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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규괘(睽卦)

 

규(睽)는 괴팍하다, 위반하다, 대립하다 뜻이다. 사회는 통일되어 있으면서도 대립하기도 한다. 어떤 모순(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점이 있다. 바로 ‘같은 점’이다. 같은 점을 찾아내야만 쌍방인식의 일치(공통 인식)를 이룰 수 있다. 세상에 영원한 친구란 없다. 영원한 적도 없다. 구동존이(求同存異, 공통점을 구하고 차이점은 놔둔다.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우리가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천성적으로 의심이 많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람마다 다른 배역을 충당할 기회가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과 사귈 기회도 있다. 일하거나 생활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도리를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을 사랑하여야 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 합쳐지면 반드시 떨어지게 되고 떨어지면 반드시 합쳐지며, 같음 속에 다름이 있고 다름 속에 같음이 있다. 사람들과 함께 지낼 때 의견차이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 일이다.

 

자신과 타인이 의견차이가 있을 때 관건은 시기를 파악해 다름 속에서 같음을 구해야〔이중구동(異中求同)〕 한다. 다름 속에서 같음을 찾는 것은 사람이 처세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점을 이행하려면 대범하고 도량이 넓어야 한다. 잡념을 버리는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타인이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 위배되거나 조화롭지 못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동존이(求同存異)다. 세상에 어떤 사물이라 할지라도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동일성이 존재한다.

 

사회에서 다른 연령, 다른 지역, 다른 문화 사이에 다른 관점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입장, 사상, 생활 방식이 다른 문제에 속한 것에 대해서는 논쟁하지 말고 서로 존중해주라.”

 

세상에 완전히 같은 나뭇잎은 존재하지 않는다. 쌍둥이를 포함하여 완전히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 개성, 애호, 인식, 능력과 이익 추구가 다 다르다. 그렇게 천자만태의 사회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차이는 질서의 근원이다. 모두 질서정연한 차이를 끌어낼 수 있다. 모두가 사물을 발전시키는 적극적인 힘이다. 차이는 활력의 기초다. 차이가 결핍되면 서로 보충하고 왕래하는 활력이 부족하게 된다. 조화는 차이의 통일을 가리킨다. 다른 사물의 상호 보충과 배합, 협조다.

 

차이가 있기에 경쟁이 생긴다. 경쟁은 조화의 압력기제요 동력기제다. 사회 조화는 그런 동력 아래서 끊임없이 부조화의 요소를 없애는 과정 중에서 도달된다.

 

다른 원료와 재료가 있어야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음이 규율에 따라 배열될 때야만 하모니가 이루어진다. 교향악은 여러 악기가 있어야 하고 여러 음색, 음계, 여러 선율이 있어야 기세가 넘치고 심후하다. 한 악단이 한 음부만 연주한다면 단조롭게 된다. 요리가 한 품종으로 만 만들어졌다면 무미건조하게 된다. 한 도시의 건축물이 천편일률적이라면 생기가 없게 된다. 한 지역, 한 직장에 한 목소리만 존재한다면 아무런 생기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사회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채롭고 풍부하며 무한한 활력이 생겨난다. 조화를 추구하려면 먼저 차이를 인정하여야 한다.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반드시 ‘구동존이(求同存異)’하여야 한다. ‘구동(求同)’은 상방의 공통점을 구하고 확대하는 데에 노력하는 것이요, ‘존이(存異)’는 쌍방에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바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구동은 존이의 목적이요 존이는 구동의 조건이다. 존이해야만 구동할 수 있다. 구동은 반드시 존이하여야 한다. 큰 목표가 충돌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차이를 인정하면 모순(갈등)을 푸는 데에 유리하고 공존 공영할 수 있다.

 

진리 그 자체는 사람의 마음을 정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자체의 힘은 믿음이 있다는 표현이다. 구동존이라는 사상 기초가 있다면 불일치가 존재할 때 너무 급히 일치되기를 바라지 않게 된다.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는데 어려운 일을 남에게 억지로 강요하지 않게 된다. ‘콘크리트 블록’ 표준에 따라 인재를 설계하지 않게 된다. 권력을 빌어 억지로 통일을 이루려 하지 않게 된다. 구동존이가 있어야만 ‘백화재방’, ‘백가쟁명’의 문예 번영의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의견 차이는 타인을 염려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의심하게 한다.

 

우리는 응당 타인을 믿어야 한다. 타인을 믿어야 당신이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당신이 타인을 의심하게 되면 당신이 보는 세상은 추악한 것이 된다.

