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도의 '행정시장 직선제' 찬·반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예상대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도민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는데도 찬성 의견이 많다는데 대해 향후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4일 제주 행정체제개편 관련 긴급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 결과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도민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0.7%가 ‘모른다’고 응답한 것이다. 나머지 49.3%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고 있다’는 응답은 남성(61.0%)과 중장년층(40대 60.7%, 50대 67.4%), 화이트칼라(61.3%), 자영업(65.0%)에서 많이 나왔다. 그러나 ‘모르고 있다’는 응답은 여성(62.2%), 19~29세(78.9%), 주부(60.5%), 학생(84.8%), 중졸이하(63.2%) 등에서 높았다. 정치와 행정에 관심이 많은 층들에 대해서 인지도가 높았다.
가장 중요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찬·반여부에 대서서는 ‘찬성한다’가 85.9%로 나왔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14.1%로 조사됐다.
‘행정시장 직선제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에서는 찬성의견이 81.8%가 나왔다. ‘모르고 있다’는 응답자에서의 찬성의견도 89.9%로 나왔다. 특이한 현상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장점에 대한 홍보가 막 끝난 시점에서 이뤄진 여론조사이기에 향후 왜곡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르고 있다’는 응답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조사여서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대한다’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완전한 기초자치단체가 부활이 되지 않아서’가 38.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임명제를 하되, 행정시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좋아서’ 22.2%, ‘현행 행정시장임명제가 좋아서’ 21.4%, ‘잘 모르겠다’ 17.7%였다.
‘완전한 기초자치제의 부활이 되지 않아서’라는 응답자들은 50대(48.3%)와 구 북제주군 거주자(46.4%), 자영업(48.1%)와 농림수산업(57.4%), 행정시장 직선제 인지계층(48.4%)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제주도의 대행위탁을 받은 제주의 신문 3사가 (주)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1일과 2일 양일간에 걸쳐 이뤄졌다. 제주지역 거주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79%p다.
그러나 언론 3사는 지난 3일 여론조사 기간이 31일과 1일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재철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언론3사에서 밝힌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단순 착오에서 비롯됐다”고 석연치 않은 해명을 했다.
게다가 비용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위영석 정책조정관은 “비용은 적정성을 검토한 뒤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예산범위도 없이 집행했다는 것이다.
한편 제주도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내부 검토를 끝내고 조만간에 제주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의회와 지역 새누리당, 민주당이 모두 여론조사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밝힌 터라 의회에서 동의안 상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