껌, 과자 등의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자일리톨은 원래 식물에 소량 존재하지만 상업적 사용을 위해 발효나 화학반응을 통해 대량 생산된다. 자일리톨은 청량감이 강한 시원한 단맛을 내며 설탕에 비해 60% 정도의 칼로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체 감미료로 많이 사용된다. 다만 자일리톨의 과도한 섭취는 위장장애나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되면서 소비자들이 우려가 커지자 식품업계에서는 아스파탐을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알룰로스는 몇 종의 식물에 자연적으로 소량 존재하는 물질로 효소를 사용하여 대량 생산한다. 알룰로스는 설탕 단맛의 70% 정도이고 칼로리가 설탕의 약 1/10 수준으로 체중과 혈당 조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알룰로스의 과잉 섭취는 복부 불편함과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물질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합성한 인공 감미료는 단맛이 설탕보다 수백배 이상 강하고 칼로리도 거의 없기 때문에 대체 감미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화학 합성 감미료로 많이 사용되는 물질로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이 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고 칼로리도 낮기 때문에 제로 음료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하였지만 1일 섭취허용량은 기존 그대로 유지하였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일정 용량의 섭취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발표하였다. 아스파탐을 대신하여 제로 음료에 많이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에는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이 있다. 수크랄로스는 설탕을 원료로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물질로 설탕의 600배 단맛을 내고 칼로리가 없어 대체당으로 식품 산업에서 많이 활용된다. 아세설팜칼륨은 화학 합성으로 만들고 설탕의 200배 단맛에 칼로리가 없어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등에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인공감미료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손쉽게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단맛이 설탕보다 수백배 강하기 때문에 소량 사용되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된다. 즉 설탕 600 그램을 넣어야 하는 음료에 수크랄로스는 1 그램만 넣어도 같은 강도의 단맛을 내기 때문에 소량 사용으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원재료비에 대한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또한 칼로리가 없기 때문에 비만이나 당뇨가 걱정인 소비자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일부 연구에서 이러한 인공 감미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있고, 과다 섭취에 대해서는 경고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낮은 섭취량으로는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체 감미료는 극소량의 사용으로도 설탕보다 강한 단 맛을 낼 수 있고, 단 맛이 강한 음료를 칼로리 걱정 없이 마실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공 감미료의 단 맛에 길들여질 경우 단 것을 더 찾게 되어 오히려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인공 감미료의 강한 단맛에 노출될수록 단 음식을 더 탐닉하게 되고 식욕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매번 같은 얘기지만 뭐든지 과잉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특히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은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평소의 일반적인 식생활만으로도 당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당이 들어 있는 음료는 마시지 않는 편이 좋겠다. 음료 대신에 물을 마시고 차나 커피를 마시더라도 당을 첨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음료를 마실 때 당이 첨가되지는 않은 것을 우선적으로 고르고, 영양정보 표시를 잘 살펴 가급적 당류 함량이 낮은 제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음료수는 마시고 싶은데 비만이나 당뇨가 걱정이라면 당 대신 대체당이 들어 있는 무칼로리(무열량) 또는 저칼로리 음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제로 음료라도 습관적으로 많이 마시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삶의 에메랄드 눈… - 마르제타 샤트로(Marjeta Shatro)-라파즈(Rrapaj) 삶에 목마른 눈은 바닷물 색깔이에요 그들은 지평선을 삼켜버리지요 태양의 무형 경계를 만져보세요 일상의 덧없음을 넘어서기 위해 그들은 세기의 외침을 들어요 바람의 메아리와 함께 찾아오는 공기를 가르는 새들의 부리 사이로 망각에 