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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 시즌 2] (8) 감점에 신인가점 정치공학 방정식

 

 

 

“영웅은 의리 빼면 시체지.”

 

“저 고품격 철학 영화엔 의리, 배신, 형제애, 희생, 우리네 선거비무 모든 게 담겨있어. 누군가가 연상되지 않나?”

 

민주방 제주맹주 후보 선출 경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3월 19일, 늦은 저녁이었다. 무림플랫폼 창업자 호검과 한라산 은둔고수에서 벤처 투자자로 변신한 정가의보검은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만찬을 하고 있었다. 제주도청방 인근 중화요리전문점 풍림각 밀실, 처절하고 아름다운 피빚 우정 대서사시 ‘영웅본색’을 군만두 대신 서비스로 연중 상영하는 곳이었다.

 

“강호의 의리는 땅에 떨어졌다!” 방탄 바바리코트로 무장을 하고 양손엔 검 대신 총을 든, 영원한 따거(큰형님, 大哥) 윤발검의 명대사가 흘러나온 순간이었다. 호검과 정가의보검 눈시울이 동시에 붉어지더니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국영검이 부른 불후의 명곡, 당년정(當年情, 무림 1986년) 듀엣.

 

가벼운 웃음소리 내게 다시금 따뜻함을 안겨주고 / 끊임없는 온갖 생각에 잠기게 하네 / 덧없이 떠도는 영웅에게는 정이란 떨쳐 버릴 수 없는 것~

 

영화가 끝이 나자, 호검이 말했다.

 

“요새 들어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내 무림플랫폼 신규 가입 무사들을 보면 유독 제주시갑무림과 서귀포무림 무사들이 급증하고 있거든.”

 

“그것 때문 아닐까? 민주방 제주맹주 후보 선출 경선에서 대림검 또는 성곤검이 승리하면 자리가 비잖아. 틈새시장 노리는 무사들 말이야. 시간이 촉박해서 경선 대신 전략공천이 될 거야. 근데, 중앙방도 전 주인(대림검과 성곤검) 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지. 후계자무사 추천. 그치만 영훈공이 승리하면 일장춘몽이지.”

 

정가의보검이 답하자, 호검이 갑작스레 스마트폰 계산기 앱을 실행하더니 계산했다. 액정화면엔 -25%(공천불복 감점)+20%(신인 가점, 여무사 25%)=45~50%가 쓰여 있었다. 호검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정가의보검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물었다.

 

“대림검이 패배하고 무림 2028년 재선 총선비무 경선서 신인 무사 도전을 받는다면, 여성 무사 도전을 받는다면 무려 45~50% 마이너스를 안고 출전해야 한다는 얘기잖아.”

 

“딱 잘라서 말할 수 없지. 감점은 자신의 얻은 득표, 신인 가점도 자신의 얻은 득표로 계산해야 해서 좀 복잡해. 그래서 대림검은 이번 제주맹주 후보 경선비무에 사활을 거는 것일 수도 있지.”

 

정가의보검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닐까? 이번 경선 결과에 따라 당장 중원무림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잖아. 근데, 영훈공 직격한 괴문자 쓴 무사는 찾았어? 공중제비차기, 다방향차기까지 가능한 초특급 영입인재 문장무사?”

 

“특정되는 무사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어. 주로 페이스북에서 무공을 펼치는 무사야. 최근엔 괴문자에 올렸던 언론기사 링크와 같은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하더군. 남은 게시물을 끝까지 읽어봤지. 역시, 고수였어. 문장을 다루는 초식이 기가 막혀. 포졸 수사도 이외로 빠르게 진행된다는 첩보도 받았지. 웹문자를 보내려고 해도 발신인 번호가 있어야 하는데, 제주시무림 휴대폰 매장 2곳에서 개통한 것을 확인했어. 매장엔 CCTV도 있잖아.”

 

그때였다. 다급한 듯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 직후였다. 한 무사가 문을 벌컥 열곤 호검과 정가의보검을 향해 번갈아 총을 겨눴다.

 

“저, 기철검입니다! 영원한 따거, 윤발검 같죠? 민심탐방 수련하고 오느라고 좀 늦었습니다.”

