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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곤괘(坤卦)

 

곤(坤)은 땅이다. 대지는 만물생령의 어머니이다. 대지는 하늘을 떠받치고 땅에 우뚝 선 높고도 큰 청산을 우리에게 주었다. 옥같이 맑고 얼음처럼 깨끗하며 넓디넓은 강하를 우리에게 주었다. 넓으면서도 무한한 풍요로운 강토를 우리에게 주었다. 풍부함을 선사하였고 부유함을 전해주었다. 대지는 조급함을 끊을 수 있도록 한다.

 

마음이 들뜨고 조급할 때 어떻게 하여야 할까?

 

미인이나 미남을 만났다고 치자. 마음의 꽃이 활짝 핀 것처럼 무척 기쁘다.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터무니없는 생각이 난다. 밤에도 잠 못 이루고 입맛도 잃게 되며 일손도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마음이 들떠있다. 조급해졌다. 들썽해졌다.

 

당신이 관계(官界)에 있다고 하자. 사방에서 건네는 아첨과 금전의 유혹에 득의양양하고 이기심이 동하여 욕망에 사로잡히고 양심을 버린다면, 당신은 들떠있다. 이른바 ‘부조(浮躁)하다’는 말이다. 마음이 굳지 않고 흔들린다는 말이다.

 

사람은 왜 들뜬 것처럼 마음이 흔들리는가?

 

탐욕이 있기 때문이다. 탐욕은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평정심을 잃게 만든다. 세속을 바르게 보지 못하게 한다. 탐욕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드넓은 기개를 없애 버린다. 넓은 마음을 졸아들게 한다. 하늘같은 뜻과 차분하고 느긋한 풍모를 잃게 만든다.

 

들뜨고 조급해지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부조(浮躁)하게 될 때 우뚝 솟은 곤륜산을 생각해 보자. 수천 수백만 년 동안 거센 비바람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확고부동, 조금도 흔들림이 없지 않던가. 자기의 웅장함을 유지하고 자신의 웅위를 잃지 않고 있지 않던가.

 

 

들뜨고 조급해지거들랑 방대하면서도 가물가물한, 무궁무진한 우주를 떠올려 보자. 어찌하여 수억 년의 시간을 자신의 법칙을 견고히 지키고 자기의 규율을 준수하면서 전혀 흔들림이 없는가?

 

마음이 흔들릴 때 독립을 위하여,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뜨거운 피를 뿌린 감격적이고 눈물겨운 셀 수 없이 많은 선열을 떠올려 보자. 어찌 혹독한 고문에도 온갖 능욕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신념을 잃지 않고 굳은 의지가 변하지도 않았는지.……

 

『주역』은 말한다.

 

“땅의 형세는 유순하나니 군자는 덕을 두텁게 하고 만물을 담는다.”1)

 

“땅은 넓고 두터워 만물을 싣고 덕과 합쳐져 무한하다.”2)

 

사람도 대지처럼 넓고 넓으며 땅과 같이 깊은 덕행을 행하면 만물생령을 담을 수 있다.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 가슴에 큰 뜻을 품으라. 만상만물을 모두 사랑하라. 관대하게 사람을 대하라. 세상을 평화로 대하라. 그래야 흔들림이 없다. 들뜨지 않는다. 조급함이 없어지게 된다.

 

유방(劉邦)은 주정할 정도로 무절제하게 술을 마셨다. 여색을 밝히고 재물을 탐했다. 아름다운 여인만 만나기만 하면 마음이 들떴다. 매번 그렇게 하면서 해야 할 일을 자주 놓쳤다. 초한(楚漢)쟁패가 시작되자 유방은 그러한 마음이 심한 해악이 된다고 판단하고 버리기로 결심하였다.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다. 여색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온힘을 전투에만 집중하였다. 그래서 항우(項羽)를 패퇴시키고 천하를 얻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슴에 큰 뜻을 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차분하고 느긋하여야 한다. 속담은 말하지 않던가.

 

“마음이 고요하면(일렁임을 멈추면) 자연스레 시원해진다.”3)

 

마음이 고요하면 잡념이 적게 된다.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허둥대지 않고 풀 수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묵묵히 이겨낼 수 있다. 한 마디로, 외부의 방해에 흔들리지 않고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마음이 평정하면 만사만물에 생각이 트인다. 똑바로 볼 수 있고 본질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그러면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예전에 중국을 대표했던 바둑기사 섭위평(聶衛平)은 상대와 대국할 때 늘 맑은 거울처럼 달관된 자세로 자신만만하게 상대하였다.

