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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33)] 생명은 곧 공명 ... 남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길

최근 귀향한 친구가 가게 문을 열면서 요청하고 그려준 그림을 소개할까 한다.

 

고향에 돌아와 예전 살던 동네에 있는 약 20여평 규모의 3층 옥탑이 있는 건물을 매입, 1층엔 본업인 공인중개사무소를 차리고, 2층에는 와인바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1층엔 부귀장수를 상징하는 모란그림 한점을, 2층에는 와인바에 걸맞는 모던한 느낌의 작은 그림을 4점 그려주었다.

 

2층 와인바에 이 그림을 포함하여 소품 3점이 현재 걸려 있다.

 

과거의 운치를 간직한 흰색 건물에 2층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은은한 풍경과 빛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가게다. 소박한 가게는 자기가 살던 집 근처에 있다.

 

이 친구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하지만 이 친구도 삶의 절박한 시절이 있었음을 지금은 안다. 지금은 그 고비를 넘겨 고향에 성공적인 정착을 하였으니 축복할 일이고 감사할 일이다.

 

이 친구의 평소 따뜻한 성정을 알기에 그림을 그려주고 싶었고, 향후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축복의 마음을 담아 이 그림을 그렸다. 이 인연이 소중히 이어지길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욕심을 부린다. 그러나 주어진 본분과 자기 모습 그대로 가족과 함께 감사하며 사는 이 친구가 부럽다. 여기에 오기까지 수없는 난관이 있었으리라 짐작을 하지만 작은 나무들이 있는 쉼터의 풍경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친구의 모습이 맑고 순수하다. 

 

귀향하여 늘 가슴에 있던 고향 바다와 하늘, 가슴깊이 들어오고 나가는 맑은 공기, 언제나 힘을 주는 가까운 친구들이 이 친구의 가슴에 늘 충만함으로 넘치길 바란다.

 

그림 때문에 리모델링 중에 방문한 이 친구의 건물은 적당한 위치와 장소와 더불어 아름다움과 소박함, 편안함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 앞 조그마한 정원같은 쉼터의 풍경과 함께 건물 내부의 창문 커튼 사이로 은은히 들어오는 빛! 씨줄 날줄의 에너지들을 나는 느꼈다. 그 느낌을 와인병에 담아 빛의 느낌을 전달해 보려 하였다.

 

투명하고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을 와인병을 매개로 하여, 빛의 수용과 굴절 반사를 납작붓에 물감을 뭍혀 가로 세로로 에너지를 담은 붓질과 획, 그리고 다양한 빛깔로 나타내 보았다. 그 술병 하나 하나가 우리의 모습임을 자각하고 또한 그 모든 것이 빛 하나로 공명하고 있음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어둠에서 빠져나와 이제 안정된 이 밝은 에너지를 감사히 품고, 그 에너지가 언제나 서로 공명하며 살아있는 공간, 늘 풍족한 공간, 멋진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 어떤 공간이라도 생명력 있는 마음과 에너지가 담긴 그림이나 조각 같은 예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과 인쇄된 그림이나 대량생산된 이미지가 걸려 있는 것과는 그 느낌이나 가치가 다르다.

 

사람이 만든 예술작품 하나로 혹은 진짜와 가짜의 차이로 이른바 그 가게의 품격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 공간에 작품을 걸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나에게는 영광이다.

 

지금와서야 더 느끼는 것이지만 예술이라는 그 내재된 깊이를 점점 더 알 수 없다. 공부가 부족하고 나태와 과거의 습식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을 내지 못함도 결국 내 문제다. 내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예술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 드는 생각은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늘 공명하며 그 바탕은 사랑이고 자비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나의 무지가 깨져가고 다시 알에서 깨어나오듯이 더 큰 사랑으로 꽃피어나길 꿈꾸면서 말이다.

 

그런 마음이 담긴 작품이 성숙된 예술과 삶으로 이어져 가리라 믿는다. 모든 것과 사랑으로 공명하며 보편적 소통과 감흥이 일어날 수 있기를 꿈꿔본다.

 

또한 그 원천인 마음은 비물질적 너머에 있고, 외부에 없으며, 내 안에 늘 함께하는 그 무엇이다. 작가 스스로가 그걸 알고 있으며 늘 두드리고 현재에 깨어 있고 몰입하다 보면 그 원천에서 작가적 양심이 드러나고 예기치 않은 영감이 떠오르리라 믿는다.

 

또한 사랑과 용서, 자비의 근본이 없으면 외롭고 힘들고 삶의 의미가 없어지고 무기력 해진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살 수도 없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도 없다.

 

이 그림의 제목은 생명이라 명명하였다. 생명은 곧 공명이다. 남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길.

 

근원적 빛을 화두로 생명의 찬란한 노래를 담고 싶은 마음으로 그린다. 생명의 빛이 들어와 모든 무정물이든 유정물이든 모두가 그 근원의 빛, 원천의 빛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

 

강하고 세찬 가을 태풍이 한차례 지나갔다. 오만했던 인간도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 보인다.

 

태풍의 그 울부짖는 바람소리는 고통도 두려움도, 무지와 오욕에 물든 모든 것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자연의 엄중한 소리로 들린다.

 

스스로 늘 밝게 빛나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는 생명의 호흡으로 들고 나며 본질인 나를 생명으로 존재케 하는 근원의 에너지를 믿고 감사하다. 자아(ego)의 오만과 편견을 내려놓고, 버리고, 한결 가볍게 한걸음 한걸음 내딛길 바란다. 빛은 생명이고 사랑이고 공명이다.

 

너와 나를 분리하는 좁은 벽을 넘어 하나로 공명하는 넓은 마음을 바라보며 오늘도 108배 참회 기도를 해본다.

 

누군가 내 그림이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 모든 것이 배움과 성장의 계기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빛 힐링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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