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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길 가는 그대의 물음' ... 제주문화이야기(46) 굿 의례는 영화와 어떻게 닮았을까? ③

 

굿(의례)은 의례 공간, 집전자(매개자), 대상자(주체), 내용(주제)과 형식(절차별 퍼포먼스) 등으로 이루어진다.

 

제주에서 행하는 공동체 의례인 본향당(本鄕堂)은 마을 공동의 신당(聖所)인데 일종의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곳이다. 마을신의 이름은 ‘본향’ 또는 ‘본향한집’으로 불리는데 해당마을의 조용한 곳에 좌정하여 마을을 지켜준다. 이 신은 호적, 물고(物故, 재물), 인명과 가축의 보호, 아이들의 생육, 출타하는 사람들의 안전 등 마을의 생명, 재산을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본향당에서는 정기적으로 굿(의례)을 행하는데 산간지역(목축신)과 해안지역(용왕신)이 산업적인 차이가 있어서 굿 내용이 조금 달라지지만, 전체적으로 의례는 신당(성소:의례 공간), 집전자(심방), 단골(마을 신앙만), 신화(신들의 이야기), 점복(占卜, 예언적 퍼포먼스), 신과 단골의 어울림(난장)으로 의례가 끝이 난다.

 

먼저 심방은 하늘에 있거나 만물에 깃든 신을 불러들이고, 그 신들을 배불리 먹인 후 무악으로 회포를 푼 뒤 단골 신앙인들이 요구를 제시하고, 신은 이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마을의 닥쳤던 재앙이나 다가올 액(厄)을 미리 막아준다. 이 과정에서 심방은 춤과 사설로 신과 단골 신앙민을 매개하여 신을 즐겁게 하고, 단골 신앙민을 안정케 한다.

 

굿의 과정은 율동과 음악과 사설이 동원되어 볼거리, 스토리텔링, 신성함, 스트레스 해소 등의 모든 과정이 풀어진다. 굿은 과학기술시대가 아닌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승의례지만, 신당(극장), 제일(祭日, 상영일), 구술(시나리오)과 집전자(큰심방은 감독 및 주연, 작은 심방들은 배우), 몸짓(액션), 다수의 의례 도우미인 소미(小巫, 스텝) 단골 신앙민(관객), 어울림 마당(놀이) 들로 이루어지는 굿의 구조는 오늘날 영화체제와 무척 닮았다고 할 수 있는데 과거 전통시대의 연극·영화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과학기술의 집약된 종합예술로서 무성영화 시대를 거치고, 흑백시대를 넘어 컬러시대, 동시녹음 시대, 컴퓨터 그래픽, 3D 입체영상 등으로 확장되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진보하고 있다.

 

영화의 구조가 제작사(마을), 감독(집전:큰 심방), 배우(다수의 소미들), 시나리오(신화나 마을 설촌 유래, 사건), 상영관(본향당), 관객(마을 신앙민), 내용에 대한 흥미와 교감(난장), 흥행(단골들의 굿에 대한 평가·소문)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의례와 영화가 시대적으로 큰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요소가 닮았다는 것은 어느 시대건 볼거리, 들을 거리, 풀 거리(욕망의 해소)가 있으며, 의례와 영화가 당대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굿과 영화는 알튀세르가 말하는 이데올로기 국가 장치일 뿐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기능과는 다르게 굿 의례와 영화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을 말한다면 ‘놀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굿에서의 놀이는 희로애락을 승화시키는 유희적 요소인데 억압된 기분을 푸는 효과를 줌으로써 대중(단골)의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는 이야기 전개, 액션, 사랑, 비극 등 인간사에서 있음 직한 사건을 통해 흥미를 주고, 관객들을 카타르시스를 통해 감정을 추스른다.

 

만약에 의례와 영화에 놀이적 요소가 없다면 인간의 욕구들은 경직되거나 숨 막히게 되고, 의례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

 

놀이는 삶 속의 욕망을 자극한다. 굿 의례가 놀이적 요소를 더욱 많이 도입하는 것은 집전자(무당/감독) 자기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고, 그 능력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을 때 관객(단골)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흥행의 문제는 굿 의례나 영화의 존폐에 직접적인 문제가 된다.

 

굿이 재미없고 영험하지 않다고 단골들이 판단하게 되면 마을굿의 집전자(감독)는 교체되기도 하고, 단골 집안의 굿(상영관)도 다른 심방(감독)에게 뺏기게 된다. 그래서 심방들은 단골 관리를 위해 평소 신경을 많이 쓰고 굿 의례도 노력해 영험다움과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영화 또한 관객들로부터 소외되었을 때 제작자나 감독의 어려움은 굿 의례에서 보는 바와 다르지 않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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