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리괘(離卦)

 

리(離)는 붙다, 의지하다 뜻을 가진다. 그런데 『주역』이 강조하는 것은 ‘리(離)는 붙음이니, 해와 달이 하늘에 붙어 있고 백곡과 초목이 땅에 붙어 있다’를 본받는 것이다. 사람은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강불식(自强不息)하여야 한다. 하늘의 뜻에 순응해 자기의 처지를 만족해야〔낙천지명(樂天知命)〕 한다. ‘거듭 밝음으로 바름에 붙어야’, ‘천하를 교화해 이룰’〔화성천하(化成天下)〕 수 있다.

 

고립무원이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집에서는 부모에 의지하고 밖에서는 친구에 의지한다. 의지란, 있지 않은 때가 없고 있지 않는 곳이 없다.

 

『주역』에서는 위험을 만나면 의지할 데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의지할 데를 찾아야 위험을 벗어날 수 있다. 의지할 데가 있어야 비로소 높은 봉우리를 오를 수 있다.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적합한 의지처라야 한다. 의지할 수 없는 것은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배워서 익혀두어야 한다. 옛사람이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에게는 마땅히 붙이고 있을 상대를 살펴야 하니, 붙은 것이 올바르면 형통할 수 있다.”1)

 

예를 들어 높은 산봉우리를 오를 때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이 풀도 아니요 작은 나무도 아니고 남가새이거나 독사라면 우리가 의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

 

숲 속에서 아기 호랑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던 어미 호랑이는 사냥꾼이 몰래몰래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위험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사냥꾼이 벌써 기다란 창을 들어 올린 상태였다. 어미 호랑이는 도망치려고 했으나 자식을 버릴 수 없었다. 자식을 구하기 위하여 어미 호랑이는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사냥꾼을 향하여 어흥 울부짖으면서 덮쳤다. 미칠 지경에 이른 어미 호랑이는 흉맹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을 본 사냥꾼은 혼비백산하였다. 평상시라면 창을 든 사냥꾼을 본 호랑이는 겁을 집어먹고 도망쳤었다. 노기등등한 어미 호랑이 기세를 본 사냥꾼은 사냥할 생각은 이미 멀리 달아나고 고개를 돌려 도망쳤다.

 

그렇게 어미 호랑이는 자신의 용기에 의지해 자신의 어린 생명을 구해내었다. 이것도 의지다. 자신을 의지한 것이다. 그렇기에 『주역』은 말한다.

 

“발자국이 엇갈리니, 공경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무슨 말인가? 불리함을 직면할 때 마음속에 정기가 충만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앞선 태양이 석양이 되어 서쪽에 지면 다음 태양이 동쪽에서 막 솟아오른다고. 영고성쇠 그 자체는 자연의 정상 상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술독을 들고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며 남은 인생을 즐기며 보내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천리(天理)를 즐거워하고 천명(天命)을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 않는다.”2)

 

명(命)은 존재하기에 알아야 한다. 공자는 40에 불혹하였고 50에 지천명했다고 했다. 명을 아는 것이 미혹되지 않는 것보다도 힘들다는 의미다. 명을 아는 관리자라야 진인사(盡人事)하여 대천명(待天命)할 수 있다. 모든 일에 전심전력한다. 조그만 이해득실을 좀스럽게 따지지 않는다.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력투구하고 성공하는지 못하는지는 명에 달려있다는 마음을 가진다. 이것이,

 

“명을 알면서도 운명이라고 단념하지는 않는다.”

라는 태도다. 그렇게 해야 낙관적으로 분투할 수 있다. ‘낙천’이란 희희낙락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만 열심히 했는가를 물을 뿐 무엇을 수확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하늘을 원망하지도 않고 타인을 탓하지도 않는 태도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중국인은 보편적으로 오래 살기를 원했다. ‘낙천’이란 수명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는 태도로 매우 분주하며 힘들고 고된 일을 해나갔다.

 

“인생은 백년을 채우지 못하는데 항상 천년의 근심을 품는다.”

 

이것은 숙명이다. 추락을 생각하지 않는다. 의식을 마비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재능이 사라져버려 보통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은 홀연히 진다. 뜻은 있으되 초대받지 못함은 역시나 명이다. 자신의 몸에 많은 문제가 있고 많은 곤경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다 안다. 많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다. 수확해야할 양이 이미 정해져 있다. 과다한 요구는 공염불이다. 발전하려면 기쁨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당연한 행복을 향유하여야 한다.

 

공자는 말했다.

 

“도를 근심하고 가난을 근심하지 않는다.”(덕이 닦아지지 아니함을 근심하고 집안이 가난함을 근심하지 아니함)3)

 

또 제창하였다.

