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담을 위해 찾아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하지도 못하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연을 자주 접하게 된다. 당사자는 그 과정에서 느꼈을 억울함과 황망함을 끝없이 쏟아낸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 하지만, 정작 그런 사실관계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상당하다. 우리 모두 당장 축의금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금이 없어 급하게 빌린다거나, 지인 물건을 잠깐 빌려 썼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사소한 일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모두 법률행위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자질구레한 법률행위까지 모두 계약서, 각서, 차용증 등의 문서를 써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굳이 문서로 그 내용을 남기기 애매한 일상적인 법률행위의 범위는 모든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럽게 상대방에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런 사실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차용증을 쓰자’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여 찜찜한 마음으로 돈을 빌려줬다면, 말을 꺼내지 못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도움을 드리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나 못 믿어?’, ‘우리 사이에 그런게 필요해?’, ‘일단 급하니깐 나중에’라며 문서 작성을 회피하면서 일단 먼저 빌려달라고 하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사실, 빌린 돈을 제때 갚을 사람이라면, 차용증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개인적으로, 차용증 작성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돈을 제때 갚을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이라는 추상적인 이유로, 차용증 작성을 끝까지 거부하는 사람에게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빌려준 돈이 얼마인지, 언제까지 그 돈을 갚을지를 표시한 문자메시지 또는 카카오톡이라도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도 좋다. 가장 흔한 대여금에 대하여 먼저 이야기했지만, 금전 대여가 아니더라도 계약서는 당연히 필요하다. 일을 며칠 도와주면 수고비로 얼마를 지급하겠다거나, 물건을 빌려 쓰고 돌려줄 때를 정하는 경우 등, 정확하게 정해두어야 하는 사항이 있다면 반드시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정해졌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세상이 팍팍하니 사람을 믿지 말고, 모든 것을 기록해두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당사자 간에 발생할지 모를 분쟁을 예방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겉과 다른 속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장치가 당사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물론, 계약서가 있더라도 억지를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과 엮였다면, 어쩔 수 없이 소송을 통하여 내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소송과정에서, 계약서는 아주 든든한 내 무기이자 방패가 된다. 제대로 작성된 계약서만 있다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로부터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아주 수월하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증거다. 이런 계약서를 굳이 필요없다며, 쓰지 말자는 사람은 다른 꿍꿍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항상 조심해서 속상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 여괘(旅卦) 여(旅)는 외출하다, 집을 떠난다는 뜻이다. 자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을 때 밖에 나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아를 연마하면서 점차 성숙해 진다. 기술이 낙후됐으면서 밖에 나갔거들랑 돌아오시라. 선진 경험을 얻어 자신을 위하여 쓰라. 시계, 식견이 넓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오늘 날 세계는 개방의 시대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보고 기량을 닦아야 한다. 현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낡은 것을 답습하는 전통 관념을 없애야 한다. 시장 관념과 치부(致富) 의식을 수립하여야 한다.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용감하게 뛰쳐나가 세상을 돌아다녀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나그네가 거처하고 물자(物資)와 도끼를 얻으나 내 마음이 유쾌하지 않다.” 무슨 말인가? 몸이 타향에 있기에 잠시 외지에 머무니 안거할 수 없다. 자기를 발전시키는 길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하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낡은 자동차가 임시로 길가에 서있다.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다. 차에 탄 사람들이 초췌한 기색으로 멍하니 앞을 보고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멀리 떠나는 것인가? 그런데 귀가(歸家)하나 원행(遠行)을 하나 기본적으로는 사실은 하나다 : 그들은 길 위에 있다는 것이다. 귀가한다면 그들은 이전에 집을 떠나 원행했었다는 것을 말한다. 원행은 집을 떠났다는 말이 된다. 밖에는 광대무변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는 간난신고가 가득하다. 위험이 충만하다. 그러면서도 다채롭고 자극적이다. 외면의 세계는 시야를 넓혀준다. 자신을 키우고 발전시킨다. 바깥세상은 늘 집을 떠나 멀리 떠나도록 유혹한다. 사람은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생명의 쾌감을 얻는다. 억누를 수 없는 허영심을 만족시킨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늘 외친다 : 가자, 나가자! 어쩔 수 없기에 집을 떠난다. 집이 그를 받아들일 수 없거나 그가 집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에 떠난다. 그의 마음이나 몸이 짓눌렸거나, 몸과 마음이 억압을 받았거나, 떠날 수밖에 없었기에 떠난다. 멀리멀리 떠나간다. 그렇기에 인류에게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집에서 뛰쳐나가 동행이 되어, 고된 여정을 겪고 지치고 초췌해졌던 이야기가 생기지 않았던가. 사람의 눈에는, 마음속에는 늘 앞쪽이 있다. 앞쪽 상황이 불명확하다. 안개 속의 달처럼 몽롱하고 물속의 부스러기처럼 가물거린다. 그런 불확정성이 오히려 앞쪽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을 조장한다. 앞쪽은 사람을 흥분시킨다. 행동하게 만든다. 취한 듯 홀린 듯한 상태로 빠져들게 만든다. 창망한 앞쪽에서 자신에게 앞으로 오라는 종소리와 마음을 격동시키는 북소리를 들려오는 듯, 사람들은 피곤함도 모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세상에는 길이 생긴다.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더 먼 곳까지 가기 위하여 배를 만들고 차를 만든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낡은 자동차도 길가에 서있는 것이다. 길은 집과 연결돼 있다. 사람들은 길을 빌어 앞쪽으로 나아가며 유랑한다. 예부터 인류는 유랑하기를 좋아하였다. 당연히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유랑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유량은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운명이기도 하다. 운명은 사람을 길 위에 세워놓는다. 사람들은 한 평생 집밖을 나서보지 않았거나 먼 길을 떠나보지 않았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돌아갈 집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들도 끝도 없는 길 위에 있다. 넓은 들판은 망망하다. 사방이 텅 비어 있다. 눈앞과 마음속에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 놓여있다. 노신은 얘기한 적이 있다.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어렵고 없는 것이라 얘기하기도 어렵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희망만 가지고 있다. 노력하지 않고 추구하지 않으면 그 희망은 ‘원래부터 있다고 얘기가 어렵다.’ 희망이 있으면 그 희망을 위하여 게을리 하지 않고 분투하면 그 희망은 ‘없는 것이라 얘기하기도 어렵다.’ 희망을 향하여 쫓으면 새로운 생활이 다가온다. 우리 인생길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게 간난신고다. 간난신고의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경험이 생긴다. 지혜가 쌓인다. 방향이 보인다. 자기 개척의 길이 열린다. 『주역』은 말한다. “나그네가 자잘하니, 이는 그 재앙을 취함이다.” 무슨 말인가? 길 위에서 심할 정도로 쩨쩨하고 옹졸한 것은 자신이 부른 재앙이다. 그렇기에 인생의 길에서는 절대 쩨쩨하거나 옹졸하지 말아야 한다.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 올바르게 서야 한다.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 감히 나아가고 감히 뛰어들고 감히 견뎌내야 한다. 나아갈 수 있어야 발전이 있다.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어야 세상의 앞 열에 설 수 있다. 