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누리 이정아 기자 기자 |6ㆍ3 지방선거에서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4곳을 지켰다. 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종전 5 대 12 구도가 4년 만에 12 대 4로 뒤집혔다. 수치만 보면 지방권력의 중심축이 민주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구ㆍ예산 규모와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픽(pick)한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막판 역전패했다. 민주당의 압승 가늠자로 꼽혔던 대구와 경남에서도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14곳에선 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 4곳, 무소속 1곳을 차지했다. 당초 13석이었던 민주당 의석이 4석 줄었다. 특히 청와대 인공지능(AI) 미래기획 수석에서 차출된 하정우 후보가 부산북구갑에서 한동훈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이로써 민심은 출범 2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를 지원하면서도 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한 국민의힘 지도부도 심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표율 61.0%로 역대 지방선거 중 2위를 기록한 이번 선거에 임한 유권자들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방송3사 출구조사에 기반을 둔
윌리엄 수도사와 그의 제자 아드소는 마치 피라미드 깊숙이 봉인해 놓은 파라오의 미라 도굴범 일당처럼 램프를 치켜들고 수도원 장서각의 ‘비밀의 방’을 찾아내려간다. 그 ‘비밀의 방’을 ‘아프리카의 끝(Finis Africae)’이라 명명한 것이 흥미롭다. 아마 14세기 유럽인에게 아프리카의 끝이란 아무도 도달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었던 모양이다. 장서관 ‘아프리카 방’에 봉인돼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희극편’이다. 수도원장 호르헤에게는 파라오의 미라처럼 절대로 세상에 나가서는 안 될 책이며, ‘도굴범’ 윌리엄 수도사에게는 반드시 끌고나가 백일하에 드러내놓고 세상에 공개해야 할 책이다. 윌리엄 수도사 개인의 공명심일 수도 있고, 칙칙한 중세유럽에 ‘웃음’을 전파해 사람들 얼굴에 웃음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일 수도 있겠지만, 원작자 움베르토 에코는 윌리엄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아마도 공명심과 사명감이 혼합돼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욕망이란 대개 그러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희극편)을 아프리카의 끝 방에 농축우라늄처럼 은폐하고 있는 도서관장 수도사 이름이 ‘호르헤 부르고스(Jorge Burg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5월 26일 8000을 넘어섰던 코스피가 이틀 만인 28일 장중 8000 아래로 급락하며 한때 7840선까지 밀렸다. 미국이 이란 남부지역을 전격 공습하고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며 중동전쟁 종식 기대감이 약화한 데다 외국인이 대거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이날 2조889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7000을 넘은 직후인 7일부터 역대 최장인 1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차익을 실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49조8506억원이다. 하루 평균 3조3233억원 꼴이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 상승률은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그만큼 변동성도 크다. 소수 종목 중심으로 단기간에 급등한 데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절반을 넘는 등 쏠림이 과도해 차익 실현과 투매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최근 계속 70선 위를 맴도는 것으로 입증된다. 28일 VKOSPI는 전장보다 1.16% 오른 71.60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베네딕토 교단의 모든 정보가 저장돼 있던 수도원의 장서각은 윌리엄 수도사와 호르헤 수도사가 ‘알 권리’ ‘알지 않을 권리’를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잿더미로 변한다. 호르헤 수도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희극편’을 ‘몰라도 되는 정보’ 정도가 아니라 ‘알아서는 안 될 정보’로 분류해 철저히 숨긴다. 반면 윌리엄 수도사는 이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해야 할 정보라고 판단한다 호르헤는 일반인(이하 신자)들은 인식이 미성숙해 ‘희극’을 접하면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반면, 윌리엄은 일반인들이 희극을 본다고 신을 경건하게 여기는 마음을 잃을 정도로 무지몽매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호르헤와 윌리엄의 격돌을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시민단체들과 정부가 벌이곤 하는 ‘정보공개’ 논란이 오버랩된다. 정보공개법 제정의 근본 논리는 “알지 못하는 국민은 지배받을 뿐이지만, 정보를 가진 국민은 주권을 행사한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명제를 제도화한 것이다.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줌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사회를 완성하겠다는 철학이 그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윌리엄 수도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희극편을
