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다시 발끈했다. 원희룡 지사의 언론인터뷰가 화근이 됐다. 원 지사의 공개해명을 요구하며 의회 상임위 업무보고가 중단되는 등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지사가 지속적으로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는 의회의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어서 원 지사의 '미디어정치'가 새 국면을 만났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12일 오전 제327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 농축산식품국 소관 2015년도 주요업무를 보고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임위 업무보고의 화두는 다른 문제였다. 이날 오전 한 중앙 인터넷언론에 뜬 기사가 의원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인터넷언론 <머니투데이>는 이날 ‘생활 바꾸는 정치로 - 지방자치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연속기획보도 4편으로 원희룡 지사 인터뷰를 내보냈다.
의회가 문제삼은 건 인터뷰 내용 중 의회를 자극한 발언이다. <머니투데이>는 원 지사가 “예산개혁을 될 때까지 하겠다”고 면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단호함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원 지사는 특히 “도와 의회가 계속 충돌하면 행정공백이 올 수 있지 않느냐”고 기자가 우려하자 “도의원들의 지역민원 예산의 공백이 있을 뿐이지 행정공백은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머니투데이>는 보도했다.
원 지사는 또 "협치를 모토로 내걸었지만 같은 당 소속 도의회 의장과 왜 협력이 되지 않고 있냐"는 질문에 "의회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누려왔던 권한, 이런 것들에 대한 집착이 정당이라는 정체성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곧바로 의회에서 반격의 날이 세워졌다.
허창옥 의원(대정, 무소속)은 업무보고에 참석한 도 간부를 향해 “의회를 도대체 뭘로 보는 것이냐. 이런 상황에서는 업무보고를 받는 게 무의미하다”고 강한 반발의사를 보였다.
박원철 위원장(한림, 새정치민주연합)도 “도지사가 ‘예산개혁 될 때까지 한다’거나, ‘도의원들의 지역민원예산 공백이 있을 뿐이지, 행정 공백은 없다. 도정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업무 보고의 의미가 없다”고 업무보고 중단을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노골적으로 의회를 무시하는 발언을 중앙언론에 대고 하는 건 묵과할 수 없다. 지사가 출석해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며 원희룡 지사의 출석을 요구했다.
원 지사의 출석 여부에 따라 상임위 속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구설은 다른 상임위 자리에서도 이날 불거졌다.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 조례 심의 자리에서 고정식 위원장은 "목표는 도민을 위해서 아닌가. 원 지사가 의회를 압박하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의회도 나름대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며 "끝까지 간다면 우리도 끝까지 가겠다"고 날을 세웠다.
원 지사의 ‘미디어 정치’가 의회의 심기와 충돌하고 있다. 원 지사의 '미디어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지 관심사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