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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32) 민간 직업단체, 비밀 사회조직이라는 이중 속성

개방(丐幇)은 거지의 동업조직 항방(行幇)1)이다. 일종의 민간직업 집단형태로 출현한 민간 비밀 사회조직 형태다. 거지라는 특수한 직업을 기초로 형성된 조직으로 일반적인 방회(幇會)2) 단체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

 

당나라 때 가공언(賈公彦)은 『주례·지관·사장(肆長)』에서 “사장(肆長)은 각각 그 시장의 정령을 관장한다.”라는 문장의 ‘소(疏)’에 말했다.

 

“이 사장(肆長)은 1사(肆, 가게)에 1장(長, 우두머리)을 세워 1사의 일을 검사 대조하게 하였다. 지금의 행두(行頭)〔행수〕와 같다.”

 

항방은 우두머리를 세워 외부조직을 구성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사장(肆長)’은 관방의 행정관리 구성원에 속하는 것이다. 민간의 동업조합(guild)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요 동업조합이 출현했다는 의미도 아니다.

 

‘개방’은 민간 직업단체, 비밀 사회조직이라는 이중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2개의 대립된 사물은 하나로 융합’되지 않던가.

 

민간 직업집단의 동업조직 형태로 형성된 시기는 송나라 때이다. 송나라 사람 차약수(車若水)의 『각기집(腳氣集)』의 기록이다 :

 

금릉에서 상민에게 행원(行院)이 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 찐빵을 파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나 다른 지역에 자금을 주지 않았다. 찐빵을 파는 여러 집에서 함께 모여 시장을 빌렸다. 어떤 사람은 취사도구를 보내고 어떤 사람은 자금을 보내고 어떤 사람은 면류를 보냈다. 필요한 것은 다 있기에, 호인행원(護引行院)이라 했다. 조금도 거리끼는 마음이 없었다.

 

여기의 ‘행원’이라는 용어가 바로 당시에 여러 공업이나 상업 업종의 ‘항방’을 부르는 명칭 중 하나였다.

 

송나라 때에는 축국(蹴鞠)놀이가 성행하였다. 이에 따라 한때 ‘원사(圓社)’, ‘제운사(齊雲社)’ 등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유명한 오락장소가 있었다. 축국과 같은 구예(球藝)를 가지고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의 업종도 있었다.

 

송나라 사람 주밀(周密)의 『무림구사(武林舊事)』 권6 『제색기예인(諸色伎藝人)』 기록에 따르면 당시 항주(杭州)에 황여의(黃如意), 범노아(范老兒), 소손(小孫), 장명(張明), 채윤(蔡潤) 등 명성이 자자한 ‘축국’ 예인이 있었다고 한다.

 

민간 동업조직의 또 다른 두드러진 상징(표지)은 상응하는 내부 교류용 은어 ― 항화(行話, 직업은어)가 있었다는 점이다.

 

송나라 때 왕운정(王雲程)이 편찬한 『축보(蹴譜)』 중의 「원사금어(圓社錦語)」는 당시 ‘원사’ 내부에서 유행하던 은어의 한 부류다.

 

중국에 있어 결사(結社)의 방회(幇會) 형태는, 멀리 원나라 때의 농민봉기와 초기 민간 종교 흥기 때의 비밀 단체부터, 근대에 한때 극성하였던 청홍방(靑紅幇)에서 그 원류와 궤적을 찾아볼 수 있다.

 

거지의 동업조합 조직은 상술한 두 가지 민간 사회단체 조직의 형태가 혼합, 파생되어 나왔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항방(行幇), 옛날에 도시 상인, 소수공업자, 기타 노동자의 직업 혹은 지역 관계로 결성된 작은 단체를 가리킨다. ‘trade association’라 할 수 있다. 동업 조합, 동업자 단체인데, 여기에서는 ‘동업조직’이라 한다.

2) 중국에서 지하 조직을 ‘흑사회(黑社會)’라 부른다. 이 지하 조직은 중국 사회 곳곳에서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 흑사회는 ‘대규모 조직(幇)을 가진 범죄 집단’을 의미한다. ‘흑방(黑幇)’, ‘방회(幇會)’, ‘방파(幇派)’로 불리기도 한다. 중국 공안부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90년 중국 내에는 5백여 개에 이르는 흑사회 조직이 있었다. 이들은 조직의 강령과 지방 활동 계획을 가지고 일부 지방 도시 또는 농촌에서의 활동을 조종하는데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과 차량, 심지어 무기도 갖추고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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