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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비괘(賁卦)

 

비(賁)는 문식하다, 꾸미다 이다. 정치, 경제 제도 등을 포함한 인류의 생활방식은 바로 인류의 문식이다. 그래서 인문(人文)이라 한다. 사람의 복장, 형상, 기질, 수양은 인문에 속한다. 바로 인문이 있기에 인류의 광범위한 교류와 소통이 있다.

 

몸가짐과 옷차림이 맞지 아니하면 어떻게 할까?

 

개인 형상은 점포의 외관과 같다. 개인의 형상이 좋고 나쁨은 사람 간 교제의 성패를 직접적으로 결정한다. 개인 형상은 자신이 끊임없이 노력하여 자신의 도덕수양을 충실히 높임으로서 반영된다. 그래서 옛 사람이 말했다.

 

“뿌리가 없으면 제대로 서지 못하고, 무늬가 없으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예기禮記·예기禮器』)

 

우리는 살면서 어느 지도자는 친화력이 강하고 어떤 사람은 붙임성이 좋아 모두가 그와 교류하기를 원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것이 개인형상이 비교적 좋다는 표현이다. 개인형상은 하루사이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개인형상은 세월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좋은 방면을 끊임없이 타인에게 드러내면서 좋지 않은 점은 점차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좋은 개인형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언행을 주의하여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비는 형통하니(고) 가는 것이 조금 이롭다.”

 

무슨 말인가? 문식(文飾, 문채:文彩)은 소통하는 까닭에 행동하는 데에 이롭다는 뜻이다. 『정씨역전(程氏易傳)』은 해석하였다.

 

“문채로 꾸미는 도는 광채를 더할 수 있기 때문에 나아가는 데에 조금 이로울 수 있다.”

 

바꿔가면서 일거수일투족을 타인에게 남기는 인상에 주의하여야 하는 것 이외에 복식과 의용(풍채)의 치장도 중요하고도 중요하다. 만날 때에 복식과 의용은 곧바로 상대방 시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개인의 수양과 기질, 정조가 반영된다. 왕왕 상대방이 우리의 외재된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타인이 우리의 내재된 재능을 인지하기 전에 유일하게 노출되는 교류의 표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윗옷 옷깃이 헤지거나 구두가 꾀죄죄하거나 양복의 양식이 지난 것이거나 넥타이가 단정하지 않다면 타인의 눈에는 우리가 빈털터리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에누리 없는 칠칠치 못한 놈으로 볼 것이다. 반면 매일 침착하고 여유 있게, 선명하고 아름답게 사무실로 들어선다면 우리는 분명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의 사업이 하루하루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추측할 것이다.

 

교제 과정에 주의하여야 할 것이 있다.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과를 얻으려 해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 타인과 만날 때에 이런 방면에 공을 들여야 한다. 적절하게 포장해야만 타인에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왜 ‘포장(包裝)’이란 두 글자를 쓰는 걸까? 두 글자의 문자 기원으로 보면 두 글자는 회의자로, ‘포(包)’1) 뜻은 뱀 한 마리가 가죽으로 싼 형태다. 그럼 ‘장(裝)’은? ‘의(衣)’로 ‘장(壯)’의 외관을 두르는 것이 ‘장(裝)’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옷차림〔의장(衣裝)〕을 점포가 장식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가 능력이 있어 ‘용포’를 입는다면 자연스레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좋은 깃털이 좋은 새를 만드는 것처럼 옷이 날개가 아닌가. 누구라도 옷만 잘 입으면 근사하다는 말은 포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까다로운 교제 대상을 만날 때 모든 것을 세세하고 치밀하게 포장하여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의 주의력을 충분히 움직이게 하여 타인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관건은 자신의 수양과 품격에 있다. 옛 사람이 말하지 않았는가?

 

“가난한 집이라도 깨끗이 청소하고 가난한 집 여자라도 단정하게 빗질하면 그 모습이 비록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못할지라도 그 기품은 저절로 풍겨난다.”(『채근담』)

 

이 도리를 잊지 않으면 된다.

 

매일 일상 업무에 참가하면서 문을 나서기 전에 자신을 살펴봐야 한다. 구두는 닦았는가? 바지의 통은 줄이 나 있지는 않은가? 와이셔츠 단추는 잘 채웠는가? 수염을 깎았는가? 머리는 잘 빗었는가? 옷은 잘 다려졌는가?

 

물론 깨끗하고 말끔하게 차려입는 것 이외에 옷차림에서 중요한 점은 적절한가와 개성이 있는가이다.

 

복장과 옷차림은 개인의 심미 정서와 수양을 반영할 수 있다. 우리가 자신의 옷차림이 기질, 직업과 서로 일치시킬 수만 있다면, 형체와 연령과 서로 조화시킬 수 있고 분위기와 장소와 서로 어울리게 한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타인에게 예지 있고 신중하며 여유 있고 점잖으며 소탈하고 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포장’은 적절하여야 한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요구다. 복식의 개성도 타인이 우리의 심미관과 성격 특징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적절하면서도 개성을 갖춘 포장은 타인보다도 유행에 한 줄 앞서야 한다. 아름다우면서도 어엿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앞서 나가서는 안 된다. 그저 자신의 체형에 알맞고 멋있으면서도 새로운 뜻을 지닐 수 있는 의복을 입어야 한다. 그래야 타인이 우리가 빨리 적응하고 진취적인 기상이 충만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회의다. 소전(小篆) 자형은 외변이 ‘勹’, 중간은 ‘巳’자다. ‘자(子)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勹’는 ‘包’의 본자로 본 뜻은 ‘싸다(裹)’다. 사람이 회임한 모양이다. 巳가 가운데에 있다. 자(子)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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