덮인 낡은 흔적 위에 현재를 재건하려면 녹슨 수갑으로 시대의 아픔을 조여주는 그건 폭풍우와 함께 갔어요 인내의 목표에 대하여 생각의 불꽃을 찾고 찾으려면 운명의 무작위 교차점에서 거룩한 신앙의 상징물 속에 얼어붙은 미스터리를 명료하고 명확하게 하려고 알 수 없는 내일의 비밀문자처럼 파도의 멜로디 아래 천둥소리로 거품을 만드는 Emerald eyes of Life... (By Marjeta Rrapaj) Eyes thirsty for life With the colors of the waters They devour the horizon Touch the intangible borders of the Sun To rise above the ephemerality of the everyday They hear the cries of the centuries That come with the echoes of the wind Through beaks of birds tearing the air To rebuild the present On the traces of the old Covered in oblivion With rust cuffs That tighten the pains of the times That went with a storm On the goals of patience To seek and find the flame of thought At random intersections of fate Frozen in icons of the holy faith For clarification and clarification of mysteries Like unknown hieroglyphs of tomorrow Under the melody of the waves foaming with thunder ◆ 마르제타 샤트로(Marjeta Shatro)-라파즈(Rrapaj) = 1974년 지로카스트라(Gjirokastra)의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현대 알바니아 시인 중 한 명으로 지로카스트라(Gjirokastra)대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티라나대(University of Tirana)에서 프랑스어를 배웠다. 그녀는 8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출판된 시집은 2권이다. 시집 1권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출판됐다. 최신 권은 알바니아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 5개 언어로 출판됐다. 그녀의 시는 상상과 현실이 혼합돼 있다. 그녀는 2019년 시집 베스타(Vesta)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Alphonso G. Newcomer Poetry Train 상을 받았으며 불가리아 시 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놀랬니?" "응, 예뻐서!"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변호사로서 법정에 출석하여 재판을 진행하는 송무가 주된 업무이기는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돈을 받아내는 집행 업무를 맡기도 한다. 민사소송은 국가기관인 법원을 통하여 사적 분쟁에 대한 공적인 판단인 판결문을 받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데, 판결문을 받는 그 자체로 목적을 달성하는 소송도 있지만 후속단계가 필요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컨대,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장기간의 민사소송이 끝나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이제 머나먼 여정의 절반 정도 온 셈이다. 판결문은 “피고는 원고에게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는 서류이지, 판결문 그 자체가 돈은 아니다. 판결문을 들고 금융기관에 가서 직접 돈으로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필요한 단계가 그 판결문을 이용해서 실제로 돈을 받아내는 집행, 또는 추심이라고 부르는 절차이다. 집행 절차도 재판만큼이나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행의 시작은 판결문과 집행문, 확정증명원 등의 필요서류를 발급받는 것이다. 이로서 집행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한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 채무자의 주소를 알고 있다면 우선 주소지의 부동산등기부를 떼어 본다. 만약 주소지가 채무자의 소유로 되어 있고, 저당권 등의 별다른 제한물권이 없는 경우라면 주소지에 대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하면 된다. 거래할 때 계좌이체 방식으로 하여 채무자가 사용한 은행을 알고 있다면, 그 은행의 채무자 계좌에 압류를 시도할 수 있다. 채무자가 영업하는 사업장이 있다면, 사업장의 집기류나 임대보증금에 대하여 집행도 검토한다. 채무자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직장을 알고 있다면, 급여나 퇴직금에 압류를 한다. 만약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경우라면, 합법적인 방식으로는 재산명시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법원을 통하여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채권자에게 공개하게 하는 제도인데, 개인적으로 그 실효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나마 의미 있는 제도는 재산조회인데, 재산명시제도를 밟고 나서 요건을 갖추어야 재산조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재산조회를 하게 되면, 채권자는 법원을 통하여 관공서나 금융기관에 보관된 채무자의 부동산이나 계좌내역 등의 정보를 회신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쯤까지 오면 채무자는 재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거나, 주변으로부터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더욱이 빌려준 돈이 억 단위에 이르면 채무자는 이미 자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돈을 빌려주면서 미리 공증을 받아두는 것은 어떠할까. 