이 방면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온주(溫州) 사람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온주 사람은 장사를 잘한다고 알고 있다. 산을 끼고 바다에 연해있어 개방적인 정신, 모험적인 정신을 가지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주 사람은 고생을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있는 곳에는 온주 사람이 있다. 시장이 없는 곳에는 온주 사람이 나타난다. 감히 밖으로 나아가는 것은 온주 상인이 성공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온주 사람들은 자랑삼아 말한다. “공기가 통하는 곳이라면 발전을 추구하는 온주 사람의 그림자가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쟁… - 사비아사치 나즈룰(Sabyasachi Nazrul) 전쟁, 계획된 공격, 계속되는 갈등 무고한 국가를 파괴의 가장자리로 몰아넣었고, 인류를 파괴한다! 평화를 위한 외침, 오늘도 모든 곳에서 기도하나니 나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하고,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탄약 무기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힘조차, 권력, 오만함마저도 이것은 폭력적인 범죄, 오만의 과시이다 모든 성과는 손실되고, 영혼 또한 무감각하게 되어 침묵한다. 위선적인 이기주의의 정치는 오늘 어디에나 있다. 바다에서, 땅에서, 폭약 공격은 순진한 여성과 어린이의 생명을 빼앗아가고, 죽은 영혼의 비명이 흩어진다. 인간 의식의 힘은 무기에 대해 움직이지 않고, 심연에 빠져든다; 왜, 어떤 목적을 위해 귀중한 순진한 사람들의 피가 흘러나가고 빼앗기는 것인가, 왜, 왜? 어린이들, 여성들, 노인들은 당신의 총알로 몸이 부서져 얼어붙어 침묵한다. 왜, 누구의 이익을 위해 도시들, 마을들, 붐비는 항구들, 건축물이 파괴되고 있는가? 무엇이 경쟁인가? 지배하고, 무기를 팔고, 또는 재능을 낭비한다; 왜, 왜, 왜 차분하고 유순한 행동을 하는 순진한 가축들조차도 얼어붙어 피에 물들어 죽어가는가? 오 전쟁의 군주여, 어리석은 자여, 하이에나여, 갱단이여, 괴물이여, 너 불쌍한 아이, 천한 자여; 왜 당신은 땅을 파괴로 가득 채우고 싶어 하는가? 당신은 낭비된 태아의 피로 만들어졌다. 아! 가족들은 흩어져 가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땅에서 울며 행렬한다, 총알 부족, 폭탄, 전쟁의 충격으로 영원한 영혼의 유대가 서로 떨어진다. 피를 흘리며 축하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 대규모로 무기에 투자한다, 대지, 인생, 청춘, 사랑이 파괴의 길을 달리고 있고, 이것은 당신의 책임이다. 오늘은 무한한 바다에 파도도 없다, 순진한 남성과 여성, 어머니와 어린이, 노년의 하늘 찢어진 비명, 눈물은 심지어 바다조차 패배시켰구나! 은하계는 멈췄고, 비교할 수 없는 달빛도 희미하고, 별들도 응답하지 않는다; 나는 해가 지는 때를 알고 있다! 먼지와 연기로 덮여 있다. 새의 소리는 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새들의 둥지, 벌레와 나무, 동물의 서식지, 산소의 저장소, 숲들도 파괴되고 있다; 나는 평화를 원한다. 평화가 없다! 독수리의 검은 눈은 예리하고 폭력적인 발톱을 가지고 있다… 주여, 이렇게나 큰 피해, 이렇게나 많은 파괴, 이렇게나 많은 피, 이렇게나 많은 눈물, 위대한 창조주의 창조를 위한 물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전쟁… 전쟁… 전쟁… 전쟁… The war… (By Sabyasachi Nazrul) A war, a planned attack, a continuous conflict brought an innocent nation to the brink of destruction, Destroying humanity! Cry for peace, Prayer is universal today, I want peace, not war, we want peace! Ammo weapons won't last long Not even power, power, arrogance This is a violent crime, a show of arrogance All gains are losses, souls are also emotionless, silent. The politics of hypocritical egoism is everywhere today By sea, on land, The attack of the ferocious dinosaurs is taking away the lives of innocent women and children, the flying song of the dead soul. The powers of Man's consciousness are immovable to arms, sunk in the abyss; Why, for what purpose the blood of precious innocent people is spilled, taken away, why, why? Children, womens and old people are lying frozen silent with his body shattered by your bullets. Why, whose interests are arranged cities, towns, busy ports, architectural destruction today? What is the competition? Dominate, sell weapons, or waste talent; Why, why, why are even the calm, well-behaved, innocent domesticated animals lying frozen, bloodied, dying? O warlord, stupid, hyena, bandit, monster, you bastard child, part of a harlot; Why do you want to make the land full of destruction? You are made of the blood of a wasted fetus. Ah! Families are scattered and scattered, refugees abandoning their happy and beautiful lives, crying in other people's lands, Shorts of bullets, bombings, At the impact of the wars are the bonds of eternal souls leave each other. Celebrating bloodshed, massive investment in arms to prevent war, Earth, human life, youth, love are running on the path of destruction, this is your responsibility. The endless sea is wave less today, Innocent men and women, mothers and children, the sky-splitting cries of old age, tears defeat even the sea! The galaxies have ceased, the incomparable moonlight is dim, the stars are unresponsive; I know when the sun goes out! Covered with dust and smoke. The song of the bird's voice will not last longer, The nests of birds, insects and trees, the habitat of animals, the reservoir of oxygen, the forests are also destroyed; I want peace, no peace! The black eyes of the vulture are sharp and violent claws… Lord, so much damage, so much destruction, so much blood, so much tears, so much water to the creation of the great creator Who is responsible for this? A war… war… war… The War… ◆ 사비아사치 나즈룰(Sabyasachi Nazrul) = 영어와 힌두어 사용이 가능한 국제 시인, 동기 부여 작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세계 평화 대사, 세계 평화의 상징 및 여러 상을 받은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44개 국제 언어로 번역되어 방글라데시의 국내 신문과 잡지에 출판되었으며 다양한 국제선집, 문학 저널, 62개 국가의 잡지에 게재되었다. 그는 21권의 공동 시집과 2권의 자신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는 데일리글로벌네이션(The Daily Global Nation) 영문 신문의 부편집자이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우리 나라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방어권의 행사 및 법륙적 지원을 위하여 피해자에게 국선 변호사를 지정해 준다. 나도 지난 1년간 피해자 국선 변호사로 활동을 해 오면서 수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을 접하게 되었고, 여러 종류의 성범죄 사건을 처리해 오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성범죄 중 유독 ‘강제추행죄’에 대하여 가해자의 입장에서 무죄를 주장하거나 실제로 위 혐의에 무혐의 또는 무죄가 선고되는 일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였던 이유는 최근까지도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그 성립요건으로 하는데, 이러한 정도가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일 것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스킨십을 한다고 강제추행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피해자가 항거가 곤란할 정도로 폭행 또는 협박을 한 상태로 만져야만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1983년도부터 적용된 법리(대법원 1983년 6월 28일 선고83도399 판결)로 현시대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현시대에서는 과거보다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더 존중되고 있고,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더욱이 중요시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인격권과 행복 추구권은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로 하고, 그에 파생되는 성적 자격결정권은 개인의 인격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므로 사생활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적 행위를 할 권리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개인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위와 같은 제반 사정 등을 참작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40여년간 이어져 온 위 법리를 변경하였다.