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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미션 (2)

영화 ‘미션’의 시대적 배경은 1750년대 남아메리카다. 더 정확하게는 현재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브라질의 접경지역 어디쯤인 듯하다. 3개국에 걸쳐 있는 이구아수 폭포가 있는 곳이다. 남미의 대표적인 부족인 ‘과라니(Guarani)족’의 땅이기도 하다. 

 

 

영화는 1530년대 프란치스코 사피로와 에르난 코르테스가 각각 남미의 잉카제국과 아스텍 제국을 무너뜨리고 광대한 남미대륙이 스페인의 수중에 들어간 지 200여년이 흐른 뒤 남미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페인 총독 카베사가 왕처럼 군림하고, 스페인풍의 궁전과 성당, 성과 요새들이 들어서고, 스페인에서 건너온 스페인 정착민이 귀족으로 자리 잡는다. 조금 요령 있는 원주민들은 유럽풍 복장을 하고 눈치껏 새로운 ‘주인’의 집사나 하인 노릇이라도 하지만, 대부분은 스페인이 건설한 거대한 농장에서 고된 노동으로 연명한다.

 

남미 정복 이래 자행된 스페인의 가혹한 통치와 노예경제에 원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스페인은 공식적으로 노예노동을 금지한다. 영화의 배경인 1750년대는 스페인 식민지에서 노예노동이 불법화된 시대다. 

 

그러나 식민지 농장을 경영하기 위한 노예사냥은 공공연히 이뤄진다. 본국에서도 약자를 보호하는 법은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데, 식민지의 약자를 위한 법이 지켜질 리 없다. 원주민에게 최소한의 임금이라도 주면서 농장을 운영하면 당연히 수익이 떨어진다. 식민지에 투입됐던 스페인 용병들은 차츰 수입 좋은 ‘노예사냥’과 ‘노예거래’ 사업에 뛰어든다. 이런 용병은 주인공인 멘도사(로버트 드 니로)의 정체이기도 하다.

 

 

용병으로 단련된 멘도사는 식민지에서의 노다지 사업에 눈을 뜬다. 군대를 나와 스페인의 지배를 피해 숲으로 숨어든 과라니족을 쫓아 사냥한다. 어수룩한 과라니 사냥은 고라니 사냥만큼이나 간단하다. 과라니족이 다니는 길목에 커다란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다 건져오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잡아온 과라니 원주민은 스페인 총독 카베사에게 팔아넘긴다. 

 

스페인 법이 노예사냥을 금지했다고 그 법을 지킬 총독이 아니다. 스페인 군대가 직접 노예사냥에 나서는 대신 ‘노예사냥꾼’ 멘도사를 통해 노예를 공급받는 우회로를 택한다. 멘도사는 노예사냥과 노예유통까지 담당하니 당연히 거대한 부를 이룬다. 멘도사의 저택은 총독의 저택 부럽지 않다.

 

멘도사나 카베사에게 과라니 원주민은 애초에 숲속에 ‘서식’하는 짐승이지 사람은 아니다. 숲에서 야생마를 잡아와서 잘 훈련하고 발바닥에 편자를 박고, 엉덩이에 주인 이름을 새기고 타고 다니는 것과 같은 일이다.

 

교황청에서 파견된 추기경 앞에서 “과라니족도 인간”이라는 가브리엘 신부와 “그들은 짐승일 뿐”이라는 스페인 총독 카베사의 주장이 충돌한다. 가브리엘 신부는 벌거벗은 과라니 소년에게 그가 가르친 찬송가를 부르게 한다.

 

추기경도 감탄할 만한 노래다. 가브리엘 신부는 “이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이들이 어떻게 짐승이냐”고 물으며 과라니족도 영혼이 있는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카베사 총독은 태어나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앵무새가 사람 말을 흉내 낸다고 앵무새에게도 인간의 영혼이 있다는 말이냐”고 소리친다. 

 

과라니 원주민이 ‘인간’인지 아니면 ‘앵무새’에 불과한 존재인지 고민하던 추기경은 끝내 카베사 총독의 손을 들어준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앵무새’들을 그들의 서식지에서 쫓아내는 것을 허락한다.

 

 

결국 ‘식민지 잔혹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1756년 ‘과라니 전쟁(Guarani War)’이 터진다. 교황과 스페인, 포르투갈 국왕들이 ‘앵무새’들에게 서식지에서 나가라고 통보하지만 ‘앵무새’들은 ‘퇴거명령’을 거부한다. 말이 전쟁이지 사실상 ‘과라니 퇴거 강제집행’에 가깝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규군 3000명이 우선 불화살을 날려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어 놓고 중무장한 뒤 마을에 진입한다. 

 

영화 속에선 과라니 전사들이 제법 용맹하게 ‘맞짱’을 뜨고 스페인·포루투갈 군인들도 꽤 죽어나가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역사 기록은 그렇지 않다. 과라니족 1500여명이 사망하고 스페인·포르투갈 연합군 4명이 사망한다.

 

이쯤 되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다. 식민주의자들이 잔인한 학살을 정당한 결투처럼 분칠하기 위해 ‘과라니 전쟁’이라고 명명했을 뿐이다. 격투기 선수가 노파가 말 안 듣는다고 두들겨 패놓고 그것이 정당한 결투였다고 말하는 꼴이다.

 

‘미션’ 속에 등장하는 과라니족의 참상을 보면서 우리 민족이 겪어온 고난이 오버랩되고, 2009년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용산 참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용산 참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집행자는 아마도 그것을 ‘용산 전쟁’이라고 부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보기에 편치 않은 영화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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