상담을 하다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공증을 받아두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공증은 판결문을 받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지, 그 자체로는 담보의 효력은 없다. 극단적으로는 아무리 공증을 받아두어도 채무자 자신에게 재산이 없으면, 실제로 집행하여 돈을 받아낼 수 없다. 그렇기에 공증을 받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증을 받으면서 연대보증인 등 채무자를 대신하여 돈을 갚아줄 인적보증을 세우게 하든지, 채무자나 보증인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연대보증인도 불안하다. 연대보증인도 나중에는 재산이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까지 하기 어려운 상황의 사람이라면,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 낫다. 아무리 이자를 높게 쳐준다고 해도, 급한 사정을 호소해도 거절하라. 돈도 잃고, 사람도 잃게 된다. 돈을 빌려줄 때는 은행처럼 보수적으로 하기를 조언한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담보가 없으면 돈을 빌려 주지 않는다. 신용대출의 경우에도 기존 거래에 따라 쌓인 신용이나 직업, 수입 등의 변제가능성을 보면서 빌려주지, 처음 거래하는 고객에게 고액의 대출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용대출이 가능한 금액도 적다. 예외적으로 변호사나 의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다소 고액의 신용대출이 이루어지기는 하나, 이조차도 ‘자격증’을 담보로 잡은 것이라 생각한다. 빌려줄 땐 서서 빌려주고, 받을 땐 엎드려서 받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때에는 고생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확실한 담보를 받아두면 고생을 덜 하게 된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하늘에서 춤추는 소녀 - 사긴 베르키날리에바(Sagyn Berkinalieva) 그래, 난 남자의 말을 믿었어요. 그리고 나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때 나는 너의 차갑고 검은 눈을 너무나 동경했는데, 하지만 나는 당신의 시야 너머에 있는 사랑을 찾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나를 연약한 영혼으로 생각하며, 남자의 존경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 왜 그렇게 당신은 사랑스러운 역할을 했나요? 그렇다면 나를 헐뜯도록 버려두십시오. 이 일방적인 사랑은 나를 화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성을 잃고 미쳐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 예, 그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나를 다시 사랑해 달라고 애원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나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무지한 사람이 내 가치를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참된 재판관은 전능자이에요. 당신에 대한 회한 없이 잘 살게요. 그리고 내 시가 호평을 받는다면 키르기스스탄에 영광과 명성을 가져다주겠습니다. 나는 굽히지 않는 전사입니다. 나는 피해자와 가깝다고 믿습니다. Girl dancing in the sky Yes, I let myself trust in the words of men And I became an object of derision. I so admired your cold, dark eyes then, But I was looking for love beyond your vision. Maybe you thought of me as a feeble soul, Unworthy of a man’s admiration. So why did you play such a loving role Then abandon me to denigration. This one-way love won’t drive me mad; I won’t lose my head and go insane. I can’t live without you – yes, that’s bad. But I won’t beg you to caress me again. I’ll do my best to sustain my dignity. How can the ignorant know my value? The one true judge is the Almighty I’ll live well with no regrets for you. And if my poetry earns acclaim I’ll bring Kyrgystan glory and fame. I am an unbowed warrior, me. I believe I’m close to vic ◆ 사긴 베르키날리에바(Sagyn Berkinalieva)= 1974년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났으며 2014년에 키르기스스탄 작가연맹에 가입했다. 키르기스스탄 작가연맹 회원, 중앙아시아 작가 연합 및 유라시아 창작 길드 회원이며 북미작가연맹 키르기스스탄 지부장이다. 