 

“아이고 깜짝이야. 다이소 모의권총 좀 치워라. 그리고 여긴 야자타임이 기본 예의다!” 정가의보검이 버럭했다.

 

기철검은 호검 무림플랫폼에 100번째로 가입한 무사였다. 무림플랫폼 회원 확대 깜짝 이벤트에 당첨된 것이다. 상품은 ‘무림계 워런 버핏, 호검-정가의보검과의 식사·노래주점 풀코스 수련권’.

 

◆ 셜록 홈즈의 꿈, 기철검은 누구인가

 

무림 1963년 8월생(음력), 백록담(토평동 산15-1)과 해안 절경 검은여 해안까지 보유한 마을 서귀포시 토평동에서 태어났다. 행정무림의 오류로 호적상으론 1962년생. 몹시도 억울한 일이었다. 포졸무림에선 한 살 차이는 승진과 퇴직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탓이었다. 퇴직 후엔 정치무림까지. 팔자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다독였다.

 

초등무림 시절, 개구리를 잡아 구워 먹으며 내공을 키웠다. 1970·80년대생 무사들로선 상상도 못할 수련이었다. 당시, 친구들과 가장 맛있는 부위인 개구리 뒷다리를 먼저 먹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일찌감치 선거비무에 눈을 떴던 시절이었다. 토평초무림 어린이회장 선거비무에 출마해 2표 차로 당선됐다. 초등시절부터 고등무림까지 꿈은 탐정검. 셜록 홈즈공 소설을 탐닉했다. 제주맹주 영훈공과 중원무림의원 성곤검과는 고등무림 동문으로 인연을 맺는다.

 

 

탐정검 꿈을 이루기 위해 동국대무림 포졸행정학과(20기)를 졸업한 이후 포졸 엘리트 코스인 포졸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한다. 이어 친구무사 피로연에서 미모의 미경검을 처음 만난다. 그때는 다들 그랬다. 그날, 미경검은 기철검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비하인드 스토리. 미경검은 당시, 서울시경(현 포도청)에 근무한다는 것을 서울시청으로 잘 못 알아들었다는 사연도 있다.

 

포졸은 제때 퇴근도 못하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 미경검이었다. 어쨌든, 기철검은 결혼에 성공했다. 미경검과 함께 4남매를 키우던 기철검은 잠복수사를 하면서도 컵라면 대신, 비급서를 읽으며 바지런을 떨어 숭실대무림 대학원에서 IT정책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문무겸비 무사 자격을 갖춘 것이었다.

 

이후 제주무림인 최초로 제주포도청 수장 자리에 오른다. 그 시절, 친구 누나검이었던 4.3연구소장 영선검과 협공을 펼쳤다. 결국, 한라산 소주병에 제주4.3 상징인 동백꽃 디자인을 입히는 성과를 거둔다. ‘한라산 동백 에디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 신인무사 가점 못 받은 사연

 

무림 2023년 9월 국민의힘방 영입인재로 입방한 뒤 같은 해 12월 “서귀포무림이 처한 암담한 미래에도 제대로 책임지는 무사가 없었다. 24년 민주방 독주를 끊어 내겠다,”며 공식 출전 선언을 한다. 하지만 첫 출전부터 난관이 있었다. 신인무사 나이 제한 규정이었다.

 

기철검은 “국민의힘방이 영입한 인재로서, 기성 정치무림에 물들지 않은 정치 신인무사임에도 59세 나이 제한에 걸려 가점을 받지 못하게 된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신인가점도 없이 재선 도의회무림의원 출신인 경용검과 맞붙어 승리한다.

 

본선에서 재선 중원무림의원인 성곤검과의 대결이었다. 서귀고무림 동문 대결이었다. 비무 성적은 8% 차이로 낙선. 하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같이 출격했던 광철검(제주시갑무림)은 26%, 승욱검(제주시을무림)은 33% 차이로 참패했던 것이었다.

 

무림 2025년 7월 국민의힘 제주도방 도방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상대는 현직 도방위원장인 승욱검이었다. 대의원무사 투표율 93.8%란 높은 관심 속에 치러진 비무였다. 무림인 수가 적은 서귀포무림 한계를 극복, 승리하며 존재감을 알린다.