 

“선비로서 도에 뜻을 두고도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함께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4)

 

공자는 또 말했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을 굽혀 베개를 삼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안에 있는 것이다. 의롭지 않으면서 부유하고 귀한 것은, 나에게 있어 뜬 구름과 같다”5)

 

안회(顔回)를 칭찬하면서 말했다.

 

“어질다, 회는!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가난한 마을에서 살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는데 회는 그렇게 살면서도 자신의 즐거움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다, 회는!”6)

 

공자와 안회의 이런 정신의 경지에 대하여 송대 유학자들은 ‘공안지락(孔顔之樂)’이라 불렀다. 무슨 의미인가? 이른바 ‘안빈낙도(安貧樂道)’7)요 ‘낙천지명’이다.

 

공자와 안연의 편안함〔안(安)〕의 본질은 가난〔빈(貧)〕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덕(德)’에 있다. 공자와 안연의 즐거움〔락(樂)〕은 ‘덕’으로 얻은 ‘도(道)’이다. 사실 중국 전통철학 중 ‘빈(貧)’은 그저 특정 역사조건에서 만들어졌다. 부강, 민주, 문명 국가에서는 ‘부유하게 살고 편안하면서’ ‘하늘의 도리를 즐긴다.’ 결국 빈부는 외연일 따름이다. ‘덕’이 내재된 근본 요소다. 따라서 ‘안덕낙도(安德樂道)’라 해야 하리라.

 

『주역』은 내적인 이성, 덕성을 대단히 강조한다. 자신의 덕행과 지혜를 의지해야 근심 없이 생활하고 정신적으로도 의탁할 곳이 있다. ‘낙천지명’일지니.

 

오늘의 태양은 이미 서해에 떨어졌다. 내일의 태양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는 어둠 속에 서있다. 다른 지름길이 없다. 그저 밟고 있는 땅을 의지하여야 한다.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봄가을에 의지하여야 한다.

 

자기 노력에 의지해 온힘을 다하여 싸워나가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

離卦 ䷝ : 리위화(離爲火), 리(離: ☲)상 리(離: ☲)하

 

리(離)는 곧음이 이로우니 형통하다. 암소를 기르듯이 하면 길할 것이다.(離,利貞,亨.畜牝牛,吉.)

 

부드러운 음이 중정(中正)에 붙어 있으므로 형통하니, 이 때문에 “암소를 기르듯이 하면 길할 것이다.”(柔麗乎中正,故亨,是以畜牝牛,吉也.)

 

리(離)는 붙음이니, 해와 달이 하늘에 붙어 있고 백곡과 초목이 땅에 붙어 있으니 거듭 밝음으로 바름에 붙어서 천하를 교화하여 이룬다.(離,麗也,日月,麗乎天,百穀草木,麗乎土,重明,以麗乎正,乃化成天下.)

 

발자국이 엇갈리니, 공경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履錯然,敬之,无咎.)

 

[傳]

 

리괘(離卦䷝)는 「서괘전」에서 “감(坎)은 빠짐이니, 빠지면 반드시 붙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리괘로 받았으니, 리(離)는 붙음이다”라고 하였다. 험난한 가운데에 빠지면 반드시 붙는 바가 있음은 이치가 본래 그러한 것이니, 리괘가 이 때문에 감괘(坎卦)의 다음이 되었다. 리(離)는 붙음이며 밝음이니, 음이 위아래의 양에 붙은 것을 취하면 붙음의 뜻이 되고, 가운데가 빎[허(虛)]을 취하면 밝은 뜻이 된다. 리(離)는 불[화(火)]이 되니, 불의 몸체는 비어 있어 물건에 붙어 밝은 것이며, 또 해가 되니 또한 비어서 밝음[허명(虛明)]의 상(象)이다.

 

1) 在人,當審其所麗,麗得其正,則能亨也.(程颐)

2) 樂天知命,故不憂.(「繫辭」상)

3) 스승의 남기신 유훈 있으니, 우도불우빈〔도를 닦지 못했음을 근심할 것이지 가난을 근심하지 말라〕이다.(先師有遺訓,憂道不憂貧.)(도잠陶潛「회고전사懷古田舍」)

4) 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者,未足與議也.(「里仁」)

5) 飯疏食飮水,曲肱而枕之,樂亦在其中矣.不義而富且貴,於我如浮雲.(「述而」)

6) 賢哉回也!一簞食,一瓢飮,在陋巷,人不堪其憂,回也不改其樂.賢哉回也!(「雍也」)

7) 가난하게 살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의 도리를 지키려는 삶의 철학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