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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25)] '나는 누구인가' ... 달과 나, 그리고 내 그림자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밤늦게 글을 쓴다.

 

이 작품은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 제작되었던 작품으로 미발표작이다.

 

아내가 임신하고 나서 서울 장모님집에 있을때 2층에 있는 빈방을 작업실로 쓰면서 수묵으로 제작했던 소품 25점 가량의 군상(群像) 시리즈 중 하나다.

 

가로 세로로 얽히고 설키게 표현된 군상들 가운데 작품 우측 아래 약간 진하게 표현된 형상이 곧 나의 모습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는 그림이다.

 

이 많은 가운데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

화두처럼 끈임없는 질문을 던지던 시절...

 

방황의 시절, 술과 자학의 시절, 객기와 방탕의 시절, 때늦은 결혼을 하고 막막한 현실에서도 희망의 꿈을 꾸던 시절.

 

그 또한 젊음이었으리라.

 

지나보니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의 나는 준비되지 않은 아빠이자 남편이자 자식이었다.

 

그리고 자아의 교만과 아집, 객기와 방탕을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줄도 모르면서 한편으로는 고고한 도(道)를 좇는 어리석고 어두운 무명(無明)의 길을 걷고 있음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또한 폭음으로 자학을 일삼고 그것이 어둠이 되어 향후 가족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되어, 잘못된 인과와 과보가 되어 모든 관계와 모든 일들이 힘들어질 줄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스스로 만든 어리석고 어둡고 무거운 시절을 보내며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 보려고 ‘나는 누구인가’를 그림으로 외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이젠 애기할 수 있다.

 

잘못된 인과와 과보, 실수를 알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 선택은 두가지밖에 없다. 사느냐 죽느냐처럼.

 

그러나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 경험상 내 힘이 아닌 또다른 보이지 않는 힘도 작용하고 있음을 주지하지 않을수 없다.

 

쉽지 않지만 스스로 힘을 빼고 순리와 자연에 맡기는 삶이 그것이다. 사실 모든일이 내 뜻대로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에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고통가운데 지나간 부족하고 부질없는 것들에 대한 반성과 참회를 통해 어둠에서 나와 빛이 있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

 

그것이 변화고 삶이고 생명의 길이다.

 

다같이 행복해지는 길!

 

내가 바로 서 있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고통은 우리에게 변하라는 시그널이다.

 

과거의 그림속의 내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변화된 오늘의 나의 모습을 본다.

 

입도한지 얼마 안된 친구가 옛날에 살던 동네에 자기 건물을 매입, 1층에 사무실 2층에 와인바를 창업하려 하는 곳에 들렀다.

 

부탁을 받고 그곳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주기 위해서였다. 참 감사한 일이다.

 

함께 아는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까지 먹고 새로운 인연도 맺었다.

 

서로 모르는 얼굴도 한다리 건너보면 인연이 연결되어 있는 제주는 참 좁은 동네임을 새삼 또 느낀 하루다.

 

1차를 하고 비가 온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몇몇이 근처로 자리를 옮겨 파전과 오뎅탕 안주에 2차까지 하고 들어와 연재 소개할 그림을 이것저것 뒤적여보다가 이 그림을 뽑아놓고 이제야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변화된 나의 모습은 술과 관련있다.

 

연재를 통해서 슬쩍 고백하기도 했지만 몇 번의 특별한 상황과 실수를 빼고 근 8년간 소주 독주를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맥주는 친구들끼리 모일 땐 가볍게 마실 때가 있고 집에서도 가끔 캔맥주 한 캔 정도 할 때가 있다.

 

어떨 땐 미술부 선배한테 최근에 배운 스킬로 소주잔에 물을 따르고 난 ‘수주(水酒)’ 라 하고 양해를 구하고 건배도 하면서 분위기를 함께 하기도 한다.

 

오늘도 그런 술자리를 지켰고 2차에서는 수주만 들이켰다. 그리고 술자리가 파하고 비가 오는 바람에 택시까지 안 잡혀 술 안먹은 내가 친구들을 집에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온 것이다.

 

이만하면 술로 따지면 과거의 내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술을 억지로 안마시는 것은 아니고 어느 순간 술 생각이 나지 않게 된 것이다.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누군가는 총량제에 들어서서 그렇다고 하긴 하지만 어쨌든 나를 새롭게 살게 해준 생명의 빛에 감사하다.

 

이젠 지나간 것도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행복할 때가 많아 감사하다.

 

비록 젊을 때 과한 술로 많은 시간을 부질없이 인생을 낭비하긴 했지만 낭만과 좋은 추억이 깃든 멋진 술도 많았다. 즐겁고 행복한 술자리들이 되면 좋겠다는 의미로 혼자만의 술을 드시는 사람에게도 멋진 술을 드시라는 의미로 이태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 제4수중 1수를 남기며 두서없는 이글을 마무리한다.

 

꽃밭사이 술단지 하나놓고

대작할 이 없어 홀로 마시는 구나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달과 나와 내그림자가 비춰서 셋이 되었네.

 

달은 본래 술을 마실줄 모르고

그림자는 거저 흉내만 낼뿐이다.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을 삼아

봄날을 맘껏 즐겨보노라.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춤을추면 그림자가 어지럽도다.

 

취하기 전엔 함께 즐기지만

취한뒤엔 각각 흩어지니

영원히 엉킴이 없는 우정맺고저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세.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빛 힐링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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