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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길 가는 그대의 물음' ... 제주문화이야기(48) 올레, 마당, 초가, 우영, 장팡, 돗통, 쉐막

 

현재 전통 초가의 공간을 그대로 찾아보기는 힘이 들고, 개량되었거나 기억에만 남아 있는 공간이 되었다. 대정 지역 농촌의 집들은 원래의 초가의 터를 확장하거나 개량된 현대의 집이 대부분이다. 물질적 변화의 삶이 공간 구조도 바뀌게 한 것이다.

 

제주 전통의 가옥 구조를 보면 진입로인 올레, 너른 마당, 채전(菜田)인 우영, 간장·된장·젓갈류를 보관하는 장팡, 돼지가 사는 돗통(통시), 소를 키우는 쉐막, 살림집인 초가 한 채나 혹은 안거리 밖거리, 모커리 가옥 3채가 서로 분리돼 있었다. 또 마당과 이어서 눌터와 초가를 돌아가면 뒷 우영이 있었다.

 

초가의 구조 또한 대부분 3칸에서 4칸이었고, 초가 구조는 정제(정지), 쳇방, 큰방, 작은 방, 마루, 안방(고팡), 굴묵, 난간 등으로 이루어졌다. 정제(정지:부엌)에는 예전에 세 개의 돌로 받치 솥덕이 3곳에 있었으나 난방을 사용하게 되면서 방과 이어진 온돌을 놓았다. 쳇방은 앉아서 식사를 하는 공간이며, 거실 역할을 하고 있는 마루에서는 제사를 지내거나 접객을 하는 공간이었다. 물론 큰 방에서 제사를 지내는 집들도 있다.

 

대정 지역에서는 고팡을 안방이라고 하여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로 썼으며, 평소에도 늘 통쇠(자물쇠)를 걸어두었다. 안방은 그냥 흙벽으로 두고 곡식을 차고 어둡게 보관하였으며, 두 주먹 크기의 ‘창곰’을 내서 공기만 겨우 통할 수 있고 빛을 최소한 제한하여 들어오게 만들었다. 안방에는 곡식을 보관하는 통개와 뒤주(나중에 드럼통)들이 있었다. 영락리, 동복리, 김녕리 등에서는 그 통개에 안내(안칠성)를 모시기도 하는데 그 통개 속에는 안칠성의 상징물(구슬, 오색천, 오곡)을 넣고, 제사 때나 철갈이 때 그 통개 위에다 상착에 제물을 차려 놓는다.

 

온돌은 근세에 이르러 서민에게 도입되어, 방 구들에 두 줄의 홈을 파서 납작한 곶돌인 아아용암으로 줄줄이 덮은 후에 찰흙을 바르고 마르면 장지를 붙여서 콩기름을 여러 번 바른다. 밖으로 굴뚝을 내어 연기를 배출하였다.

 

난방은 두 곳에서 이루어진다. 초가가 개량되면서 정제(부엌)와 붙은 방은 솥덕과 연결하여 온돌을 만들었고, 다른 방인 경우 따로 굴묵과 연결하여 온돌을 지폈다. 땔감은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밥을 지을 때는 솔잎·소나무 쭉정이·장작·콩깍지·조칲·솔또롱(솔똥,:솔방울) 등을 사용했고, 때에 따라서 보리낭이나 감젯줄을 사용하기도 했다.

 

굴묵의 연료로는 보리 까끄레기나 쉐똥을 사용하여 불을 지핀 후 당그네로 뜨거운 불채를 깊게 밀어넣으면 점점 방바닥이 뜨거워진다. 또 연료는 따로 눌(노적단)을 눌어서 마당 구석에 놔둔다. 연료 중에 낭뿔리가 있는데 낭뿔리는 주로 소나무 뿌리이다. 낭뿔리는 화력이 좋아서 큰일 때에 돼지고기를 삶을 때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구입해 둔다. 동네 청년들이 모여 낭뿔리 계모임을 만들었다.

 

또 다른 눌로는 촐(꼴)을 누는(쌓은) 눌이 있었다. 촐눌은 쉐나 말을 키우는 집의 먹이이며, 촐눌로는 감젯줄눌, 콩깍지눌, 조칲눌, 오리지널 촐눌이 있었다. 기본적인 쉐와 말 먹이는 촐이었다. 그러나 별미처럼 꽁깍지와 조칲은 쉐와 말이 좋아하고 감젯줄은 특히 말이 좋아한다.

 

그리고 깔개로 쓰는 보리낭눌은 돗통에 깔거나 비가 올 때 마당에 깔기도 하고, 또는 날래(곡식)를 널(말릴) 때 멍석 아래 깔개로 쓰거나 여러 모로 집 안팎 공간의 깔개로도 사용하고 장마철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우영에는 채소들을 심었는데 일종의 자연 냉장고처럼 싱싱하게 때마다 캐서 먹는다. 우영에는 나물·파·고추·가지·상추·무 등을 조금씩 가꾼다. 우잣에 심는 나무로는 동백, 감나무, 비파, 피마자, 복사꽃을 심었고, 돗통 옆에는 무화과를 심는다. 초가 뒤편이나 서측에 낙숫물을 막기 위해 양애(양화)를 심었고 향기로운 순은 식용으로 먹었다.

 

올레에 심는 꽃으로는 마농꽃, 봉숭아, 분꽃, 칸나 등을 심었다. 돗통은 정제와는 반대편에 만든다. 신화에서도 정제와 측간은 멀어야 좋다는 말이 있는데, 남선비의 본부인인 조왕 할망과 첩인 노일저대구의 똘이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며, 멀리 있어야 하고, 사실은 위생상으로도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쉐막에는 쉐를 키우지만 잠대와 같은 농기구를 걸어 놓거나 작두와 남방애를 보관한다.

 

나날이 증가하는 이주민의 시대가 되면서 제주 전통문화는 변해가고 있고, 타지역 문화와 혼합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제주도의 문화 지각이 변동하고 있다. 공간은 사회적, 환경적으로 생산력에 따라 마치 유기체처럼 변한다. 인구 변동, 생활방식, 삶의 질에 따르는 의식주 변화에 따라 다시 공간이 바뀐다.

 

정작 중요한 변화의 요인은 산업의 큰 변화였다.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하는 것이 세상이 이치라면, 삶도 당연히 변해야 정상이 아닐까?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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