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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 시즌 2] (10) 비풍초똥팔삼 무사는 누구인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호검 무림플랫폼 사무실 이삿날이었다. 퇴락한 제주시 칠성통 쇼핑거리 2층 상가. 수십 년 전부터 2층 상가는 곳곳이 비어 있어 마트에서 쇼핑하듯 쉽게 골랐다고 했다. 임대료도 반값.

 

꼭두새벽부터 이사를 도우러 온 정가의보검과 콘치스검은 호검이 달리 보였다. 민주방과 국민의힘방 무사들이 구도심을 버리고 새로운 ‘명당’을 찾아 신제주로 우르르 몰려간 터였다.

 

 

무림플랫폼 사무실 구도심 이전은 호검의 깊고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구도심 살리기, 언행일치(言行一致).’

 

이날은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관전만 하며 망설이던 콘치스검이 무림플랫폼 투자자로 합류한 것이었다. 창업자 호검, 엔젤 투자자 정가의보검, 개미투자자 콘치스검, 완벽한 3각 라인 무사 조합이었다. 이삿짐 정리가 끝난 후였다. 호검이 외쳤다.

 

“이삿날엔 언론무림(신문지)을 맨바닥에 깔고 무사의 보양식 짜장면과 서비스 군만두를 먹어줘야 부정을 안 타는 법이야!”

 

식사가 끝난 직후였다. 후식으로 캔커피를 마시던 정가의보검과 콘치스검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삿날엔 빠질 수 없는 게 또 있지.” 호검은 가슴 춤에서 손수건으로 꽁꽁 싸맨 무엇인가를 꺼내더니 조심스레 풀어헤쳤다. 마음 뒤편엔 오돌토돌 붉은 빛, 겹겹이 쌓인 48장의 희로애락, 꽃 화(花)자에 싸움 투(鬪)자를 쓰는, 검보다 더 아낀다는 무사들의 애장품이었다.

 

호검이 화투 담요를 맨바닥에 깔곤 철퍼덕 앉자 정가의보검과 콘치스검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앉았다. 민주방 경선비무처럼 점당 1,000원짜리 고스톱비무가 시작된 것이었다. 완벽한 3각 구도. 누가 혹시 광(光)을 팔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었다. 영훈공, 대림검, 성곤검, ‘3각 라이벌’과 흡사했다.

 

“화투판이나 선거판이나 한 끗 차이지.” 선을 잡은 호검이 외치자 격렬한 화투비무가 속행됐다. 선방, 마타도어, 화투의 3대 초식인 밑장빼기(윗장을 빼는 척하면서 아랫장 빼기), 낱장치기(위에 있는 패를 섞으면서 맨 아래로 보냄), 바꿔치기(패를 손바닥, 손등 등에 숨겼다가 바꿔서 사용)를 응용한 200여 개 초식이 난무한 후였다.

 

비무 막판, 호검이 파이브(5)고까지 외치는 기세에 정가의보검과 콘치스검은 그 흔하디흔한 합종연횡(짜고 치기)도 못 하고 피박에, 광박, 멍박까지 당하고 말았다.

 

 

게임 끝. 개평(상도의는 딴 돈의 10%, 지역마다 다름)의 시간이었다. 벽시계를 힐끗 본 호검이 갑작스레 부산을 떨었다. 급히 유튜브 생방송 장비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정가의보검과 콘치스검은 황망한 표정으로 호검만 쳐다봤다. 개평도 없는 선거비무가 연상된 것이었다. 호검이 또다시 외쳤다.

 

“이번엔 책사 대결이다. 선거비무에선 후보무사는 얼굴마담일 뿐이야. 책사들이 써준 원고를 달달 외고, 거리 인사만 잘하면 되지. ‘1타 100피’ 무공을 자랑하는 책사 신상품이기도 해. 6년 전 <퓨전제주무림 시즌 1> 출전 책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어. 책사 인생 고작 6년이란 말인가. 반려견도 여섯 살이 되면 노화가 시작되는 건 알지만 말이야.”