 

바로 『주역』의 말과 맞아떨어진다.

 

“곤은 지극히 유순하지만 움직임에 강직하고 지극히 고요하지만 덕은 방정하다.”

 

바둑 두는 사람이 놓치는 수를 구경꾼은 잘 안다고 한다. 바둑 두는 사람은 바둑 형세에 관점을 집중하기 때문에 어지럽게 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미혹되기 쉽다. 구경꾼은 마음이 물처럼 고요하기에 문제를 곧바로 알게 되고, 둬야 할 곳을 볼 수 있기에 명확하게 형세를 파악한다.

 

『누실명(陋室銘)』에 유명한 문장이 있다.

 

“산은 높지 않아도 신선이 있으면 명산이고 물이 깊지 않으나 용이 있으면 신령스럽다. 이곳은 누추한 집이나 내 덕은 오래도록 향기로우리라.”

 

 

인품과 덕성이 고결해 고요함으로써 마음을 다스리는 사상을 표현하고 있다. 성인(聖印)법사의 저술 『채근담의 지혜(菜根譚的智慧)』에서는,
“고요함 속에서 참다운 지경을 보고 담백함 속에서 본연을 안다.”
라고 했는데 이 또한 같은 도리다. ‘진식(陳式)태극권’ 권법 중에,
“마음이 고요한 후에야 보법이 견실해지고 기가 고요해진 이후에야 신법이 적절하게 된다.”라고 한 말도 고요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높고 높은 청산은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다. 세속의 온갖 풍파를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넓디넓은 대지는 들뜨거나 조급하지 않는다. 차분하고 느긋한 대범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넓고 아득한 창공은 흔들리는 법이 없다. 일월성신을 품은 도량이 있기 때문이다.

 

*****

 

坤卦 ䷁ : 坤爲地(곤위지) 곤(坤 : ☷)상 곤(坤 : ☷)하

 

 

坤(곤)은, 元(원)하고 亨(형)하고 利(리)하고 牝馬之貞(빈마지정)이니라(곤은 크고 형통하고 이롭고 암말의 곧음이다).

 

君子(군자)의 有攸往(유유왕)에 先(선)하면 迷(미)하고 後(후)하면 得(득)하리니 主利(주리)하니라(군자에게 갈 바가 있을 때 먼저 하면 잃고 뒤에 하면 얻을 것이니 이로움을 주로 한다).

 

西南(서남)은 得朋(득붕)이오 東北(동북)은 喪朋(상붕)이니 安貞(안정)하면 吉(길)하니라(서남은 벗을 얻을 것이요 동북은 벗을 잃을 것이니, 편안하고 곧게 하면 길할 것이다).

 

(初六) 履霜(이상)하면 堅氷(견빙)이 至(지)하나니라(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를 것이다).

 

(六二) 直方大(직방대)라 不習(불습)이라도 无不利(무불리)하니라(곧고 모나면서 크니, 익히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六三) 含章可貞(함장가정)이니 或從王事(혹종왕사)하여 无成有終(무성유종)이니라(빛남을 머금으면서 바를 수 있으니, 때로는 왕의 일을 따르면서 이룸은 없어도 마침은 있을 것이다).

 

(六四) 括囊(괄낭)이면 无咎(무구)이며 无譽(무예)이리라(주머니를 여미면, 허물도 없고 영예도 없을 것이다).

 

(六五) 黃裳(황상)이면 元吉(원길)이리라(누런 치마면, 크게 길할 것이다).

 

(上六) 龍戰于野(용전우야)하니 其血(기혈)이 玄黃(현황)이로다(용이 들에서 싸우니, 그 피가 검고 누르다).

 

(用六) 利永貞(이영정)하니라(오래도록 곧음이 이롭다).

 

[傳]

 

곤괘는 건괘의 상대이다. 네 가지 덕은 같으나 곧음[정(貞)]의 몸체는 다르다. 건괘는 강고함을 곧음으로 삼고, 곤괘는 유순함을 곧음으로 삼는다. 암말은 유순하여 굳건히 행하기 때문에 그 상(象)을 취하여 “암말의 곧음”이라 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地勢坤,君子以厚德載物.

 

2) 坤厚載物,德厚無疆.

 

3) 心静自然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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