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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교사의 우리말 톺아보기(31)]개정된 화학 용어들

 

‘플루오린’, ‘소듐’, ‘아이오딘’, ‘브로민’, ‘포타슘’, ‘제논’, ‘망가니즈’…….

 

이게 무슨 말일까요?

 

힌트를 하나 드리지요. 모두 중고등학교 화학시간에 배운 원소들의 이름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무슨 말인지 선뜻 알아듣지 못한다면 아마 30대를 넘긴 분일 겁니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플루오르(불소)’, ‘나트륨’, ‘요오드’, ‘브롬’, ‘칼륨’, ‘크세논’, ‘망간’ 등으로 알고 있는 원소들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10여 년 전 교육부에서 원소와 화합물의 이름 등 화학 용어를 개정하면서, 주로 독일식이었던 용어들을 주로 미국식인 국제 기준에 맞추어 정리한 까닭에 이런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만, ‘소듐’, ‘포타슘’ 등은 ‘나트륨’, ‘칼륨’ 등을 워낙 널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용어를 함께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것들, 즉 ‘플루오르’, ‘요오드’, ‘브롬’, ‘크세논’, ‘망간’ 등은 이제 잊으셔야 합니다.

 

원소뿐 아니라 화합물도 그 이름이 달라진 것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연료로 많이 쓰이는 ‘메테인’, ‘에테인’, ‘프로페인’, ‘뷰테인’ 등이 있습니다. 역시 헷갈린다고요? 네, 이들은 ‘메탄’, ‘에탄’, ‘프로판’, ‘부탄’의 새 이름입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프로판’, ‘부탄’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이미 ‘프로페인’, ‘뷰테인’으로 바꿔 쓰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그동안 쓰던 이름의 세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함께 쓸 수 있도록 했지만, 교과서에는 ‘프로페인’, ‘뷰테인’만 나옵니다.)

 

생소하게 느껴질 만한 말들을 몇 개 더 훑어봅시다. 괄호 안은 예전의 표기이고, /표는 두 가지를 함께 쓰기로 한 말들입니다. 철저히 따져 쓰기는 어렵겠지만, 대충 이런 말들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원소 : 플루오린(플루오르=불소), 소듐/나트륨, 포타슘/칼륨, 크로뮴(크롬), 망가니즈(망간), 저마늄(게르마늄), 브로민(브롬), 아이오딘(요오드), 제논/크세논 등.

 

화합물(기) : 글리코젠(글리코겐), 뷰타다이엔(부타디엔), 비닐/바이닐, 실리카젤(실리카겔), 자일렌(크실렌), 사이안-(시안-), 나이트로-(니트로-), 다이메틸-(디메틸-), 사이클로-(시클로-), -알데하이드(-알데히드), 트라이-(트리-), 폼-(포름-), 하이드로-(히드로-) 등.

 

더 자세한 내용은 대한화학회 홈페이지(http://kcsnet.or.kr)에 들어가서 ‘화학정보-화합물 명명법’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붙임 1.
대한화학회에서 정한 표기법과 국립국어원이 표준으로 삼은 표기법에는 제법 차이가 있어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화학회에서는 '알데하이드'를 표준으로 삼은 반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아직도 '알데히드'를 주된 풀이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 중고 교과서들은 대부분 표준국어대사전보다는 대한화학회의 표기를 따르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언어 현실의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 붙임 2. <마무리 문제 하나>
그러면 ‘에네르기(energie)-알레르기(alergie)’라고 써야 할까요, 아니면 ‘에너지(energy)-알러지(alergy)’라고 써야 할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이 두 말은 각각 '에너지(energy)'와 '알레르기(alergie)’로 표기해야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에너지’는 영어에서 온 말이고, ‘알레르기’는 독일어에서 온 말이기 때문에 각각 원어 발음에 맞추어 표기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친절하게' 설명하는데, 그러잖아도 먹고살기 바쁜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 외래어의 국적, 기원까지 고려하면서 표기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 싶네요. 생전 알 필요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은 외국어의 어원을 일일이 따지기보다는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통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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