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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비괘(比卦)

 

비(比)는 서로 의탁, 의존, 의지, 아주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상친상애의 뜻으로 확대할 수 있다. 상친상애하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설 수 있다. 대등하게 잇따를 수 있으며 서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

 

고독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세상은 아름답게 될 것이다. 사랑은 서로 돕고 의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와 교류가 필요하다. 적응, 조화, 인연이 필요하다. 사랑은 고독(孤獨)을 쫓아 낼 수 있다.

 

애기가 태어나기 전에 아무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그마한 발로 어머니의 배를 찬다. 습하고 어둡고 적막한 세상에서 나와 어머니 품속에 안기고 싶어 한다. 빛을 보고 싶어 한다. 기쁨을 얻고 웃음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고독은 가장 큰 고통이다.

 

과학자들은 실험으로 증명해 냈다. 먹고 자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혼자 빈 방에 고독하게 살게 하면, 모든 외부 세계와 단절시켜 얼마 동안 살게 하면, 짜증이 나고 조급해 진다. 시간이 길면 미치광이가 된다. 끝내는 답답하고 괴로워 죽음에 이르게 된다.

 

고독은 무서운 학대다.

 

의지가 강한 사람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굳건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혼자 한 곳에 머물게 하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 흐르면 의기소침하게 되고 주저앉게 된다.

 

고독은 마음을 해치는 독약이다.

 

고독한 노인을 생각해 보자. 친구들은 일찍 세상을 떠났다. 자손이 번성했으나 집을 떠나 있어 자주 보지 못한다. 노인 혼자서 적막한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오래 되면 될수록 기운이 꺾기고 마음이 상한다. 하루하루 노쇠해 진다. 성격도 가면 갈수록 괴팍해 진다. 두문분출하게 되고 외부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게 된다. 결국 집에서 참혹하게 홀로 이승을 뜬다. 자손이 집을 방문하였을 때에, 썼으나 부치지 못한 오래된 편지가 노인 시체 옆에 놓여 있음을 보게 된다.

 

“참으로 너희가 보고 싶구나. 언제쯤이면 너희를 볼 수 있을까?……”

 

자손이 보고는 비통함에 눈물을 흘린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주역』은 말한다.

 

“길하지만 점의 근원을 잘 살피고 오래도록 지속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편안치 못함이 올 것이니 뒤떨어진 장부는 흉하다.”

 

무슨 말인가? 상친상애하고 서로 도우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순순히 따르면 길하다. 그러니 점을 봐서 검증하는 것도 성립된다. 오래도록 지조가 굳센 덕행이다. 그래야 재난이 오지 않는다. 함께 상친상애 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자신을 고립시키게 된다. 재난이 닥치면 자신을 돕는 사람이 없게 된다. 다른 사람의 업신여김을 당하게 되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서로 교류하여야 한다. 서로 지지하여야 한다. 단결하고 상하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상친상애 하고 공동 발전하여야 한다. 사랑이 있으면 생명은 밝게 빛난다. 황량한 사막이 오아시스로 변한다. 세상이 풍요로우면서도 다채롭게 변하게 된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사랑이 있으면 이 세상은 다시는 두려움에 떨지 않게 된다. 다시는 고독하게 되지 않는다.

 

사랑은 상호적이다. 군자와 친해지고 소인을 멀리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사랑은 또 평등하다. 평화와 함께 하여야 사랑은 영원할 것이다.

 

『백 년 동안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 『경박한 도시(浮城)』1)는 ‘고독’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 지역과 위대한 사회2)의 단절과 이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와 불신, 인성 중에 잠복돼 있는 이기심과 질투의 약점은 인간에 내재된 고독, 방황, 변태 심리를 초래한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사회나 다른 사람에게 버려졌다는 고독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이상은 실현될 수 없다는 박탈과 방황을 느끼게 된다.

 

『백 년 동안의 고독』 중의 인물은 모두 한 층 더 공고한 고독이라는 겉껍데기에 싸여 있다. 소설에서는 그런 고독이 사람에 따라 다르고 서로 같지 않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관통하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아우렐리아노대령을 가장 많이 묘사하고 있다. 참전 후 권력의 고독 속에 깊이 빠져들어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어떤 사람도 3미터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 선량한 자기 어머니조차 믿지 못한다. 전쟁 실패 후,

 

“그는 점차 만년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다른 것이 아니라, 고독과 떳떳하게 협상을 맺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혼자서 고독하게 작업장에서 중복되면서도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보낸다. 부엔디아 가족 중 기타 인물도,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영원히 반사회적인 고독의 낙인이 찍힌다.”

 

마르크스는 부엔디아 일가의 고독은 “애정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경박한 도시』도 그런 무관심과 소외감을 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해와 투쟁을 표현하고 있다. 어른들의 광분은 아이들의 영혼을 오염시켜서 아이들의 마음속에 원망하는 씨앗을 심어놓는다. 심지어 해를 당한 아이들이 사람들을 데리고 친구의 집을 수색한다.

 

두 편의 소설은 ‘고독’을 묘사하고 있다. 고독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갈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해를 구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애호와 관심을 가지는 희망을 요구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평화공존이 있어야만 세계는 진보할 수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은 늘 세외도원의 세상을 꿈꾼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세상과 격리된 세외도원에서 살아간다고 해보자. 그곳에는 친속이 없고 친구가 없고 교류가 없고 사랑이 없다. 그럼 어떻게 될까?