성과급 배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정일을 1시간 30분 앞둔 20일 밤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로써 최대 100조원대 손실과 반도체 생태계 및 공급망 훼손 등 국가적 경제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컸던 파업 사태의 봉합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반도체 사업성과 10.5%를 상한 없이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반도체(DS) 부문 경영성과급 재원은 40%를 DS 부문 전체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60%를 사업부별로 나누기로 했다.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뒤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선 교섭에서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했다. 잠정 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파업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성과급 논쟁 후폭풍과 함께 우리 사회에 적잖은 숙제를 남겼다. 노사 교섭이 교착에 빠진 것은 반도체 부문 내 사업부별 성과급 배분 문제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첫 공식 과반 노조의 요구는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제 폐지였다. 적자를 낸 비메모리 사업부도 똑같은 성과급을 줘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사측은 반도체 업황의 변동성 우려와 경영 부담을 이유로 반
영화 ‘장미의 이름’은 14세기 중세유럽 수도원에서 호르헤와 윌리엄이라는 당대 최고의 수도사들이 웃음에 관한 서로 다른 정보(information)와 지식(knowledge)을 놓고 벌이는 비극적인 소동극이다. 영화 속 도서관장인 호르헤 수도사는 ‘웃음’은 사악한 것이라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간직하고 있다. 호르헤에게 웃음이란 인간들에게 권장할 만한 것이라고 설파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희극론’은 끔찍한 불온문서일 수밖에 없다. 호르헤는 당연히 「시학」을 ‘이단의 문서’로 분류해 도서관 가장 깊은 방에 봉인해 버린다. 이는 우리가 다름과 낯섦을 대하는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웃음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은 사악하지 않다’는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한 프란치스코 교단의 윌리엄 수도사가 마침내 그 「시학」을 봉인해제하기 위해 들이닥친다. 웃음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습득한 정보와 지식이 너무 낯설고 다르다. 호르헤와 윌리엄은 서로가 간직하고 있는 웃음의 정보와 지식을 모두 동원하면서 ‘최후의 담판’을 벌인다. 불행하게도 각자 간직하고 있는 정보와 지식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신학계의 거물들은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 결국 옥신각신하는
영화 ‘장미의 이름’은 이탈리아 북부의 어느 베네딕토 교단 수도원에서 교황청이 벌이는 아수라장을 보여준다. 이단 재판이 열리고, 엉뚱한 민초들이 ‘악마’로 몰려 화형당하고 그사이에 중세 지식의 요람인 수도원 장서각은 불탄다. 하지만 아수라장을 설계하고 총감독한 ‘최종 빌런’은 영화 속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 사건을 쥐락펴락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196대 교황 요한 22세(Joannes XXIIㆍ1225~1334년ㆍ재위 1316~1334년)다. 영화 속에 험악한 모습의 악역으로 등장하는 호르헤(Jorge) 수도사나 이단심판관 베르나르도 귀도(Bernardo Guido) 모두 요한 22세가 흔드는 실에 매달려 있는 꼭두각시들일 뿐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372년, 프란치스코 수도회 내 급진파(Spiritualsㆍ영성파)들은 ‘예수와 사도使徒들은 개인적으로나 공동으로나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앞세워 당시 교황청의 사치와 부패를 공격한다. 이들은 교회의 부와 권력을 비판하며 극단적인 무소유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과 요구대로라면 교황청은 당장 문 닫아야 할 궁지에 몰린다. 이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1위 국가는? 다름 아닌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덕분에 수출 증가율이 높고, 경상수지도 사상 최대다. 주요 거시경제 지표 앞에 ‘사상 최고’ ‘역대 최대’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고용이나 내수 등 실물 체감경기는 딴판이다. 거시지표와 정반대로 ‘사상 최저’ ‘역대 최장 침체’ 등의 부정적 표현이 지배한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슈퍼 사이클)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이면이자 한계다. 올해 4월 취업자는 2896만1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7만4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는 2024년 12월 이후 16개월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폭은 1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도 63.0%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하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18만9000명 늘어난 반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9만4000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2022년 11월부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저서 「장미의 이름」의 시대적 배경으로 못 박은 시점은 1372년 11월이다. 