(대법원 2023년 9월 21일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따르면, 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면서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로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만지기만 하여도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만 할 것이다. 뒤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성범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강제추행죄에 대한 법리가 현시대에 맞게 변경된 만큼, 우리의 법감정과 성인지 감수성도 이에 맞게 변해야 하고, 더욱더 유념하여 행동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감사하는 마음은 심리적 안위가 아니다. 현실 도피도 아니다. 아Q식 정신승리 방법은 더더욱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생활을 노래하는 방식이다. 생활에 대한 사랑과 희망에서 비롯된다.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에게 실패했을 때 격차를 보게 한다. 불행을 당했을 때 위로와 안심을 얻게 한다. 따스함을 얻게 한다. 난관에 도전하려는 용기를 북돋아준다. 더 나아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동력을 선사한다. 각도를 바꾸어 인생의 실의와 불행을 보게 해준다. 생활 속에서 시시각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은 영원히 건강한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완미한 인격과 진취적인 신념을 가지게 한다. 물속에 조그마한 백반(白礬)을 넣으면 모든 찌꺼기를 응집시킬 수 있다. 우리 마음속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양하면 많은 경박, 불안을 응집시켜 많은 불만과 불행을 없앨 수 있다. 우리는 부모가 우리에게 준 생명에 감사하여야 한다.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인생을 체험하게 해줬잖은가. 스승이 우리에게 준 지혜에 감사하여야 한다. 우리 내면을 충실하게 해줬잖은가. 친구가 우리에게 준 우정에 감사하여야 한다. 우리 생명의 여정에서 고독을 벗어나게 해줬잖은가. 순탄하지 못하여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여야 한다. 우리를 발전시키고 강대하게 만들어준 적에게 감사하여야 한다.…… 즐거움의 두 번째 특징은 선한 일을 하는 것이다. 착한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결과가 있다. 죄는 지은 대로 가고 덕(德)은 닦은 대로 간다. 결과가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착한 마음을 가지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미래에 반드시 아름답게 된다. 인생이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는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을 도와주면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려있다. 인생에 가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즐거움이 자연히 많아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갈 지는 개의치 말고 그저 변함없이 착한 일을 하기만 하면 뒤따라오는 것은 즐거움이요 확대돼 오는 것은 행복일 지니. 그럼 충분하지 않은가. 즐거워하는 사람의 이유는 모두 같다. 즐거워하지 않는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가 있다. 당신의 인생이 휘황찬란한 시기에 들어섰거들랑 더더욱 선한 일을 하여야 한다. 이 사회를 위하여 무엇인가를 할 것인가를 생각하자. 국가에 무엇을 공헌할 것인가를 생각하자. 후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하자. 이것이 사상의 경지를 높이는 것이다. 인생 가치의 약진이다. 후세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위대한 사업이다. 자기 사업을 크게 확장하는 것과 후세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을 연계시키면 ‘겸제천하(兼濟天下)’할 수 있다. 사업에 대성공을 거둔 이가성(李嘉誠) 부부는 모두가 알다시피 자선가이며 불교를 배우는 거사다. 3천 몇 백만 홍콩달러를 기부해 ‘이가성호리안노원’을 건립하였다. 점지가 약 1천5백 평방미터로 몇 백 명의 노인을 모실 수 있었다. 이가성은 홍콩과 대륙에 복전을 널리 심었다. 거금을 들여 불상을 만들었고 사찰을 지었으며 다리와 도로를 깔았다. 교육을 일으켰고 의료시설을 지원하였다. 연구비를 찬조해 문화발전에 기여했으며 난민 구조에 앞장섰다. 자선사업이요 보시였다. 이가성의 좌우명이라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충분히 자기 능력을 펼칠 수 있을 때가 되면 사회에 공헌하여야 한다.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야 하고 비교적 좋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 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평생에 변하지 않는 사명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것, 애국애민은 공덕무량이다. 사실이 증명하지 않던가. ‘겸제천하’하면 천시, 지리, 인화를 얻을 수 있고 이에 따라 후세에 은혜를 베풀게 되고 사업이 흥성하며 사회가 화목해지지 않던가. ***** 豊卦 ䷶ : 뇌화풍(雷火豊) 진(震: ☳)상 리(離: ☲)하 풍(豊)은 형통하니, 왕이어야 이르니, 근심하지 않게 하려면 해가 중천에 있듯이 하여야 한다./ 풍(豊)은 형통하니, 왕이 이르러 근심하지 말고 해가 중천에 있듯이 하여야 한다.(豊,亨,王假之,勿憂,宜日中.) 「단전」에서 말했다 : 풍(豊)은 큼이니, 밝음으로써 움직이므로 풍성하니, ‘왕이어야 이름[王假之]’은 숭상함이 큰 것이고, “근심하지 말고 해가 중천에 있듯이 하여야 함”은 마땅히 천하에 비추어야 하는 것이다. 해가 중천에 있으면 기울고 달은 차면 이지러지니, 천지가 차고 비는 것이 때에 따라 사그라지고 불어나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며 하물며 귀신에 있어서이겠는가?(彖曰,豊大也,明以動,故豊,王假之,尙大也,勿憂宜日中,宜照天下也.日中則昃,月盈則食,天地盈虛,與時消息,而況於人乎,況於鬼神乎.) 육이는 가리개[부(蔀)]가 풍성하여 대낮에도 북두성을 보며, 가면 의심과 미움을 얻으리니, 믿음을 갖고 감동하여 분발하면 길하리라.(六二,豊其蔀,日中見斗,往,得疑疾,有孚發若,吉.) [傳] 풍괘(豊卦䷶)는 「서괘전」에 “돌아갈 곳을 얻은 자는 반드시 커지므로 풍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물건이 돌아가 모이면 반드시 그 큼을 이루므로 귀매괘(歸妹卦䷵)의 뒤에 풍괘로 받았으니, 풍(豊)은 성대하다는 뜻이다. 괘는 진괘(☳)가 위에 있고 리괘(☲)가 아래에 있으니, 진괘는 움직임이고 리괘는 밝음이다. 밝음으로 움직이고 움직여 밝게 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성대함을 이루는 도이다. 밝으면 비출 수 있고 움직이면 형통할 수 있으니, 그런 뒤에 성대하고 큼을 이룰 수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현재사로서의 역사 “우리는 오로지 현재의 눈을 통해서만 과거를 조망할 수가 있고,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도달할 수가 있다.” E.H.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는 역사는 과거와 미래의 대화라고 했다. 이런 인식 속에는 모든 역사는 현재사라는 베네데토 크로체의 역사의 개념이 숨어 있다. 콜링우드는 역사를 과학으로 생각했다. “과학이 무지(無知)로부터 출발하여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역사는 과학이 된다.” 그래서 역사는 ‘행해진 것(res gestae)’, 즉 과거에 행해진 인간의 행동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역사를 과학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수많은 상상력 더미로 덮이지만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늘 사실(事實)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해석(interpretation)의 문제가 따른다. 우리는 흔히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소설 쓴다’라고 한다. 소설이 상상적 허구(imaginary fiction)라는 점에서 꾸며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는 현실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행위와 사건의 결과라는 점에서 증거로 말하는 사실이 있고, 그 사실은 각 문서와 편지, 전적, 비석, 사진, 영상 기록 및 증언, 기억술이 있다. 콜링우드는 역사의 목적을 인간의 자기인식에 두고 인간이 무엇을 했으며, 따라서 인간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데 역사의 가치를 두었다. ◇ 역사에서 기원이라는 말 뿌리가 없으면 줄기도 없고 꽃을 피울 수 없게 된다. 살아가는 방식이 바로 이 뿌리로부터 나온 의식일 것이다. 뿌리란 근원이다. 이 근원에는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세상에 시작 없는 출발은 없다. 어디에서 출발하건 시작하면 멈추든 간에 멈춘 그 자리까지의 결과에 대한 성과가 있기 마련이다. 모든 것에 목적까지의 거리가 목표가 된다. 하기야 너무 길면 부러지기 쉽고, 너무 짧으면 이르지 못하는 곳이 있다. 그래서 적절하게 마디가 생기면서 천천히 다음 단계로 이동하며 커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과정(process)이라고 여기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과정에는 실패와 좌절이 따른다. 그러나 우리 역사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우리 인류세(Anthropocene)가 호모 사피엔스의 실험적인 장(場,camp)들이 모여 만든 결과이고 그것이 지금의 아름다운 세계를 만든 것이다. 