 

우리가 이런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왕래가 빈번하고 왁자지껄한, 단조롭지 않은 세계. 당신이 마음만 열기만 하면 교류할 모든 기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루소는 “가는 곳마다 행복이 나를 따라다니지 않는가”라고 한 말과 무엇이 다르랴. 우리는 고독이 자신을 감싸도록 추락하거나 도피할 이유가 없다.

 

『주역』은 말한다.

 

“땅위에 물이 있는 것이 비괘이니, 선왕이 (비괘의 상을 본받아 써서) 만국을 세우고 제후를 친애한다.”

 

무슨 말인가? 지상의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작은 개울물은 강으로 모여든다. 강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천하는 인심이 쏠리는 곳(여러 사람이 일치하여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으로 귀일하니 길하다는 뜻이다. 선왕이 어떻게 공훈을 세우고 업적을 쌓았을까? 제후국과 서로 사이가 좋았고 서로 도와서 이루었다.

 

사람이 고독과 멀리 떨어지려 하는 것과 같이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별반 다름이 없다.

 

‘삼진(三晉: 조(趙), 위(魏), 한(韓) 3국의 병칭)’을 고립시키기 위하여 진(秦)나라는 제(齊)나라, 초(楚)나라, 연(燕)나라와 ‘우호관계’를 확보하여야 했다. 거금을 아깝다 하지 않고 그들 국가에 친진 정치세력을 배양하는 데에 온힘을 쏟았다. 진나라는 상앙(商鞅)의 변법, 장의(張儀)의 ‘연횡’, 범저(范雎)의 ‘원교근공’을 실시한 후 국력이 점차 강대해지기 시작하였다.

 

청 왕조 완고파는 청조의 대귀족, 조정 대학사와 봉건 팔고문 문인으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쇄국정책의 시대, 세상과 격리된 시대에 저열한 근성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극단적인 수구주의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눈을 감고 귀를 막아 현실을 외면하면서 전통 봉건주의에 매달렸다. 외국이 공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는 때 청 조정은 조상의 가업을 부둥켜안고 깊은 잠을 자면서 외국의 선진 공업과 도구를 배척하였다. 결국 세계의 ‘무의탁 노인’이 돼버려 의지할 데라고는 아무 것도 없이 열강 8국의 온갖 능욕을 당해야 했다.

 

예부터 지금까지 쇄국은 고립되게 돼있다. 고립은 낙후다. 낙후되면 모욕당한다. 현대사회는 트인 사회요 선양하는 사회다. 개성을 드러내는 사회다. 단체를 이룬 사회다. 그 어떤 누구도 제자리걸음을 해서는 안 된다. 답보는 실패를 의미한다.

 

그리고 5효의 효사와 같이 ‘그물의 한 면을 열어놓고 앞에서 새가 달아나는 것을 잡지 않는’ 생명에 대한 사랑, 곧 인(仁)이 필요하다.

 

*****

 

比卦 ䷇ : 水地比(수지비) 감(坎: ☵)상 곤(坤: ☷)하

 

비는 길하니 미루어 헤아리되 크고 영원하고 곧으면 허물이 없다./ 비는 길하나 거듭 헤아리고 크고 영원하고 곧아야 허물이 없다.(比,吉,原筮,元永貞,无咎.)

 

편안하지 못하여야 바야흐로 올 것이니, 뒤에 하면 장부라도 흉하다./ 편안하지 못한 이가 바야흐로 올 것이니, 뒤에 오는 장부는 흉하다.(不寧,方來,後,夫,凶.)

 

길하지만 점의 근원을 잘 살피고 오래도록 지속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편안치 못함이 올 것이니 뒤떨어진 장부는 흉하다. (서로 친밀한 것은 좋은 일이나 상대를 가려야 하며 그 친밀함이 오래가도록 힘써야 한다.)/ “비(比)는 길하니 두 번 점을 쳐서 인(仁)과 영원함과 올바른 덕이 있어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불안한 자들이 올 것이니, 뒤에 오는 사내는 흉할 것이다.”(比,吉.原筮,元永貞,无咎.不寧方來,後夫凶.)

 

땅위에 물이 있는 것이 비괘이니, 선왕(先王)이 (비괘의 상을 본받아 써서) 만국을 세우고 제후를 친애한다.(地上有水,比.先王以建萬國,親諸侯)(「대상전大象傳」)

 

초육(初六)은 믿음으로 친애하는 해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믿음이 질그릇에 가득차면 마침내 별도의 길함이 있을 것이다.

 

 

[傳]

 

 

 

비괘(比卦)는 「서괘전」에서 “무리는 반드시 돕는 바가 있으니, 비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비(比)는 친하여 돕는 것이다. 사람 무리는 서로 친하여 도운 뒤에야 편안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미 무리가 있으면 반드시 친하여 돕는 바가 있다. 비괘가 이 때문에 사괘(師卦)의 다음이 된다. 괘가 위는 감괘이고 아래는 곤괘가 된다. 두 몸체로 말하면 물이 땅 위에 있다. 물건이 서로 지극히 가까워 틈이 없는 것이 물이 땅 위에 있는 것 만한 것이 없으므로 비괘가 됐다. 여러 효가 다 음인데 오효만이 굳센 양으로 임금의 자리에 있어 무리가 친하게 따르고 위에서도 아래와 친밀하게 하므로 비괘가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 梁曉聲

 

2)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새로운 사회 체제의 한 형태로, 원래 정부가 맡아서 하던 대량의 사회, 경제 업무를 개인, 기업, 집단, 사업체 등에 넘겨줌으로써 광범위한 사회 자치 기능을 실현하는 사회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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