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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교사의 우리말 톺아보기(2)] 같지 않은 한중일 3국 한자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말 톺아보기’입니다. 톺아본다는 건 샅샅이 살펴보는 것입니다. 늘상 쓰는 우리말이지만 사실 경우에 안맞게, 본뜻과 다르게, 잘못된 표기로 혼탁·혼란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말과 글은 곧 우리의 문화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만들어가는 숨결입니다. 세계시장에서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말과 글, 그 언어의 품격을 되돌아봅니다. 올바른 우리말과 글의 사용례를 ‘쪽집게’식으로 진단합니다. 30여년 서울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숱한 ‘우리말 바로쓰기’ 강좌·연재를 한 우리말 전문가 김효곤 교사가 연재를 맡았습니다. /편집자 주

 

굴삭? 굴삭기?

 

“동대문에서 종로 방면, 도로 ‘굴삭’ 공사로 밀립니다.”

요즘 라디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굴삭’은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굴삭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굴착(掘鑿)’, ‘굴착기(掘鑿機)’라고 써야 합니다.

 

‘굴착’을 ‘굴삭(掘削)’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ㄷ’사와 ‘ㅅ’사 등 재벌계열 회사들이 일본에서 굴착기를 수입하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이들은 기계 몸체에 ‘掘削機’라고 쓴 것을 지우지도 않고 그대로 수입해 팔아먹었거든요. 그때야 우리 것은 어디 명함도 못 내밀고 미제, 일제가 품질을 보증하던 시절이었으니, 돈벌이에 바쁜 그들로서야 굳이 지워야 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삭’이 ‘착’이 된 까닭은 일본에서는 ‘뚫을 착(鑿)’ 자와 ‘깎을 삭(削)’ 자의 발음이 같기 때문입니다. 일본 문자인 가나는 음절문자라서 동음이의어가 많아질 수밖에 없기에 한자를 섞어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무한정 섞어 쓸 수도 없기에 상용한자라는 것을 3000자 가까이 정해 놓고 가능하면 그 범위 안에서 쓰도록 하고 있지요. 그런데 ‘鑿’ 자는 획수가 많고 어려워 상용한자에서 빠져 있기에 그 대신 뜻이 비슷하고 획이 간단하며 상용한자에 포함되어 있는 ‘削’ 자를 쓴 겁니다.

 

한자를 섞어 써야만 문자 생활이 가능한 일본말에는 이렇게 자기네 식대로 획을 줄여 쓰는 약자(略字)가 많습니다. 하긴 한자의 고향이라는 중국에서도 획을 팍팍 줄인 간체자(簡體字)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웬만큼 한자를 안다는 사람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이지요. 반대로 우리들이 한자를 쓰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못 알아보는 일도 많고요. 한자를 원래의 정자체(正字體) 그대로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거든요.

 

이런 면에서 볼 때 한자를 알아야 한중일 세 나라가 서로 소통이 되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주장은 억지스럽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에서 자기 편한 대로 고친 것을 우리가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냥 우리 식으로 쓰면 됩니다, 나아가 우리는 굳이 한자로 표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굴착기’면 되는 겁니다.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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