세계는 공간이다. 공간은 우리 앞의 눈에 보이는 세계이다. 시간은 그 공간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고 여전히 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을 같이 사유하지 않으면 결코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인간에게는 탄생이라는 시작이 있고, 죽음이라는 유한의 끝이 있다. 여럿의 손자가 태어날 때가 되면 부모가 돌아가시고, 이어 자신의 순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순환 속에서 개인의 시작의 의미가 새로 생겨난다. 죽은 고목이 썩어서 새싹이 나고, 물이 있음으로써 해류라는 흐름이 있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기원, 곧 시작이 있다. 이 사물의 기원에 대한 생각은 헬레니즘 시대 에피쿠루스학파의 시인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rus, 기원전 99~기원전 55)의 인식처럼 “자연은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부터 다시 만들며, 다른 것의 죽음으로 도움을 받지 않는 한 그 어떤 것도 생겨나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물은 사물에게서 시작된다는 진화의 의미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원(起源)이란 맨 처음이라는 의미를 말한다. 이 기원이 있기 전에는 모든 것을 ‘자연 상태(status naturalis)라 불렀는데 자연 상태란 말 그대로 온갖 문명이 없는 상태에 있는 인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자연 상태란 매우 곤궁한 상태였다. 도구의 기원에서는 인간이 손을 사용하게 되면서 삶을 위해 선택한 것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나무, 돌, 뼈를 가짐으로써 최초의 도구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도구들은 사용했던 경험으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는데 보강하거나 다른 것을 발견하면서 대체(substitution) 되고,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1차 변형과 자유변형이 일어나며, 또 지식이 늘어남에 따라 교차변형(Cross Mutation)이 일어나면서 도구의 진보가 있게 된 것이다. 미술의 시작은 작은 조약돌에 새겨진 얼굴이었다. 사람들은 이 얼굴을 최초의 미술품이라고 불렀다. 1925년 어떤 아마추어 고고학자가 남아프리카의 마카판스가트(Makapansgat) 동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종의 잔해가 있는 층위에서 붉은 갈색의 둥그스름한 벽옥을 찾아냈다. 그것은 길이 8cm, 폭 7cm, 높이 약 4cm에 250g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돌로서 연대가 300만 년이나 된 것이다. 그 돌은 평평하게 닦인 면에 눈 2개, 입 하나가 새겨진 얼굴이었다. 종교의 기원 또한 애니미즘(animism)이 시초였으며, 정령이라고 말해지는 비인격적 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애니미즘(Animism)이란 정령신앙(精靈信仰)과 비슷하며, 해, 달, 별과 같은 천체나 돌, 바위와 같은 암석, 수목, 숲, 샘, 우물, 연못, 내, 강, 바다 등 자연물에 신격을 부여하여 자연현상을 영(靈)과 생명의 작용으로 해석하려는 원시적인 종교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애니미즘이란 자연계의 만물에는 영성과 생명력이 존재한다는 세계관을 말하는 것이다. 종교의례로 보이는 최초의 매장된 사람 유골은 1823년 1월 윌리엄 버클랜드 목사가 영국 남부 웨일즈의 스완지 시에서 서쪽 15km 떨어진 가위(Gower)의 ‘염소동굴’을 탐사하던 중 그 속에서 조가비와 동물 이빨, 그리고 뼈들과 함께 유골을 발견했다. 버클랜드는 부장품을 토대로 머리 없는 유골이 매장자세로 놓은 여성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녀의 뼈는 검붉은 색으로 물들었는데 시신을 감쌌던 천이 썩으면서 물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시신 옆의 작은 조가비들과 동물 뼈로 만든 고리들, 3~10cm 길이의 앏은 상아 막대 등도 역시 같은 색이었고, 시신 주변의 흙도 같은 붉은 색이었다. 그 후 이 유골은 ‘파빌랜드의 붉은 유골(Red Lady of Pavilland)’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 여성은 약 스무 살 정도의 나이에 죽어 그 동굴에 매장된 가장 오래된 호모사피엔스의 한 표본으로 판명되면서 추상적인 종교의 기원에 대한 가설 이후 가장 오래된 종교의 증거가 되었다. 기원에 대한 애매한 개념을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 1886~1944)는 “먼 옛날의 사실을 가지고 최근의 사실을 설명하려는 태도는 마취 상태에 이를 만큼 우리의 연구를 지배해 왔다”라고 하면서 “역사가들이 공통적으로 숭배하는 가장 특징적인 이 우상은 ‘기원(origins)’이라는 고정관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기원’이란 단어는 그 의미가 모호하고 무언가 분명하지 않다”라고 했다. 사실 우리는 맨 처음 시작한 것에 대해서 신비하게 들리는 마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것을 아무도 생각지 않을 때 처음 누군가가 시작했다는 것은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르크 블로크의 표현대로 “그것은(기원)은 단순히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는 두 가지로 기원을 설명한다. 첫째, “대부분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점이라는 개념 자체가 특히 파악하기 힘든 것이므로 이를 따로 제쳐 놓는다면 이 ‘기원’이라는 말과 의미는 어느 정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기원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에 관한 문제이지만 사람들이 그것의 정의를 내리는 일을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둘째, 반대로 기원이라는 단어를 ‘원인’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 묻고 있는데 본질상 원인을 탐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어를 정의 내리는 것’과 ‘원인을 탐구하는 것’이라는 이 두 가지 의미로는 ‘기원’의 의미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혼란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용어로 볼 때 ‘기원’이란 “원인 이유를 설명하는 발단”이라는 뜻이거나, 더 나아가 “설명하기에 충분한 시작”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마르크 블로크는 바로 여기에 모호함이 있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역사적 시간은 편의상 각 시대구분으로 설명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원은 한 사건이 등장하는 시작, 또는 하나의 개념이 새로운 의미를 갖는 지점을 말하는 것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최근 역사에서 ‘디지털 시대’라는 말과 같이 과거에는 없었던 개념이 새로 열리는 그 시간의 시작점을 찾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일 때는 발단이 되고, 또는 인류세라는 용어의 개념을 처음 주장했던 인물이 첫 발표시점을 개념의 기원이라는 의미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괴테가 말한 “현재란 없다. 단지 변화만 있을 뿐이다”라는 표현처럼 마르크 블로크의 말대로, 현재의 과학이라는 것도 매순간마다 ‘과거의 과학’으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늘 시작이지만 늘 과거가 되며, 과거 또한 현재에서 그 얼굴을 확인할 수가 있게 된다. 기원은 맨 처음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인 시간 속 간극에서 새로 생기는 분절된 마디에서 출발하는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김정숙, 『연표로 읽는 서양미술사』, 현암사, 2021. 레오나르도 다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북』, 장 폴 리히터 편집, 루비박스, 2015,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강대진 옮김, 아카넷,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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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길 - 나탈리 비소(Natalie Bisso) 나는 거리로 나가네 - 하얀 길로 그 길은 내 문 앞에 흰 리본처럼 휘감겨 있는데, 휘감김은 탄생부터 마지막 장례식까지, 그리고 가슴에는 모국의 운명에 대한 우려가 있네. 모든 민족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고, 그들은 자유를 위해 영원히 싸우고, 누군가는 천국을 갈망하며 진실을 죽이고, 어떤 이는 보상을 위해 팔리고 있네. 누군가는 배신하고 인생에서 사라졌지. 조국, 사랑하는 사람, 모든 친구와 이웃, 어떤 이는 그가 태어난 곳에서 도움을 주었고 그는 단순한 삶을 살았고 부끄러워하지 않았지. 나는 비슷하거나 다른 많은 운명을 보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세기를 살 수는 없어. 평화롭고 조화롭게. 불안이 가슴에 불타오르네. 사람을 위해, 지구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겠어. 하얀 리본이 하얀 길을 휘감고, 오직 하나님과의 대화가 없지. 모든 사람에게는 의지와 행복과 자유가 주어졌지. 푸른 금고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 당신은 금과 돌을 가지고 가지 않을 거야. 