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공식품 포장 속 숨은 그림찾기’는 다양한 식품인증마크에 관한 것이다. 식품을 구입하다 보면 포장이나 용기의 한 켠에 동그라미나 네모 그림이 있고 그 안에 글자가 쓰여져 있는 인증마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인증마크의 정확한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좋다고 여기면서 제품을 구입한다.
식품인증마크에는 그 식품에 어떤 원재료가 사용되는지, 제조 공정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안전한지 등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똑똑한 소비를 위해서는 식품인증마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식품인증마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안전관리인증 HACCP이다. 우리 말로 해썹이라고 읽는 HACCP는 위해요소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약자다. 원재료부터 생산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이르기까지 식품의 안전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들을 미리 찾아내고 관리함으로써 식품의 안전을 확보하는 안전관리체계를 말한다. 즉 HACCP 마크를 달고 있다는 것은 원료에서부터 유통까지 까다로운 관리를 거친 안전하고 위생적인 제품이라고 보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HACCP 인증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오거나 식중독균이 검출되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HACCP 인증의 신뢰도 확보와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이렇듯 문제가 없지 않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HACCP 인증 식품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엄격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여전히 믿을만하다고 볼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으로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때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은 원료 구입, 제조, 포장, 출하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체계적이고 위생적으로 제조 및 품질관리가 이루어지므로 안전하고 품질 관리가 잘 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GMP 인증은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인증으로 일반 식품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마트에서 구입하는 많은 일반 제품에서 이 마크를 찾을 수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 우수관리인증)는 생산에서 판매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안전하게 관리되는 농산물 또는 농가에 주어지는 인증이다. 농산물은 재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농약, 중금속, 유해 미생물에 노출될 수 있는데, GAP는 최종 농산물에 위해 요소가 없거나 기준치 이하로 관리함으로써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인증제도다. GAP 인증마크가 있는 농산물은 그렇지 않은 것들에 비해 안전하다고 볼 수 있고 이력관리가 이루어져 추적이 가능하다.
GAP가 농산물의 안전한 관리에 대한 것이라면 농축산물을 어떻게 재배 또는 사육했는지를 나타내는 식품인증이 있다. 유기농(또는 유기농산물)은 최소 3년 동안 합성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퇴비와 같은 유기질 비료만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인증하는 것이다. 또한 무농약 인증은 합성 농약은 전혀 쓰지 않고 화학 비료를 소량(권장량의 1/3 이하) 사용하여 길러진 농산물에 해당된다.
매일 먹는 농산물의 잔류 농약이 걱정되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유기농이나 무농약 농산물을 애용함으로써 건강에 좋고, 친환경 농사 장려로 토양 오염을 막아 지속가능한 농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 인증을 받으려면 둘 다 사료에 항생제, 합성 항균제, 성장촉진제, 구충제, 호르몬제를 첨가하지 않고 가축을 사육해야 한다. 이 때 유기농산물의 기준에 맞게 생산된 유기사료를 100% 먹여 키우고 인증 기준을 지키면 유기축산물로 인증 받을 수 있고, 일반사료를 먹이면서 인증 기준에 따라 생산한 축산물은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 인증이 어떤 사료를 먹여서 가축을 사육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해당 식품이 안전한지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라면 동물복지 인증은 가축의 사육환경이나 시설을 인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동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의 원인이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대량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으로 알려졌고, 인도적인 가축 사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동물복지 인증 제도가 마련되었다. 동물복지 인증은 농장에서 사육하는 동물이 쾌적한 환경에서 타고난 습성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관리가 이루어지는 농장을 인증하는 제도다.
소, 돼지, 닭 및 오리고기, 우유와 달걀에 잔류하는 항생제가 걱정이라면 유기축산물 또는 무항생제 인증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고,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인도적인 차원과 국내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동물복지 인증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농축산물 생산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및 농자재의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저탄소 농축산기술이 적용되었다면 저탄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가 걱정되고 환경보존에 관심이 많다면 제품 선택 시 고려해 볼만하다.
가공식품에 대한 인증으로는 유기가공식품, 전통식품,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이 있다. 유기가공식품은 유기농축수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유통되는 식품을 말하는데 사용 원료부터 제조공정, 포장까지 관리체계가 기준에 부합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위해서는 물과 소금을 제외하고 유기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유기가공식품 인증마크가 있다면 일단 믿을만한 원료를 사용하여 제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식품 품질인증은 국내산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조리되고 우리 고유의 맛·향·색을 내는 우수한 전통식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이다. 전통식품품질인증 제도는 전통식품의 계승·발전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우수한 품질의 전통식품을 선택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와 유사한 식품인증으로는 전통주의 품질을 인증해주는 술 품질 인증이 있고, 전통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분야에서 뛰어난 기능을 보유한 식품명인을 지정하여 육성함으로써 전통식품 산업의 활성화를 꾀하는 식품명인 인증제가 있다.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은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많이 찾는 기호식품 중에서 안전하고 영양을 고루 갖춘 가공식품의 제조·가공·유통·판매를 권장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정해진 기준에 적합한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해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안전, 영양 및 식품첨가물 사용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일단 HACCP에 따라 관리되는 안전한 가공식품이어야 한다. 영양 측면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제외되고, 과채주스는 당류가 첨가되지 않아야 하며,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중 2가지 이상의 영양성분이 정해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식품첨가물로 식용타르색소(합성색소), 합성보존료 및 기타 화학적 합성품이 사용되지 않은 식품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집이라면 안전과 영양을 고려하여 어린이 기호식품 인증마크가 있는 식품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다뤄진 식품인증제 이외에도 다양한 인증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식품인증마크를 붙이고 있다고 해서 100% 믿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인증 식품에 문제가 발생하여 인증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완되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고 안전하고 우수한 식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세 편에 걸친 ‘식품 포장 속 숨은 그림찾기’를 잘 살펴봄으로써 식품 포장에 표시되는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여 똑똑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