오페라 클래식 작품에 관심이 많아 가끔 오페라를 부르며 무대에서 공연했으며 시낭송가이기도 하다. 사람의 본질과 내면세계를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매우 특별한 시인으로 유명하다. 시집으로 ‘Girl Dancing in the Sky(하늘에서 춤추는 소녀)’ ‘A leaf covered with dust(먼지로 뒤덮인 나뭇잎)’, ‘Z Dancing in the Sky(하늘에서 춤추는 Z)" 등이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 점괘(漸卦) 점(漸)은 점차, 차츰차츰 뜻이다.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을 끌어올려 향상시키려 하는 것을 비유한다. 특히 자신의 도덕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향상은, 단번에 이룰 수 없다. 차례대로 첨차 나아가야 한다.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실어주는 것(厚德載物)’을 배워야 한다. 부단하게 자아를 향상시켜 목표를 실현하여야 한다. 조급하게 무모하게 돌진(突進), 분별없이 나아가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 전환기 때마다 난관에 부딪치지만 이외의 높은 곳까지 문명의 불꽃을 향상시켜서 신기원을 창출하였다. 거대한 전환기는 조그마한 변화에서 기원하였다. 하찮아서 말할 가치도 없는, 보잘 것 없는 기점에서 무한한 노정을 이끌어내어 다양하면서도 찬란한 역사를 엮어왔다. 기점이 만사만물을 배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기점이 무궁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무한한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에 발단만 보유한다면 모든 것은 공허하다. 다시, 완전한 기점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뚜렷하고 명백하게 착실하고 성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밟아가면서 탐색하지 않는다면 어찌 내일의 찬란함이 있다고 말하겠는가? 인생길에서 기점이 낮은 것은 대수롭지 않다. 순서에 따라 차츰차츰 진행하고 조금도 느슨하게 하지 않고 끝까지 견지해 나가며 세월이 쌓이듯이 날을 거듭해 나간다면 결국에는 낮은 곳에서 이상적인 피안으로 올라갈 수 있다. 『주역』은 말한다. “점(漸)은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이 길하니, 곧음이 이롭다.” 무슨 말인가? 여성이 시집갈 때 혼례 예절에 따라 순차로 행하는 것과 같이 일을 순서 있게 점차로 진행해 나가면 된다. 군자가 높은 산에 있는 나무가 점점 커다랗게 성장하는 상황을 보면서 덕행을 수양하고 사회의 풍모와 예절, 관습을 개선시켜 나간다. 일을 할 때 순서대로 점차 진행하여야 한다. 너무 조급하면 왕왕 서두르게 되고 일을 그르친다. 속히 이루려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 결국 아무런 수확이 없게 된다. 끊임없이 자아를 향상시키려면 목표를 정하고 순서대로 점차 진행하듯 일을 해나가면 된다. 목적 달성에 급급하지만 않는다면 마침내 성공하게 될 것이다. 순서대로 차례차례 일을 진행하고 견실하게 일을 해나가려면 조급한 심리를 벗어나야 한다. 조급함에 대처하는 첫 걸음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정확하게 자신을 평가하여야 한다. 주위에 능력 있고 뜻이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타인은 자신처럼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자. 어떻게 되든 간에 두각을 나타내려고만 하지 않으면 된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지향점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좋은 운이 있다하여도 결코 조급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일이 진선진미(盡善盡美)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목표를 너무 높이 잡는 것을 피하려거든 모든 일이 진선진미하기를 바라지 마라. 첫째, 간명, 아담, 안정, 질서정연한 환경을 마련하여 정신적 긴장, 우울, 심리적 압박을 완화시키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조를 선택해 방을 장식하자. 아름다운 시로 장식해도 좋다. 풍경화도 좋다. 서정적이 음악이 흘러나와도 좋다. 둘째, 일하는 데에 질을 강구하자. 너무 숫자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개인의 정력과 능력은 한계가 있다. 지나치게 욕심 부리면 감당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 감당할 수도 없으면서 욕심만 내면 왕왕 마음이 번거롭고 정신이 산란해진다. 바빠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게 된다. 급하게 이루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순서 있게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 한 가지 일을 정확하게 완성하는 것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 셋째, 구체적이 일을 안배할 때에는 여지를 남겨두자. 예를 들어 3일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이 있다할 때 4일이란 여유의 시간을 안배해 보자. 그 사이에 다른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바빠서 두서없이 일을 처리하다 조급해지는 경우는 없게 된다. 오후 2시까지 처리가 가능한 일을 상대에게 승낙할 때에도 오후 3시까지 할 수 있다 얘기해 보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는 있겠으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여 난처한 지경에 빠지지는 않게 된다. 