전 세계가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게 한다면, 도로가 빨간색과 흰색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집, 조국, 하나님에게 돌아갈 수 있네. WHITE ROAD I go out into the street - white road It curls like a white ribbon from my doorstep, Curls from birth to the last trizna, And in the chest there is concern for the fate of the Motherland. Whole nations live their lives, And they fight forever for their freedom, Who thirsts, killing the truth, Someone is being sold for their reward. Someone, betraying, crossed out of life, Homeland, loved ones, all friends and neighbors, Someone came in handy, in the same place where he was born, he lived a simple life, lived and was not ashamed. I see a lot of destinies, similar and dissimilar, Not every century can live its own, In peace and harmony. Anxiety burns in my chest. I will pray to God for the people, for the Earth. A white ribbon winds a white road, Only there is no dialogue with God. Everyone is given will, happiness and freedom, The doors of the blue vault are open to everyone. You won't take gold and stones with you, Let it sound all over the world yes another opinion, If the road is red and white, You will return to your home, Homeland and God. БЕЛАЯ ДОРОГА Выхожу на улицу - белая дорога Вьётся белой лентой с моего порога, Вьётся от рожденья до последней тризны, А в груди забота о судьбе Отчизны. Проживают жизни целые народы, И воюют вечно за свою свободу, Кто-то рая жаждет, убивая правду, Кто-то продаётся за свою награду. Кто-то, предавая, вычеркнул из жизни, Родину, любимых, всех друзей и ближних, Кто-то пригодился, там же, где родился, Жил простой он жизнью, жил и не стыдился. Много вижу судеб, схожих и не схожих, Далеко не каждый век прожить свой может, В мире и согласье. Жжёт в груди тревога. За людей, за Землю помолюсь я Богу. Белой лентой вьётся белая дорога, Только не выходит с Богом диалога. Всем даётся воля, счастье и свобода, Всем открыты двери голубого свода. Не возьмёшь с собою злато и каменья, Пусть звучит по миру дa другое мненье, Коль красна делами белая дорога, Возвратишься к дому, Родине и Богу. ◆ 나탈리 비소(Natalie Bisso) = 시, 소설, 수필, 작곡을 넘나들며 13권의 작품집을 발간하였다. 그녀는 180권 이상의 국제 선집의 공동 저자이다. 그녀의 시들은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다른 나라의 세계문학예술 활동에 참여하여 은 배지를 받은 세계문학예술명예상을 받았다. 국제 문학 협회 ‘크리에이티브 트리뷴(MLATT)’의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문학과 예술 발전을 위한 국제 아카데미의 학자로 ‘국제 러시아 문학 아카데미(MAPC)’의 학자이며 ‘국제 과학 예술 아카데미(MANI)’의 회원이다. 또한, ‘북아메리카 작가 연합(WRITERS UNION OF NORTH AMERICA)’ 명예 회원, SPCA 독일 지부장, ‘국제 작가와 공연자 연합(ICAI)’ 회원이며 ‘Cámara Internacional de Escritores & Artistas 및 CIESART 세계 협의회(스페인)’ 회원, 국제 작가 연합(ISP) 회원, 현대 시 진흥을 위한 지역 공공 재단 "SVETOCH" 회원, 국제 작가 길드(독일) 회원, 국제 작가와 홍보인 협회 회원, 유라시아 창작 길드(런던), 중국문학 국제출판 고문(후베이성 문예계 연맹), 국제대회 심사위원, 국제창의인류포럼(IFCH) 대사(모로코), 유럽이사회 회원 및 인터컨티넨탈 협의회 회원 자문 위원회 RINASCIMENTO-RENAISSANCE Millennium III(이집트); "Thousand Minds for Mexico" 명예 회장 및 독일(멕시코) 국제 심사위원단, 스페인어 작가 연합(UXE) 명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 문학 및 음악 대회에서 여러 차례 대상을 받았으며 여러 특별 국제상을 받았는데 유네스코가 후원한 ‘러시아의 황금 깃털’이라는 이름의 MAESTRO의 직함과 시의 대가라는 칭호 수상을 비롯하여 400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 그녀의 노래는 라디오 "Radar", "Recital", "Phoenix", "WE ARE TOGETHER", AUTORADIO, Radio OK, Radio NG, Talent Park, Ocean+, 비디오 프로젝트 "Intrigue show"에서 공연되었다. 그녀는 ‘Artist TV’채널의 TV 프로그램 참가자이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제주도에는 제주도만의 법이 있다. 무슨 제주도의 관습이나 제주 지역사회에서 통하는 관례를 비유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반적으로 ‘제주특별법’으로 불리는 법률이다. 제주도에서 거주를 가지고 생활하면, 직간접적으로 제주특별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주특별법은 제481조까지 규정한 방대한 법률이며, 그 밖에 시행령, 세부적인 조례까지 더하면 업무상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관련 법령을 찾아 그 의미를 유기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특히 제주특별법은 제주도의 종합적인 개발과 보존에 중점을 두고 있기에 토지의 이용과 개발에 관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제주도가 좋아서, 혹은 사업목적으로,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서 제주에 내려왔다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토지에 손을 대었다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예전에 맡아서 진행하게 된 사건이다. 사건 당사자는 제주시 조천읍 바닷가에 위치한 임야를 구입하였다. 그 토지는 절벽 부근이어서 전망이 좋았기에 당사자는 가족들을 위하여 목재 데크와 테이블을 설치하여 휴식 공간을 마련하려 하였는데, 바닷가와 인접한 지표면이 무너질 것처럼 부실하여 개인적으로 골재를 구입하여 공유수면 일부를 매립하는 방식으로 이를 보강하였다. 이를 지켜본 이웃주민이 제주시청에 고발하였고, 이후 시청 담당공무원이 당사자에게 연락하여 해당 지역은 ‘절대보전지역’이어서 허가 없이 매립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된다고 하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당사자는 건물을 신축하는 것도 아니고, 붕괴의 위험성이 있는 본인 소유 토지의 일부를 자비를 들여 매립하는 것인데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에 대하여 납득할 수가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제주특별법은 ①한라산·기생화산·계곡·하천·호소·폭포·도서·해안·연안·용암동굴 등으로서 자연경관이 뛰어난 지역 ②수자원과 문화재의 보존을 위하여 필요한 지역 ③야생동물의 서식지 또는 도래지 ④자연림지역으로서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지역 ⑤그 밖에 자연환경의 보전을 위하여 도조례로 정하는 지역을 ‘절대 보전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법 제355조 제1항). 이러한 ‘절대 보전지역’에서는 도지사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그 지역 지정의 목적에 위배되는 건축물의 건축, 인공 구조물과 그 밖의 시설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토지의 분할, 공유수면의 매립, 수목의 벌채, 흙·돌의 채취, 도로의 신설 등과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법 제355조 제3항). 당사자가 구입한 토지는 도조례로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이었던 것이다. ‘절대보전지역’이라는 개념은 제주도에서 부동산 개발에 종사하거나, 건축을 진행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생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누군가 신고를 하여 사건으로 불거지게 되면 '안전상 붕괴의 위험성이 있다'라는 것은 토지 소유자의 주관적인 평가에 불과하다고 보며, 토지 소유자가 사전에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인접한 토지매립을 하는 방식으로 토지를 보강한 것은 ‘공유수면의 매립’에 해당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법 제473조 제2항 제1호). 실제로도 당사자는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되어 벌금형을 받게 되었다. 당사자는 재판에서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하소연하였다. 그리고 누가 이러한 법까지 아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법은 있었다. 제주도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이. 그리고 법률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 소위 ‘법률의 부지’는 처벌을 면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 풍괘(豊卦) ‘풍(豊)’은 웅대하다, 성대하다 뜻이다. 성대할 때가 또 가장 쉽게 쇠퇴할 수 있는 때이다. 그렇기에 안목 있는 사람은 늘 거안사위(居安思危)한다. 성대할 때에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한다. 은혜가 후세에 두루 미치도록 조치를 취한다. 바로 “궁하면 홀로 그 몸을 선하게 하고 영달하면 아울러 천하를 선하게 한다.”1) 부귀해져 근본을 잃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태양은 빛을 사방에 늘 비춘다. 