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심한 경우도 있었다. 본래 장애가 아니면서 동냥을 쉽게 하려고 화장과 같은 수단을 동원해 장애인인양 구걸하고 다니는 거지가 생겨났다. 심지어 화장과 같은 방법도 쓰지 않고 직접 장애인인 척, 병자인 척 구걸하기도 하였다.
요 근래 중국 도시에 있었던 일이다.
길거리에 한 중년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눈의 흰자위를 까뒤집고 적홍색에 가까운 얼굴색에다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었다. 한 손은 꽉 쥐고 다른 한 쪽은 방금 칼을 맞은 닭발처럼 흔들리고 몸은 규칙적으로 떨어댔다. 분명한 간질처럼 보였다. 죽을병은 아니었지만 대단히 고통스럽고 완치도 어려운 병이었다.
남자 옆에는 오륙 세가량 되는 남자아이가 울면서 앉아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어린 아이의 등에는 빽빽이 글자가 써진 하얀 천이 바느질되어 있었다. 그 두 부자의 애처롭고도 불행한 사연이 쓰여 있었다.
“마음씨 좋으신 시민 여러분,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아주머니. 저는 산서성 A시 B촌 출신입니다. 고향에 몇 년 동안 기근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유괴를 당했고 노인들은 울화통이 터져 돌아가셨습니다. 죽으려 해도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데리고 아내를 찾아 나섰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가련한 우리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주시면 다음 생에서는 소나 말이 되어서 보답하겠습니다. 저는 간질이 있습니다. 병이 발병하면 마음씨 좋으신 분께서 어린 아들을 돌봐주십시오. 선행하고 덕을 쌓으시면 큰 복이 주어질 것이요 자손대대로 행복하게 되실 겁니다.”
구구절절 비통함이 묻어난다. 약자를 동정하는 것은 인류의 공통적인 심리다. 순식간에 어린 아이가 들고 있는 통에 동전이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아니 지폐도 넣어줄 것이다.
눈치 채셨을 테지만, 그 중년 남자는 하루에 두 번 그렇게 간질을 실연하며 4년을 보낸 전문 사기꾼이었다. 많은 돈을 벌어 기와집을 가진 부자였다.
상(尙) 씨로 ‘이뢰두(二賴頭)’라는 별명을 가진 내몽고 흥하현 A향 B촌의 먹는 것만 밝히고 일은 싫어하는 홀아비였다. 물론 간질도 거짓이었다. 아들이라는 어린 아이도 주어온 애였다. 어린 아이 이외에 구걸하는 문장, 낡은 바가지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간질병을 실연하기 전에 입에 소량의 가루비누를 물면 되었다. 거품은 자연히 생길 터였다. 유괴당한 아내도 없었다. 애욕을 배설하려면 그저 아무 때나 정부를 찾아가면 되었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일도 생겨났다. 건강한 사람이 신체장애자를 구걸하는 간판이나 도구로 사용하였다.
심양시 수용소에 노인 한 명과 장년 한 명이 수용되었다. 장년은 43세의 유곤(劉混)으로 산동 등현(騰縣) 사람이고 노인은 유파(劉巴)로 유혼의 둘째 숙부였다. 둘째 숙부는 1미터 키의 기형 장애인이었다.
처와 자식이 있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던 유혼은 둘째 숙부가 구걸하는 데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둘이 힘을 합쳐 사기극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조카는 유모차에 장애인 숙부를 태우고는 밀면서 남경, 천진, 심양을 돌아다녔다. 유모차에는 “관대히 봐주십시오.”라고 쓴 하얀 깃발을 세우고서는 돌아다니며 “동정을 베풀어 주십시오.”
애상곡을 불러댔다.
불쌍히 여기는 눈과 탄식 중에 길에서 만난 노동자, 간부, 군인, 초등학생 모두 돈을 꺼냈다. 1원, 10원, 100원, 그리고 지폐, 계속해서 유모차에 앉아 있는 노인 손에 쥐어주었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장년은 연신 고개 숙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오가는 사람들이 가련한 마음을 내자 얼마 되지도 않아 몇 천 만 원이 모였다.
인간의 선량한 천성이 그렇게 거지들의 왜곡된 심령에 반복적으로 더렵혀졌다. 새로운 술수를 부리는 졸렬한 원시적 속임수에 인간의 동정심은 모독당했다.
그런데 그런 속임수는 결코 현재에 ‘새로 생긴 수단’이 아니었다. 그런 술수는 명·청대에 이미 존재하였다. 거지들의 은어 속에 ‘수수께끼의 답’이 숨겨져 있다. 똑똑히 셀 수 있는 범죄의 증거다.
예를 들어 보자. 피가(披街)는 반신불수의 거지를 가리키고 지황우(地黃牛)는 땅을 굴러다니는 거지다. 추양각(推羊角)은 수레를 끌고 다니며 구걸하는 것이고 답정승(踏定勝)은 발 대신에 손으로 땅을 짚고 다니는 거지다. 동과(東瓜)는 팔다리가 없는 거지를 말한다.
금전표(金錢豹)는 온몸이 상처투성인 거지이고 괴선(拐仙)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거지를 가리킨다. 취보(聚寶)는 구걸한 돈을 넣는 바구니이고 영지장(迎地藏)은 구걸하는 것을 말한다. 목후(沐猴)는 어려움에 처한 고상한 문인처럼 가장한 거지이고 헌고육(獻苦肉)은 손과 발에 종기나 상처가 나 있는 것처럼 분장한 거지를 말한다.
내곤(來滾)은 다리 장애인으로 걷지 못하는 거지를, 과봉조자(過鋒照子)는 맹인으로 가장한 거지를 말한다. 화지(畵指)는 벙어리 흉내 내는 거지를, 묘황(描黃)은 병색이 짙은 척 가장한 거지를, 묘용(描容)은 형태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모두 흔히 사용되고 자주 효과를 보는 사기 수법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