이외에 고독을 즐겨라. 적막함을 이겨내라. 현대인은 대부분 화려함을 쫓고 번화한 것을 즐긴다. 적막함이나 고독을 참지 못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창조적인 업무, 대대로 전해지는 명작은 대부분 적막한 환경, 고독 속에서 완성되었다.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은 『민중의 적』에서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란 고독하고 혼자 사는 인간이다.”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장기적인 이익을 중시한다. 단기적인 향유를 버리고 큰 이익을 위하여 종사한다. 그런 일은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우면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야기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에서, 유일하게 멀쩡히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이며 시작한다. 아파트 주민과 생존자들의 갈등이 생기고, 주민 중에서도 ‘자가주민’과 ‘전세주민’을 나누며 사회의 궂은 면을 보여준다. 영화 내용 중 법률적 쟁점이 되는 줄거리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대지진 발생 후 기온이 영하 26도까지 이르는 이상저온 현상이 발생하고, 생존자들이 혹한을 피해 황궁아파트로 몰려든다. 생존자들은 아파트 복도, 공동현관에서 생활하다가, 한 생존자가 아파트 호수를 차지하기 위해 아파트 주민을 찌른 뒤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일을 계기로 아파트 주민은 주민회의를 통해 생존자들을 추방하기로 하고 물리력을 행사하여 추방한다. 시간이 지나고, 추방된 생존자들은 진열을 갖춰 황궁아파트로 진격하고 주민들을 살해한 뒤 아파트를 차지한다. 대지진 발생 직후, 아파트 주민이 아닌 생존자들이 아파트로 들어가도 괜찮은 것일까? 매정하지만, 어찌 됐든 타인의 주거지로 허락 없이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닐까? 형법에는 영화에서처럼 현존하는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원칙, ‘긴급피난’이 있다. 긴급피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하지 않는다. 외부인들이 혹한을 피해 아파트에 무단 침입한 것은 현존하는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임은 분명해 보인다. 작품에서 아파트 침입의 방법을 제외하고는 혹한을 피할 방법이 없어 보이고, 아파트 침입으로 보호되는 이익(생존자들의 생명)과 침해(아파트 주민들이 주거의 평온)를 비교해보면 보호되는 이익이 질적으로 우위에 있으므로 침입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생존자들은 주거침입이라는 행위를 하였으나, 위법성이 조각되어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아파트 주민들이 외부인들을 추방하는 행위는 어떠한가. 아파트 외부는 영하 26도이며, 아파트 외에 혹한을 피할 장소는 없어 보인다. 결국, 이들을 추방하면 외부인들은 사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외부인을 추방하였으니 살인죄가 될 것인가. 아니면 외부인들을 ‘죽이기 위해서’ 추방한 것은 아니므로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인가?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그 유명한 ‘미필적 고의’다. 아파트 주민들이 외부인들을 추방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외부인들이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였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로 추방한 것이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추방행위와 외부인들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문제 될 수 있겠는데, 양자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 추방 당시 외부인의 건강상태 등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될 것이다. 외부인들이 아파트로 돌진하며 주민들을 살해하고 아파트를 차지한 것은 어떤가. 여전히 긴급피난으로 의율되어 살인죄의 죄책을 면할 수 있을까. 주민들에 대한 살인으로 침해되는 이익(생명)과 보호되는 이익(생명)이 질적으로 동등하므로 긴급피난의 상당한 이유가 결여되어, 살인죄의 죄책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형사법 관점에서 영화를 살펴보았으나, 당연하게도 법률 쟁점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아니다. 영화는 재난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관객에게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다. 외부인을 바퀴벌레라 칭하며 ‘방역’을 해야 한다는 아파트 주민, 반대로 외부인을 몰래 숨겨주는 주민, 아무런 조건 없이 다친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약탈하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사람 등을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처벌은 법의 문제이지만 법 이전에 인간에게 다가오는 건 도덕과 양심이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