이 시점으로부터 약 36년 전, 참혹했던 십자군 전쟁(1095~1291년)이 십자군 최후의 보루였던 이스라엘 항구도시 아크레(Acre)가 마침내 함락되면서 사실상 교황청의 패배로 끝난 상태였다. 십자군 광풍이 남긴 것은 교황청 권위를 향한 의문과 쇠퇴였으며, 교황의 절대 권위와 부패에 항거하는 루터의 종교개혁(1517년)의 잉태였다. 「장미의 이름」을 모티브로 삼은 이 영화의 배경 역시 11월 이탈리아 북부 수도원을 짓누르는 음산한 기운만큼이나 을씨년스럽고 불온한 시대였다. 기존의 규범과 가치관은 붕괴했지만 새로운 질서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도덕적 공백과 혼란을 의미하는 ‘아노미(Anomie)’야말로 14세기 교회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난세가 되면 항상 자신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흔드는 온갖 세력이 등장한다. 14세기 교회는 교리의 백가쟁명百家爭鳴 시대라 불릴 만큼 수많은 교단이 난립했지만 사실상 ‘빅4’라 불릴 만했던 4개의 교단이 사상적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 싸움을 벌였다. 수도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베네딕토 교단(
코스피 상승세가 거침이 없다. 지난 1년 새 1000단위 앞자리 숫자를 다섯 차례 바꾸며 6일 7000선을 넘어섰다. 지수 6000을 돌파한 지 47거래일 만이다. 중동전쟁의 불확실성과 고유가 파고도 뚫었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75.2%로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 1위다. 6일까지 최근 1년 기준으로는 188.5% 상승했다. 거의 3배가 됐다. 세계 증시 역사상 보기 드문 기록이다. 코스피 상승 주역은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반도체가 초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큰 한국 증시에 AI 랠리 혜택이 집중됐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상법 개정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도 거들었다. 증시 수급 구조도 달라졌다. 4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1억552만개로 지난해 말보다 693만개 증가했다. 상장지수펀드(ETF)가 급증하며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주가가 오르자 ETF로 자금이 유입되고, 그러자 다시 코스피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도 지난 4월 순매수로 돌아섰다. 특히 5월 4일과 6일 이틀 연속 3조원을 웃도는 순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삼
영화에 등장하는 호르헤 수도사(표도르 샬라핀 주니어 분)는 분명 주연은 아닌데 그의 모습은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숀 코너리 분)보다 더욱 강렬하다. ‘신 스틸러’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화면을 씹어 먹는다. 호르헤는 수도원의 자랑인 장서관을 관장하는 수도사다. 요즘으로 치자면 도서관장쯤 되겠다. 호르헤는 용모부터 기괴하다. 족히 80세는 넘어 보이는 노인인데, 시력까지 잃었다. 그런데도 이 노老수도사는 눈동자 없는 ‘눈’을 부릅뜨고 산다. 시력이 없다는 것이 장애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특별한 능력이라고 과시하는 듯한 느낌이다. 눈동자 없는 눈빛이 그토록 형형熒熒하고 사람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호르헤 수도사의 허옇게 부릅뜬 커다란 눈은 문득 미국 1달러 지폐 뒷면에 그려진 미완성의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빛을 내뿜는 강렬한 눈을 떠올리게 한다. 그 눈은 ‘신의 섭리(Divine Providence)’를 상징한다고 한다. 눈 위쪽에는 라틴어 “ANNUIT COEPTIS”라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다. 직역하면 ‘신과 함께’인데, 대개 ‘우리가 하는 일(건국)은 신이 승인하신 일이다’란 의미가 깔려 있는 듯하다. 조금 비딱한 시선으로 보면 ‘미국이 무슨 짓을
내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2% 밑으로 하락한 데 이어 2년 만에 1.5%대까지 내려간다는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 덕분에 1분기 성장률이 깜짝 반등했지만,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은 개선되지 않은 채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71%, 내년 1.57%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은 2012년(3.63%) 이후 15년 연속 하락했다. 특히 내년 4분기에는 1.5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ㆍ자본ㆍ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한 나라 경제의 구조적 성장 능력을 보여준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면서 성장률의 천장과도 같다.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산출하는 한국은행의 진단도 OECD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은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이 2021 ~2023년 2.1%, 2024~2026년 2.0%, 2025~ 2029년 1.8%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구조가 성숙해지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