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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교사의 우리말 톺아보기(38)] ‘백남기 선생’을 애도하며

 

남의 이름을 부를 때 보통 이름 뒤에 ‘씨’를 붙입니다. 요즘은 한자어 ‘씨’ 대신 우리말 ‘님’을 붙이기도 하지요. ‘씨’나 ‘님’보다 좀 더 높이고 싶다면 ‘선생’을 붙이면 됩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좋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선생’만 써도 괜찮겠지요.

 

그러니까 ‘법무법인 ○○ 대표 이 아무개 변호사를 모시고~’보다는 ‘법무법인 ○○ 대표 변호사 이 아무개 씨(선생/선생님)를 모시고~’라고 하는 것이 바릅니다. ‘교수님’을 직접 부를 때에도 ‘교수님’보다는 ‘선생’ 또는 ‘선생님’을 권하고 싶습니다. ‘교수’는 그저 직업일 뿐이지만, ‘선생(님)’은 존경을 담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하긴, 요즘은 ‘선생님’의 값이 너무 헐해져서 아무한테나 ‘선생님’을 붙이지만, ‘선생님’이라는 말은 직업과 관계 없이 존경할 만한 사람에게 두루 붙일 수 있는 말입니다. ‘의사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그 좋은 보기이지요. 직업이나 직위로 대접받기보다는 인간됨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진정 훌륭한 사람 아니겠어요? 대학시절, 어느 ‘교수님’께 ‘선생님’이라고 했다가 화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분께 가졌던 존경심을 잃고 말았던 씁쓸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돈 많이 버는 게 으뜸인 세상이라 그런지 ‘선생님’보다는 ‘사장님’이란 말을 더 많이 쓰는 듯한데(저도 종종 팔자에 없는 사장님이 되곤 합니다), 역시 ‘선생님’이 더 좋은 말이지요. 가만 생각해 보니 한반도 북쪽에서는 ‘선생님’이란 말을 남쪽보다 즐겨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백남기 선생’을 애도하며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선생’이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그분의 죽음을 둘러싸고 어이없는 공방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만, 저의 눈에는 또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이 눈에 띕니다. 바로 ‘백남기 농민’이란 표현입니다. 볼 때마다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영 개운치 않습니다. “농민이 교수나 박사보다 못할 것 없으니 ‘아무개 교수’, ‘아무개 박사’ 하듯이 ‘아무개 농민’이라고 쓰자.”라는 생각인 듯한데, 굳이 속물스런 표현을 흉내 낼 까닭은 없습니다. ‘보성 농민 고 백남기 선생’ 정도가 어떨까 합니다.

 

“네, 이 아무개 사원입니다.”
“네, 박 아무개 농부(농민)입니다.”
“네, 정 아무개 노동자입니다.”
“네, 최 아무개 어부(어민)입니다.”
“네, 김 아무개 경비원입니다.”
“네, 윤 아무개 석사(학사)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지요? 교사인 저 또한 삼십년 넘도록 “김효곤 교사입니다.”라고 말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학교 교사 김효곤입니다.”라고 했을 뿐이지요. 요즘 교사란 직업이 학생들의 장래 희망으로 1, 2위를 다툰다고도 하지만, 남들한테 내세우기에는 아직 부족한 직업인가 봅니다.

 

※ 사전적으로나 관습적으로는 아무개 박사, 아무개 사장 식의 표현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텐데, 제가 보기엔 아주 속물스러운 표현입니다. 더군다나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손발이 오글거리지요.

 

조선시대에도 벼슬아치들끼리 자신들의 지위를 '영감, 대감, 정승' 등으로 드러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에 비해 선비들은 이름 대신 호나 자를 부르고, 거기다 ‘선생’을 붙여 존경의 뜻을 더했습니다. 퇴계 선생 율곡 선생 등등.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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