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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교사의 우리말 톺아보기(11)] ‘~와’ 대신 ‘~워’로 바뀐 맞춤법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하늘과 땅 사이에 나 혼자…….”

 

거의 오십 년쯤 전인 1960년대 중반, 배호에 앞서 나이 서른을 못 채우고 요절한 가수 차중락이 불러 한창 인기를 끈 이 노래, ‘사랑의 종말’을 아직도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차중락은 물론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번안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으로 더 유명하지만, 저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처음 들은 이 ‘사랑의 종말’을 아직도 무척 좋아합니다.

 

다시 십여 년 뒤인 1970년대, 윤수일이라는 가수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 모습이 아름다워…….”

 

‘외로워’나 ‘아름다워’는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당시의 맞춤법에는 어긋난 표기였습니다. 1989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ㅂ’불규칙용언의 경우 모음조화 규칙에 따라 ‘외로와’나 ‘아름다와’로 쓰는 것이 바른 표기법이었거든요. 저는 대학 시절, 유명한 가수들이 이렇게 맞춤법을 파괴하는 것에 분개하여 신문에 투고한 적도 있습니다.

 

또 다시 십여 년 후인 1989년, 그 오십여 년 전인 일제 때 처음 제정된 이후 거의 손대지 않고 있던 한글맞춤법을 크게 손질하면서, 실제 언어생활과 동떨어진 표현과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뀐 표현들을 현실에 맞춰 뜯어고치게 됩니다.

 

이때, 대부분 사람들이 바른(?) 표기법을 외면한 채 모음조화가 파괴된 ‘외로워’와 ‘아름다워’로 발음하는 점을 고려하여, 바뀐 맞춤법에서는 아예 ‘~와’ 대신 ‘~워’로 쓰도록 했습니다. 다만, 어간이 한 음절인 ‘곱다’와 ‘돕다’ 두 단어만 ‘고와’, ‘도와’로 쓰는 것을 허용했지요. '작은 일'에 분개했던 저는 무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과감하게 시대를 앞서 갔던(!) 가수들과는 달리,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얼마 전, 요즘 꽤 유명하다는 어느 젊은 문인의 글을 읽다 보니 이런 표현이 눈에 띄더군요. “자유로와지기 위하여…….” 그 친구의 글을 주욱 살펴보니 다른 데서도 비슷한 실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문인이라면 최소한의 맞춤법 지식을 갖추려 애써야겠지요. 무식해서 틀린 것과 ‘창조적 파괴’는 뚜렷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하긴 상당수 문인들이 시시껄렁한 맞춤법 따위에는 무관심한 편이니,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편집자를 탓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법(표기법)을 꼭 지켜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참 오랜 숙제입니다. 더욱이 요즘 국립국어원에서는 과거에는 인정하지 않던 말을 새로 표준어로 삼겠다고 주기적으로 발표하는데, 학자나 교사들이야 어렵지 않게(?) 그 원리를 이해하고 익힌다손 치더라도 일반인들까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과 아울러, 기껏 익혀 이제 겨우 쓸 만한데 왜 또 바꾸느냐는 반발도 만만찮습니다.

 

저는 ‘학자’가 아니고 ‘교사’입니다. 따라서 나라에서 어떤 말을 새로 표준어로 정한다면 그 옳고 그름은 뒤로 하고 일단 현실로 받아들인 후 왜 그렇게 쓰기로 했는지, 과정과 근거를 밝혀서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 까닭에 1989년 맞춤법이 개정됐을 때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쓰기로 한 것을 무척 못마땅해하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왜 ‘자장면’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했고, 3~4년 전 마침내 ‘짜장면’을 인정하기로 한 뒤로는 어떤 이유로 그것을 다시 표준어에 끼워 넣게 되었는지를 짜증스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설명했지요.

 

다만 제가 교사 아닌 ‘말을 좀 다루는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언어란 생명체와 같아서 뜻과 발음과 표현이 끊임없이 바뀌는 유동체’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표기만큼은 자주 바꾸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표기법의 큰 원칙이야 당연히 정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모든 부분이 다 그 원칙에 들어맞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외가 너무 많지 않겠느냐, 너무 복잡해지지 않겠느냐 하는 의문이 있을 텐데, 영어를 보면 표기로는 발음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지 않습니까? 표기를 소리에 끼워맞추려 했다면 아마 지금 영어 표기는 90%를 뜯어고쳐도 모자랄 겁니다.

 

굳이 영어의 예를 따르자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의미에서 표기는 될 수 있는 대로 건드리지 않아야 언어 대중이 헷갈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이것이 국립국어원에서 몇 년 전부터 종이 사전을 발행하지 않고 온라인 사전만 증편하기로 한 것이 걱정스러운 까닭입니다.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언어란 원칙 못지않게 언어 대중의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표기란 오랜 습관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발음은 자꾸만 변합니다. 그렇다면 표기는 그대로 두고 바뀌는 발음만 인정하면 어떨까요. 우리말의 가장 큰 장점을 표기대로 읽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발음과 표기가 다른 경우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주’라 쓰고 ‘쐬주’로 읽는다든지 ‘우리 과’, ‘과에서는’ 할 것을 ‘우리 꽈’, ‘꽈에서는’이라고 한다든지…….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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