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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 시즌 2] (7) 결정적 실수(?) ... 좁혀지는 수사망

 

 

“어둠의 무공, 마타도어 무공이 드디어 등장했어. 선거비무에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 근데, 문장이 살아 있어. 도무지 빈틈이 보이지 않아. 도대체 누구지? 제주무림에 이 정도 문장을 쓸 무사는 흔치 않은데 말이야.”

 

괴문자를 들여다보며 혼잣말하던 호검이 무릎을 쳤다. 무림플랫폼 애독자, 한평생 소설무공만을 수련한 콘치스검이 생각나서였다. 괴문자 문장을 한 자 한 자, 분해한 후 재조립하면서 그 속에 담긴 스토리텔링 기법도 찾아낼 수 있는 무사였다. 호검은 톡을 보내 긴급회동을 요청했다.

 

한식경이 지난 후였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에 2000원인 저비용 커피집에서 호검과 콘치스검이 마주 앉았다. 호검이 물었다.

 

“문장이 예사롭지 않아.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고, 호소력도 짙어.”

 

한참 동안 괴문자를 들여다본 콘치스검이 말했다.

 

“선거 선수무사군. 잘 봐. ‘영훈공은 사과해야 합니다.’라는 문장만 6번을 썼어. 전형적인 동어 반복 초식이야. 시(詩)무공에선 자주 쓰이지. 반복을 통해 운율을 만들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초식 말이야.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 듣는 상대무사는 세뇌될 수 있거든.”

 

“그렇네. 수만에서 수십만 무사에게 보내는 문자비용을 감안 하면 단 한 자라도 줄이려고 할 텐데 말이야.”

 

콘치스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렇고보니 순번에 그냥 번호를 적지 않고 대괄호를 쓰고 띄어쓰기까지 했어. 가독성을 최대한 고려한 초식이야. 근데, 대괄호는 자주 애용되는 문장부호가 아니잖아? 강조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절로 모르게 나온 습관일까?”

 

호검은 아이스아메리카노 얼음을 씹으며 물었다.

 

“소설무공에선 한 문장 초식만 봐도 금세 알잖아. 어떤 무사가 썼는지 말이야?”

 

“그렇지, 글씨체만 무사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문장에도 무사의 지문처럼 짙게 배겨 나오지. 문장 하나만 읽어도 버릇, 실수, 왁꾸(틀), 스타일, 철학 등을 한방에 알 수 있어. 조정래공과 황석영공, 이문열공, 요새 뜨는 김기태주니어검의 문장을 비교해 봐. 단박에 알 수 있지.”

 

호검과 콘치스검은 괴문자 읽기에 몰두했다. 100번을 읽으면 단서가 보일 수 있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리필한 후였다.

 

“찾았다!” 호검이 외쳤다.

 

“뭔데?” 콘치스검이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호검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것이었다.

 

 

“[5] 불통과 혼란으로 점철된 섬식 정류장, 오영훈 도지사는 사과해야 합니다. 여기에 뭔가 이상한 게 안 보이나?”

 

“맞아! ‘점철된’ 이 단어는 70·80년대생들은 좀처럼 쓰지 않는 단어야. 아직은 아기무사인 90년대생은 아닐 것이고, 은퇴를 앞둔 50년대생 무사들도 아닐 것이야. 그렇다면 괴문자 작성무사는 60년대생이 분명하군.”

 

“원숭이 무사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지. 전체 문장은 쉽고 담백하고 호소력 짙게 쓰다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어. ‘점철된’ 단어 말이야. 근데 ‘점철된’은 무슨 뜻이지?”

 

“내가 단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단어를 어떻게 알겠어. 네이버 사전 검색해 봐.” ▶점철(點綴)된=(일이나 사건 따위가 무엇으로) 서로 이어진

 

디저트로 치즈케익 하나를 먹어치운 콘치스검이 말했다.

 

“요새 캠프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를 보면 너무 올드해. 아무리 촌무림이지만 너무 한다고 싶었지. 새로운 무사가 혜성같이 등장한 거야. 어느 캠프에서 영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캠프 공보무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을 거야. 앞차기만 할 수 있는 무사들이거든. 공중제비차기, 다방향차기까지 가능한 새로운 공보무사가 등장한 거야.”

 

호검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잠시 명상에 잠겼다. 오랜만에 만난 의문의 무사, 무공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고수는 고수를 한 눈에 알아본다. 간절하게 대련 한번 해보고 싶었다. 고수와의 대련이 언제였던가. 하수들과의 대련으론 몸풀기도 못 했다. 호검이 비장하게 말했다.

 

“나 몹시도 궁금해. 어떤 무사인지 우리 추적 한 번 볼까? 연령대는 60년대생으로 좁혀졌어. 무림검색엔진으로 찾아보면 어디엔가 분명히 있을 거야. 이 정도 문장내공이면 곳곳에 뿌려 놓았을지도 모르지. 500자 정도 분량만 있어도 단숨에 알 수 있어. ”

 

한참을 눈만 껌벅이던 콘치스검이 나직이 읊조렸다.

 

“웬지 문장이 낯이 익어. 어디선가 분명히 읽었던 적이 있는 것 같아. 그때도 몹시도 궁금했지. 제주무림에도 이런 문장무사가 있었구나 하고 감탄했었지. 그때 그 문장이 뭐였더라. 도무지 생각이 안 나네.”

 

호검이 말했다.

 

“내일 이어지는 연재에는 셜록 홈즈 출신 기철검이 출연해. 국민의힘 제주도방 맹주지. 프로파일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총 하나는 잘 쏘아. 근데 직접 물어보기도 민망하고 말이야. 상도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제주 출생. 제주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2020년 제주작가회의 신인상(단편소설)을 받으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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