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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30)] 김구 선생의 피묻은 옷이 전하는 말

6월 말부터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몽롱하다.

 

전시기획으로 정신없이 바빴던 지난 6월을 생각하다가 오래전 6월에 그려졌던 그림 한점이 생각났다. 오늘 연재에 소개할 그림이다.

 

오늘로 벌써 30번째 연재에 들어섰다. 졸렬한 필체로 여기까지 오게 되서 돌아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나름 대견하기도 하다.

 

친구와의 사소한 만남과 가벼운 권유로 시작된 이 일에 스스로 부족하지만 그것을 딛고 용감하게 도전을 안했으면 이런일도 없었겠거니와 친구의 관심어린 권유가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으리라.

 

신기하고 감사하다. 결국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이 그림은 2009년 서울 문화일보 갤러리에 전시되었던 작품으로 정글 아티스트그룹 정기전인 '정글 프로젝트 새로운모색 2009'에 내놓았던 작품이다.

 

전시를 하기 전 작업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면서 그림 소재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컴퓨터로 인터넷을 보다가 다음 사이트에 피묻은 한복 이미지가 올라왔는데 너무나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다. 백범 김구가 안두희의 총탄에 스러졌을 때 입고 있었던 옷이었다.

 

그날이 마침 백범 김구 선생의 서거일인 6월 26일이었던 것이다.

 

전시를 앞두고 어떤 그림을 발표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고민하던 시기에 나타난 이 피묻은 옷은 인터넷 사이트에 우연히 나타남과 동시에 당시 나에게는 파격적인 시각적 강렬함을 선사 했다. 죽음, 비극이라는 단어와 함께 뭔가 가슴깊이 끓어오르는 감정이 올라왔고 그로인해 피묻은 옷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은 욕망이 올라와 그려졌다.

 

당시 내 작업은 추상표현 기법위주와 실험적 작업이 많았다. 추상기법만으로는 그림에 효과만 있지 철학과 내용에 있어서는 무언가 부족함을 많이 느끼던 시기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래서 추상에 사실적 형상을 넣어볼까 고민하던 시기여서 마침 나타난 피묻은 옷이 주는 그 강렬한 형상의 이미지를 작품에 넣어보기로 한 것이다.

 

한가지 소재만을 탐구하는것보다 보편적이고 무한하고 상상이 넘치는 소재를 탐구하는 것도 화가의 작업에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에 이 소재를 어떻게 다양하게 변용 확장시킬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깊어지던 때였다. 그래서 작업과정상 각 레이어마다 의미를 넣고 레이어의 중첩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심화시키려 마음먹고 이 작품을 제작해 나갔다.

 

바탕이 되는 배경의 첫 레이어는 백범 선생이 살아생전 나라사랑 애국정신의 마음으로 쓰셨던 서예 글씨들을 임서해 그 정신을 기렸다. '글이 곧 그사람이다'라는 서여기인(書如己人)의 의미다.

 

그 위에 두번째 레이어는 안타깝게 안두희란 인물에 암살을 당했지만 늘 평생 나라의 독립을 꿈꾸고 목숨에 연연하지 않았던 선생의 헌신을 순교의 상징 이미지로 십자가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표면 레이어는 피묻은 옷의 구체적 형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게 됨으로서 사실적 구상과 바탕의 추상성 정신성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 컨셉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이 컨셉은 돌이켜보면 2008년 작품 '공즉시색 색즉시공'(연재 24번째 작품)을 시작으로 구체화되고 이 작품에서 확연히 그 의도가 드러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최종 레이어는 피묻은 옷의 사실적 표현 위에 심장을 그리고 더불어 동백 정맥을 태극기의 음양상징인 붉은색 푸른색으로 마지막 처리를 함으로서 백범 김구의 역동적인 삶과 이념을 벗어나 한나라 한겨레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상징하는 것으로 표현하여 이 그림은 완성을 맺는다.

 

2009년 4월 문화재로 등록된 백범 김구의 피묻은 옷을 인터넷에서 보고 거룩한 한 인물의 대의와 역사의 흔적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백범 김구의 그 고귀한 정신을 얼굴과 모습이 아닌 그 인물이 남겨놓은 상징인 글과 흔적들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이 피묻은 옷 이미지를 본 계기로 이 작품은 탄생되었다.

 

모든 소재 대상들은 그것을 상징하는 정신적 사유의 사실적 흔적들을 알게 모르게 남기고 있음을 성찰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은 살면서 남과 다른 고유한 자기의 필체로 자기의 글과 말로 자신의 가치와 신념 같은 체계와 흔적을 남기고 살고 있음을 알았다.

 

따라서 내 그림에 동서양을 떠나 모든 사람 사물, 형상이 그림의 대상 소재가 될수 있고 동양화의 정수인 서예를 차용할 수 있음에 한국화의 서화일치 개념또한 넣을 수 있다. 고무적이다. 추상적 회화를 한국화의 기본을 지키며 충족시킬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품의 구상적 형상은 대상하는 그 인물이 살아생전 좋아하거나 그 인물을 대표하는 물건들로 설정 선택하여 사실적 표현으로 사물을 묘사하면 한 작품 안에 추상성(정신성)과 구상성을 동시에 획득할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나타나 필연이 된 사고의 컨셉이 된 이 작품은 인간은 육체와 마음이라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밀합이라는 동양적 사고의 관점에 잘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것은 물질과 비물질, 이성과 감성, 객관과 주관같은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둘은 하나로 움직이고 조화로워야한다는 동양의 음양사상은 그 요체가 '둘은 곧 하나다'라는 철학적 명제가 된다.

 

미술작품 안에서도 이러한 성질의 다른 것들이 모여 통일감과 조화로운 표현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도 고민중이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림을 통해 타자에 대한 심도 깊은 감사와 배려를 담아본다. 타인이 모습이 곧 나를 자각하는 계기도 될 것이므로...

 

백범 김구 선생이 쓰신 귀한 글귀를 적어보고 나를 돌아보고 그 정신을 기려본다. 이런 큰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지금도 감사하게 이 나라에 살고 있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다. 정신 차리고 올바르게 잘 살아야겠다.

 

나로부터의 시작]

 

어릴 때는 나보다 중요한 사림이 없고,
나이 들면 나만큼 대단한 사람이 없으며,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이 상한다.

 

문제는 익숙해져서 길들여진 내 마음이다.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사람 속이 좁으면 같이 못 산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없다.

 

사실 나를 넘어서야 이곳을 떠나고,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른다.

 

갈 만큼 갔다고 행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참을 수 있는지 누구도 모른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상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한다.

 

또 상처를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내가 결정한다.

 

그 사람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언제나 내 몫이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며,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

 

거칠게 말할수록 거칠어지고, 
음란하게 말할수록 음란해지며,
사납게 말할수록 사나워진다.

 

결국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다스려야 뜻을 이룬다.

 

모든 것은 내 자신에 달려 있다.

 

-백범 김구-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빛 힐링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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