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상극이 아닌 조화의 정치를 하자”고 제주도정에 제안했다. 임시회 개회사를 통한 화해의 손짓이다.
구성지 의장은 3일 오후 2시 열린 제32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개회사에서 “하나로 모아지면 조화가 되고 둘로 갈라져 벌어지면 상극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며 “조화는 화합과 하모니를 이루게 되지만 상극은 갈라지고 부서지고 터지게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말부터 초래된 ‘예산삭감 파문’을 의식한 듯 “지금까지 도정과 의정의 관계도 이런 상극의 길을 걸어 왔다”고 전제, “도의회를 개혁대상으로 하고, 의원들을 폄하하는 시각, 협치예산 제안에 대한 일언지하의 거부, 새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의 잦은 언론플레이, 그리고 부동의에 이은 대규모 삭감 등 어느 한군데에서도 조화를 찾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논란이 불거진 1월 의회 사무처장 인사와 관련해서도 “그런 인사파동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극한 대립은 결국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해드려야 할 도민들에게 오히려 누를 끼치고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면서 존중하는 가운데 조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며 “그 조화로움이 제주를 위한, 도민을 위한 길이라면 우리는 다 내려놓고 새로운 자세로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희룡 도정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사기(史記)에 보면 ‘태산은 한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고, 하해는 한줄기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도정도 태산과 하해처럼 한줌의 흙, 한줄기 물줄기를 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의회가 도의 개혁 대상이 아닌, 진정한 대화와 협력의 상대로 받아들여 소통의 물꼬를 터 나가야 도민이 행복해지고 제주가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와 의회가 접하고 있는 현실국면도 진단했다. 구 의장은 “도청과 의회는 길 하나를 면하여 마주보고 있다. 손 내밀면 잡을 수 있는 거리”라며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이 한 몸은 될 수는 없지만 ‘제주의 미래’라는 명제 앞에서는 서로 손을 내밀어 맞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구 의장은 마무리로 “무지개는 비가 주는 선물”이라며 “비를 경험해야 무지개를 볼 수 있다. 단비, 시시때때로 오는 궂은비, 장맛비, 고통과 시련, 슬픔과 눈물의 비가 그치면 하늘에는 찬란한 무지개가 떠오를 것이다. 우리는 도민 여러분과 함께 찬란하게 떠오를 무지개를 기다리겠다”고 원 도정과의 유화국면을 기대했다.
구 의장은 개회 직전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지금으로서는 (문제해결 가능성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조기추경을 위해 실무논의를 5~6차례 진행했는데, 서로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면서 한 발짝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그간 도와 의회간 조기추경을 위한 실무협의 과정을 소개했다.
최근 도가 밝힌 추경편성을 위한 도민토론회·설문조사 방침에 대해선 “서로 설 명절 이전에 추경을 처리하자고 공감대를 형성, 시간에 쫒기고 있는데 돌연 토론회·설문조사를 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황금 같은 시간을 이렇게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도 도정과 의회에 대한 협력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강연호 의원은 " 집행부나 도의회 모두가 타협과 조정, 정치적 통합의 순기능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우선 2015년도 예산과 관련하여 "예산은 한정된 재원을 필요한 곳에 효율적이고 균형있게 편성되고, 합리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집행부와 의회의 견해차이로 인해, 순조롭게 편성되고,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집행부나 도의회 모두 도민이 맡긴 권력을 행사하는 대리인에 불과함을 함께 인식하고, 도민을 정책결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집행부와 도의회가, 예산의 편성과 심사에 이르기까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 나가야 하겠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연설에 나선 위성곤 의원도 "도와 의회 모두 대결의 정치를 내려놓고 협력의 정치로 나갈 것"을 촉구했다.
위 의원은 "원희룡 도정의 지난 6개월은 도민보다는 원칙과 기준만을 앞세운 기간이었다"며 "대화는 단절되고 플래시 앞 회견만이 있고 도와 도의회간의 신뢰는 바닥이 났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대화의 단절로 인해, 혹독한 대가를 우리 도민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위 의원은 "소통이 없으면 부모와 자식 간에도 싸움이 나고. 기업과 고객 사이에도 신뢰가 무너진다. 가정과 일터, 사회 어느 곳도 소통 없이는 온전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 의원은 이어 "2015년 예산사태와 의회 사무처장 인사 사태를 겪으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며 "정치의 당사자인 도지사와 도의회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대립의 정치를 걷어 치우고 협력의 정치로 나아가야한다. 그것만이 도민에 대한 도리"라고 협력을 강조했다. [제이누리=양성철.이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