대지를 두루 비춘다. 대자연이 우리에게 준 은혜다. 우리의 사업이 성공해 활기찰 때, 은혜에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듯이 근본을 잊지 않아야 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여야 한다. 은혜가 후세에 두루 미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풍(豊)은 형통하니, 왕이 이르러 근심하지 말고 해가 중천에 있듯이 하여야 한다.” 여기에서는 풍족하고 성대한 것을 상징한다. 형통이다. 군왕은 천하를 성대하고 풍족하게 할 수 있다. 우울할 필요 없다. 걱정할 필요 없다. 태양이 중천에 뜬 것과 같다. 눈부시게 빛난다. 천하에 두루 비춘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동양의 미덕이다. 선행이 좋아서 보시하는 것 또한 동양의 미덕이다. 응당히 더욱 선양하여야 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당신이 원하기만 하면 된다. 오래전에 흉년이 들어 많은 사람이 밥도 먹지 못하자 도덕이 고상한 부자가 길을 따라 ‘죽 공장’을 세워 이재민을 구휼한 적이 있다. 그런 방법으로 아사자를 줄일 수 있었다. 오늘 날에도 그런 방법은 여전히 참고할 수 있다. 당신이 어질고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다면, 다른 사람보다 부유하다면, 분명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인간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진심이면 된다. 조그마한 마음을 내면 가난한 가족이 따뜻한 설을 맞을 수 있다. 당대 양생가 주학정(朱鶴亭)의 부친 주문빈(朱文彬)은 빈한한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마침내 청도(靑島) 일대에서 염업으로 거부가 됐다. 일생동안 대중의 이익을 위하여 열성을 다하고 의협심이 강했다.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데에 앞장서면서 장수를 누렸다. 임종 전에 아내와 아들에게 돈을 빌려준 장부와 계약서를 모두 가져오라고 한 후 친히 불을 붙여 없애버리면서 한 마디 했다. “사람의 일생은 일일삼찬이면 되고 잠자리는 팔 척 몸 눕힐 수 있으면 된다. 무엇이 귀한 게 있겠는가? 무엇이 이로움이 있겠는가?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백성에게 덕을 쌓으면 되고 ; 둘째로는 사직에 감사하고 민중에게 인을 베풀면 되며 ; 아래로는 부끄러운 마음 없이 남에게 선을 베풀면 된다.” 『맹자·양혜왕(하)』에서 말했다. “백성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백성 역시 그 즐거움을 즐긴다. 백성의 근심을 근심하는 사람은 백성 역시 그 근심을 근심한다. 천하로써 즐거워하고 천하로써 근심하고서 왕노릇 못하는 그런 사람은 있지 않다.” 세상에 부자는 부자가 된 이유가 있다. 부자가 된 후 근본을 잊지 않고 자주 더불어 세상을 구제하면 그 부귀는 오래간다. 『주역』은 말한다. “가리개가 풍성하여 대낮에도 북두성을 보며, 가면 의심과 미움을 얻으리니, 믿음을 갖고 감동하여 분발하면 길하리라.” 무슨 말인가? 그림자가 갈수록 커진다. 낮에 북두칠성이 나타났다. 집을 나서 보면 중대한 의심이 생긴다. 감은, 선량, 우애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림자에서 벗어나 길상을 얻을 것이다. 성대한 때에도 광풍과 폭우를 만날 수 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이때는 아끼지 말고 주머니를 열어야 한다. 선한 일을 많이 하여야 한다. 착한 일은 많이 하면 자기 마음이 즐거워지고 여러 뜻하지 않던 일들이 연기 사라지듯 흩어진다. 심리학자가 즐거워하는 사람을 연구하였다. 즐거움에는 이유가 있었다. 즐거워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총결하였다. 그 이유를 즐거움의 특징이라 불렀다. 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비교적 쉽게 즐거워했다. 다섯 가지 특징은 은혜에 감사, 자금 여유, 연결성이 높음, 신앙, 선한 일을 하는 것이다. 즐거움의 첫 번째 특징은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처세 철학이다. 생활 중의 큰 지능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순풍만 불지 않는다. 종종 실패를 맛본다. 어찌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에는 용감하게 맞서야 한다. 활달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이때에 덮어놓고 생활에 원망만 하면서 기가 죽고 맥 빠진 삶을 살아야 할까? 아니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야 할까? 영국 작가 새커리(William Makepeace Thackeray, 1811-1863)는 말했다. “생활은 거울이다. 당신이 웃으면 그도 웃는다. 당신이 울면 그도 운다.” 당신이 삶에 감사하면 삶은 당신에게 찬란한 햇빛을 하사한다. 당신이 감사하지 않고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듯이 모든 것을 원망만 하면 결국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게 된다. 1) “곤궁하면 홀로 그 몸을 선하게 했고, 영달하면 겸하여 천하를 선하게 했다.”(窮則獨善其身,達則兼善天下)(『맹자·진심(盡心)』)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다꽃… - 볼타예바 무나브바르(Boltayeva Munavvar) 재능있는 예술가의 작품, 희귀한 꽃, 아름다운 꽃, 멋진 꽃입니다. 물은 꽃의 색깔을 씻어내지 않나요? 바다 밑바닥에서 파랗게 피어나는 꽃. 다른 꽃처럼 살지 않아요. 밤낮으로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갈매기는 항상 흐름을 따라갑니다.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면… 바다꽃, 당신은 비밀이 너무 많아요. 바다의 비밀을 숨겼나요?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당신의 시트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나요? 나는 당신에게 노래를 썼고, 시를 썼습니다. 예술가들은 당신을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때로는 바다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해, 미안. 그들이 고의로 당신의 평화를 깨뜨렸군요. 당신은 보호받는 기적입니다 이 아름다움을 어디서 얻었는지 말해주세요. 오 바다의 꽃이여, 나는 당신에게 노래를 부릅니다.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그 구절은 끝나지 않을 거예요. Sea flower… Work of a talented artist, A rare flower, a beautiful flower, a wonderful flower. Doesn't water wash away the color of the flower? A flower that grows blue from the bottom of the sea. It doesn't live like any other flower, Sea lovers day and night... Seagulls always go with the flow. If you love him... Sea flower, you have so many secrets, Did you hide the secret of the sea? Because you are so beautiful? What is hidden in your sheet? I wrote you a song, I wrote you a poem. The artists drew you from the heart. Sometimes to test the patience of the sea, Sorry, they broke your peace on purpose. You are a protected miracle Tell me where you got all this beauty from. Oh flower of the sea, I sang to you. No matter how much I sing, the verse never ends. ◆ 볼타예바 무나브바르(Boltayeva Munavvar) = 우즈베키스탄 수르한다리야 주 출신으로 5권의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미국,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콰도르, 불가리아, 인도, 중국, 영국,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스페인, 말레이시아, 터키, 한국, 싱가포르 등에서 7권의 국제 사화집을 출간하였다. 90개 이상의 국제회의에 참여하였으며 50개 이상의 국제단체의 홍보위원으로 활동하였다. "Poética Universal Filial Uzbekistan" 부회장이며 우즈베키스탄 Wio Global Women Award Academy 홍보대사이다. Mighty Pens Award와 “WIO GLOBAL WOMEN AWARD 2023" 상을 받았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왼쪽으로 조금만 더!" "이만큼?" "좀만 더!" "됐어?" "응. 딱 맞췄어!"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 세상을 이루는 형태의 생(生) “삶은 형태이며, 형태는 삶의 방식이다. 자연 속에서 형태들을 이어주는 다양한 관계가 순전히 우발적인 사건에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스러운 삶이라 일컫는 것도 형태들 간의 불가피한 관계로 보인다. 따라서 형태가 없다면 자연히 삶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형태를 자연의 모든 삶의 근원으로 보는 이러한 앙리 포시용(Henri Pocillon)의 사유는 발자크(Honoré de, Balzac,1799~1850)의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형태이다. 그리하여 삶 자체도 하나의 형태이다"라는. 그렇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만물은 형태로 규정된다. 돌(石), 나무(木), 사람(人), 물, 눈(雪), 산소(酸素)마저도 형태를 이룬다. 눈에 보이는 형태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형태로 이루어내는 예술을 말함에 있어서 포시용은 어떤 미술작품이라도 형태적인 측면에서 파악되고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세계는 다양한 형태들의 전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개별 형태들은 서로가 물질·공간·정신·시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찾기도 하고, 인간 스스로의 사유활동에 의해서 찾아내는 아름다움도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 즉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형태들을 복제하는 것과 실제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 즉 순수한 인간의 정신 활동에서 나온 형태를 만드는 것이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자연의 형태든 순수한 창작의 형태든 이 형태들에는 각각의 물질적 재료들이 관여한다. 