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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9)] GMO란 무엇인가?

나이가 어느 정도 든 분들은 '칠갑산'이란 노래를 알 것이다. 가사가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삼베로 만든 홑저고리)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되는데 요즘 학생들에게 콩밭을 맨다는 의미를 물으면 대다수가 모른다. 콩밭 맨다(콩밭에 김을 맨다)는 콩이 잘 자라도록 잡초를 제거한다는 뜻이고, 베적삼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더운 여름에 일을 한다는 것이다.

 

콩밭에 잡초가 있으면 땅의 영양분을 놓고 서로 경쟁할뿐만 아니라 잡초가 빨리 자라 콩을 덮어버리면 햇빛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콩이 광합성을 할 수 없어 자라지 못하고 알맹이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잡초가 급속히 자라는 더운 여름철에 풀을 뽑는 것이다.

 

그럼 제초제를 뿌리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콩은 나무가 아니라 풀의 일종이기 때문에 뿌리가 깊지 않아 제초제에 쉽게 노출되어 잡초와 함께 죽게 된다. 조그만 밭에서야 몇 사람이 직접 잡초를 제거하면 되지만 수만평 이상 되는 밭이라면 엄청나게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인건비가 비싸서 사람을 쓰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 큰 땅덩어리에서 대량 생산되는 콩이나 옥수수는 어떻게 재배될까?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GMO로 알려진 유전자재조합 농산물이다. GMO 콩은 제초제에 내성을 갖는 유전자를 일반 콩에 유전자 조작으로 삽입한 것이다. 일반 콩은 제초제에 노출되면 그냥 죽어버리지만 GMO 콩은 새로 삽입된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단백질이 제초제에 견디게 해주기 때문에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GMO 콩을 심고 제초제를 뿌리면 더운 여름날에 콩밭을 맬 이유가 없게 된다. 옥수수의 경우에도 콩처럼 제초제 내성 GMO 옥수수가 있고, 또한 살충 유전자를 삽입하여 벌레가 옥수수 잎이나 열매를 갉아먹으면 살충 단백질이 벌레를 죽게 만드는 GMO 옥수수도 많이 재배된다.

 

GMO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약자로 유전적으로 변형된 유기체(생명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GMO는 생물체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를 취하여 그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생물체에 삽입함으로써 원래 가지고 있지 않은 성질을 나타나게 한 것이다. 건축에 비유하자면 유전자는 설계도이고 단백질은 설계도에 의해 지어지는 건물이나 공장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유전자(설계도)를 다른 생명체에 도입하면 그 유전자에 따라 새로운 기능을 갖는 단백질(건축물)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GMO는 식물 이외에도 동물에도 적용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GMO 동물을 식용 또는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GMO 농산물에 대해서만 다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GMO 농산물을 재배할 수 없지만 콩과 옥수수뿐만 아니라 카놀라(유채), 면화(목화), 감자, 알팔파, 사탕무 등 7종의 GMO 작물의 수입을 승인하고 있다. GMO 콩은 대부분 식용유와 간장 제조에 사용된다. GMO 옥수수는 주로 사료로 쓰이고 10~15%만 식품용인데 주로 전분, 올리고당, 당류 제조에 사용된다. GMO 카놀라와 면화는 카놀라유와 면실유 제조에 사용되고, GMO 사탕무는 설탕 제조의 원료로 쓰인다. GMO 알팔파와 감자는 아직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고 있다.

 

GMO 농산물의 장점으로는 가뭄저항성 작물, 이상기온에 저항하는 작물, 생산량 높은 작물 등을 만들어 열악한 환경에서도 농산물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기아문제와 식량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비타민 A를 함유한 쌀과 비타민 C 강화 과일 등 GMO 농산물을 통해 풍부한 영양소와 소비자 들이 선호하는 맛, 향, 질감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해충이나 질병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삽입함으로써 살충제와 같은 농약의 사용량을 줄여 환경 오염과 농민 건강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외에도 GMO 농산물은 수확량이 많고 병해충에 대한 손실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해지고 의약품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GMO 농산물에 대한 논란과 소비자들의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GMO 농산물은 도입한 유전자에 의해 새로운 단백질이나 물질이 만들어 지기 때문에 장기 섭취 시 이러한 것들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생화학적인 면에서 유전자와 단백질은 소화계를 거치는 동안 분해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원래 해당 농산물에 없었던 유전자와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한다.

 

해충저항성 GMO의 경우 살충 농약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지만 제초제 저항성 GMO를 재배할 때는 오히려 제초제를 많이 뿌리게 되어 환경 오염과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유전자 전이를 통해 제초제에 저항하는 슈퍼 잡초가 출현할 수 있고 작물 간의 유전자 전이와 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GMO 농산물의 개발과 상업화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므로 다국적 종자기업이 독과점을 형성하게 되어 종자 종속성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GMO 농산물의 안전성을 평가하여 입증된 것만 식품으로서 수입을 승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잊을만하면 GMO 농산물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가 알려지고 또 반박하는 주장이 반복되면서 GMO 농산물은 '안전하지 않다고도, 안전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식품에 GMO 농산물이 원료로 사용되었는지 표시하여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GMO 농산물이 원료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GMO 표시(유전자변형 OOO)를 해야 하지만, GMO가 가공 처리된 식용유(콩기름), 간장, 물엿, 카놀라유, 통조림, 음료 등에서는 GMO 표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식품용 GMO 농산물의 대부분은 식용유, 간장 및 당류 제조에 사용되는데 제조와 정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유전자와 단백질은 제거 또는 분해되기 때문에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한 것이다.

 

즉 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제조ㆍ가공 후 유전자나 유전자 변형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GMO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은 식품에는 Non-GMO(유전자 변형 식품이 아님)를 표시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쌀, 밀, 보리, 과일 등은 GMO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농산물에는 Non-GMO 표시 및 유사 표시를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쌀은 아예 GMO가 없는데 일반 쌀을 non-GMO 쌀로 표시할 수 있게 하면 표시가 없는 다른 쌀 제품을 GMO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에 콩, 옥수수와 같이 GMO 작물이 있는 경우에만 Non-GMO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GMO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과 대립이 이어지면서 대안으로 GMO 완전표시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MO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GMO 완전표시제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식품에 사용했을 경우 예외 없이 이를 표시하도록 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로 드는 것이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낮아 외국에서 많은 식량을 수입하고 있는데 GMO 완전표시제로 GMO 농산물을 기피하면 non-GMO를 수입해야 해서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GMO를 걸러내기 위한 검사 비용 증가와 새로운 표시로 인한 포장 비용 증가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된다.

 

학자들조차도 GMO 완전표시제에 대해 '불필요하다'와 '알 권리를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존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먹는 식품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소비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경제적인 문제와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혀있어 바로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GMO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GMO 표시제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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