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 (금)

  • 흐림동두천 0.8℃
  • 구름많음강릉 4.6℃
  • 서울 2.5℃
  • 비 또는 눈대전 1.8℃
  • 맑음대구 2.3℃
  • 맑음울산 2.7℃
  • 구름조금광주 3.4℃
  • 맑음부산 5.3℃
  • 구름많음고창 3.3℃
  • 맑음제주 7.6℃
  • 흐림강화 1.1℃
  • 흐림보은 -1.2℃
  • 흐림금산 0.9℃
  • 구름많음강진군 1.3℃
  • 맑음경주시 0.0℃
  • 맑음거제 4.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24)] 인류 수명 연장의 강력한 무기 ... 항생제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켜준 혁신적인 과학 기술을 꼽는다면 항생제와 백신을 들 수 있다. 미생물에 대항하는 무기인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로 인간은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인간이 좁은 공간에 모여 살아도 감염병에 잘 걸리지 않게 하여 도시의 규모가 급속히 커질 수 있었다.

 

항생제는 우리 인체에 들어 온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물질로 세균성 감염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곰팡이를 죽이는 물질은 항진균제라 하고,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은 항바이러스제로 따로 분류한다. 항생제가 외부에서 들어 온 적을 죽이기 위해 투입된 무기라면,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강화시켜 우리 스스로 적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질이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많은 백신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백신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상세히 다룰 것이다.

 

 

인간은 무수히 많은 전쟁을 통해 서로를 끊임없이 죽여 왔지만 실제로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해 죽은 인간의 수가 훨씬 더 많다. 심지어는 콜롬버스가 신대륙으로 건너 간 대항해 시대 이후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 들이 몰살당한 원인이 스페인 군대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유럽인들이 전파한 감염병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인류를 가장 많이 죽인 세균과 바이러스로는 흑사병, 스페인 독감, 결핵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흑사병은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수천만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고,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 세계 인구 약17억명 중 약 5억명을 감염시켜 1700~5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결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을 가장 많이 죽여 온 감염병으로 지금까지 200여년 동안 결핵에 의해 약10억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현재도 매우 위험한 세균성 질병으로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이 2위(2022년 기준)이다.

 

이외에도 세균에 의한 감염병으로는 콜레라, 이질, 폐렴, 매독, 나병(한센병) 등이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수백년 전만 하더라도 세균성 질병 때문에 인간의 평균 수명은 30살이 안될 정도였고 태어난 아이 10명 중 3명은 한 살도 되기 전에 사망했다.

 

 

현미경이 없던 시대에는 세균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감염병의 원인을 신의 징벌이라고 여겨왔다. 나병(한센병)에 걸리면 죽지 않더라도 피부가 문드러져 외모가 흉측해지므로 문둥병이라고 부르며 혐오하기도 했다. 흑사병도 손과 발이 괴사하여 검게 변하면서 죽게 되는 신의 형벌이라 여겼다.

 

레벤호크가 세균을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발명하면서 세균 존재를 알 수 있게 되었고, 이후 과학자들은 미생물에 의해 병이 생기고 전파되는 것을 증명하였다. 감염병의 원인이 미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뾰족한 수는 없고 여전히 인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면역력의 차이에 따라 같은 미생물에 노출되더라도 병에 걸리는지 또는 죽는지가 결정되었다. 이에 인류는 백신과 항생제를 개발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맞서기 시작했다.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의 발견은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었다. 항생제가 없던 시대에는 세균에 의한 병에 걸렸을 때 자체 면역에 의해 치유가 되지 않으면 의사들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세균을 효과적으로 죽이는 물질을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에 의해 페니실린이 발견되었다.

 

황색포도상구균을 배양하던 배양 접시에 우연히 푸른곰팡이가 떨어져 자랐는데 그 주위에는 세균이 죽어 투명한 부분이 형성된 것을 보고 푸른곰팡이가 균을 죽이는 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페니실리엄(Penicillium)이라는 푸른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물질이라 하여 페니실린(penicillin)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이후 체인과 플로리가 페니실린을 추출하고 정제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거쳐 제품으로 대량 생산함으로써 인류 최초의 항생제가 탄생한 것이다.

 

이 공로로 체인과 플로리는 플레밍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페니실린은 제2차세계대전 말기인 1943년에 상용화되어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목숨을 잃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기적의 약이 되었다.

 

페니실린은 인간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내는 영웅이었고, 인류는 이제 세균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대부분이 생각했다. 하지만 몇몇 과학자가 우려한대로 페니실린이 발견된 지 불과 1년만에 페니실린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페니실린 내성균이 나타났다.

 

세균은 돌연변이를 통해 페니실린을 무력화시키는 무기를 만드는 유전자를 가지게 되었고 자기 후손에게 이 유전자를 넘겨주는 것은 물론 내성이 없는 다른 세균에게 전달해주어 내성을 갖게함으로써 페니실린 내성균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더 이상 페니실린이 항생제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인류는 메치실린, 암피실린, 세팔로스포린, 아목시실린, 카바페넴 등과 같은 수많은 고성능 항생제를 개발하여 감염병에 맞서왔지만 세균 역시 새로운 항생제에 적응하여 내성을 갖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다양한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갖는 내성균의 출현과 확산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폐렴, 결핵 등과 같은 세균성 질병이 불치병이 되는 항생제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하더라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의 출현은 인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연간 약 70만명 정도가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사망하는데 2050년에는 연간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환자나 기저 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면역력이 약하여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스스로 죽일 능력이 없는데 항생제마저 듣지 않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슈퍼박테리아는 아직까지 면역력이 센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는 아니고, 주로 장기간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위협이 되는 초슈퍼박테리아의 출현도 있을 수 있다.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항생제에 민감한 세균은 바로 죽지만 지속적인 항생제 노출로 인해 돌연변이를 겪은 일부 세균은 살아남아 증식하므로 항생제의 사용은 필연적으로 내성균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내성균의 출현과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항생제 남용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최근 줄어들고는 있지만 OECD 국가들 중에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실제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은 세균이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지만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가 요구하여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생제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해당 세균에 맞는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여 정확한 용량과 투여 기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①의사가 처방한 경우에만 항생제 사용하기, ②의사에게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지 않기, ③처방받은 대로 방법과 기간을 지켜 복용하기, ④감염예방 수칙 준수하기(손씻기, 예방접종 등)와 같은 ‘항생제 내성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물질이어서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에는 소용이 없고 이때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야 한다. 다만 바이러스는 세균처럼 독립적인 생명체가 아니라 사람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 증식하기 때문에 죽이기도 어렵고 죽이는 과정에서 인간 세포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설사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한다고 하여도 바이러스는 쉽게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내성 바이러스가 빠르게 출현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증식 속도를 늦추거나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역할을 하는데 바이러스마다 증식과 전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각 바이러스에 특화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대한 무기로는 백신이 효과적이고, 인류는 인간에게 큰 위협이 되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백신의 원리와 활용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추천 반대
추천
3명
100%
반대
0명
0%

총 3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2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