물질(物質, substance)은 물리학에서는 일정한 질량을 가진 대상을 말하는데 화학에서는 균일한 조성을 가진 순수물질과 2종 이상의 순수물질이 모인 것을 혼합물질이라고 한다. 물질은 구성성분을 이루는 구조가 있다. 화학자들에게 구조란 순수한 화합물에서 어떤 원자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고 공간에서는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가를 나타내는 말이다. 만일 하나의 암석에 성분이 다른 두 물질이 서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을 분별결정화(分別結晶化)라고 부른다. 광물(mineral)은 보통 금, 은, 구리 등 땅속에서 나온 모든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 광물은 규칙적인 결정구조와 일정한 화학 성분을 가지며, 자연적으로 산출되는 무기적(無機的) 고체(固體)로 정의 된다. 광물은 가장 흔하게 보이는 암석(rock)을 이루는 기본 블록(block)이다, 암석은 지구의 한 부분으로 자연적으로 산출되는 수많은 광물들과 비광물질로 이루어진 고체덩어리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석들은 광물질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광물을 포함한 모든 물질들은 원자라고 부르는 미세한 블록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물질의 특성은 원자로 구성되지만 원자는 다시 더 작은 부분들로 나눌 수 있다. 그것들은 다시 전자, 양성자, 중성자들로 구분되고 얼마만큼 더 작게 나눌 수 있는 지는 불확실하다. 그리고 물질이 어떻게 처음 생기는 지 정확하게 아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물질은 액체, 고체, 기체라는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모든 물질은 이 세 가지 중 하나로만 존재한다. 우리가 아는 물질을 공통적으로 구성하는 기본 입자 같은 것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성되고 사라지는 물질들 사이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공간은 무한히 작은 공간에서 우주로, 또는 그 너머로 연속적으로 확장된다. 돌은 고체이다. 화강암도 소금 결정 같은 결정체로 만들어지고 조면암 또한 무수한 사각의 결정으로 분해된다. 돌을 이루는 결정들 자체는 매우 단단한 것 같지만 그 결정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형성돼 있어 그 결정들 사이에는 간격과 구멍이 있기 때문에 미립자 사이의 결합은 사실상 그리 견고하지 않다. 물질의 특성은 그 물질의 구성 요소들이 이루는 형태와 그 구성 부분들의 결합 세기에 의해 결정된다. 그 구성 요소들이 견고하냐, 느슨하냐의 결합 정도에 따라 강한 물질인가 아닌가가 판명된다. 조각(sculpture)은 실재하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물체들에 대한 입체적이고 공간적인 재현예술이다. 조각은 스쿨페레(sculpe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며 ‘잘라내는’, ‘깎아내다’라는 의미를 말한다. 조각가들은 이 어원에서 보듯이 쓸데없는 재료를 떼어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재료를 덧붙이는 일도 한다. 덧붙이는 일인 소조(塑造)와 깎아내는 일(刻)을 합쳐 조소(彫塑)라고 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뭉뚱그려서 조각의 다른 표현으로도 쓰인다. 예술가가 사용하는 재료가 작업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재료의 성질상 사람마다 깎아내기를 선호하는 사람은 돌이나 나무 재료를 선택할 것이고, 덧붙이는 사람들은 찰흙으로 모형을 만들어 석고나 브론즈로 형상을 만든다. 또 현대 조각이나 설치미술에서 보듯이 개념적이거나 부피를 확장하거나, 또 부분들을 증축하며 이루는 것 등 조각은 매우 범위가 넓어졌다. 사실상 조각은 표면에서부터 심층으로, 그리고 심층으로부터 외부로 진행하는 두 가지 양식은 바로 재료의 특성으로써 규정할 수 있는 것이다. 조각은 의심할 여지없이 소묘에서 생겼고, 소묘는 평면을 소생시키는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소묘는 깊게 파여짐으로써 부조(浮彫)와 환조(丸彫)가 되었다. 소묘는 조각의 깊이를 더해 주는 형상을 만들어낸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사각형의 돌이 서 있는 사람으로 탄생한다. 그러므로 형태란 막연한 어떤 것일 수가 없다. 예술마다 각각의 재료가 형태를 따른다. 포시옹의 말대로, 예술가의 정신 속의 형태는 붓, 크기, 면, 선(線)의 행로이자 반죽된 그 무엇이며, 색칠해진 그 무엇이고, 한정된 재료 속에 있는 덩어리들의 배열이다. 형태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며, 형태 자체가 사물이라는 것은 아니다. 형태는 촉각적인 것과 시각적인 것을 끌어들인다. ◇ 동자란 무엇인가 동자는 어린아이(兒童)이다. 같은 말로 동치(童稚), 소사(小士)라고 한다. 아이는 천진무구하고 해맑은 모습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동자의 머리 모양은 두 가닥 쌍계(雙紒)를 짓고 있거나 세 가닥으로 결발을 지은 머리, 그리고 땋은 머리나 풀어헤친 머리 모양 등을 하고 있다. 동자를 부르는 말에는 갓난아이를 적자(赤子)·영아(嬰兒)라 하고, 젖먹이 아이를 해동(孩童), 품에 안길 정도의 아이를 해포(亥抱), 네 살 된 아이를 소아(小兒)라 하며,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를 아동(兒童), 열 살 된 아이를 유(幼), 어리석은 아이, 혹은 아직 장가들 기 전 아이를 동몽(童蒙)이라고 한다. 맹자는 중국 고대의 어린아이를 ‘5척 동자(五尺之童)’라고 불렀다. 당시 5척이면 아이들의 평균 신장이었는데, 전국시대에는 아이들의 키가 1척에 23㎝여서 5척이면 1m 15㎝가 된다. 그러나 당·송대(唐宋代)에 와서는 ‘아이의 키가 5척 동자가 3척 동자로 바뀌었는데 송대의 1척은 약 31.7㎝이므로 아이의 키가 1m 15㎝인데 아이의 키가 전국시대보다 당·송대가 작아졌다. ◇ 동자석의 명칭 제주 동자석은 제주인의 와음과 변음의 발음으로 동제석, 동ᄌᆞ석, 동주석, 동제상, 동자상, 애기동자1) 등으로 제주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부르고 있으나 가장 일반적인 명칭은 ‘동자석’이라고 한다. 동자(童子)+석(石:돌), 즉 동자석은 돌로 만든 아이 형상이다. 돌을 깎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돌 조각(石彫刻) 유형이다. 그러니까 형식은 돌 조각이고 내용은 어린 아이(童子)가 되며, 범주는 현대조각 이전의 전통조각이 되고 조각의 성격은 유교의례용으로 수호적인 정면성을 보이고 있지만 여러 종교가 습합되었다. 동자석의 민속적 개념이 신당의 무속 기자석(祈子石)에서 유래하고 그 기자석이 마을 입구에 세워져 오가는 여인들이 아들 낳기를 바라고, 또 조선의 유교적 의례 전통에 기인한다. 동자석은 십자가, 꽃, 무속 기물, 뱀, 새, 까마귀, 오리, 숟가락, 젓가락, 술잔과 술병, 칼, 달거울, 창, 고리, 적(狄)꽂이 등 제주의 종교적 흐름과 연관이 있다. 도교 신선의 시중을 드는 아이〔侍童〕, 불교의 선업 동자, 무속의 기자석이나 동자석과 동자 판관, 유교의 학동(學童)이나 제사때 조상의 혼백을 대신하던 시동(尸童)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탄생한 석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연물이나 선조각(先彫刻:자연물에 부분적으로 가미한 조각) 형상은 언제나 사상에 선행하는데 자연에서 형태를 찾아 상징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또 동자석이라는 말은 왕릉의 난간과 난간 사이를 지지하는 ‘동자석주(童子石柱)’ 기둥이 세종 때에 등장하고, 자연석 입석을 ‘동자석(童子石)’으로 부른 것은 조선시대 선조 때에 나타나며, 그리고 ‘동자석인(童子石人)’이라는 말은 인조 때에 등장한다. 이와 같이 동자석은 도교, 불교의 석상, 왕릉의 난간 기둥〔童子石柱〕으로 불렀고, 또는 절간의 입구에 세우는 표석으로도 부르고 있어 조각예술로 개념적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는 제주도 무덤에 세우는 아이 형상의 석상만을 동자석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현재도 동자석을 골동품으로만 보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어서 미술관보다는 박물관 소장에 집중돼 있고, 연구자 또한 미술학적인 시각보다는 역사학 시각에서 다루다 보니 조각예술을 형태학적이고 미학적인 눈이 결여돼 조형성을 왜곡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조형에 대한 뎃생력과 구성력, 미학적인 분석이나 미술적인 안목없이 다루다보니, 사실적이면 걸작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무엇이 그 조형의 문제이고 서툰 것인지 의도적으로 고졸한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동자석은 옛 문헌에는 아이 형상으로, 동자석주, 동자석, 동자석인으로 혼용해서 쓰고 있었다. 그렇다면 동자석과 동자석인에 대한 용어 출현의 역사적인 기록을 보자. 『세종실록(世宗實錄)』 에는 동자석주(童子石柱)를 왕릉의 난간 사이를 받치는 돌을 말한다. 성혼(成渾 1535~1598)은, 사찰 가는 길에 “옛사람이 두 개의 큰 돌을 골짜기 가운데에 서로 마주 보도록 세워서 표시하였는 바, 수십 보(步)마다 이러한 돌이 있는데 이 돌을 동자석(童子石)이라고 하였다(古人以兩石相對立于谷中以誌之, 數十步必有一對, 名其石曰童子石).” 여기에 언급된 동자석(童子石)은 사찰 입구에 서로 마주 보게 세운 입석을 말하고 있다. 즉 사찰로 가는 경계 표시로써 불교 신앙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항복(李恒福 1556~1618)은 산릉(山陵)을 조성하는 역사(役事;노동) 가운데 항상 석역(石役:돌일)이 늦는 것을 염려하는 글에서 동자석(童子石)이라는 말을 썼다, “그 나머지 외면(外面)에 배열하는 문무석(文武石)·양마석(羊馬石)·망주석(望柱石)·동자석(童子石) 등은 결코 기한 안에 설치할 수 없는 형편인데 옛날에도 이렇게 해 놓았다가 성분(成墳)한 뒤에 추후 설치한 경우가 있습니다(其餘外面排列者如文武,羊馬,望柱,童子等石. 决不能及, 古亦有如此, 而追設於成墳之後者).” 