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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종중 불인정과 법령 개정이 불러온 연쇄 과세 … 정부·제주도·재단 셈법 평행선

 

제주 고·양·부 삼성사재단이 창립 100년을 넘어선 지금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부담을 안고 있다.

 

사적 제134호 '삼성혈'을 보존·관리하는 이 재단은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 약 5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내년에는 6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이 중 종부세만 46억원 규모다.

 

운영 재원은 연간 약 2억원의 관람료와 10억원가량의 부동산 임대 수익이 전부다. 재단은 지난해부터 토지를 매각해 세금을 충당했지만 "조선시대 국왕이 하사한 위토를 계속 팔 수는 없다"는 내부 공감대가 강하다.

 

재단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5년 안에 자산의 상당 부분이 소진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드러낸다.

 

 

◆ 종중 불인정에서 시작된 세금 부담 = 삼성사재단의 세금 구조 변화는 2013년부터 본격화됐다. 이전까지 재단은 종중 소유 토지로 분류돼 분리과세를 적용받았다. 분리과세 토지는 세율이 0.07%로 낮고 종부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 제도 덕분에 연간 재산세 부담은 5000만원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3년 제주시는 재단을 종중이 아닌 비영리사업자로 분류했다. 비영리사업자 소유 토지에는 세율 0.2%가 적용된다. 재단은 곧바로 종중 인정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대법원은 "재단은 자연발생적 혈연 공동체가 아니며 재산도 고씨·양씨·부씨 전체가 아닌 재단 소유"라는 이유로 최종 기각했다.

 

이 판결로 재산세는 2014년 1억원을 넘겼고, 2019년에는 3억1000만원대로 올랐다.

 

재단 내부에서는 "단체 설립의 역사와 제례·문화재 보존 역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판단"이라는 불만이 남아 있다.

 

종중 불인정은 이후 과세 방식 전환과 세율 상승의 출발점이 됐다.

 

◆ 2020년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의 직격탄 = 2020년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은 재단에 사실상 '2차 충격'을 안겼다. 개정 전까지 비영리사업자가 소유한 토지는 교육사업에 직접 사용되지 않더라도 분리과세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개정 이후 교육 목적 토지만 분리과세로 남고, 나머지는 모두 종합합산과세 대상으로 전환됐다.

 

이 변화는 세 부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종합합산과세 대상 토지는 0.25~0.5%의 재산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종부세까지 더해진다. 재단의 종부세는 2015년 107만원에서 2022년 10억원을 넘어섰고, 2023년 24억원, 지난해 36억원, 올해 예상액은 46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2022년부터 내년까지 5년간 분리과세 대상 토지의 20%씩 종합합산과세로 전환하는 유예 조치를 두었지만 재단 입장에서는 매년 세금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악순환이다.

 

재단은 "삼성혈과 부속 토지는 역사문화 보존 목적의 자산임에도 일반 상업용 부동산과 동일하게 과세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령상 비영리법인 토지의 사용 목적에 따라 과세 구분이 달라지는 현 구조에서는 설득력이 제한된다.

 

 

◆ 특별법 개정안 발의…행안부는 '난색' =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정치권 움직임은 올해 들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서귀포시)은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방세법 제106조 제1항 제3호 아목에서 대통령령으로 위임된 분리과세 대상 토지 기준을 도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특례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위 의원은 "특별자치의 취지를 살리려면 지역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반영한 지방세 과세 기준이 필요하다"며 "제주가 공익 목적의 토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개정안에 대해 "재산세는 사용·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보유 재산의 담세력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세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또 "제주특별법 개정 없이도 지방세특례제한법 제4조에 따라 조례로 과세 대상을 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굳이 특별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의미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도 역시 특정 비영리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례 개정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도는 형평성 문제를 우려한다. 특정 비영리사업자만 조례로 세 부담을 줄이면 유사 단체나 다른 비영리법인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 관계자는 "삼성혈의 역사성과 상징성은 인정하지만 특정 단체만 혜택을 주면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문화재 보존 지원과 세제 혜택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재단은 "삼성혈은 단순한 종교·종중 시설이 아니라 탐라국 건국 신화를 품은 국가 지정 사적"이라며 특례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이어 "세금을 내기 위해 토지를 팔면 결국 문화재 보존 기반 자체가 약화된다"며 "관람료와 임대 수익만으로는 세금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인데 이런 부담이 계속되면 유지·관리 인력조차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미 '소유자·관리단체 및 관련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다"며 "이 원리는 과세 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국가 지정 문화재를 관리하는 법인의 과세 기준을 정할 때는 단순한 형평성 논의를 넘어 문화재의 가치와 사회적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국회 심사와 남은 쟁점은?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 논의가 예정돼 있지만 행안부의 부정적 입장과 도의 신중론이 변수다. 개정안이 무산될 경우 도가 조례를 통해 분리과세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이 유일한 출구가 될 수 있지만 정치적 부담과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안은 한 재단의 세금 감면 여부를 넘어 비영리·문화재 보존단체의 세 부담 형평성과 특별법·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의 관계, 문화재 보존과 재정 자립의 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문화재 보호를 명분으로 한 과세 완화가 부동산 보유 특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국내 한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현행 지방세법 제106조와 지방세특례제한법 제4조에 따르면 분리과세 대상 토지 기준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며 "제주특별법 개정이든 조례 개정이든 선택은 입법 과정의 문제지만 무엇보다 법령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석과 적용이 기관마다 달라지면 동일한 유형의 비영리법인이라도 세 부담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국가 지정 문화재를 관리하는 법인의 토지라 하더라도 현행법상 사용 목적과 과세 구분이 맞지 않으면 일반 상업용 부동산과 동일하게 과세된다. 과세 정책은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화재의 공익적 가치와 사회적 기여도를 함께 고려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제도적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 고·양·부 삼성사재단 = 제주의 시조신이 땅에서 솟아났다는 신화의 무대인 삼성혈(사적 134호)의 유지·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한국기록원의 삼성혈 인증서에는 ‘제주시 이도1동 1313번지의 삼성혈(三姓穴)은 BC2373년에 양(梁)·고(高)·부(夫)의 삼을나 삼신인(三神人)이 탄생(誕生)한 삼개(三個)의 구멍(穴)’으로 명시돼 있다.

 

삼성사재단의 원래 명칭은 '삼성시조(始祖)제사재단'이었다. 1921년 고·양·부 3성의 대표가 '삼성시조제사재단'이라는 법인체를 만들어, 그해 인가를 받았다. 1927년 특별 연고삼림(산림을 옛날부터 이용한 주민에게 넘겨주기 위해 1926년 제정공포)으로 삼성시조제사재단에서 제주도의 삼성사를 관리하게 됐다. 1962년 12월 10일 삼성시조제사재단에서 현재의 '고·양·부 삼성사재단'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매년 3차에 걸쳐 진행되는 제사로는 4월 10일 춘기대제, 10월 10일 추기대제, 12월 10일 건시대제가 있다. 재단은 삼성혈을 관리하고 삼성혈 인근에 삼성회관을 건립, 회의실과 삼성의 도종친회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 1981년부터 삼성(고·양·부) 후손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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