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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6)] '시간의 흔적' ... 자연의 순리, 그리고 섭리

 

이번 작품은 2010년에 제작하고 2011년 'KOREA PHILIPPINES FRANCE JAPAN FINE ART FESTIVAL'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전시에 출품하기 위해 세점의 시리즈로 그려진 작품인데 내 기억으로는 제작된 세점중 마지막 작품이다.

 

앞으로 이런 한지꼴라쥬 작품은 제주의 자연을 담아 틈틈이 제작하려 마음먹고 있다.

 

이 작품들의 탄생배경은 아내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당시 아내는 종종 나에게 꽃그림을 그려주길 원했었는데(그중에서도 해바라기) 그 이유는 해바라기그림을 그려 액자를 해서 벽에 붙여 놓으면 집안에 재물과 복이 들어온다는 얘길 어디서 들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지금도 형편이 좋지 않지만 그 당시에도 아내의 마음상태가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다.

 

그러나 당시에 내 작품의 경향은 사실적이고 구상적인 그림을 거의 안 그리고 있던 때였다.

 

사실적인 표현은 당시 먹고 살기위해 입시학원을 하면서도 늘상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썩 내키지도 않았거니와 평소에도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평소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현실적이지 못하고 이상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던 나의 상태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 거의 드문 경우지만 - 어떤 인연이 되어 그림 주문이 있을 때 어쩔수 없이 호랑이그림을 그려주거나 성경구절에 나오는 꿈을 꾸고 그것을 그려달래서 그려주거나, 또는 사업장을 개업할 때 선물로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 그림을 그려주긴 하였었다. 아 학원에서도 연구작으로 꽃과 화병을 많이 그리긴 하였다.

 

하지만 당시 내가 처했던 환경과 나의 기질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내 작품의 관심사는 다분히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의 추상이었다.

 

어쨌든 지금도 미안한 얘기지만 아내가 원하는 사실적인 꽃그림을 그리기가 싫을 때였다.

 

그래도 마음한구석에는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선물로 꽃그림을 그려주고는 싶은 마음이 많았다.

 

그래서 나만의 방식으로 한지에 농담과 그라데이션을 활용하여 채색하고 그 채색된 한지를 손으로 찢어 켄트지에 꼴라쥬로 표현하였다. 꽃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해석하여 생성과 소멸의 사이클, 즉 자연의 순환을 내용으로 삼았다. 동양의 음양오행사상을 바탕으로 반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당시 아내가 약간의 불평은 하면서도 그래도 좋아라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내 스스로도 작품제작 과정이 즐거웠고, 어느정도 만족도 했던 작품이라 앞으로도 제주의 자연을 꼴라쥬형식으로 표현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내가 원하는 사실적인 꽃그림도 이 감사한 고향 제주 자연의 품안에서 그려 선물할 날을 기대해본다. 제주의 꽃들을 자연스럽게 멋지게 그려볼 생각이다.

 

지금은 형편상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늘 날 위해 그 힘든 시기, 그 힘든 고비 고비를 참고 견디며 지내온 아내를 생각하면 참으로 미안하고 고맙다.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아직도 날 떠나지 않고 걱정해주며 애들과 가정을 지금까지 돌봐준 아내 유정희에게 참회하고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그림을 그리고 난 이후 몇 년 지나 내가 경제적으로 더욱 힘들어지고 정신적으로 불안했을 때다. 어느날 술을 마시다 갑자기 제주에 가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돈이 없어 가까운 후배에게 그림값의 3분의 1 가격에 후려쳐서 넘겼다. 그 돈은 서울서 제주로 잠시 탈출하는데 쓰였다.

 

나머지 남은 두 작품은 아직도 살아남아 2021년 올 연초 제주시 도남동 지오갤러리에서 주최한 지오소사이어티창립전에 다시 전시가 되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애월고 한국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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