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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행개위 구성부터 논란…마지막까지 논란만 부채질
‘기초자치단체 부활’ 명제 놓쳐…행정구역·결정 방식은 또 과제

 

“행정시장은 주민의 손으로 뽑는다. 그러나 시의회는 구성하지 않는다. 직선 행정시장의 권한은 특별법에 명시한다. 행정구역은 3개 이상으로 한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구성된 지 2년 3개월여 만에 내놓은 최종 결론이다. 결국 찾아낸 최종 대안이 ‘직선 행정시장(행정시장 직선제)’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핵심 공약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건 엄연히 '자치권 부활'이었다. 당시 우 지사는 ‘자치권 부활’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의회를 없애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기초의회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라는 것이다. 엄격히 의미의 '자치권 부활'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제주도는 지난 2011년 4월11일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도의회 추천 4명,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추천 각 1명, 전문가 그룹 7명, 도 소속 공무원 2명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잡음이 나왔다. 위원회가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하기 위해 운영되는 것도 문제였지만 우 지사의 측근 일색이라는 것이다.

 

위원회가 구성되고 나서 같은 달 열린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박규헌(민주당·제주시 애월읍) 의원은 우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의에서 “위원회 구성을 보면 그야말로 행정시장 직선제에 찬성하는 분만 추천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비판했다.

 

그는 “각계 전문가라고 추천한 7명 중 2명은 의안심사를 위한 공청회에 찬성 쪽 출석 인사다. 4명은 지난해 12월 발전연구원이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 좌장·주제발표·토론자로 참석해 행정시장 직선제 의견을 제시한 인사들이다. 이중에는 지방선거 당시 우 지사의 캠프와 이후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도의회는 또 ‘의도된 결과(행정시장 직선제)’로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객관성 있는 용역’을 주문했다.

 

위원회는 2011년 8월 한국행정학회에 행정체제개편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용역결과 5개 대안이 나왔다. 4개 대안은 ▶현행유지안 ▶시장직선안 ▶읍면동 자치강화안 ▶기초의회만 구성하는 안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안이다.

 

위원회는 이중 ▶시장 직선안(시장 직선·의회 미구성안) ▶읍면동 자치강화안(읍면동장 직선·의회 미구성안)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안 등 3개안으로 압축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8월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압축된 3개 안 중 ‘읍면동 자치강화안’을 제외하고 2개안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최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도는 위원회 운영시안을 1년 더 연장하는 조례를 상정했다.

 

 

 

도의회는 결국 행정시장 직선제로 가는 방안이 아니냐며 의혹을 보냈지만 “현재 제출된 2개 대안에 대해 결정짓지 말고 ‘행정시 권한 강화 후 행정체제 개편’까지 포함한 의견을 수렴할 것”을 요구하는 부대조건을 달아 통과시켜줬다.

 

하지만 우근민 지사는 도의회 부대조건 때문에 행정시장 직선제가 물 건너갔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4월 임시회에서 “시장을 시민들 손으로 직접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부대조건을 제시했다. 그 부대조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대조건을 철회해주면 행정시장 직선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우 지사는 이달 정례직원 조회와 민선 5기 출범 3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행정시장 직선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1년도 안 남겨둔 상황에서 갑자기 태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맞추듯 위원회는 29일 ‘행정시장 직선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결론을 냈다.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하지만 위원회가 과연 제주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렸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위원회는 “시장직선·의회구성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행정시로 통합하고 단층제로 전환한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중앙정부 및 정치권을 납득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대안은 ‘제주특별법’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쉽지 않은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도의회가 부대조건으로 제시한 ‘행정시 기능강화안’에 대해서도 “현행 행정시장 체제를 존치시키면서 도의 전체적 통일성을 요하는 광역적 사무를 제외한 사무를 행정시장에게 위임해 민원처리상의 지연과 주민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임명직 시장이라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주민 행정 수요 대응성 확보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직선·의회 미구성안’에 대해서는 “직선행정시장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임기동안 도지사가 임명한 행정시장보다 주민에 대한 밀착행정을 더욱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주특별법을 올해 안에 개정한다면 바로 내년에 시행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도지사의 공약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위원회 연장 조례안이 처리되기 전 기초자치권 부활 범도민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의 비효율성, 지역간 불균형 심화, 행정의 민주성 및 주민참여 약화, 행정서비스 질 저하, 하부행정기관의 창의성 상실, 제왕적 도지사의 문제, 중앙정부의 지원 감사 등의 문제점을 확실한 해법은 법인격을 갖춘 기초자치단체 부활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인격 없는 ‘시장직선제’ 중심으로 한 편향적으로 결론을 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법인격이 없이 도지사의 의지와 정책결정에 따른 권한의 일정한 배분과 기초자치권 부활의 문제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법인격도 없는 시장을 선출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차라리 현행 제도에서 도지사-시장 러닝메이트를 제대로 활용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역설했다.

 

도의회도 부대조건을 제시한 것은 제주도의 미래를 바라보고 명실상부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주장한 것이다. 행정시장 직선제에 급급해하지 말고 현행 행정시장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법인격 있는 시장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시의회를 구성하라는 장기적인 주문이다.

 

그런데도 위원회는 우 지사의 공약 맞추기에 급급, 올해 말까지 내려도 되는 결론을 7월 말까지 결론을 내리겠다며 최종 대안을 발표했다.

 

내부적으로는 많은 논의를 거쳤다고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목표에 쫓겨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는 명제를 놓쳐버린 셈이 됐다.

 

위원회는 최종 대안을 제시하면서 또 다른 과제를 남겨 혼란을 일으켰다. 위원회는 행정체제 개편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일각에서는 ‘주민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초자치권 부활 범도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행정체제 개편의 결과는 직접적으로 도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민들의 활발한 논의참여가 필수적”이라며 “결국 행정체제개편은 법 개정 과정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대다수 도민들의 의사를 묻는 편이 효율적”이라며 주민투표에 의한 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논의는 있었지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도정과 도의회가 논의해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또 있다. 위원회는 행정시를 현행과 달리 3구역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도민 설명회 과정에서 도민들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인구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행 행정구역에 따라 행정시장을 선거하는 경우 제주시 인구가 약 73.6%, 서귀포시 인구가 약 26.4%인 불균형적 구조다. 도와 행정시, 행정시와 행정시간에 비정상적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주민이 선출하는 직선행정시장의 행정구역은 향후에 최소한 3개 구역 이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권고안에 포함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위해 또 다시 도민 합의를 위한 논의를 벌여야 될 판이다. 위원회는 “조례를 개정하면 된다”고 하지만 앞길은 순탄치 않다. 

 

박희수 도의회 의장은 지난 21일 정례회 폐회사에서 행정체제개편과 관련,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우근민 지사의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 적극적인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이제 와서 행정시장 직선제라는 대안으로 정책협의회를 제안하는 것은 의회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별로 없다. 지사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바로 도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정책협의회에 연연치 말고 즉각 정부를 상대로 추진해 나가면 된다”며 추가적인 정책협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행정체제개편 최종 대안에 따른 도정과 의회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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