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부결 처리했다. 마이크까지 끄게 만들고 원 지사의 발언도 중단시켰다.
제주도의회는 15일 오후 2시 제324회 정례회 5차 본회의를 열고 제주도가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결특위 수정가결안을 놓고 표결에 돌입, 최종 부결처리했다.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은 한 명도 없었고, 반대 36명, 기권 1명이란 압도적 표로 부결처리했다.
안건은 하루 앞선 14일 예산결산특위의 수정가결안으로 3조8194억원 규모로 편성된 제주도 예산안 중 408억300만원을 삭감, 용도를 재조정한 것이다.
구성지 의장은 본회의에서 전날인 14일 제주도정이 기자회견과 공개질의를 통해 ‘자치단체의 동의권’을 지적한 것을 의식, 원희룡 지사에게 수정예산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지금은 사업명과 예산액 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소요예산 산출내역이 있어야 그 예산의 쓰임새와 집행계획을 알 수 있다”며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작심한 듯 준비한 원고를 읽어나갔다. 발언을 지속하자 구성지 의장은 “마이크를 끄라”고 의회 직원에게 지시했다. 원 지사를 향해선 “경고한다. 퇴장을 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 지사의 발언이 지속되자 구 의장은 결국 정회를 선포했다. 마이크도 꺼졌다.
원 지사는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는데도 아랑곳없이 “지방자치법은 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는 증액 또는 신규 비목 설치를 불허하고 있다. 이는 타당성과 적법성을 검토해서 동의권을 행사하라는 것”이라고 발언을 계속했다.
10여분 간의 정회 뒤 속개된 회의에서 구 의장은 원 지사에게 거듭 ‘동의’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지금이라도 도민의 혈세인 예산을 신규 또는 증액해서 더 지출해야 될 타당한 이유를 최소한이라도 제시해주면 검토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항목별 동의 여부를 판단해 말씀드리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구 의장은 “동의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본다. ‘부동의’ 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곧바로 표결 수순에 들어갔다. 결과는 압도적 반대로 부결이었다.
구성지 의장은 폐회사에서 “도민 건의에 따라 도지사도 여기저기에 선심성 예산을 편성한 걸 의원들도 알고 있지만 전부 삭감하지 않았다. 의원들이 ‘손톱 밑 가시’ 같은 도민들의 민원을 반영해 증액한 걸 선심성이라고 매도한 것은 문제”라고 목소릴 높였다.
예산안 부결로 제주도는 예산안을 재편성해 다시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물론 의회도 재심의에 나서야 한다. 새로 제출되는 예산은 예결특위 재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재상정한다.
가결시에는 전체예산이 확정되며, 이 경우 집행부는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
재의 요구시 의회는 과반수 참석,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재의결, 예산으로 확정된다.
집행부가 이를 거부하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고, 예산은 전년도 준예산으로 집행하게 된다. 하지만 1995년 민선 1기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금껏 준예산 제도를 시행하거나 대법원에 제소한 사례는 없다.
도의회의 다음 회기인 제325회 임시회 회기는 18일부터 24일까지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어서 내년 예산이 ‘준예산’ 시스템으로 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