『인조 실록(仁祖實錄)』 인조(仁祖) 4년(1626) 2월 3일 기사, 이정구의 말에 동자석인(童子石人)이라는 말이 나오며, 이정구(李廷龜, 1564~1635)의 『월사집(月沙集)』에도 한 쌍의 석인을 동자석인으로 대체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6년이 지나(1632) 왕릉의 석물 중 동자석을 다시 문석(文石:文官石)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고 왕이 이를 허락한다. 이후 정조(正祖) 시대의 기록들에 등장하는 동자석주는 난간 사이에 세우는 작은 기둥을 말하기 때문에 동자석의 석상 의미와 혼동이 되고 있다. 따라서 석인(石人)이란 무덤 앞에 세우는 돌로 만든 사람의 형상으로, 왕릉이나 양반 사대부 등 신분이 높은 사람의 무덤 앞에 세우며, 그 종류로는 문관석인(文官石人·문석(文石)·문석인), 무관석인(武官石人·무석(武石)·무석인), 동자석(童子石) 등이 있다. 무덤 앞에는 다양한 석물이 있다, 그 석물은 조선시대 무덤에 사용되는 민간 석재품(石材品)으로 동자석, 문석인, 무석인, 비석, 망주석, 혼유석, 상석, 토신단, 제절(除節)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동자석 금기(禁忌)라는 사뭇 다른 표현이 나온다. “(무덤에는) 절대 동자석(童子石)을 세우지 말 것이며, 다만 망주석(望柱石)은 세우지만 서민(庶民)에게는 금하는 법이 있다.” 라고 하여, 동자석이 양반 사대부의 신분적인 제약이 있는 석물이므로 산림에 사는 선비들은 사치하지 말고 검소하게 무덤에 동자석을 세우지 말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동자석은 정작 한양에서 멀어질수록 지방에서는 토호 향리층이나 돈 있는 서민들의 무덤에도 가문의 위세를 세우려는 기념물로 유행하였다. 특히 제주의 문석인은 복두를 쓰고 있고, 무석인은 돌하르방 모습으로 등장하며, 동자석은 댕기머리와 쪽진 머리를 하고 있어 육지 동자석과는 독특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 골동품으로 취급된 동자석 동자석이 터부가 있는 무덤이라는 “성(聖)의 영역에서 사고 팔리는 일상의 속(俗)된 영역”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일제 식민지의 골동상품으로 인식한 군국주의의 폐해였다. 식민지란 남의 나라 것은 함부로 수탈하고 자기 나라 것은 적극적으로 팔아먹는 시장구조였기에 한국의 석상들과 전통 유물들이 일명 골동품이 돼버린 것이다. 일제 강점기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와 같은 일본인들이 잠시 애잔함을 보이면서 식민지 조선의 골동품을 비감하게 수집하던 여파도 크거니와, 1970년대 초 새마을 운동으로 낙후된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되면서 골동품으로 취급된 계기가 마련되었다. 골동품이라고 하는 소유 개념이 유행하면서 서민들은 안목이 없었고, 돈푼깨나 있고 어깨에 힘줄 수 있는 사람들은 싼값에 끌어 모았다. 1970년대는 유력 정치인과 식자층이 고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호사(豪奢)했던 시절이었다. 새마을 운동은 근대화라는 기치를 걸고 농촌계몽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문화가치들을 일거에 정신 개조시키는 바람에 유물들은 한꺼번에 쓸모없이 버려지다시피 쏟아지면서 그 기회를 타고 골동품 시장은 인사동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실체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내고 물질은 여러모로 생각을 다각도로 헤아리게 만든다. 어떤 보석도 가치를 알지 못해 흙 묻은 채 놔두면 그냥 돌일 뿐이고, 보물마저 결코 알아챌 수가 없다. 순진 어리숙한 섬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1970년대를 전후로 무덤 석상들을 위시한 남방애, 문자도, 민화, 정주석, 궤, 허벅 등이 이때부터 대거 육지로 밀반출되었다. 동자석은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도 도굴돼고 있으며, 장묘제도의 급변으로 무덤의 남은 석물들은 파묻어버리거나 세간의 뜨락을 떠돌고 있다. 석상의 보물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순간이다. 동자석은 기껏 이장하지 않은 무덤에 겨우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에서 겨우 숨만 붙어있는 붕어와 같은(涸轍鮒魚) 신세”가 돼버렸다. 골동품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니 최근에는 소위 가짜가 부쩍 늘었는데 여기서 가짜란 무덤의 유물주소가 없이 새로 조작된 이미테이션 석상을 말한다. 그것을 판별할 줄도 모르고 무식한 기록으로 남게 되면, 미술의 역사가 조작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 제주도 초기 동자석 육지의 동자석인 경우 조선 전기에 해당하는 15세기부터 동자석이 등장하지만 초기 형태라 그런지 매우 고졸하다. 조선중기에 해당하는 17세기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여파로 말미암아 지배층에 대한 민중들의 불신이 확산되는 시기이며, 이에 위기를 느낀 지배층은 수령권을 강화하여 중앙집권화를 꾀하고 유교의 강고한 지배질서를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제주도 동자석은 17세기에 처음 등장하는 데 김만일 무덤과 아버지 김이홍 무덤에 있던 석물이 그것이다. 김만일 무덤의 동자석은 험상궂은 인상에 작은 손을 가슴 아래 모으고 있으며, 향을 꼽을 수 있게 작은 구멍을 뚫었다. 형태는 졸렬하면서 툴툴하고 둥그스름한 머리는 민머리를 하고 있다. 헌마공신 김만일 동자석의 편년은 1632년, 그가 타계한 연도로 추정할 수 있다. 김만일의 아버지 김이홍의 문석인과도 동일한 양식인 것으로 보아 아들 김만일의 석성을 조각할 때 여느 때처럼 윗대를 예우해서 만든 석상 임을 알 수 있다. ◇ 제주도 동자석의 양식적 독창성 동자석의 다음 7가지 기능은 필자가 지속적인 보완을 거쳐 구상된 것으로 제주도 무덤석물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숭배적 기능 : 사자(死者)에게 제례를 행하기 위한 공경(恭敬) ⦁봉양적 기능 : 영혼을 위한 심부름꾼, 정성으로 공양하는 시동(侍童) ⦁교훈적 기능 : 동심(童心)으로 수신(修身)하여 염치 있게 살라는 가르침 ⦁수호적 기능 : 사자(死者)를 악귀에서부터 수호하기 위한 임무 수행 ⦁장식적 기능 : 가문의 권위(權威)를 알리기 위한 무덤의 치장(治裝) ⦁주술적 기능 : 사자의 영혼을 위무(慰撫)하기 위한 종교·신앙적인 기능 ⦁유희적 기능 : 사자(死者)와 벗해 놀아주는 아이, 또는 말벗 제주도 동자석이 육지의 무덤 석상과 크게 다른 특징이 있다면 머리와 손에든 기물(器物)이다. ‘자(子)’가 남자와 여자를 모두 지칭하는 의미가 있으므로, 동자에는 남자 아이를 가리키는 동자가 있고, 여자 아이를 말하는 동녀가 있는데 이 차이는 머리의 모양에서 쉽게 구별된다. 필자는 2001년 ‘아름다운 제주석상 동자석전’을 열 때만 해도 풀리지 않은 것이 바로 여자의 쪽 진 머리였다. 동자석의 댕기머리는 동자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당시 만해도 동녀가 쪽 진 머리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쪽을 지었다는 것은 곧 혼인한 여자라고 생각하여 ‘시녀(侍女)’라고 임의적으로 기록했었다. 그러나 두 기 한쌍으로 세우는 석상의 형식상 동남과 동녀라는 의미는 맞았으나 동남과 시녀라는 개념이 영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 고서(古書)에서 마침내 겨우 그 의문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제주 어사로 왔던 이증(李增, 1628~1686)의 『남사일록(南槎日錄)』에는 제주 여자아이들이 쪽진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는 기록이 있어 눈이 번쩍 트였다. 지금까지 동자석 중에 동녀를 나타내는 쪽진 머리를 시녀(侍女), 또는 부인(婦人)으로 여겼으나 이증의 기록 때문에 제주에서는 어린 여자 아이도 쪽을 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는 길가에서 우뚝 서 바라보는데 남정들은 모두 가죽옷에 가죽 모자를 했고, ‘여인들은 비록 7, 8세 아이라도 모두 머리를 두 가닥으로 땋아 묶어 쪽을 지었다(女人則雖七八兒皆辮髮兩條爲髮髻)’.” 제주도 동자석의 독창적인 특성 중 손에 든 기물(器物)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 파격적인 동자석 동자석의 파격미는 우연이 아니다. 한 동자석에 구상과 추상 양식이 동시에 표현된 예는 전(全) 조각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 동자석은 수준 높은 조각임을 보여주고 있다. 손은 직선으로 매우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치 인간의 육체는 단순한 자연에 머물지 않고, 형태와 구조상 그 안에서 곧 정신도 감각적이고 자연적인 현존재로 나타난다. 사실상 정면성의 의례 조각이면서도 긴장하여 경직되지 않게 표현된 조각인데 얼굴 표현을 보면 이목구비가 균형이 잡혀서 살 오르는 볼 처리하며 표정과 시선이 매우 자연스럽고 앳띠어 생기가 돌고 있다. 이마는 알맞게 튀어나와 머리에서 턱까지 전체 균형이 타원을 이루면서 목 선(線)을 타고 부드럽고 은은하게 상체와 합치고 있다. 목은 보이지 않게 옷깃을 세운 채 어깨로 스미듯이 하나가 된다. 입술은 살짝 다물고 있어 오히려 튀어나온 듯이 보여서 야무지다. 귀는 너그럽게 보이도록 큰 편이어서 얼굴의 긴장감을 잡아준다. 어깨 아래 몸체는 하부로 내려올수록 약간 비스듬하게 처리돼 밋밋한 전면(前面)이 무게 중심이 필요한 것을 알고 넓은 직사각의 긴 띠로 처리하고 있다. 두 손은 단순한 기하학적 직선으로 처리하여 디테일하게 세부 묘사된 얼굴과 대조로 이룬다. 정교함과 단순함, 돌출된 운동과 조용한 평정(平靜)이 한 석상에서 이질적으로 부딪치지 않고 서로 교감하고 있다. 머리는 쪽을 지고 있는 동녀이다. 맞은 편 동자석은 얼굴이 선묘 중심으로만 표현돼 있는데 이 동녀석보다는 제작 형식이 단조로운 것으로 보아 제작자가 다른 사람일 수가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변정섭, 68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2000년 채록). <참고문헌> 게오르크 빌헬름 헤겔, 『헤겔의 미학강의』, 두행숙 옮김, 은행나무. 2012. 김유정, 『제주도 동자석 연구』, 제주문화연구소, 2021). 김유정, 『제주도 돌담의 형태, 구조, 미학』, 제주문화연구소, 2022. 로얼드 호르만,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이덕환 옮김, 까치, 2018. 로제 카이유와, 『일반미학』, 이경자 옮김, 동문선, 1999. 이돈주, 『중국의 고대문화』, 태학사, 2006. 이만영 편저, 『재물보2』, 남종진 옮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19, 李增 著, 『南槎日錄』, 金益洙 譯, 濟州文化院, 2001, Frederick K. 외, 『지질환경과학』, 함세영외 옮김, 시그마프레스, 2016. 크리스토퍼 윌리엄스, 『형태의 기원』, 고현석 옮김, 이데아. 2023. 힐데브란트, 『조형미술의 형식』, 曺昌燮, 옮김, 民音社, 1989.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