 

자기 동지나 친구조차 의심하게 된다면 자기 자신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다.

 

『주역』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만약 자기 친구나 동지를 의심하면 수레 안에 귀신이 가득한 것〔재귀일거(載鬼一車)〕을 보게 되는 것처럼 되어 위험하게 된다. 지도자라면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고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 말아야 한다. 아랫사람을 믿고 의심하지 않으려면 재능이 있는 사람과 현자를 받아들이는 기백과 아량이 있어야 한다.

 

1. 사람의 장점을 받아들이라.

지도자라면 일반적인 인재를 임용해 쓴다. 그런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나 뛰어난 인재나 자신보다 재능이 있는 인재는 용인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과 중심 위치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 인재를 억압한다.

진정으로 우수한 인재는 반드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이 두각을 나타내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도 제어할 수 없다. 뛰어난 지도자에게는, 훌륭한 인재는 기쁨이지 우려할 것이 아니다. 치켜세워야지 억압해서는 안 된다. 구해야지 버려서는 안 된다.

 

2. 사람의 단점을 받아들이라.

인재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어떤 이는 장점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단점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자기의 재능을 믿고 교만해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사소한 일에 주의를 돌리지 않기도 한다. 인재 사이에는 여러 가지 모순이 존재한다. 지도자라면 그 장점도 받아들이고 단점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3. 사람의 말을 들어라. 얻은 인재의 여러 주장, 의견을 들으려거든 그들에게 말하도록 장려하여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의견을 제시하게 하여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인재라면 정확하고 확실한 견해가 있다. 자신의 견해에 자신감이 충만하기 때문에 상사 의견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주 자신의 의견을 고집할 것이다. 어떤 인재는 세상일을 알지 못하여 정실에 흐르지 않는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직언하기도 한다. 지도자라면 타인의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민주를 발양하는 태도다. 지도자라면 응당 현명한 제언과 간언을 받아들이고 언로를 넓혀야 한다.

 

4. 무례한 짓을 받아들이라.

포용하는 것 중에서 타인의 무례한 짓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

 

“호랑이 꼬리를 밟아서는 안 된다.”

 

“태세신의 머리 위 흙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처럼 건드리기만 하면 펄쩍 뛰고 움직이기만 하면 노발대발하는 지도자가 있다. 타인이 조금만 무례하게 굴면 기회를 엿보고 보복하려고 한다. 식견과 도량이 있는 지도자는 무례하게 구는 자에게 ‘앙갚음으로 따끔한 맛을 보게 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무례라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무례라 할지라도 사업이 중하기에 대국적인 견지에서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간덩이가 큰’ 무례를 범하는 자는 대부분 천성이 정직하고 솔직하며 정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로 얻기 힘든 인재로 사업 희망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

睽卦 ䷥ : 화택규(火澤睽), 리(離: ☲)상 태(兌: ☱)하

 

규(睽)는 작은 일은 길하다.(睽,小事,吉.)

 

「상전」에서 말하였다 : 위는 불이고 아래는 못인 것이 규(睽)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같게 하면서도 다르게 한다.(象曰,上火下澤,睽,君子以,同而異.)

 

상구는 어긋남에 외로워 돼지가 진흙을 짊어진 것과 귀신이 한 수레 실려 있음을 본다. 먼저 활줄을 당겼다가 뒤에 활줄을 풀어놓으니, 도적이 아니라 혼구(婚媾)이다. 가서 비를 만나면 길하다.(上九,睽孤,見豕負塗,載鬼一車.先張之弧,後說之弧,匪寇,婚媾,往遇雨則吉.)

 

[傳]

 

규괘(睽卦)는 「서괘전」에 “집안의 도(道)가 다하면 반드시 어그러지므로 규괘로 받았으니, 규(睽)는 어그러짐이다”라고 하였다. 집안의 도가 다함에 어긋나 흩어짐은 이치가 반드시 그러하므로 가인괘(家人卦䷤)의 뒤에 규괘(睽卦䷥)로 받았다. 괘는 위가 리괘(離卦☲)이고 아래가 태괘(兌卦☱)이니, 리괘인 불은 타오르고 태괘인 못은 적시어 내려가서 두 몸체가 서로 어긋남이 규괘의 뜻이다. 또 둘째 딸과 막내딸이 비록 함께 있지만 시집가는 곳이 각각 다르니, 그 뜻이 함께 가지 않는 것이 또한 규괘의 뜻이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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