 

◆ 매일 뛰는 기철검, 대적 무사 순문검 지목

 

 

호검과 정가의보검은 현미경 검증을 위해 기철검 SNS를 검색하다 놀라고 말았다. 하루가 멀다고 민심탐방 수련하며 인증샷을 찍고 있었던 것이었다. 제주맹주 선거전에 뛰어든 무사들보다 더 열심히 뛰고 있었다. 정가의보검이 물었다.

 

“왜 이렇게 열심히 민심탐방수련을 하고 있는가? 지금은 선거비무 출전무사도 아니지 않는가? ”

 

“내가 가만히 집에 있질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면 스스로 용서가 안 된다. 열심히 달리고 있다.”

 

호검이 물었다.

 

“민주방 경선에서 대림검이 승리할 경우 후계자로 A.B.C.D 무사가 경합할 것이란 첩보가 있다. 그중 D무사는 도중에 몹시도 삐져서(?) 스스로 포기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데 서귀포무림엔 성곤검 대타 무사가 도무지 안 보인다. 누구일 것 같은가? ”

 

“서귀포시무림 현직 맹주 순문검 출전 가능성도 있다.”

 

정가의보검이 물었다.

 

“보궐선거비무가 열린다면 출전하겠는가?”

 

“정치무사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출전할 것이다. 이젠 선거비무 메커니즘도 좀 알겠다. 서귀포무림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친해진 무사들이 많다. 열심히 하겠다.”

 

◆가슴엔 거대한 포부, 눈빛은 끝없이 멀리

 

그들은 2차 수련 장소로 이동했다. 제주시청 인근 후미진 골목, 황비홍 노래주점이었다. 무협 반주곡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점. 정방을 초월해 인기를 끄는 주점이었다. 여야방 무사의 폭탄주 비무도 빈번하게 연출되는 곳이었다.

 

잠시 설명. 폭탄주수련은 정치무림인의 필수 코스다. 상상력과 창의력, 결속력무공을 강화해 주기 때문이다. 선거비무의 첫 번째 법칙은 기선제압. 폭탄주 제조에 능해야 술자리비무부터 기선을 제압하면서 승률을 높일 수 있었다.

 

회오리주, 혼돈주, 충성주, 입가심으로 소맥까지 한 순배가 돈 후였다. 안색이 국민의힘방 상징색처럼 변한 기철검이 주점 중앙 무대, 메인보컬 자리에 섰다. 잠시 명상하며 숨을 고른 기철검은 결연한 표정으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호검이 정가의보검에게 물었다.

 

“민주방 경선비무는 정말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경선비무는 제주무림에 급속도로 확대재생산 되고 있어. 이젠 3인 무사들의 무대만은 아닌 것 같아. 수많은 무사들을 열광시킬 빅 이벤트가 됐지. 출전권 말이야. 제주시갑과 서귀포무림은 무사들에게 꿈을 주는 영토가 됐어. 당장 출격할 수도 있고 2년 후 출격할 수도 있지. 자네도 정치무사로선 신인이잖아. 신상품에겐 20% 가점 말이야.”

 

그때였다. 정가의보검 가슴 한구석에 기철검이 열창하는 황비홍 주제가 남아당자강(男兒當自強) 한 구절이 푹, 하곤 꽂혔다.

 

“가슴엔 거대한 포부, 눈빛은 끝없이 멀리(胸襟百千丈眼光萬里長)”

 

정가의보검은 울컥했다. 폭탄주 원샷 할 시간 동안 마음을 다독인 후 호검에게 물었다. “강호가 우리를 애타게 부르고 있어. 우리도 영원한 따거 윤발검, 적룡검처럼 될 수 있어. 우리를 향해 강렬하게 반짝이는 무림으로 같이 직진하자. 친구야!”

 

호검은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주점을 가득 메운 무사들이 하나둘씩 일어섰다. 그리곤 남아자당가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여야방 무사, 남녀무사가 합일(合一)이 된 떼창이었다. 눈빛도 똑같았다. 영웅본색 주인공 무사들처럼,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눈빛.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무림을 찬송가 부르듯 찬양하고 있었다.

 

 

호검은 황망한 표정을 짓더니, 그들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강호는 무엇인가? 무림이란 무엇인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제주 출생. 제주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2020년 제주작가회의 신인상(단편소설)을 받으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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