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변호사 피살사건'의 살인 교사 피의자 김모(55) 씨가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경찰청은 27일 검찰 송치 전 이뤄진 출입기자단과의 백브리핑에서 "피의자 심문을 벌인 프로파일러 3명이 '김씨가 최소한 이승용(당시 45세) 변호사가 숨진 현장에는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이 변호사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 48분께 제주시 삼도2동 한 아파트 입구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김씨는 제주 폭력조직인 ‘유탁파’ 두목인 백모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고, 동갑내기 손모씨에게 이 변호사 살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두목은 다리를 찔러 겁을 주라고 했지만, 자신의 말을 듣고 직접 행동에 나선 손씨가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했다는 것이 김씨의 진술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수차례 번복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에 프로파일러와 개별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면담 이후 부인하고 있던 내용은 일부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에 함께한 3명의 프로파일러들은 김씨가 최소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범행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모양의 흉기를 직접 그려서 보여주고, 이 변호사의 이동 동선과 골목의 가로등이 꺼진 정황까지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따라서 김씨가 직접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
경.검찰도 기소 전까지 관련 내용을 확보, 김씨가 직접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1일 오전 10시 9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법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사건과 관련된 배후세력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씨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두목 백모씨와 살인을 교사받았다는 손모씨는 각각 2008년, 2014년 숨진 상황이다. 1999년에 일어나 22년 동안 실체가 풀리지 않은 장기미제인 만큼 증거와 증언도 많지 않아 김씨의 진술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경찰은 김씨의 구체적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은 “범행 동기는 피의자가 함구하는 부분 중 하나”라면서 “이번 사건에서는 진술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피의자가 범행 동기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미 했던 진술도 여러 번 번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의 범행동기와 배후설에 대해서는 “기소 전까지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기로 했다. 범행에 대한 정확한 실체에 다가가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공개할 수 없다”면서 “관련 내용이 알려지면 추가 진술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도내 대형 나이트클럽 운영 관련과 제주도지사 선거 개입설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했다”고만 밝혔다.
다만 검찰과 경찰은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모(55)씨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 이전에 기소와 유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경찰은 “1년 동안 추적을 벌여오면서 김씨와 관련된 사람들의 유의미한 진술과 감정서 등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증거물 보관실에 이 변호사가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양복 등을 발견하고, 지난해 9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 외에 다른 DNA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