 

장비 세팅이 끝나자마자, 3인의 남녀 무사가 무림플랫폼 사무실로 들어왔다. 대림검, 성곤검, 영훈공 책사였다. 답변지 먼저 보낸 순서. 호검은 쉬지 않고 외쳤다.

 

“각 책사는 꼭꼭 감춰뒀던 주군의 필승 판세 전망을 공개하라. 내가 질문지를 보내자 1시간 32분, 초스피드로 답변을 보낸 대림검 수하 신 책사에게 우선권을 준다.

 

참고로 영훈공 수하 준 책사는 요구한 분량을 정확히 맞춰서 보내왔다. 요청은 500자 이내였다. 플러스마이너스 50자를 허용하는 게 관행, 세보니 550자였다. 쉼표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정밀하게 글자 수를 맞춘 답변지였다. 그 탓에 다른 책사 답변 줄이느라 내가 좀 많이 힘들었다.

 

내가 글자 수 공평엔 민감하다. 소제목까지 더하니 646자, 675자, 694자. 최대 격차가 48자다. 똑같이 줄이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해 부탁한다.

 

책사들의 토씨 하나,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행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한다. 고수의 눈엔 보인다. 캠프 전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승패도 미리 알 수도 있다.”

 

이날 3인 책사 비무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각 캠프에선 대형 TV로 상영했다. 할 일은 없지만, 눈도장 찍으려고 각 캠프에 상주하는 지지자 무사들의 이목이 쏠렸다.

 

◆대림검 책사 “영훈공-성곤검 단일화, 흔들리지 않아”

 

 

아나운서급 언어무공을 장착한 여(女) 책사, 두뇌 회전력에선 타의 추종 불허, 문장무공은 초스피드, 방송무림 출신 신상품 멀티플레이어, 신 책사가 외쳤다.

 

“대림검은 최근 7차례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일관된 선두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인 지지 기반 위에 형성된 안정적 우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가장 최근 실시된 KBS 조사에서는 감점 적용 이후에도 영훈공과 성곤검 모두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1위가 아니라, 상대 후보 간 단일화가 이루어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지표다.

 

또한 대림검은 조직력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권리당원 기반이 두텁고 지역별 조직망이 견고해, 실제 경선에서 반영되는 방원투표에서는 여론조사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경선이 임박할수록 나타나는 전형적인 ‘지지층 쏠림 현상’ 역시 대림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도 영훈공과 성곤검에 대비해 뚜렷한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하면, 대림검은 여론, 조직, 흐름, 확장성 모든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경선 구도는 이미 ‘추격’이 아닌 ‘굳히기’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림검이 민주방 최종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필승 판세’로 전망된다.”

 

◆성곤검 책사 “진정한 원팀 유일한 구심점”

 

박학다식무공 보유자. 한번 꽂히면 수십일 밤샘무공을 자처하고, 때론 피아노 조율무사처럼 복잡하게 얽힌 제주무림 음률을 조율해 내는 허 책사가 외쳤다.

 

“이번 경선 판세를 ‘준비 완료’된 유능함과 ‘무결점’ 경쟁력에 의한 필승 국면으로 확신한다.

 

3선 중원무림의원이자 국회무림 기후특위 위원장으로서 주요 당직을 두루 지낸 경험과 전문성에서 나오는 정책의 구체성이 바닥 민심을 움직이고 있다.

 

더욱이 성곤검은 방내 경선에서 감산 페널티가 전혀 없는 ‘무결점’의 ‘클린 후보’라는 점이다. 공천 불복에 따른 25%, 하위 평가에 따른 20%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경선에서 상대적인 유리함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도덕적·절차적 결점이 없다는 뜻으로 성곤검은 민주방의 본선 승리를 가장 안정적으로 지켜낼 필승 카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명지존의 국정 설계자로서 국가 예산과 정책을 제주무림으로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성곤검만의 ‘설계형 리더십’은 중도층까지 흡수하는 강력한 확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구태의연한 네거티브 정치를 끊어내고 오직 제주의 미래 비전으로 승부하는 성곤검이 경선 승리를 넘어, 본선 압승을 위한 ‘진정한 원팀’의 유일한 구심점이 될 것이다. 도민과 당원은 결국 ‘실력’과 ‘깨끗함’을 선택할 것이고, 그 결과는 성곤검의 승리로 귀결될 것임을 확신한다.

