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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길 가는 그대의 물음' ... 제주문화이야기(37) 동물의 화원(畫園) ③

동물의 화원(畫園),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9명의 화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중견작가 3명과 청년·신진작가 6명이 동물 주제를 가지고 마련하였다.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는 주제에 걸 맞게 모두 포유류나 조류와 같은 동물을 그린 그림들이다. 그래도 동물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강부언의 바다는 숨을 죽이고 있다. 무엇인가 기다리는 의아한 분위기이다. 해안에서 고즈넉히 쉬고 있는 백로의 무리들은 순백의 형상이 오늘따라 순수하게 느껴진다. 백로들은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희다. 흰 것은 고고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한한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앞날에 변해가는 환경의 배반이 짙은 슬픔으로 배어난다.

 

 

오승익은 자신의 인생 경험에 말못하는 고통이 있었다. 붉은 색은 그의 감정의 색이다. 강렬한 븕은 색의 한라산 아래 작가의 변신처럼 마소가 침묵 상징이 되고 있다. 살암시민 살아지는 삶은 인고(忍苦)의 언어이다. 그러나 한라산의 아픈 침묵을 깨려는 듯 마음은 어느새 산자락 아래 무겁게 서 있다.

 

 

이미선은 남방돌고래의 빠른 유영에서 바다 평원을 구르는 파도에 감기는 동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돌고래가 화가 자신이 되는 순간 바다는 새롭게 사유하는 공간이 된다. 세상의 비밀은 운동성에 있으며, 만물은 모두 움직이고 생명의 역동은 움직일 때 다시 살아난다. 물결이나 선이나 동작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그것들의 관계에서만 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김산은 만월, 원시림, 물을 통해서 자연은 하나이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의 조화이다. 작가는 자연 자체이면서 자연의 매개자인 백록을 통해, 인간의 염원으로서 오래된 미래의 이상향을 꿈꾸고 있다.

 

 

김원재는 신비하게 생각되는 흰 까마귀를 등장시켜 사회 속의 다름과 이질적인 차이에 대해서 고민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름이란 마치 환경에서 천적에게 노출된 것처럼 따돌림되기 일쑤다. 그렇지만 환경은 스스로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그것이 자연과 인생의 생태계와 비슷하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김지훈은 추상을 마치 의식의 흐름인양 보여준다. 새소리를 그려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세상은 소리로 꼭 차 있다. 인간의 오감 중에 눈은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고, 청각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린다. 소리는 비가시적이지만 어떤 형태를 선명하게 연상할 수가 있다. 소리의 형태적 표현이 리듬이 되는 데 형태와 색채의 음악성이 바로 그림이 된다.

 

 

정재훈은 고양이를 그리고 있다. 얼룩은 고양이의 특성을 나타내지만 유추해보면 삶에서 겪어야하는 수많은 사건이나 공포들의 반영처럼 보인다. 홀로 섬에 있다는 것은 물에 갇힌 존재의 고독으로 보이며, 사회적 환경에서 묻어나는 온갖 얼룩은 그래도 평온과 안정의 숲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처지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허진혁은 말의 슬픈 눈동자를 통해서 화가의 삶을 들여다본다. 표현의 자유는 방대하지만, 과연 제도, 명예, 삶은 우리 사회로부터 어느 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예술가의 인생은 마치 첩첩산중을 홀로 가는 말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맛닥뜨리는 현실은 맑은 눈동자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게 한다. 존재는 고통이 있지만 그 고통은 자유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희망일 것이다.

 

유찬우는 뱀과 도마뱀을 그린다. 원래 뱀은 도마뱀에서 진화하여 지금은 종류가 3700종이나 된다. 유찬우의 뱀은 비바리뱀이다. 비바리뱀은 우리나라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희귀종으로 북방한계선이 된다. 도마뱀은 토종으로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줄장지뱀과 다르다.

 

뱀의 상징은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악의 화신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칠성신이 된다. 뱀의 생태적 특성이 집을 지키고 쥐를 퇴치하므로 곡식을 지키는 부자의 상징으로 여기며, 칠성신앙은 모계로 전승된다. 칠성은 말 그대로 북두칠성에서 기원하여 죽음을 관장하여 인간의 목숨과 수명을 관리한다.

 

사실 선과 악은 인간의 가치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담론이며 도덕 윤리 또한 해당 사회의 셰계관에서 비롯된다. 청사는 신성하고 도마뱀은 약자의 생존전략과 닮았다. 변신은 변화이며, 다른 것으로 전환이고 생성과 소멸은 생태계의 조화일터이다. 선악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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