 

◆영훈공 책사 “재명지존 평가가 승리 방정식”

 

철두철미 치밀한 기획무사, 문장초식에선 단 한 자도 허투루 썼다간 스스로 용납을 못 하는 완전무결무공을 지녔고, 언제나 막판 결정타를 던지는 준 책사가 외쳤다.

 

“4년 전, 도민무림인들은 제주를 위기에서 구할 적임자로 영훈공을 선택했다. 이후 영훈공은 도민무림인만을 바라보며 쉼 없이 달려왔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은 혁신의 연속이었다.

 

영훈공이 도민무림인과 함께 쌓아 올린 성과를 깎아내리는 세력이 있다. 물론 열정이 지나쳐 도민무림인의 마음을 두루 살피지 못하고, 생활에 불편을 안긴 적도 있다. 그러나 혁신을 중단할 순 없다. 역사 이래 모든 혁신은 논란을 일으키고 반대에 부딪혀왔다. 도정 혁신과 도민 무림인 신뢰는 영훈공의 승리와 제주의 미래를 보증한다.

 

 

재명지존은 최근 재명지존 타운홀미팅에 앞서 제주무림을 ‘한국무림 미래의 축소판’이라고 전 무림인에게 소개했다. 영훈공의 도정 철학과 재명지존의 국정 철학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한국무림을 선도하는 제주, 바로 재명지존이 인정한 영훈공의 성과다.

 

영훈공은 이번 선거 과정에 새로운 4년의 제주 설계도를 도민 무림인에게 공개하고자 한다. 영훈공의 혁신과 도민의 신뢰, 재명지존의 평가가 바로 영훈공의 승리 방정식이다.”

 

◆ 책사 비무에 담긴 정치공학 방정식

 

호검은 뿌듯했다. 무림플랫폼 사무실 이사에, 고스톱비무 판쓸이, 민주방 책사 비무까지 긴 하루였다. 호검이 3인의 책사를 서둘러 퇴청시킨 후 말했다.

 

“대림검은 짜고 치는 고스톱경선이 될까, 걱정하는 것 같고, 성곤검은 원팀론을 내세우며 본인을 중심으로 한 후보 단일화를 바라는 눈치야. 영훈공은 재명지존 라인 잡기에 전력투구하고 있어.

 

다들 알겠지만, 비풍초똥팔삼은 무사의 운명이다. 우리가 애용하는 화투처럼 우선순위로 버림받을 패 말이야. 저 책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무언가 보이지 않나? 1차 경선비무에서 과반수 득표 무사가 없으면, 누가 첫 번째 비풍초똥팔삼 무사가 될 것 같은가?”

 

정가의보검이 답했다.

 

“이젠 피 전쟁이 될 것 같다. 점당 1,000원짜리 권리방적 무사들의 힘이지. 광, 홍단, 청단, 초단, 고도리도 부질없다. 피는 일단 열 장만 모으면 무섭게 치고 올라가지. 내 눈엔 확연히 보여. 피를 열심히 모은 무사야. 피를 제일 못 모은 무사도 확연히 보여. 누구냐 하면.”

 

정가의보검의 말을 황급히 멈춰 세운 콘치스검이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천기누설이야! 무슨 곤욕을 치르려고 하는가?”

 

호검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 유튜브 생중계 광고 수익이 짭짤하게 나왔어. 이 밤이 새도록 마시자. 노자(老子)와 장자(莊子)는 말했지. 무사인생 자칫하면 나가리(ながれ)라고.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하자고. 비풍초똥팔삼 운명이 될 무사를 추모하면서. 그런데 참, 영화 '타짜' 명언처럼 선거비무는 슬픈 드라마야.”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제주 출생. 제주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2020년 제주작가회의 신인상(단편소설)을 받으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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